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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는 악에게 굴복하였습니다-34화 (34/172)

〈 34화 〉#10 마법소녀는 괴도에게 굴복했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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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괴인은 허접한 놈이었을 텐데, 조각만으로 저 정도로 진화하다니요... 대단하군요....”

“시험해볼 겸 굴러다니던 괴인한테 대충 던져줬는데, 괜찮은 결과지냥?”

괴인 포르치니 킹이 나타났던, 지금은 완전히 얼어붙은 거리를 내려다보는 인물이 있었다.

광대를 연상케하는 가면, 마술사 같은 복장.

그는 가면 너머로 지금 막 되돌아온 케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저한테도 그 조각을 주겠다고요?”

“필요하냥?”

“준다면 받아드리죠.”

“부탁한 거는 들어주겠냥?”

“물론.”

쿠키에게서 둥실둥실 떠오르는 마석 조각을 받아들며, 가면의 괴인은 흔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홋호. 저 여자를 내 입맛대로 개조해주도록 하겠습니다... 이 몸의 무시무시함을 깨닫게 해주도록 하지요.”

* * *

“이......게, 뭐야...?”

나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며 모니터를 쳐다봤다.

말도 안 돼. 이럴 수는 없다. 이따위 현실은――말도 안 된다.

버섯 괴인과의 싸움에서 며칠이나 지났다. 싸우느라 거의 한나절이 지나있어서 한정 캐릭터 상품은 다 팔렸겠거니, 하고 반쯤 포기하고 있었지만, 가게 안에 있던 루비의 팬분들이 나를 위해 상품들을 보관해 준 덕분에 전부 구입할 수 있었을 땐... 감동이었지.

모두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한 몸에 받으며 훈훈하게 가게를 나올 수 있었다.

‘그 자식이 남긴 버섯은 아직 자궁에 있지만....’

이따금 자궁 안에 포자를 퍼뜨려서, 주체 못하고 몸이 달아오르는 경우가 있었지만... 일단 아직까진 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어떻게든 해야되는 데, 응....

그 뒤로 ‘루비파’의 사람들은 ‘블루문파’와 로 모인 동지, 라는 느낌으로 어쨌든 화해했다. 여전히 삐걱이는 분위기는 남았지만, 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모든 분쟁을 뛰어넘어 그곳에 있었다.

“역시, 루비파는 관대해. 쪼잔하게 계산해대는 ‘블루문파’와는 달라.”

알파와도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연락처 교환을 마쳤다. 같은 마법소녀, 거기다 같은 남자, 최종적으론 의 동료니까 가능하면 연결점은 만들어두고 싶었다.

그러나 이 녀석은 ‘블루문파’의 수장답게, 루비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감히 루비를 ‘이중성 싸이코년’이라고 말하는데, 역시 ‘항문 암퇘지 공주’인 블루문의 수장다운 말도 안 되는 견해를 신의 진리라는 양 외치는 꼴이 도저히 볼 수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언어도단, 을 사랑하는 자라면 결코 선택해선 아니될 수단이다. 하려면 말끔하게 루비처럼 봉이스피싱으로 적의 통장잔고를 0으로 만들거나, 집이 아니라 동네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 거나, 꽁꽁 묶어놓고 딜도와 미약으로 반성할 때까지 괴롭혀주는 편이 ‘루비파’답다.

Yes! My Love! 루비루비!

그렇게 해서 엘레강트한 의 팬답게, 우리는 매일 같이 커뮤니티를 통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내가 루비의 사랑스러움과 때묻지 않은 깨끗한 보지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마!]

[닥쳐! 블루문의 쿨한 매력과 항문을 쑤셔질 때만 볼 수 있는 평소와는 다른 연약한 모습... 그 갭에서 오는 미쳐버릴 것 같은 매력을 네 우동사리만 찬 뇌에 꽉꽉 밀어넣어주마!]

대충 이런 식으로.

그런 우리 둘의 설전에, 하나 둘 각자의 동지가 붙어 점차 과열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커뮤니티를 거의 양분할 정도로 극심한 토론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는데....

최근, 그 토론의 양상이 이상한데로 가고 있었다.

“이럴 수가... 루비파가 밀리고 있어...?!”

블루문파가 원인이 아니다. 블루문파의 인원들도 똑같이 밀리고 있었다. 그쪽에서도 하나둘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알파가 경악하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원인은 새로운 세력에 있다.

“레몬 옐로라니... 이 녀석은 그다지 인기가 없었을 텐데!”

