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2 여자한테 멋대로 손을 대는 놈들은 죽어도 싼 쓰레기라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1)
https://t.me/LinkMoa
“하아, 담배, 담배.”
겨우겨우 근처의 편의점에 들러서 담배를 샀다. 몇시간이나 강제로 금연을 강요당하다 드디어 담배를 손에 들었을 때의 이 기분.
근처의 흡연장에 기어들어가 한 대를 피우고 나서야 대강 정신이 맑아졌다. 이제 좀 생각할 여유가 생기네.
‘나 진짜 여자가 됐구나.’
가슴을 내려다보니, 커다란 과실이 두 개 보였다. 이게 내 가슴이구나. 자신이 여자 몸이기 때문인지 딱히 욕정 같은 건 들지 않았다.
주저주저했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담배를 들지 않은 손으로 가슴을 살짝 주물러보았다. 이게 가슴의 탄력인가.... 아래도 허전하고....
여자구나.... 진짜로....
근데 뭔가 이상하다. 분명 20년을 넘게 남자로써 살아왔으니 위화감이 절절 넘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자의 몸인데도 전혀 생소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마치 태어났을 때부터 여자였던 것만 같아....
어쨌든 이제부터 한동안 여자로 지내야 한다. 그렇다면 일단 옷부터 사야겠지? 근처에 적당한 몰이 없으니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아까부터 시선이 모이는 기분이 들어.’
길을 가던 때도 그렇고 편의점 알바도 그렇고, 남자들의 시선이 부자연스럽게 모이는 것 같았다.
기분 탓이려나, 이런 옷을 입고 있으니 그런 기분이 들어도 이상하지는 않다. 이대로 사람이 많을 지하철을 타야 한다는 게 여러모로 마음이 불편하다. 차라리 택시를 탈까...? 아니, 옷까지 산다고 치면 이번 달은 생활비가 간당간당한데. 월급이라는 건 언제 들어오려나.
흐음.
일단 여자로서 살아가는데 또 뭐가 필요한지 모르므로, 돈은 가능한 아끼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자.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앉아있던 벤치에서 일어서려던 때였다.
우지지직-!
“......엥.”
읏차, 하고 몸을 일으키기 위해 벤치의 등받이를 꾸욱 눌렀을 뿐인데, 요란한 소리와 함께 등받이가 부서져내렸다.
..................어.
한순간 사고에 공백이 찾아왔다.
이게 왜 갑자기 부셔져?
당황해버렸다. 일단 주변을 살펴봤지만, 본 사람은 없는 것 같아 슬그머니 벤치에서 떨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람. 여자의 완력이란 게 원래 이렇게 센 거야? 알고보니 지금까지는 다 내숭이었고?
아니, 그보다 방금 전에 안내 음성 씨가 뭔가 말해준 것 같은데....
“......큰일이다. 벤치 같은 거 물어줄 돈 없는데.”
벌금이라도 물게 될까 싶어 일단 부리나케 도망쳤다. 죄송합니다, 구청사람들. 나중에 월급 들어오면 자수할게요.
어째서 갑자기 벤치가 부서지지? 그다지 힘을 준 것도 아닌데. 원인을 생각하면 들려왔던 그 안내음성 밖에는 없다. 마력운용 뭐시기 하던 반응으로 봐선, 마법소녀인지 뭔지가 된 거랑 관련 있는 거려나.
혹시 몰라 안내음성 씨에게 물어봤지만 자세한 건 말해주지 않았다. 여전히 기계적인 음성으로 이란 것의 레벨이 MAX라던가 말할 뿐이다.
결국 추측하는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이라는 말이 나오고 갑자기 벤치가 부서졌으니,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이라는 것 때문에 악력 같은 근력이 강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
하지만 단순히 힘이 세졌다고 벤치가 부러졌을까...?
아무리 힘이 세도 작용점 같은 것들을 따지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조금 전 벤치 같은 경우도 내가 일어서기 위해 등받이를 눌렀던 것이고, 지금 내 여자로서의 몸은 벤치보다 가볍다(남자여도 같겠지만). 그렇다면 정상적인 물리법칙 대로면 벤치가 부서지기보다 내 몸이 들려야했을 텐데.
