Chapter 276 - 스팽킹 입문
“야...! 지금 뭐하는 거야...!!”
“왜요.”
“여, 여기 휴게실 아니잖아...! 하지 마...!”
겉끈을 푸는 내 손을 부여잡고 엉덩이를 뒤로 빼는 렌카. 방어를 하려는 본능적인 행동 같은데, 그로 인해 내 사타구니가 그녀의 둔부와 맞닿았다.
“앗...!”
슬슬 단단해지고 있는 어떠한 감촉을 느꼈는지, 렌카가 움찔하며 뺐던 엉덩이를 다시 집어넣었다. 귀가 순식간에 빨개지는 건 덤.
렌카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나는 그녀의 복부를 쓰윽 쓸어내리면서 하늘하늘한 도복 바지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자, 잠깐...”
가랑이 사이로 들어간 손이, 펑퍼짐한 렌카의 바지를 피부와 밀착시키며 느릿하게 다리를 왕복했다. 그러자 렌카의 다리가 파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피부를 쓸어내리는 손길이 그녀의 마음에 굉장히 야릇하게 다가온 모양이었다.
“흣...! 여, 여기서 이러지 마...!”
겉끈을 풀려는 손을 잡으랴, 다리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손을 잡으랴... 무척 바빠 보여서 걱정스럽지만, 도와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스윽.
렌카가 그러거나 말거나, 내 손가락은 도복 바지의 주름을 천천히 쓸어 올리며 그녀의 가랑이에 닿고 있었다. 그에 경련하다시피 몸을 떤 렌카가 고개를 홱 돌리며 언성을 높였다.
“야...!! 그만...!”
“휴게실로 갈까요 그럼?”
“샤, 샤워부터 해야지...! 추운데 담요도 꺼내야...”
“담요는 휴게실에 있으니까 괜찮지 않나.”
“그럼 샤워...”
“나중에 해요.”
“아, 아니... 다짜고짜 이러면 내가...”
“네가 뭐.”
“반말은 하지 말고... 좀...! 놓으라고...!”
렌카가 안간힘을 쓰며 내게서 벗어나려 해보았지만, 선천적인 힘의 차이가 워낙 커서 그런지 붙잡힌 채로 발버둥이 한계였다. 방금 하는 짓이 치나미를 닮았다고 생각되는데, 이미지가 의외로 어울린다. 보듬어주고 싶은 기분이야.
“아이 씨... 진짜 죽는다...?”
이어지는 렌카의 협박에 알겠다고 대답한 나는, 양팔로 그녀의 허리를 꽉 붙잡은 채 휴게실로 움직였다. 내게 딸려오다시피 하며 질질 끌려오는 그녀. 그런 그녀를 매트리스에 밀어버린 나는 곧바로 도복의 겉끈과 속끈을 풀었다.
스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좌우로 벌어지는 앞섶. 동시에 슬쩍 드러난 내 맨몸을 본 렌카가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며 쑥스러워했다.
“야...! 기다리라니까...! 난 아직...”
“천천히 할게요.”
“.... 그럼 도복은 왜 벗는데...!”
“더워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앉아있어...! 지금 방이 얼마나 추운데...”
렌카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하며, 나는 도복 하의의 허리부분을 두르고 있는 면 벨트를 풀어제끼고 그녀의 옆에 누웠다.
“하... 미치겠네...”
반쯤 자포자기한 듯한 렌카의 혼잣말. 날 등진 그녀를 껴안고 품으로 당겨온 내가 물었다.
“따뜻하게 해주고 있는 거예요. 춥다며.”
“그냥 솔직하게 말해...”
“솔직하지 못한 부장이 할 말은 아니네요.”
“웃기지...”
파앙-!
“히약!?”
반박하려던 렌카가 돌연 까무러치는 듯한 비명을 터뜨렸다. 내가 손바닥으로 그녀의 허벅지 부근을 내리쳤기 때문. 하의에 들어찬 바람이 쑥 빠지면서 손이 착 달라붙는 소리가 꽤나 찰지다고 생각한 나는, 손바닥을 대고 있는 렌카의 다리에 힘이 빡 들어가는 걸 느꼈다.