위치걸 레몬 옐로. 루비, 블루문과 함께 메인 주인공을 맡은 위치걸 중 한 사람이다. 적에게 당해 가버리거나 할 때면 황금빛 오줌을 푸샤앗-! 하고 뿜어대는 모습이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러나 다른 루비나 블루문과는 달리 레몬 옐로는 그다지 인기는 없다. 레몬 옐로를 지지하는 팬들도 소수파... 마이너에 속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레몬 옐로도 나쁘지 않다. 나쁘지는 않지만, 성인용 애니에 맞지 않는 어린애스러운 체형은 결국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눈을 돌리게 했다. 레몬 옐로의 팬들이 마이너가 되어버린 것도, [페도 새끼들!]이나 [빈유성애자들!]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리게 된다.

“‘오줌싸개 레몬 옐로’... 이, 이 따위 영상에 루비가 밀리다니?!”

그러나 최근, 레몬 옐로를 지지하는 팬층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것도 저것도 전부 최신화 때문이다. 의 화수가 지나치게 많아서 나는 아직 중반부를 느릿느릿하게 보고 있는 정도지만, 얼마 전에 나온 최신화에서 레몬 옐로에게 씌어진 저주가 일시적으로 사라져, 누가 봐도 성인다운 모습으로 변신한 것이다. 전투 후에 저주를 억누르던 힘이 사라져 다시 어린애 체형이 되었지만....

그러나 그것만으로,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레몬 옐로는 단순한 어린애 캐릭터가 아니야!]. [기, 기다렸다고오오오!!], [양념 반 후라이드 반, 혹은 짬짜면 같은 기분... 어린애 체형과 성인 체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니!], [성인이 되어서도 빈유야! 빈유는 정의] 같은 정신 나간 의견들이 빼곡하게 올라오면서, 루비나 블루문 지지자들도 하나 둘 그 쪽에 꼬드겨지기까지 했다.

말도 안 돼.

이런 것, 용납할 수 없어...!

“그 오줌싸개가 루비보다 낫다니, 그 딴 거 용납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쾅! 쾅! 분노하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중립에 서있던 유라마저도, 내게 [언니... 저 요즘, 밥 먹을 때도 화장실 갈 때도 수업 들을 때도 잘 때도 레몬 생각 밖에 안나요....] 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현혹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말도 안 돼....

루비의 코어팬으로서 질 수는 없다.

어떻게든 만회해야 돼!

“일단 커뮤니티에 새 게시글을... 루비의 새하얀 보지의 위대함을 알릴 수 있는 게시글을 올려야――”

“하이하이다냥. 괴인이 나타났다냥. 출동이라냥.”

“닥쳐! 난 지금 바쁘다고! 72시간 뒤에 다시 나타나라 꼴뚜기 요정!”

“5초 안에 튀어나가지 않으면 네 자궁에 물건을 전이할까 하는 데 뭐가 좋겠냥? 사과? 배? 수박? 원하는 걸 고르라냥.”

“먹을 걸로 장난치면 안 돼앳!”

나는 문을 부술 기세로 밖으로 뛰쳐나왔다.

* * *

이번에 괴인이 나타난 곳은 F구. 내가 사는 곳에서 걸어서 10분이면 오는 가까운 장소였다. 변신해서 건물 위를 폴짝폴짝 뛰어서 오니 3분도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이번에 변신한 코스튬은 . ‘탐정’라는 말이 붙은 것처럼, 셜록 홈즈를 생각나게 하는 체크무늬 홈즈 모자에, 모자와 같은 갈색 체크무늬의 셔츠와 케이프를 걸친 코스튬이다. 한 손에는 탐정다운 돋보기까지 들려있다.

문제는 ‘섹시’라는 말이 붙은 덕분인지, 셔츠도 케이프도 가슴을 간신히 가릴 정도로 짧고, 하의는 상의에 맞춘 듯 베이지색 체크 무늬 팬티 뿐이고, 설상가상으로 상의는 가운데가 잠기지 않아 젖가슴 가운데가 훤히 드러나있다.

장난하냐.

이게 옷이냐.

요즘은 마법소녀 일을 하는지 코스프레 일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게 뭐야....”

어쨌든.

현장에 도착한 나는 아연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끔찍한 광경이었다.

버섯괴인처럼 기괴하게 거리가 변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괴인의 등장에 미처 도망가지 못한 사람들이, 절망이 담긴 표정으로 쓰러져있거나 하는 것이 보였다.

다만 바닥에 주저앉은 채, 바로 아래에 커다란 얼룩들을 만들고 있었다.

『이, 일어설 수가 없어...』

『움직이려 하면... 또 나온다....』

『이 나이에 오줌싸개라니... 노상방뇨라니, 말도 안 돼...!』

남녀를 불문하고 바짓가랑이나 치마를 푹 적신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민들.

그 끔찍한 광경에, 나는 저도 모르게 입을 가렸다.