보충설명하듯 안내 음성이 날아들었다.
그렇게 말하면 치사하다. 치트키다. 이쪽은 열심히 물리법칙 같은 걸 따지고 있는데 그런 거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면.
이 이상 생각하는 것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 분석은 그만두기로 했다. 지하철 개표구에 지갑을 대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깐만.
혹시 지나다니다 사람들 어깨에 툭 하고 부딪혔다고 아까 같은 일이 벌어지진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무서워서 필사적으로 사람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출근 러쉬 때처럼 사람이 많은 건 아니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있어 여러모로 피곤했다.
덕분에 지하철에 탑승했을 때는 피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막상 생각해보니 지나치게 반응한 건가 싶기도 하다. 이제까지 여기 오면서 뭔가 부순 것도 아니고. 괜한 걱정이라고 하나.
그러나 괜한 걱정이 아니었다는 건 금방 알게되었다.
“우왓.”
넘어지지 않게 잡으려던 손잡이를 세게 쥐어버렸다. 빠각!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나버렸다.
진짜냐.... 나는 아연한 표정으로 부서진 손잡이를 내려봤다.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져, 나는 서둘러 옆 칸으로 이동했다.
이제 진짜 어쩌지.
설마 나 이제부터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 사람이랑 일절 접촉하지 않고? 실수하면 길 한복판에서 토마토 축제가 벌어지는 거고? 생각만으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응?’
나는 무심코 느껴진 묘한 느낌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까지 오던 나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게 되었다. 이 복장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이라는 스킬 때문인 건 몰랐다) 계속해서 사람들의, 특히 남성들의 시선이 계속 나를 향하던 것이다.
몹시 거북했지만 이런 복장이기도 하니 착각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레 느껴지던 시선이 확하고 줄어든 것이다. 짐을 하나 던 것처럼 가벼웠다.
거기에 더해 나를 감싸듯 회색의 반투명한 벽이 주변에 생겼다. 이게 뭐야?!
................뭐?
갑작스레 잔뜩 들리기 시작한 안내음성에 놀라기도 잠시. 엉덩이에 닿는 감촉에 등골에 소름이 와사사 돋았다.
누군가가 내 엉덩이를 만지고 있다!
괴인이라더니, 유리를 통해 보니 평범한 남자처럼 생겼을 뿐인 누군가가 내 뒤에 서 있었다. 내가 아는 괴인은 기괴한 형상을 한 것들 뿐인데, 이렇게 사람처럼 생기기도 한 걸까.
‘니미...... 이게 무슨 지랄이야?! 나 원래 남자라고?!’
“뭐, 무, 무슨 짓이야?!”
“쉿.”
당황하는 내게, 뒤에선 괴인은 그 한마디만 담백하게 입을 담았다.
그저 그것 뿐인데, 갑자기 입만 뻐끔뻐끔 열릴 뿐 제대로 말이 안 나왔다.
응...?
으, 음란한 육체라니?! 그게 뭐야~~?!
괴인의 손이 옷 위로 엉덩이를 계속해서 더듬었다. 나는 도움을 처하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이쪽을 신경쓰지 않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것처럼.
아까 그 스킬인지 뭔지 때문인가!
‘치한의 영역’이라니,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린데?!
‘으아아아아~~~ 어, 엉덩이에 자꾸만 손이~~~~?!’
괴인은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지, 이번엔 뱀처럼 손을 미끄러뜨려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엉덩이와 가슴에 닿는, 남자 특유의 단단한 감촉이 생생하게 전해져 오며 묘한 느낌을 주었다.
......아, 어쩐지 살짝, 달아오르는 것 같다.
이대로면 큰일 날 것 같다고 직감했다. 그러나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모기만한 목소리만 나올 뿐이고, 아무도 회색벽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은 아무도 이쪽을 신경쓰지 않았다. 이걸 깨버리지 않는 한 도움을 바랄 수도 없으며, 애초에 이런 꼬라지를 남들한테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칠까?’
