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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는 악에게 굴복하였습니다-5화 (5/172)

〈 5화 〉#2 여자한테 멋대로 손을 대는 놈들은 죽어도 싼 쓰레기라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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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날아가버린 괴인. 위기를 벗어난 케이.

몰래 지켜보던 쿠키는 반쯤 실망했다.

그도 그럴게 제대로 가르친 것도 없고, 멋대로 노예처럼 끌려다니다 적당히 마력이 텅 빌 때 쯤에 풀려나거나 할 줄 알았는데.

그보다 케이 저 녀석도 저 녀석이다.

마법소녀가 된 주제에 물리공격이라니 뭐냐고.

거기에 그렇게나 마력을 빨리고서도 지하철을 뒤흔들 정도의 힘에다, 지금도 마력이 고갈되거나 그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생각 이상으로 거물이었냥?’

애초에 재능도 잠재력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같은 버그 같은 기능을 끼워줬다. 케이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쿠키가 골라온 유망한 녀석들에게는 전부 이 기능을 끼워넣었다.

이른바 밸런스 패치.

일부 마법소녀가 너무 강할 경우, 메크라크의 입지가 없어지므로 이러한 세심한 조정을 통해 밸런스를 맞춘다. 마법소녀가 너무 약해서 메크라크에게 일방적으로 당할 경우엔, 새로운 마법소녀를 선정하는 것으로 밸런스를 맞춘다.

그러나 케이는 지금 이대로도 너무 세다. 이래선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저 녀석은 좀 더 조정이 필요하겠는데냥.’

쿠키는 남몰래 그렇게 생각하며,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스르륵- 사라졌다.

* * *

전력으로 날린 주먹에 맞은 괴인은, 지하철 창문을 뚫고 저멀리 날아가버렸다. 다행히 마침 한강 위를 지나던 덕분이라 강 위로 떨어졌을 테지만, 지하철 통로 벽에 처박혔다면 끔찍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뒷차량의 승객분들께 보여드릴 뻔 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어, 어쩌지...?’

나를 감싸고 있던 벽이, 괴인이 날아간 순간 금이 가면서 점차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하며 옷을 끌어올리려했지만, 상의는 조금 전의 일로 반쯤 찢어져 버렸고 속옷 상의는 바닥에 떨어져있다. 팬티는 허벅지에 걸려있는 데다, 보지에서 흘러내린 애액이 발목까지 적신 상태다.

이대로 벽이 사라져버리면, 내 부끄러운 치태가 고스란히 보여버리고 만다!

시시각각 무너져가던 회색 벽 안에서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손을 움직였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리고 말았다.

제대로 옷을 집어들어 몸을 가리기도 전에 벽은 사라져버렸고, 머리가 새하얗게 된 나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코스튬 해제!”

안내음성이 알려줬던, 코스튬 해제 방법.

이것저것 생각할 틈이 없어, 정말 반사적으로 외쳐버렸다.

그러자 내가 입고 있던 옷이 희미한 빛에 휩싸여 사라지고, 코스튬을 입기 전 차림새로 돌아왔다. 집에서 입던 차림새 그대로다!

‘사, 살았나.’

가까스로 반라의 몸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일은 면했지만, 그래봐야 입은 건 아슬아슬하게 허벅지까지 가리는 커다란 티. 아래에는 속옷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전혀 나아진 게 없어!

이대로 어떻게 집에 가!

패닉에 우왕좌왕 하던 때였다.

또 다시 안내음성이 흘렀다. 조심조심 주변을 돌아보자, 사람들은 깨져버린 지하철 창문에 놀라며 소동을 일으킬 뿐 꼴사나운 차림의 나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전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또 괴인인가?! 하고 당황했지만,

“......이쪽으로 와주세요.”

“어, 어...? 응?”