“뭐해 이 미친놈아...!!”
“아팠어요?”
“그, 그건 아닌데 놀랐잖아...!”
그저 놀란 것뿐이라면, 이번엔 방금보다 훨씬 약하게.
팡!
그러한 생각으로 렌카의 골반 부근을 치자, 움찔한 그녀가 중얼거렸다.
“.... 대체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네...”
“느낌이 좋아서요.”
“뭐가 좋은 건데...?”
“그냥 다 좋아요.”
“.....”
렌카가 말없이 손을 뻗어, 휴게실 바닥에 있는 쇼핑백에서 담요를 꺼냈다. 그리고는 내게 잡혀있는 상태로, 낑낑거리며 담요를 펼쳐 자신과 내 몸을 덮었다. 내가 만족스러워하니,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주려는 건가보다.
스팽킹을 입문은 약한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채찍이나 회초리 같은 도구들을 먼저 사용해버리면, 애초에 이쪽에 성벽이 없는 상대방은 다신 이런 플레이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었다.
조금만 잘못하면 아픈 도구를 사용하는 것보단, 힘조절이 쉬운데다 입문하기 가장 기본적인 손바닥을 사용하는 게 맞다. 다만 반발심이 커지지 않게끔, 이마저도 조절을 하는 게 좋겠지.
사실 이런 쪽에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어느 정도가 딱 적당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그때 렌카의 반응을 살피면서 강도를 높이던지 낮춰보자. 자주는 말고, 적당히.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담요를 덮으니 안정감을 얻은 듯, 렌카의 몸에 힘이 살짝 빠졌다. 그 틈을 탄 나는 그녀의 허리 벨트로 손을 가져갔다. 그러자,
“야...! 잠깐만...!”
렌카가 다급하게 손을 놀려 내 손 위에 자신의 것을 포갰다.
“왜요?”
“그, 그거... 갖고 왔어...?”
“그게 뭔데.”
“저번에 갖고 오지 않으면 안 한다고 했던 거...”
“콘돔?”
“어... 그거...”
“아뇨.”
“뭐...? 왜...?”
“굳이 갖고 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미친놈 아니야...? 나 안 해...!”
오늘따라 생떼를 자주 쓰는 렌카의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한 나는,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다대고 쪼옥 하는 흡착음을 내며 빨아들였다.
“햣...!”
자극이 꽤나 심한 듯 목을 쫘아악 편 렌카의 힘이 순간적으로 빠져버렸다. 그 사이 재빨리 허리 벨트를 풀어버린 나는, 그 안의 끈까지 마저 풀고 하의를 밑으로 잡아당겼다.
스르륵.
그대로 내려가는 렌카의 도복.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으니, 부드럽기 그지없는 맨살이 만져졌다.
“기, 기다려...! 벌써 이러면...”
“바로 안 넣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 뭘 넣는다는 건데...”
다 알면서 굳이 캐묻는 게 웃기다. 대답하지 않은 나는 렌카의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앗...!”
얇은 팬티 밖으로 느껴지는 우악스런 손길에, 렌카의 두 다리가 오므려졌다. 착 달라붙어있는 허벅지 사이로 손가락 하나를 비집고 들여보내 만져보니 약간 촉촉했다. 벌써부터 느끼고 있다는 증거. 아주 좋은 징조였다.
“우읏...! 무, 뭐하는...!”
자극을 주면 굳어지거나, 풀면 그대로 풀어지거나. 말과는 반대로 튀어나오는 무척이나 솔직한 몸의 반응이 좋다. 어느새 상당히 달아올라있는 렌카의 도복 겉끈을 잡아당기고, 그 안에 자리한 속끈까지 손을 댄 내가 말했다.
“힘 풀어요.”
“시, 싫어...”
“그래요 그럼.”
여전히 틱틱대는 렌카의 대답에 대수롭지 않은 듯 수긍한 나는, 애무를 하려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 의아해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씨익 웃어주고는, 전등 스위치를 눌렀다.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암전된 휴게실 안. 그에 렌카가 흡! 하며 숨을 삼켰다. 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으니 긴장감이 확 찾아온 모양이었다.
