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3 마법소녀는 치한 괴인에게 굴복해버렸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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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라고 할까 여자가 된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까놓고 말해 그동안 그다지 별 일은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기엔 대략 세 번 정도 호출이 있긴 했지만, 이것도 저것도 무난하게 처리한 덕분에 문제가 되진 않았다.
...첫 번째 호출 때는 큰일이 날 뻔도 했지만.
――‘나는 촉수 괴인이다! 여자들을 묶고 능욕하고 희롱해서 마력을 마구마구 빨아주마!’
라면서 꾸물꾸물한 촉수를 뻗던 녀석이 나타났는데, 정면에서 괴인을 맞는 건 처음이고, 편하게 집에서 뒹굴고 있는데 갑자기 호출이라면서 쿠키한테 끌려나오고 코스튬은 이상한 거로 변하고....
거기다 막상 싸우겠다고 서긴 했는데, 마력이란 걸 도통 쓸 수가 없어서 곤란했다.
‘마력운용Lv.MAX’란 게 있긴 한데, 문제는 쿠키가 ‘수동’으로 설정을 해버렸으니 전처럼 주먹질을 한다고 막 적이 터져나가거나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엄청나게 고전하고 그대로 미끈미끈한 촉수에 관통되버릴 뻔 했지만, 위기 상황의 괴력이라고 할까, 번뜩 떠오르는 대로 주먹을 휘둘렀더니 괴인이 그대로 터져버렸다.
감을 잡은 것이다. 마력이란 걸 어떻게 쓰면 되는지.
그 뒤로는 두 번째, 세 번째 오던 괴인들도 손쉽게 격파하며 점점 마력이란 걸 쓰는 데 익숙해져 갔다.
가끔 뒤에 있던 쿠키가 “밸런스...” “치트냐....” 같은 말을 혼자 중얼거리는데, 수상한 녀석이다.
어쨌든 여기까지 별 문제없었고, 나는 나름 자신감에 차 있었다.
* * *
“......마력을 다루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닌데냥.”
어두운 밤. 케이가 쿠하~하고 잠이 든 틈에 숨어든 쿠키는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정말이지 이 녀석은 비상식적이다. 마력이 많아 보여서 나쁘지 않은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열어놓고 보니 지나치게 재능이 넘쳤다. 마법소녀가 천직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그렇다면 곤란하다는 점이다. 지금 메크라크 쪽에서는 단번에 베테랑 괴인들을 셋이나 잃어서 소동이 일어났다.
하급도 아니고 베테랑 괴인인데.
그걸 한주먹에 처리해버리는 신입 마법소녀.
이미 밸런스 따위 파탄나버렸다. 밸런스의 요정이나 다름 없는 쿠키로서는 굴욕이다. 애초에 신입 마법소녀 따위, 첫 번째 출격 때 쯤 상태를 보고 가끔 찾아오는 정도만 해야하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녀석을 확인한다고 최근 거의 매일 같이 붙어있다.
쿠키는 한숨과 함께 곤히 잠든 케이의 이마에 손을 댔다.
미친.
관리자 권한으로도 조작이 불가능하다니, 도대체 이 녀석 정체가 뭐야?
‘이런 녀석 마법소녀로 만드는 게 아니었냥...? 아니다냥. 그만큼 따먹으면 어마어마한 마력을 보급해줄 수 있을텐데냥. ......응?’
쿠키는 별안간 괴인의 기척을 느꼈다.
이 시간이면 괴인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이기는 하다. 바로 근처인 만큼 다른 마법소녀가 오기 보다 케이를 깨워서 물리치는 편이 낫겠지.
‘그런데 이 기척, 느껴본 적 있는데냥.’
일주일 전 지하철의 치한 괴인. 그 녀석의 기척이다. ......흠흠, 레벨이 높아졌냥.
그러고 보면 치한의 상위 스킬은――
‘호. 좋은 생각이 났다냥.’
번뜩였다. 쿠키는 음흉하게 켈켈켈 웃었다. 남은 건 멍청한 괴인들이 내 조언대로 움직여주느냐인데....
‘일단 가기 전에.’
쿠키는 다시 케이의 이마에 손을 댄 채 몇 가지 설정을 손 보고, 그제야 스르륵 밤의 어둠 속으로 빠져나왔다.
* * *
“일어나, 일어나라냥. 호출이다냥.”
심야. 내 몸을 흔드는 쿠키의 목소리에 잠이 깼다.
“어우...... 2시잖아... 야근 수당도 안 주면서....”
“너 낮잠만 12시간 잤다냥. 이 한심한 인간아.”
“그랬네.”