타박타박 무심한 얼굴로 가까이 온 여성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안경을 쓴, 아직 앳된 티가 남은 여성이었다. 키는 여자가 되어 줄어들은 지금의 나보다도 머리 하나는 작다. 고등학생, 혹은 많아 봐야 이제 막 성인이 된 여성, 혹은 소녀. 손에는 30cm쯤 되는 묘하게 꼬인 나뭇가지 같은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지하철이 다음 역에 정차하자, 나는 누구인지 모를 안경녀에게 손을 이끌려 역 밖으로 나왔다.

* * *

“사, 살았다....”

안경녀의 도움으로, 나는 겨우겨우 근처의 쇼핑몰에서 옷을 구입해 나올 수 있었다. 그래봐야 헐렁한 티와 바지에 속옷을 제대로 갖춰 입었을 뿐이지만,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복장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안심이 될 수가 없었다.

“......가볼게요.”

“어? 아, 고마워!”

안경녀는 스르륵 발소리조차 내지 않고 멀어져갔다.

신기하게도 RPG나 소설에서 나올법한 전형적인 마법사 같은 로브에다 모자까지 쓴 차림이었는데,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녀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 본인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내게 해준 것처럼 스킬로 몸을 가리고 있는 걸까.

......도대체 뭐지 쟨? 나랑 같은 마법소녀?

“패잔병이다냥.”

“끼약?!”

갑작스레 들린 목소리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쿠키였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을 보듯 쳐다봤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한복판에서 갑자기 미친년마냥 소리를 지르면야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는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 보고 가지만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요상한 인형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안 보이는 건가?

“잠깐 실례하겠다냥.”

“어, 어, 뭔데?”

불쑥 나타난 쿠키는 다짜고짜 내 이마에 손을 대더니, 흠흠,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안내음성이 들려왔다.

어, 이런 기능도 있었어? ‘마력운용’이라면 변신해 있을 때, 접촉하는 것만으로 벤치를 부숴버리거나 손잡이를 산산조각낸 그거지?

수동으로 바뀌었다면, 이제 더 이상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자, 수동으로 설정해놨으니 실수로라도 멋대로 기물을 부수거나 사람을 터뜨리거나 하진 않겠지냥.”

“이런 게 있었으면 빨리 해달라고... 오늘 하루 내내 얼마나 초조했는데....”

“니가 못난걸 왜 남탓을 하냥.”

나는 쿠키를 째려봤지만, 쿠키는 태연하게 내 이마를 다시 한 번 톡톡 두드릴 뿐이었다.

어?

“실수로 바꿨다가 사고치면 큰일이잖냥.”

“어린애도 아니고, 굳이...?”

“나름의 밸런스 패치다냥.”

“응?”

“아무 것도 아니다냥. 혼잣말이다냥.”

갑자기 수동으로 바뀌었는데, 수동이라고 해도 느낌이 확 오지 않았다. 마력 같은 걸 느껴본 적이 있어야지. 조금 전까진 ‘자동’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힘을 써서 괴인한테서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수동인 경우엔 어떻게 될지....

뭐, 또 변신해보면 알겠지.

“그런데 쿠키 너 임마, 어디 있었던 거야?!”

나는 분노하며 외쳤다. 남을 멋대로 마법소녀 같은 걸로 만들어놓고 방치하다니.

니 뭐니 이상한 기능도 그렇고, 아무 것도 모른 채 내던져져서 괴인한테 능욕당하고...!

치한이라니!

치한이라니...!

우와앙~ 더럽혀졌어~~~!

내가 촉촉해진 눈으로 쿠키를 노려보자, 쿠키는 태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한테도 개인시간 정도는 있다냥. 내가 너한테 24시간 붙어있을 이유가 없잖냥. 네가 무슨 연예인이냥? 그 정도로 가치가 있냥? 내가 그렇게 해줘야 되냥? 주제 파악을 좀 해달라냥. 민폐임.”

“.......”

“아야야야, 포, 폭력 반대다냥. 나처럼 귀여운 마스코트를 이렇게 무자비하게 죽죽 잡아 늘이는 게 어딨다냥. 아야야야. 소, 솜이 빠져나온다냥. 뭔가 나와선 안 될 것도 빠져나올거라냥! 그만두라냥!”

