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97 - 말랑말랑, 화끈화끈 #2
“므으응...”
특유의 나른한 신음을 터뜨린 치나미의 몸이 더욱 달라붙었다. 치나미의 가슴이 내 가슴팍에 꾸우욱 눌리면서 느껴지는 말캉한 감촉. 한손으로는 그녀의 허리를, 남은 손으로는 뒷목을 주물럭거리던 내가 물었다.
“좋아요?”
“.....”
자신의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이 부끄러운 듯, 내 목을 두른 팔에 힘을 잔뜩 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그녀.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치나미를 보며 킥킥거린 나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그녀를 안아들고 뒷목을 주무르는 손가락에 힘을 조금씩 주었다.
“믓...!”
그러자 치나미의 몸이 살짝살짝 떨렸다. 자극이 올 때마다 솔직한 반응을 보여주는 그녀와 함께 건조실 안을 느릿느릿 돌아다니는 시간이 왜 이렇게 좋을까.
할 수만 있다면 렌카도 초대하고 싶어진다. 그러면 치나미가 더욱 쑥스러워하겠지? 렌카도 대회장 뒤편에서처럼 안절부절 못할 테고.
“저어... 후배님...”
“예.”
“무겁지 않으신가요...?”
“저번에도 같은 말을 하지 않았나요?”
“그랬나요...?”
“예. 안 무겁다고 대답했던 것 같은데, 지금도 같아요.”
“아하... 알겠어요...”
치나미의 새하얀 목이 내 턱선에 닿는다. 그 상태에서 얼굴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니, 뻑뻑한 느낌 따윈 전혀 없는 부드러운 마찰이 일어났다. 아기피부라는 게 이런 건가? 정말 좋다.
“후배님... 왜 계속 뺨을 비비시는 건가요...?”
“느낌이 좋아서요.”
“그, 그러시군요... 이제 슬슬 홍보 아이디어를 고민해볼까요...?”
“마사지부터 해드리고 싶은데요.”
“낫...!? 마, 마사지는 안 돼요...”
“왜요?”
“여기서 기분이 더 이상해지면 사고를 칠지도 몰라요...!”
마사지를 받을 때마다 조수를 뿜어냈던 게 걱정스러웠나보다. 하긴, 치나미는 그런 쪽으로 굉장히 허접한데다, 현재는 부원들까지 부실에 있는 만큼 우려하는 건 이해가 간다.
“사고가 안 나게끔 해줄 수 있는데.”
“그런가요...? 아주 혹하긴 하지만 지금은 안아주기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것도 안 돼요?”
“넷...? 어떤... 무믑...!”
치나미의 게슴츠레 뜨여있던 눈꺼풀이 위로 확 올라갔다. 내가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그녀의 입술을 덮쳤기 때문.
순식간에 파고드는 혀에 이도저도 못한 채로 유린당하기 시작하는 그녀의 입. 이빨 바깥쪽만 살며시 훑으면서 간만 본 나는, 치나미의 몸에 힘이 죄다 빠져버릴 때쯤 입술을 떼어냈다.
“어때요? 이건 돼요?”
“후아아...”
치나미의 벌어진 입 주변을 닦아준 내 물음에,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숨기지도 못한 채 헤롱헤롱한 상태에 있던 그녀가 대답했다.
“이거는... 가능해요...”
“얼마나?”
“저,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그럼 제가 알아서 할까요?”
“네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승낙의 의사를 밝힌 치나미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콧등에 자그맣게 생긴 내 천자 주름. 딱 귀엽게 새겨져있는데, 미유키나 렌카와 비슷하다. 아마 예쁜 사람들의 공통점인 것 같다.
그러한 생각을 해본 나는, 각오를 다진 채 기다리고 있는 치나미의 얼굴에 내 얼굴을 가져다대었다. 이후 말랑한 그녀의 입술 감촉을 느끼며 낯뜨거운 키스를 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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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후으읍...!”