창문이 열려있긴 했지만, 날이 완전히 어둑해진 터라 앞은 거의 보이질 않았다. 조심조심 매트리스로 돌아간 나는, 손을 더듬어 렌카의 몸을 똑바로 눕혔다. 그리고는 그 위에 자리를 잡고, 그녀의 도복 속끈을 마저 풀기 시작했다.
스윽.
시각이 차단되어서 그런지 청각이 예민해진다. 끈이 풀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올 정도. 렌카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하였는지, 콧바람을 길게 내뱉고 있었다.
투둑, 툭. 투두둑.
빗줄기가 창밖의 나뭇잎을 때리는 소리만 들려오는 휴게실 안에서, 그렇게 우린 서로의 옷을 전부 벗었다.
**
“하아... 마츠다... 잠시만... 흣...!”
흥분으로 가득한 숨을 토해내던 렌카의 부름에, 그녀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후끈한 바람을 내쉬고 있던 내가 대답했다.
“왜요.”
“쉿...! 목소리 낮춰봐...! 1분만 가만히 있어...”
“왜.”
“발소리... 들리는 것 같아...”
“웃기는 소리하지 마세요.”
“아 진짜야...! 들어봐...!”
한창 좋을 때인데 굳이 날 만류한다는 건, 진짜로 무언가를 들었다는 뜻이었다. 만약 착각이라면 제대로 혼내줘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렌카의 몸에 올라타있는 채로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았다.
투두둑, 툭.
아무리 집중을 해봐도 비가 부실 외벽과 나무를 때리는 소리밖에는 들려오지 않는다. 아카데미 내에서 관계를 갖기 직전이라는 긴장감에, 렌카가 환청이라도 들은 것 같다.
“안 들리는데? 거짓말한 거예요?”
“거짓말 아니야... 자세히 들어봐...”
대체 무슨 발소리가 들린다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재차 렌카를 애무하려는 찰나,
찰박.
밖에서부터 아주 희미하게, 누군가가 물웅덩이를 걸어가고 있는 것 같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렌카가 제대로 들은 게 맞았구나. 확실히 근처에 누군가가 있다.
“겨, 경비 아저씨 같아... 그치...?”
“그러네요. 순찰을 돌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몇 시에요?”
“몰라... 한 8시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 일단 옷 입을 테니까 비켜봐...”
“옷은 왜 입는데요?”
“왜냐니... 누가 이런 모습을 보기라도 하면...”
“휴게실 안을 누가 본다고?”
“창문 있잖아...”
“이 휴게실 창문 밖은 담장으로 막혀있어요. 일부러 보려는 게 아닌 이상 못 들어와.”
“수, 순찰을 돌고 있으니까 당연히 꼼꼼히 보시겠지...!”
우리 노예는 걱정도 참 많다. 이해는 간다. 이런 장소에서의 관계는 처음이라 긴장했고, 그에 따라 온갖 걱정거리가 밀려들어오겠지.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생각한 나는, 렌카의 의견을 들어주는 척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팬티를 내리고 잔뜩 발기된 자지를 그녀의 하복부에 가져다대었다.
툭.
“어...?”
복부에서부터 단단한 감촉을 느꼈을까?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렌카의 입에서 의아함이 가득 섞인 탄성이 토해져 나왔다.
“야... 뭐야 이거...?”
렌카가 손을 더듬거리며 자신의 하복부 근처를 만지작거렸다. 손놀림이 과감하다. 설마 내가 이런 상황에서 자지를 꺼낼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
자신의 배꼽 부근을 살피던 그녀의 손은, 곧 그 바로 밑에 있는 귀두에 닿았다. 가녀린 손끝에서부터 전해져오는 짜릿한 자극을 느끼며, 나는 의도적으로 하반신을 움찔 떨었다. 그러자 낯선 물건을 탐색하듯 귀두 곳곳을 톡톡 건드리고 있던 렌카가,
“흐익...!?”
자신이 뭘 만지고 있는지 알아차린 듯, 기이한 추임새를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