“휘유~ 드디어 도착했습니까, 마법소녀. 일반인들에게서 마력을 뽑아내려니 지나치게 감질이 났습니다. 기다렸다고요?”

그렇게 말한 것은 가면을 쓴, 이상한 차림의 괴인이었다. 망토라던가 커다란 모자라던가는 마술사처럼도 보였고, 혹은 이야기 속의 괴도로도 보였다.

“이거... 네가 한 짓이야?”

“맞습니다. 이 괴도 괴인, 루판의 짓입니다, 홋호!”

어딘가의 괴도와 비슷한 이름을 대며, 루판은 정중하게 고개 숙였다.

진짜 마술사 같네... 일일이 행동이 과장된게.

“이런 끔찍한 짓을 하다니! 너희 메크라크인들은 마음이란 게 없는 거냐?!”

“마음? 마음말인가요? 농담하시는 건가요? 당신들은 가축이 변을 보는 데 일일이 신경을 써 주거나 합니까? 경멸합니까? 조롱합니까?”

인간을 가축으로 본다는 걸까.

“아, 하지만 마법소녀, 당신은 다릅니다. 제 소중한 마력 탱크니까요? 거기다 수많은 괴인들을 무찔렀다는 당신의 추태라면... 필시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면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히죽 웃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네가 쓰레기라서 안심이야.”

어쨌든 그렇게 대답해주니 고마웠다. 이제 아무 생각 없이 죽여버리면 되는 거니까. 나는 어서 돌아가서 레몬 옐로를 밀어낼 게시글을 올려야한다고!

“홋호! 괜찮겠나요, 마법소녀. 이 몸을 혼자 상대하겠다고요? 그러다 큰 일 날텐데요.”

“뭐야, 쫄았냐?”

“아니요. 환영합니다. 오히려 바라던 바니까요. 자, 오시죠! 홋호호호!”

자신만만하게 양 팔을 펼치는 괴인을 향해, 나는 바닥을 박차고 로켓포마냥 날아들었다.

“홋...?”

가면 괴인이 당황하는 게 보였다.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늦었지만!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망설이지 않고 가면을 향해 온 힘을 실은 주먹을 날렸다. 콘크리트벽이든 바위덩어리든 상관없이 산산조각내는 일격이다. 한 번 맞으면 버틸 수 있는 놈은 없다.

퍼-엉! 하는 파공음이 울려퍼지고, 나는 간단하게 사지를 휘저으며 조금 떨어진 위치에 착지했다.

치지지직... 로퍼 같은 모양새의 구두와 아스팔트 바닥이 마찰을 일으켜 새카만 자국이 남았다.

‘......뭐지, 손 맛이 없는데.’

가면은 쪼개졌지만, 그 아래에 있어야 할 괴인의 본체에 닿았다는 감촉은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산산조각 난 육편이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의심스런 표정으로 주변을 살펴보는데,

“홋호! 이거이거, 놀랐습니다. 들었던 대로 엄청난 괴력이군요. 속도도 상당하고.... 정면에서 받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겠네요.”

망토를 펄럭이며, 분명 아무도 없었던 그늘에서 가면 괴인 루판이 솟아나듯 나타났다.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순간이동...? 아니, 이거 뭐랄까, 마술 같네.

“마술사야?”

“본업은 괴인, 부업으로 마술사라던가 광대라던가 괴도 같은 걸 하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보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상관은 없지만.”

나는 다시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루판은 능청스런 태도와 함께 사라지는 바람에 헛손질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도망치지 말고 맞아, 이 쓰레기야!”

“......맞으면 죽습니다. 홋호!”

“죽으라고!”

“말이 안 통하는 분이신가....”

“닥쳐! 난 지금 이라던가 ‘레몬 옐로’ 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이딴 거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단 말야! 좀 그냥 순순히 뒈지라고! 민폐끼치지 말고!”

아우 열 뻗쳐!

요리조리 미꾸라지처럼 피하는 게 열 받아 뒤지겠다! 짜증스럽게 발을 몇 번 구르니, 아스팔트 바닥이 쪼개지고 튀어올랐다. 가면 괴인이 꿀꺽, 침을 삼키는 것처럼 보였다.

“듣던 대로 야만스럽군요. 저를 붙잡을 탐정의 태도로는 어울리지 않으니... 좀 얌전히 만들어드릴까요.”

“개뿔. 혀 깨물고 뒈져 관종새끼야.”

“......말뽄새하고는... 그딴 말투 쓸거면 탐정 복장하지 말라고요! 지금 아무리봐도 ‘탐정과 괴인’의 맞대결이라는 엘레강트한 상황이잖습니까?!”

화가 났는지 마구 외치는 괴도.