“패잔병이란 건 싸움에서 물러난 마법소녀다냥.”

혼자서 팬터마임,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지껄이는 모습을 이 이상 보일 수가 없어서, 일단 사람이 없는 공원으로 이동했다. 가능하면 사람들에게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패잔병이라니, 무슨 뜻인데?”

“그 정도 단어도 모르다니 그래놓고 당당하게 성인이라고 말하는 거다냥? 안 부끄럽냥? 책 좀 읽으라냥. 책을 안 읽으면 TV라도 보라냥. 아니 그 정도 단어도 모르는데 나 같으면 숨 쉬는 게 미안하겠냥.”

“.......”

“아, 아야야야. 포, 폭력 반대다냥. 잘못했다냥. 농담이다냥. 그런 뜻으로 물은 게 아닌 거 안다냥! 찌, 찢어져~~~~!”

쿠키의 말에 의하면, 패잔병이란 건 단순히 싸움에서 져버린 마법소녀를 뜻하는 게 아니었다.

거듭된 패배로 인해 싸움을 거부하는 마법소녀. 혹은 전투능력이 없는 마법소녀들.

직접 괴인과 싸울 힘은 없으니, 적어도 다른 마법소녀들을 보조해주는 것으로 책무를 다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조금 전, 반라를 보이기 직전이라 곤란한 상태였던 나를 도와 몸을 숨겨준다던가.

“왜 그렇게 하는 거야? 이득이 있나? 계속 월급 받으려고?”

“계약을 한 마법소녀들은 근처에 괴인이 나타나면 강제로 변신한다냥. 강제로 변신한 경우엔 해제하려면 할당량의 일을 해야하고... 그런 거다냥.”

“헤에, 그렇구나.”

응.

..................계약?

“난 계약 같은 거 한 기억 없는데.”

강제로 떠맡겨졌지만.

“무슨 소리다냥. 여기 계약서 있다냥. 자, 여기 네 사인도 있다냥.”

쿠키가 허공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빽빽한 글자가 가득한 계약서 다발의 한구석에, 익숙한 사인이 그려져있다.

“난 그런 거 본 기억도 쓴 기억도 없는데.”

“당연하다냥. 위조했으니까냥.”

“당당하네 너?!”

“요즘 시대에 이렇게 베끼기 쉬운 사인도 없겠다냥. 역시 호구다냥. 깔깔깔.”

쿠키를 붙잡아 사지를 찢어버리려 했지만, 학습한 것인지 이번엔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저 썩을 놈!

“아무튼 넌 나름 힘이 있는 거 같으니 그런 패잔병이 될 생각은 하지 말라냥. 빨리빨리 포인트를 벌어서 해방돼야지 않겠냥. 원래 남자인 녀석의 패기를 보여달라냥.”

“그 녀석들도 다 남자들일텐데 나만 패기를 보여서 뭐해....”

“응? 무슨 소리다냥? 마법소녀들은 여자다냥.”

“아니, 그야 지금은 여자지만 지금은 남자....”

“아까 본 애는 원래도 여자다냥. 남자 주제에 마법소녀를 하는 특이한 놈은 너를 제외하면 극소수다냥.”

......................

.............................................

..............................................................................................................뭐?

“머리가 나쁘다냥. 남자가 마법소‘녀’ 같은 걸 하는 일이 많겠냥. 상식이 없는 거냥.”

“난 네가 억지로 시킨거잖아!”

“말을 정정하겠다냥. 시킨다고 하는 너 같은 호구가 많겠냥.”

“진짜 죽여버리겠어 이 새끼!?”

아무래도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보다 쿠키 이 개삐삐가 나한테 제대로 설명을 안 했다. ‘여자를 마법소녀로 만들면 큰일이니까 남자를 마법소녀로 되겠네!’ 같은 엿 같은 소리나 지껄였으니 마법소녀란 건 전부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잘 생각해보면 이 멍청한 놈이 그딴 멍청한 생각을 하기 전에는 정상적이고 상식적이게 여자애들이 마법소녀 노릇을 하고 있었겠지.

