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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279화 (278/313)

Chapter 279 - 유치하고 위험한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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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우산을 접고 집 안으로 들어온 렌카는, 거실에서 팩을 하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와 눈을 마주쳤다.

“늦게 왔네? 9시쯤 온다며?”

“밥까지 먹느라...”

“그 같이 알바하는 후배랑?”

“네. 근데 웬일로 팩을 해요?”

“친구한테 받아서 한 번 해봤어. 너도 할래?”

“아뇨. 저는 딱히...”

“그래. 아, 그리고 네 방 청소해놨어.”

“진열대는 안 건드셨죠?”

그 말에 렌카의 어머니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겉만 조금 닦으려다가 네가 삐칠 것 같아서 그만뒀어.”

“제가 엄마한테 왜 삐쳐요...”

“옛날엔 그랬잖아.”

“그, 그건 제가 어렸을 때잖아요...!”

“지금은 안 삐친다는 거야? 그럼 닦아도 돼?”

“아뇨.”

“거 봐.”

어머니랑 대화를 하면 항상 말려드는 느낌이다. 마츠다와 할 때처럼 말이다.

다만 다른 점은, 어머니와 대화를 하면 물러날 때를 아는 것과는 달리 마츠다와 대화를 할 땐 자꾸 까불게 된다는 것.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대로 가다간 본전도 못 찾으리라는 것을 느낀 렌카는, 괜히 말대꾸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저 손 씻으러 갈게요.”

“손? 샤워가 아니라?”

“샤워는...”

이미 했다고 대답하려던 렌카가 다급하게 말을 바꾸었다.

“아, 샤워한다는 뜻이었어요...”

“그러렴.”

어머니는 자신과 마츠다가 영화를 보고 밥을 먹은 줄 알고 있다. 괜히 의심받지 않고 싶은 마음에 또 한 번의 샤워를 한 렌카는, 자신의 방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추운 부실 안에 있었다가 누우니, 이불이 상대적으로 포근하게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늘어지는 표정을 지은 그녀는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얼굴을 붉혔다.

자신이 부실 안에서 마츠다와 관계를 가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도 없다고는 하지만 무척 떨렸고, 경비원이 순찰을 돌 땐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의외로 스릴이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즐겼다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이 정도의 평가가 딱 적당할 것 같다. 물론 다시 겪는다고 하면 싫었지만 말이다.

그 뒤에 마츠다와 단둘이 남았을 때는 정말 좋았다. 굴욕적인 체위를 한 것이 좋은 게 아니라, 관계가 완전히 끝났을 때 그가 진심으로 안아주었던 게 좋았다는 뜻이었다.

하기 전에도 아프진 않았지만 손바닥으로 맞았고, 하는 도중에도 그래서 솔직히 서러웠었다. 자신을 장난감처럼 취급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물론 마츠다가 진심으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닌 건 알고 있었으나,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그렇잖은가. 체위도 수치스러운 터라 은근히 기분이 나쁠 뻔했는데, 마츠다가 사과를 하면서 자신을 꼬옥 끌어안아주자 그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마츠다는 그런 플레이를 좋아하고, 끝났을 땐 상냥하구나. 그러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근데 그건... 스팽킹 아닌가...?’

아닌 게 아니라 확실하긴 한데... 이걸 계속 받아줘야하나, 말아야하나 모르겠다. 마츠다라면 선을 넘을 것 같진 않지만 조금... 굴욕적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껄끄럽다.

딸깍.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렌카가 휴대폰 홈 버튼을 누르고 애니쉐어 어플에 들어갔다. 마츠다의 분신인 MK를 살살 긁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오늘의 포옹이 좋았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큰 즐거움을 버릴 수는 없는 법. 주기적으로 까불어줘야 자신의 기분도 풀리니 지금 타이밍에 쪽지를 보내는 게 딱 적절했다. MK와 쪽지를 나눈 지도 꽤 지났던 터라, 마츠다가 자신과 이노쨩을 연관 지을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고 할 수 있었다.

오늘은 어떻게 시작할까 즐거운 고민을 하던 렌카는, 수없이 와있는 개인 쪽지를 전부 무시한 채로 MK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저기요, MK 님.]

답장은 언제 올까? 마츠다는 샤워를 했을까? 보통 남자가 여자보다 빨리 씻으니까... 지금쯤 자신처럼 누워있지 않을까? 아니면 벌써 잠든 건가?

그러한 상상을 하고 있던 찰나, MK에게서 답장이 도착했다.

[오냐.]

거만한 답을 본 렌카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렌카는 어떤 식으로 마츠다를 놀릴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휴대폰을 두드렸다.

[예의 없는 건 여전하시네요. 친구들한테 재수 없다는 소리 많이 듣죠? 아, 성격이 워낙 더러워서 친구 자체가 없으려나요?]

[오늘 술이라도 먹었어요? 말 왜 이렇게 싸가지 없게 해요?]

[말이 아니라 글인데.]

[그냥 알아들으면 되지 꼭 지적하네. 친구가 없는 건 오히려 이노쨩 님 본인 아닌가요? 답답한 성격이라.]

[인신공격은 자제해주시죠. 매너 있는 채팅은 함께 만들어나가는 거예요.]

[지가 먼저 비매너 채팅해놓고... 어이가 없네요.]

[(^∇^) 우리 웃어요.]

[짜증만 나네.]

재미있다, 확실히 재미있다. 유치한 대화임이 분명한데 왜 이럴까?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다.