그보다 호출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다. 괴인 같은 거 후딱 해치우고 편하게 자도록 하자.
입고 있던 옷이 빛나며, 입자가 되어 모습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이 광경도 이제 슬슬 익숙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코스튬에, 나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야, 야...... 뭔 생각이야?! 이건 뭔데~~~~?!”
새카만 끈 팬티에 간신히 가슴 앞을 가리는 새카만 브래지어. 그리고 그 위를 덮는 망사 스타킹 같은 유니폼....
최초로 변신했을 때의 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머리에 씌어진 고양이 귀 헤어밴드와 엉덩이에 꽂힌 고양이 꼬리 같은 애널비즈가 확고하게 존재감을 주장하고 있었다.
이게 뭐야?!
고양이?!
파렴치하다!
“코스튬 셀렉션은 랜덤이다냥. 나한테 말해도 어쩔 수가 없다냥.”
쿠키가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자, 잠깐만... 그럼 최소한 뭔가라도 걸쳐야....”
미친 거 아냐?!
무슨 소리야 그게?!
“자, 자, 어서 출발하라냥. 어서 저 괴인들을 물리치지 않으면 코스튬 해제도 할 수 없다냥.”
“자, 잠깐만... 그래! 코스튬 체인지! 코스튬 체인지 시켜줘!”
“왜?! 그 횟수 어떻게 보충되는 건데?!”
“자, 자, 어서 출발해라냥.”
어쩐지 즐기는 듯한 쿠키를 원망스럽게 노려보고, 나는 옷장에서 커다란 바바리 코트를 꺼내 입고 창문 밖으로 뛰쳐나왔다.
’마력운용’으로 강화된 신체는, 밤하늘을 가르고 목적지를 향해 단숨에 달려나간다.
이름: 케이
코스튬:
마법: , ,
특성: , , , ,
상태:
* * *
“비비(마법소녀)...! 비비비비(오늘이야말로 끝장을 내주마!)”
“못 알아들어!”
퍼억!
최근 자주 보게 된 전신 쫄쫄이 슈트를 입은 양산형 괴인을 발로 차 날렸다. 괴인은 벽에 부딪치혀 신음소리를 흘렸지만, 비틀거리면서도 몸을 일으켜세웠다.
원래라면 킥 한 방이면 무력화시킬 수 있었을 텐데, 바바리 코트를 입는 바람에 힘이 많이 약해진 게 눈에 보였다.
도대체 뭔데!
강해지려고 입는 코스튬인데 되려 약체화라니!
“메리트가 큰 코스튬은 그만큼 페널티도 있는 법이라냥. 상태창은 제대로 확인했냥?”
“그야 오면서 확인했는데....”
일어선 쫄따구 괴인의 머리를 다리로 붙잡고, 양 손으론 땅을 짚고, 몸을 유연하게 비틀며 그대로 바닥에 내다꽂았다.
프랑켄슈타이너!
인터넷에서만 보던 레슬링 기술을, 완벽하다고는 못해도 모양새는 낼 수 있었다. 몸이 고양이가 된 것처럼 가볍고 유연해서 할 수 있었던 묘기다.
확실히 페널티만큼의 메리트는 있는 모양이다만....
“그래서 얼마나 더 있는 거야?”
“난 대략적으로 괴인의 기척만 아는 거다냥. 지금은 네가 더 잘 알텐데 냥.”
그 말대로, ‘짐승의 오감’ 특성을 가진 지금은 주변의 기척이 손에 잡힐 듯 보였다. 나를 향한 적의도 마찬가지.
바바리 코트로 약체화된 상태에서도 이 정도면, 풀 퍼포먼스가 가능할 때는 어디까지 감각을 확장할 수 있는 걸까. 엉덩이의 고양이 꼬리가 꾸물텅 움직였다.
“......야, 이거 뽑아줘.”
감각이 민감해지니, 엉덩이에 꽂힌 애널비즈가 괜스레 신경 쓰였다. 아니어도 신경 쓰였을 테지만. 어쨌든 불편하다. 내 손으로 뽑아내면 좋을 텐데, 코스튬은 내 손으로는 벗을 수 없다는 게 흠이다. 덕분에 머리 위의 고양이 귀 밴드도 그대로다.
“싫다냥.”
“싫어? 죽을래?”
“음...... 그럼 요정은 코스튬을 손댈 수 없다, 이런 변명은 어떻냥?”
변명이라고 말하는 시점에서 이미 답이 없다만. 아무래도 이 삐딱한 요정은 나 좋은 일은 필사적으로 해주기 싫은 모양이었다.
“쯧... 끝나고 보자, 너.”
“도망가야겠다냥.”