열심히 심호흡을 하며 손부채질을 하거나, 창문을 열고 얼굴을 쏘옥 빼내거나. 그런 식으로 몸의 열기를 식힌 치나미가 몸을 배배 꼬며 말했다.
“그러면... 저 먼저 나가볼게요.”
“벌써요?”
“버, 벌써라니요...! 여기 들어온 지 10분이 넘었어요. 더 이상 후배님과 심장이 두근거리는 행위를 하였다간 부원들이 의심을 해버리고 말 거예요.”
그녀 나름의 방식으로 스킨십이란 단어를 대체하는 게 웃기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행위가 어떤 건가요?”
“아까 하셨던 거요...”
“아까 했던 게 정확히 뭐죠?”
“후배님...! 저를 놀리려는 생각이시라면 훈계 시간을 갖도록 하겠어요...!”
“전 좋은데요. 훈계를 듣고 싶습니다.”
“그, 그런...! 어쨌든 나가보겠어요...! 후배님은 20초 뒤에 나오세요...!”
“알겠습니다.”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치나미가 흠흠 하며 호흡을 고르더니 건조실을 나갔다. 그녀의 말대로 딱 20초를 세고 문을 연 나는,
“나나세.”
한 동갑내기 남자 부원이 화장실 쪽으로 향하고 있는 치나미를 부르는 걸 발견했다.
“느앗! 누구세요!?”
귀신이라도 본 듯 경기를 일으키는 치나미. 그녀의 반응에 상처받은 표정을 지은 남자 부원이 대답했다.
“나 토키야마인데...”
“아, 토키야마 친우님이셨군요. 죄송해요. 인기척이 없어서 깜짝 놀랐어요. 무슨 일이실까요?”
평소의 친절한 모습으로 돌아온 치나미가 부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면을 본 나는,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건조실 밖으로 나왔다. 그때,
“야.”
근처에 있던 렌카가 정색을 한 채로 내게 다가오더니 팔짱을 꼈다.
“너 저기서 뭐했어? 치나미랑 이상한 짓 했지?”
“예.”
“.....”
말문이 턱 막힌 렌카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설마 내가 핑계를 대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할 줄은 몰랐나보다. 큰 눈을 끔벅거리는 렌카를 바라본 내가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용건은 그게 끝이에요?”
“어...? 아... 매니저 일 똑바로 해. 부활동 시간에 뭐하는 거야...?”
고작 잡는 트집이 저런 거라니... 많이 당황한 게 티가 난다.
“일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시간에 못 맞춰서 일을 미룬 적도 없잖아요.”
“닥쳐.”
“너무 권위주의적인 거 아니에요?”
“말대꾸하지 마.”
“말대꾸는 부장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아니에요?”
“.....”
눈에 쌍심지를 켜보지만 내 태도에 금세 기가 죽는 렌카. 나와 시선을 마주치다가 부담스러워졌는지 눈동자를 옆으로 굴린 그녀가 말했다.
“이제 일해... 게으른 쓰레기야.”
“뭐라고요?”
“일하라고.”
“그 뒤에.”
“.... 게으르다고.”
“더 뒤에.”
“아 뭐라는 거야 진짜...!”
곧 죽어도 자신이 욕을 했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듯, 렌카가 어색한 콧방귀를 끼었다. 치나미와 내가 했던 일을 상상이라도 했는지 얼굴이 빨개지려고 하는 렌카를 바라보며 실소를 지은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치고는 보관실로 가려 했다. 그 순간,
“흐앙!?”
렌카가 돌연 신음처럼 들릴 정도로 높은 톤의 비명을 터뜨렸다. 짝 소리가 나도록 친 것도 아니고, 움켜잡은 것도 아니고 그저 간단하게 툭 건드렸을 뿐인데, 지금까지 내가 했던 스팽킹으로 인해 반사적은 반응이 튀어나온 것이다. 교육이 정말 잘 되었구나. 단계를 올려도 될 것 같다.
“흡...!”
자신이 무슨 짓을 하였는지 알아차린 렌카가 황급히 입을 막아보았지만, 이미 부실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진 채였다.