[요즘 활동을 안 하던데 무슨 일 있어요?]

이어지는 MK의 물음. 누구 때문에 현생이 바빠서 못 한다 이 새끼야. 라는 말을 삼킨 렌카가 답했다.

[누가 커뮤니티 사람한테 개인사를 물어요?]

[물어볼 수도 있죠. 우리 친하잖아요.]

[그건 MK 님만의 생각인 것 같은데요.]

[안 친해요?]

[안 친한 건 아니지만 대놓고 친하다 할 정도는 아니죠.]

[서운하네.]

[저는 별로 서운하지 않네요.]

[매를 버는 성격이시네요. 저희 만날까요?]

[만나서 때리게요?]

[아뇨. 친해지게.]

갑자기 이러한 생각이 든다. 만나자고 하고 나갔는데, 마츠다가 눈앞에 있는 렌카 자신을 본다면? 그리고 이노쨩임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처음엔 얼빵한 표정으로 벙 찌다가 엄청 놀라겠지? 그리고... 자신에게 아주 큰 벌을 내릴 것이다. 오늘처럼 애정 있는 매질을 당하는 걸로는 끝나지 않겠지. 볼기짝을 맞는 게 아니라 채찍질을 당할지도 모르겠다.

절대 들키지 말자. 근데 은근히 반응이 궁금하다.

[만나기 싫으니까 친하다고 해줄게요.]

[그러든가요. 별 이상한 사람 다보겠네. 그리고 쪽지 보낸 김에 조교물 만화 하나 추천해줄게요.]

갑자기 조교물 만화 추천이라... 굳이 봐야하나 싶지만, 그래도 마츠다가 만화 보는 눈이 있으니까...

[한 번 지껄여보세요.]

[말 예쁘게 하지?]

저건 자신에게 자주 하는 말 아닌가? 그런데 왜 이노쨩에게 하는 건지... 물론 이노쨩도 자신이긴 하지만 조금 그렇다.

설마 이노쨩이 여자인 걸 알고 있으니까 수작을 부리는 것일까? 아니, 그렇다고 하기엔 쪽지 내용이 너무 막나갔다. 호감을 사려는 말이 전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추천 안 해줄 거면 이만 가볼게요.]

살짝... 아주 살짝. 자신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미미하게 서운한 마음을 가진 렌카가 신경질적인 답장을 보내자, MK가 사진을 하나 첨부했다.

온몸에 자잘한 상처가 나있는 여자 캐릭터가 아래에서 투명한 물을 질질 흘리고 있는 사진. 굉장히 노골적인 캐릭터. 그녀의 옆에는 [시노비, 타락하다.] 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닌자가 적에게 잡혀 조교당하는 내용인 것 같은데... 상당히 선정적이다. 설마 자신에게 저런 흉터가 날 정도로 심한 상처를 낼 생각은 아니겠지...?

어쨌든 이건 장기연재 만화가 아니라 짧은 분량을 가지고 있는... 속칭 떡인지라고 불리는 에로한 동인지였다.

[이걸 읽으라고요?]

[예. 읽고 개인쪽지로 감상문 남겨요.]

품번이 있는 표지인 것으로 보아, 저건 정식 출판된 상업지였다. 그리고 사진의 화질을 보니 스캔을 뜬 불법 파일임이 분명하다.

마츠다가 이걸 다운로드 했을 리는 없었다. 그는 아날로그형 사람이기도 했고, 이미지와는 달리 정직하니까. 그냥 제목과 사진을 함께 보여주기 위해 검색했다가 나온 걸 캡처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이걸 가지고 트집을 잡아야겠다. 마츠다도 항상 별 것도 아닌 걸로 자신을 괴롭혔으니까, 인과응보다.

[불법 다운로드는 밴 대상이에요.]

[다운 안 했는데요.]

[믿을 수 없는 핑계네요. 신고할게요.]

[그러세요.]

타격이 전혀 없구나. 자신은 떳떳하다 이건가? 왠지 약이 오른다. 진짜로 신고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렌카는 화제를 돌렸다.

[캐릭터가 노골적이네요.]

[성인물이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너무 심하잖아요. 캐릭터가 불쌍하지도 않나요?]

[어차피 조교당해서 행복해지는 캐릭터라 괜찮은데.]

[사람이 너무 뻔뻔하네요. 소시오패스 같아요.]

[읽기 싫어요?]

[추천해주니까 읽긴 읽겠는데, 좋은 감상은 기대하지 마세요.]

[감상문은 500자 이상으로 남겨요.]

[凸( `-´ )凸]

이모티콘으로 마츠다를 욕한 렌카는, 그의 답장을 기다리지 않고 애니쉐어를 나갔다. 초등학생조차 하지 않을 유치한 대화를 나누고 나니 기분이 후련해진다. 이제 푹 자야겠다.

그나저나 내일 혼자 일하기 너무 싫은데... 마츠다한테 나와달라고 할까? 사장이 힘들면 마츠다한테 도움을 요청하거나, 대타를 구하거나, 혹은 자신에게 말하라 했었으니까 걸리는 부분도 없고...

아니, 그러면 분명히 이걸 핑계로 이상한 짓을 시킬 것이다. 치나미한테 도와달라거나 친구에게 연락을 해도 되니까, 내일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결정하자.

그렇게 오늘의 일과를 마무리한 렌카는, 기다란 머리카락을 위로 틀어묶고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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