이 괴인은 미끼였는지, 공원 한복판에 서 있는 나를 향해 어둠 속에서 한 명, 한 명 다가오기 시작했다. 생긴 건 모두 똑같은 양산형 괴인들. 만전 상태였다면 한주먹이었지만, 지금 상태로도 못 쓰러뜨릴 건 아니다.
나는 단숨에 뛰어들어, 막 싸움을 시작했다.
.....................정말 이제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생각하던 마법소녀랑은 다르지? 이거.
덮쳐드는 양산형 괴인들을 모두 쓰러뜨리기까지 약 10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약해진 것도 약해진 거지만, 쓸데없이 맷집이 강한 것과 물 흐르는 듯한 팀워크가 상당히 성가셨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국 압도적인 힘 앞에 전부 쓰러져버렸지만.
“평소 하는 것처럼 완력으로 터뜨리는 건 안 될 것 같고....”
상태창을 확인하고, 이래저래 시험해 본 결과 손에 칼날 같은 손톱을 세울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짐승화’인지 ‘파괴의 고양이’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괴인들의 숨통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괴인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완전히 거부감이 없어졌다.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보다, 쿠키의 말대로면 이 녀석들은 죽는 게 죽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괴인은 데이터로 구성되어 있어서, 죽더라도 메크라크의 클라우드에 기억은 남는다고 한다. 그 기억과 데이터, 그리고 마력을 이용해 몇 번이고 부활시킬 수 있다고 하니, 이젠 죽이는 데 별 다른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심지어 이놈들의 시체, 죽고 나면 얼마 안 있어 그냥 사라져버리고.
나는 쓰러진 양산형 괴인들의 신체를 칼날 같은 손톱으로 하나하나 찔러 죽였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괴인들의 시체가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이렇게 물리쳐봤자 다시 살아난다니, 조금 허무한 느낌도 든다. 마력을 빼앗기는 것보다 많이 죽이면 언젠가 완전히 근절할 수도 있겠지. 아니, 애초에 나는 계약만 해지하면 된다. 괴인이 다시 살아나든 말든 나랑은 상관 없다.
“돌아가자, 쿠키.”
“내가 왜 네 집에 가냥? 나도 내 집이 있다냥.”
“.......”
“아, 아야야야야. 포, 폭력 반대! 그, 그리고 아직 남았다냥! 괴인 반응이 있다냥!”
? 그렇게 말해도 내 오감에 잡히는 건 없다.
의아하게 주변을 둘러보는 데, 별안간 아무도 없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불쑥 솟아나왔다.
어라...?
“오랜만이군.”
평범한 남자처럼 보이는 남자가 손을 휘적휘적 저으며 인사했다. 나는 눈썹을 찌푸리며 그 남자를 노려보았다.
이런 상황에 나타났단 건 평범한 사람은 아닐테고, 괴인일 텐데, 어쩐지 낯이 익다. 아, 그래. 지하철에서 만난 치한 자식이다.
그렇군. 저 녀석의 능력 ‘치한의 영역’이라면 지금까지 몸을 숨길 수 있었던 것도 이해가 간다.
“살아있었냐. 아니면 다시 살아난 거야?”
남자는 대답없이 그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살아남았던 건가 보다.
어쩌냐, 불쌍해서. 이번에야말로 죽겠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컥.”
퍽, 하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어느 샌가 남자는 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뭔가를 던진 후의 자세라는 걸 깨닫기까지, 조금 걸렸다.
신음을 흘린 건 옆에 떠있던 쿠키였다. 툭, 바닥에 떨어진 쿠키는 배 한복판에 거대한 쇠꼬챙이 같은 게 꽂혀있었다.
쿠키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부들부들 떨고 있다. 솜만 채워져 있는 줄 알았는데, 피 같은 것도 흘리는 구나. 손가락 끝부터 시작해서, 차츰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져갔다.
솔직히 쿠키가 찔렸어도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쿠키 녀석, 나한테는 웬수와 다름 없었으니까.
강제로 나를 마법소녀로 만들지 않나, 코스튬은 이상한 걸로 변신시키지 않나, 맨날 빈정대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쓸데 없이 거만한 것도 아주 그냥 사지를 잘게 찢어버리고 싶어질 정도다.
여기서 죽는다고 해도 진짜로 별 감흥이 없을 거다.
“......야, 괴인.”
“......?”
내 목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낮게 깔린 목소리가 공원에 울렸다. 단순한 중얼거림일 텐데, ‘마력’이란 게 담겨 퍼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치한 괴인은 몸을 움찔 떨었다.
무슨 말을 할까. 애초에 난 지금 뭘 바라는 거지. 한참 생각에 잠기고, 생각나는 대로 내뱉기로 했다.