결국, 생각나는 건 그것뿐이다. 벤치를 부숴버리고 손잡이를 산산조각 낸 힘. 그거라면 이런 괴인 따위, 단번에 산산조각 낼 수 있다. 애초에 괴인을 물리치기 위한 힘이고.
‘살인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생명을 빼앗는다는 것. 뒤에 있는 건 사람이 아닌, 인간에게 유해한 짐승일 뿐이다.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나는 뒤로 돌아 팔꿈치로――
톡, 하는 느낌으로 팔꿈치의 끝이 살짝 닿았을 뿐, 벤치를 부숴버린 힘은 나오지 않았다.
아아, 맙소사. 상황을 깨닫고 나는 절망했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 남자한테 저항할 수 없다. 웃음 밖에 안 나온다.
“앗...... 거긴 안 돼앳...!”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이 이제는 치마 아래로 들어가 속옷 위로 음부를 더듬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지만, 아무런 보조도 없는 평범한 여자의 완력으로는 그 단단한 팔을 밀어낼 수 없었다.
괴인의 손이 속옷을 젖히고 음핵을 문지르며 자극했다. 처음에는 별거 아닌 것 같던 감촉이었지만, 음핵을 감싼 껍질을 벗기고 손이 직접 닿자 번개 같은 쾌감이 솟아올랐다.
으윽.......
허리가 굽혀진다.
괴인의 손이 클리토리스를 위에서 빙글빙글 돌리며 자극해간다. 가슴을 주무르던 손은 티 아래에서 올라와, 브래지어를 멋대로 벗겨내고 맨살에 직접 주무르고 있다.
어떻게든 견뎌보려 하고, 어떻게든 밀어내려 했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괴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금 전 안내음성으로 듣지 않았는가. 아무래도 나는 이 괴인이 접촉한 시점에서, 이미 어떻게 해도 저항할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 녀석이 희롱하는 대로 교성을 흘리며 기쁘게 해주는 것 뿐이다.
“어, 언제까지 하려는 거야, 너...!”
“.......”
괴인은 과묵하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치한 짓을 계속했다.
흐읏...... 읏....
어느 틈엔가 팬티는 내려가, 허벅지에 걸려있다. 상의인 티는 반쯤 말려 올라가, 가슴이 거의 드러나 있었다. 브래지어는 바닥에 떨어져있다. 나는 한껏 민감해진 육체에 두 발로 일어설 기력도 없어, 괴인의 팔에 육체를 그대로 맡긴 상태다.
가녀린 두 팔로 괴인의 팔을 밀어내려고는 하고 있지만,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아니 힘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저항하는 것처럼이라도 보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데, 주변 사람들은 전혀 이쪽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이쪽을 알아차리지 못하면서도, 다들 자연스럽게 이쪽에는 닿지 않으려는 것도 보였다. 혹여나 누군가 실수로 이 영역안으로 들어온다거나 하는 건 바랄 수 없는 모양이다.
‘자력으로 탈출할 방법을....’
이 괴인이 언제까지 이딴 짓을 할지는 모른다. 최악의 경우 밤까지 계속해서 이 상태로 당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서든 머리를 굴려야 한다. 탈출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아흑......!”
몸이 크게 튀어오르고, 아래에서 뜨겁고 눅진한 국물이 타고 흐르는 게 느껴졌다.
절정했다....
이게, 절정인가.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안내 음성의 말대로 의지가 흐릿해지는 게 느껴졌다. 이제 뭐든 상관 없다는 생각조차 들어버렸다.
몸도, 마음도... 악에게, 괴인에게 굴복해 간다.
나....... 탈출할 수 있을까...?
* * *
읍....... 으붑....
괴인은 이제 도구까지 꺼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내 상의를 벗겨 그걸로 내 양팔을 구속하고, 입에는 볼개그를 물리고, 눈은 안대로 가려졌다. 온몸이 더욱 민감해지는 걸 느꼈다. 유두에는 로터까지 붙여졌다.