개미 한 마리가 지나가도 알 수 있을 정도의 고요함, 그리고 집중되는 시선. 어제보다 훨씬 심각한, 해명이 없으면 쉽게 넘어갈 수 없을 듯한 분위기... 무척이나 어색해진 그 공기를 뚫은 건 치나미였다.
“으응? 무슨 일이신가요?”
화장실에서 나온 그녀가 어리둥절한 낯으로 다가오자, 침을 꼴깍 삼킨 렌카가 중얼거렸다.
“가,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나서...”
내 기준에서는 얼토당토않은 핑계를 댄 렌카가 발을 저는 척하며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더니 자신의 다리를 주물렀다. 그러자 치나미가 걱정스런 기색으로 렌카가 만지던 다리를 들어올렸다.
“제가 마사지해드릴게요.”
“아, 아냐...! 풀리고 있어서 괜찮아...”
“어허! 가만히 있으세요.”
“진짜 괜찮은데... 아, 아아...! 아파...!”
아픈 척 하나는 잘하는구나. 어이가 없다.
“참으셔야 해요. 이래야 금방 풀려요.”
아예 렌카의 발바닥에 팔을 대어놓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근육을 풀어주는 치나미. 그녀의 호의에 잠깐 동안 아픈 내색을 하던 렌카가 억지웃음을 지어보였다.
“이, 이제 괜찮은 것 같아...”
“그러신가요?”
렌카에게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부원들은 그녀의 아픈 연기와 치나미의 자연스러운 행동에 의심을 푼 듯 각자 하던 일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아마 렌카의 비명이 다소 특이하구나... 정도로만 생각한 듯했다.
“무, 뭘 쪼개...!”
실실 웃고 있는 날 향한 렌카의 타박. 자그마한 렌카의 목소리를 들은 치나미가 엄한 낯으로 그녀를 나무랐다.
“어허...! 친우님, 그런 단어를 사용하시면 어떡하나요?”
“.... 미안.”
“제가 아니라 후배님께 사과를 드려야지요...!”
“왜 나한테만 뭐라고 그래...! 마츠다가 먼저 날 비웃어서...”
누운 채로 억울한 듯 양팔을 치켜드는 렌카. 그런 그녀의 반응에 날 돌아본 치나미가 물었다.
“후배님, 혹시 친우님을 비웃으셨나요?”
“아뇨. 그럴 리가요.”
뻔뻔한 내 태도에 헛웃음을 친 렌카가 투덜거렸다.
“저렇게 물어보면 당연히 안 했다고 하지... 짜증나...”
“친우님. 말씀 예쁘게 하셔야지요.”
“.... 알았어. 나 이제 일으켜줘.”
그렇게 치나미의 팔을 잡고 일어난 렌카는,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치나미에게서 등을 지더니 날 죽일 듯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먼저 가보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멀어지면서 몇 번이고 날 돌아보며 입술을 움직여 욕을 하는 건 덤. 그녀의 깜찍한 반항에 낄낄거린 내가 치나미에게 말했다.
“화장실은 잘 다녀왔어요?”
“앗...! 그런 걸 물어보시는 건 실례라고 생각해요...”
평소였다면 순순히 대답을 했을 텐데 혀가 길어지면서 내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건조실에서 키스를 할 때 살짝 젖었던 것 같다. 슬슬 호텔을 예약할 때가 되었구나. 렌카에게도 마사지를 해주겠다고 반쯤 강제로 꼬셔봐야겠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
“뭐라고 하는 건 아니었어요.”
“알고 있습니다. 이제 일할까요?”
“넷...!”
뺨이 조금 불그스름해진 치나미의 씩씩한 대답. 절로 아빠미소가 지어진 나는, 그녀, 그리고 렌카와 함께 무탈한 부활동 시간을 보냈다. 이후 그녀들과 헤어진 후, 아직 학생회 일이 끝나지 않은 미유키를 기다리기 위해 교정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