“씨ㅂ...... 편히는 안 죽인다, 너.”
나는 내가 츤데레란 걸 깨달았다.
* * *
‘......잘 속네.’
역시 호구다. 쿠키는 바닥에 누워 쓰러진 채 생각했다. 의 요정이니까 빛의 입자로 사라지는 것처럼 속이는 정도야 손쉽다. 입에서 흘리는 피는 연출용 가짜 피를 쓴 것뿐이고. 배가 좀 찔린다고 죽지는 않는다. 애초에 이 꼬챙이, 자신이 가공해서 저 괴인에게 건네준 거다.
이로써 케이는 냉정함을 잃을 테지. 오로지 그걸 위한 연출이다. 혹시나 지금 상태로 저 괴인을 쓰러뜨리는 건 무리, 같은 말을 하면서 도망쳐버리면 난감하니까.
예상한 대로 케이는 분을 내며 괴인에게 달려들고 있다.
호구 녀석.
쿠키는 그런 케이를 바라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 * *
처음에는 고양이의 유연한 사지를 이용해 사각에서 공격하려 했다. 그러나 괴인은 어떤 공격이든 견실히, 침착하게 막아나가는 바람에 유효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양상형 괴인들과는 다르다.
다음에는 낭창낭창한 다리를 채찍처럼 휘둘러 다리를 걸려고 했으나, 괴인은 한걸음 물러나는 것으로 손쉽게 피했다.
‘저번에는 더럽게 약했는데!’
뭐랄까, 일전에 느꼈던 것과는 ‘기백’ 같은 게 달랐다.
거기다 문제는 자신에게도 있다.
“느려...... 썅...!”
생각하는 타이밍보다 한 타이밍 늦게 내 팔다리가 닿는다. 한 번 도약할 때 닿는 거리가 짧다. 몸이 무겁다. 주먹이 닿아도, 예전처럼 단번에 날려버리거나 부숴버리는 파괴력도 없다.
으로 인해 이것도 저것도 능력치가 뚝뚝 떨어져있다.
“으, 아아아아아아아아아!”
기성을 지르며 손을 휘둘렀다. 평범한 주먹이라 생각했는지 지금까지와 비슷한 간격으로 피하려던 괴인은,
“음?”
황급하게 세발자국 더 뒤로 물러났다. 내 공격은 허무하게도 허공을 갈랐지만, 괴인의 소매가 살짝 잘려나갔다.
“손톱... 고양이....”
괴인이 중얼거린 것처럼, 내 손에는 칼날 같은 손톱이 나 있었다. 고양이 귀나 꼬리 같은 액세서리를 보면 고양이라고 유추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겠지.
“씨발! 그냥 맞으라고 좀!”
“싫어.”
다시 한 번, 이번에는 양손에 손톱을 세우며 날렵하게 달려들었다.
괴인은 내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며, 반격하듯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이 향하는 곳은――내 가슴!
유연하게 허리를 뒤로 젖혀 손을 피하고는, 다리를 채찍처럼 휘둘러 차날린다. 그러나 그 역시 괴인은 피해내며 이번엔 내 음부를 향해 손을 뻗었다. 톡, 톡, 파쿠르를 하듯 뒤로 구르며 그 손길을 피해냈다.
‘저 새끼... 노리고 있구만.’
내 특성인 를 노리는 게 분명하다. 저 녀석의 손이 내 성감대에 닿으면 더 이상 저항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그리고 아마 그게 맞다.
“후우.”
나는 각오하기로 했다. 이대로면 리스크가 너무 크다. 싸우는 건 좋지만, 이쪽은 유효타를 먹여도 단번에 무력화 시키긴 어렵지만 상대는 내 몸에 손만 닿아도 나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차라리 도망가는 것도 방법이겠다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도망가는 것도.’
본래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생각하겠지만, 쿠키가 죽어버렸다. 친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복수 정도는 해주고 싶다. 조금의 쪽팔림 정도야, 애초에 원래 내 몸도 아니고 이제 와서 부끄러워하는 것도 그렇다.
나는 결심하듯 심호흡을 하고,
“진심으로 간다!”
위에 걸치고 있던 바바리 코트를 벗었다.
요염한 검은 속옷 위에 남성의 욕망을 부추기는 망사 슈트를 덧입은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동시에 대기마저 떨릴 정도의 폭발적인 마력이 내 몸에서 터져 나왔다. 안내 음성이 에 의한 능력치 제한이 거의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좋다, 이 정도면 원큐로 보내버릴 수 있겠다.
나는 자신만만하게 괴인을 바라봤고,
괴인은 지그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