뭐랄까 악질 사기꾼 같은 수법이네. 거짓을 말하진 않았지만 전부 말한 것도 아닌, 그런 느낌.

알았든 몰랐든 난 이미 강제로 마법소녀가 되어버렸지만. 씨...ㅂ.......

하여튼 전부 쿠키 이놈이 문제야....

“어쨌든 첫 괴인퇴치 축하한다냥. 포인트가 들어왔으니 마음 동하면 쇼핑이나 해보라냥.”

피곤하다. 일단 당초의 목표였던 담배와 옷도 샀겠다,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 * *

괴인 007은 필사적으로 한강을 헤엄쳐 육지로 올라왔다. 진짜 죽을뻔 했다.

맙소사. 지하철에서 치한 짓으로 안정적으로 마력을 보급하던 그였는데,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그는 나름 베테랑 괴인이었다. 전철에서의 치한 짓은 수수하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고, 거기다 자신의 필드에만 들어오면 어떤 강력한 마법소녀라도 손쉽게 타락시킬 자신이 있었다. 종점이 없는 2호선 열차에서 상대가 기절하는 것도 아랑곳 않고 하루 종일 능욕한 후 운행이 중지될 즈음에 한구석에 버려두고 도망친 적도 많다.

덕분에 그의 괴인 레벨은 상당히 높았으며, 수수한 짓이라곤 해도 깔보는 녀석은 아무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자신이, 한 방에 나가떨어지다니.

‘아니, 아냐. 그런 것보다.’

자신을 날려버린 그 여자. 그 마법소녀의 마력만큼 감미로운 맛은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이만한 괴인 레벨에도 그 잠깐 마력을 빨아먹은 것으로 레벨업 해버렸다. 그렇지 않았다면 방금 그 일격에 날아가는 게 아니라 그냥 산산조각이 나버렸을지도 모른다.

질좋은 사냥감을 찾았다.

그 여자만큼은 반드시 붙잡아서, 끝까지 능욕해주겠다.

괴인 007은 의욕을 불태우며, 비틀비틀 어두워져가는 거리속으로 사라졌다.

* * *

쏴아아아-

집에 돌아온 나는 바로 샤워부터 했다. 치한 괴인에게 여기저기 만져진 데다 땀투성이고, 무엇보다 뭔가 끈적한 것이 허벅지 부근에 눌러붙어 찝찝했기 때문이다.

탄력있는 피부에 물이 튕긴다. 나는 물끄러미 내 몸을 다시 내려봤다.

한국인치고는 나름 큰 편에 속하지 않을까 싶은, 부풀어오른 가슴. 허전한 아래. 군살 없는 지체....

멍하니 치한 괴인의 손길을 떠올려본다.

만졌을 때, 기분 좋았지....

어느샌가 눈치채고 보니, 자신의 손으로 유륜을 쓰다듬고, 한 손으로는 음부를 슬쩍슬쩍 더듬고 있었다. 손에 닿는 가슴의 탄력이, 뭐라 말할 수 없는 배덕감이 미묘하게 오싹오싹한 감촉이 척추를 타고 머리를 울렸다. 이게 여성으로서의 감각인 걸까.

응.......

껍질을 벗기고 클리토리스도 직접 만져볼까 했지만, 고개를 휘휘 젓고 그만두었다. 무슨 짓이람. 변태도 아니고.

하지만 그런 걸까.

악의 조직과 싸운다는 건, 조금 전 같은 경험을 계속하게 되는 걸까.

온 몸을 더듬어지고, 어쩌면 그 이상의 행위도 당하고.

굴복하고, 굴복하고, 굴복하고, 굴복해서... 쾌락에 잠기는 걸까.

‘아니, 진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

하여간 이 몸이 되고 계속 이상하다.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으며 머릿속에 든 생각을 떨쳐내려 했지만, 멍한 머릿속에서는 지하철에서 느꼈던 쾌감이 계속해서 멤돌았다....

이름: 케이

코스튬:

마법:

특성: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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