시야가 가려지는 것이, 신음을 참을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나 몸을 민감하게 만들 줄이야!
흐으읍.... 후웁....
“우우우웁......!”
나는 또다시 다리를 떨며 성대하게 가버렸다. 괴인의 팔에 의지해 어찌어찌 아슬아슬하게 서있다.
썩을 놈의 음성은 계속해서 내 절정을 알리고 있다.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내 몸이니까 잘 안다. 목소리로 들으면 의지가 뚝뚝 깎여나가는 느낌이라 싫다....
아아, 나 정말, 이대로 이 녀석 하고 싶은 대로, 노리개로 쓰이고 끝인가....
‘.....................흠?’
깎여나가던 이성 속에서, 희미하게 생각한다. 맨 처음 들었던 음성. 이 ‘치한의 영역’에 대한 설명. 그리고 나는 성적인 접촉을 하고 있는 이 남자에겐 반항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별 힘도 들이지 않고 벤치를 부서버리던, 그 괴력.
어쩌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문득 내 음부를 희롱하던 손이 떨어졌다. 뭘 하는 건가 했더니, 지금껏 닿아있던 손과는 다른 감촉이 음부에 닿았다.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허벅지에 닿은 이 감각.
이 자식... 삽입하려나 보네.
나는 그걸 피하듯 몸을 떼어내려 했지만, 허리를 붙잡혀 몸을 크게 숙이는 정도에서 그쳤다.
“큿.”
등 뒤의 남자에게서, 흐릿한 조소가 들려왔다. 어떻게든 도망치려는 내 모습을 보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나 보다. 개쓰레기 새끼.
어차피 나는 저항은 할 수 없다. 피할 수도 없다. 떼어낼 수도 없다. 도망칠 수도 없다.
남자는 그걸 알기 때문인지, 여유롭게 내 허리를 붙잡고 하려던 대로 삽입을 계속하려 했다.
하지만 아주 살짝, 우리 둘 사이에 틈이 생겼다. 지금 내 두 발은 단단하게 땅을 딛고 있다. 뻗을 수 있다.
남은 건 이제 운에 맡기는 수 밖에 없다.
“웁!”
그리고 나는 그대로――바닥을 세게 밟았다.
콰-앙!
“뭐......?!”
지하철에 커다란 진동이 울렸다. 단순한 발구름에 이런 결과가 생길줄은 예상 못했는지, 남자가 숨을 삼키며 놀라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맞아 떨어진 예상에,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 뒤의 남자를 향해서는 반항을 할 수 없다. 스킬도 쓸 수 없다. 그러나 그 외의 것에는...가능하다!
‘아직 부족해.’
아직 이 녀석의 스킬은 깨지지 않았다. 조금의 틈을 만들었을 뿐이다.
나는 녀석의 손을 피해 바닥에 쓰러지듯 엎드렸다. 양 팔은 내가 입고 있던 티로 구속되어 있지만, 상관 없다. 그대로 들어올려――바닥을 향해 세게 내리쳤다!
쿠구우우우우우웅!!
“우옷?!”
지하철이 조금 전보다 훨씬 크게 흔들렸다. 뒤에 선 괴인이 휘청하는 게 느껴졌다.
동시에 들려오는 안내음성.
“너, 이 새끼... 잘도 했겠다~~~~~~!”
“자, 잠깐!”
나는 단숨에 안대와 볼개그를 벗어던지고, 뒤를 돌아봤다. 깨져가는 회색의 벽 안에서, 평범한 남자처럼 생긴 괴인이 놀란 듯 눈을 깜빡이고 있다.
나는 사납게 웃으며,
“뒈져라 변태새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앗!!!!!”
허리를 비틀며 온 힘을 다해 괴인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괴인은 그대로 날아가, 지하철의 유리창을 깨부수며, 마침 지하철이 지나던 한강 저 너머로 사라졌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게 뭐냐. 저딴 썅놈의 자식.
유두에 붙여진 로터가 부우우웅- 하고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