별...... 이런 거 좋아하는 놈인가 보네. 하긴 저 복장도 말투도 컨셉질이라고 하면 이해가 간다.

“야 임마. 부끄러움도 모르고 중2병 돋는 복장하고 있는 너랑은 다르게, 나는 그냥 우연히 걸린 거 뿐이거든? 입고 싶어서 입는 놈이랑 강제로 입혀진 놈이랑 상황이 같냐? 응? 너한테 맞춰주고 싶은 마음 없거든?”

케이프를 팔락팔락 흔들며 말해주자, 가면 괴인은 멍청하게 나를 바라보더니, 끝내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딴 꼬라지로 거리를 활보할 거면 조금쯤 부끄러워 했으면 합니다만... 물론 보기에는 좋습니다만.”

......그건 그런가.

생각해보니 단순히 노출이 많은 걸 떠나서, 팬티를 전혀 가리지 않은 상태인데 당당히 서 있는 나도 대단하다. 처음 마법소녀 됐을 때는 사람 눈 신경 쓰느라 꼼질댔을 텐데.

요즘 하도 이런저런 일이 많은 데다, 에서는 요런 차림새가 일상이니 그만 감각이 무뎌진 것 같다.

어디보자... 그러고 보면 1기 17화에서, 루비가 비슷한 상황을 자각하고, 분명 이렇게 말했었지?

나는 팔짱을 끼고,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린 오만한 자세로, 당당하게 외쳤다.

“내 아름다운 몸에 부끄러운 곳 따위 없으니까! 그러니 전혀 부끄럽지 않아! 알몸으로 훌라댄스를 춰도 전~~~혀 부끄럽――지........ 음.......”

......루비의 대사를 따라해본 건데, 막상 하고 보니까 부끄럽다.

죽고싶어 졌어....

가면 괴인은 그런 내 모습을 어떻게 본 건지, 잠시동안 조용히 바라보더니,

“크, 크크......”

푸하하하하하하하! 하고, 거리가 떠나가라 소리 높여 웃었다.

......아니, 방금 내 대사가 바보 같다고는 생각하는 데, 그렇게 웃으면 좀 그렇지.

“홋호! 그 기세 매우 좋아합니다. 그런 여자일수록 수치에 젖어 새빨갛게 얼굴을 물들일 때 더욱 감미로운 법입니다. 이 괴인 루판, 전력으로 당신을 대접해드리지요!”

아니... 대접 같은 거 필요 없으니 그냥 순순히 뒈져주라....

루판은 한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공간에 갑자기 구멍이 뻥 뚫리더니, 얼마 전에 봤던 것과 비슷한 마섯 조각이 둥실둥실 내려왔다.

“어?! 너, 그거?!”

“마력이 충만한 마석 조각입니다. 최근에 보신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홋호.”

포르치니 킹 때처럼, 루판의 손에 들린 마석이 그 몸으로 녹아들 듯 사라졌다.

동시에 뭐라 말할 수 없는 묘한 공기가 루판의 몸을 감싸는 게 느껴졌다.

“호오... 이것이, 마력... 좋습니다... 효율 좋게 소화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홋?!”

퍼-엉!

나는 루판이 뭔가 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다시 전력으로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망토와 가면만을 남기고 본체는 사라져버렸다.

......도대체 어떤 원리야, 이 놈은?

“자, 마법소녀. 그럼 이번엔 제가 당신에게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번에 나타난 곳은 내게서 5m도 떨어지지 않은 장소였다.

무턱대고 달려들어서는 조금 전처럼 놓쳐버린다. 기믹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기 위해 나는 매섭게 루판을 쳐다보았고, 루판은 내 시선을 받으며 아무렇지 않게 손을 들어올렸다.

뭘 하려는 거지, 하고 생각하는데, 루판은 나를 향해 손바닥을 향한 채 멀뚱히 서있을 뿐이었다.

“뭐하는...... 하으?!”

그것 뿐이었는데, 나는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도저히 서있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서있다간 큰 일이 날 것 같았다...!

딸그랑, 나는 여전히 손에 들고 있던 돋보기를 놓쳤다. 비어있는 손으로, 가랑이를 가린다.

나는 지금, 갑자기 미친 듯이 오줌이 마려웠다...!

‘아까 그 사람들... 이걸 당한 거였어...?’

조금 전에 본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곧바로 이런 가능성을 떠올렸어야 했는데...!

“이, 이게 무슨 짓이야...!”

“홋호. 제 능력이 어떻습니까? Lv.3에서 Lv.7로 단숨에 뛰어올랐군요... 원래는 직접 몸을 만지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이 정도나 거리가 떨어져서도 문제없이 작용하는 모양이에요.”

“으으......!”

“마렵지요? 마렵지 않습니까? 당장 시원하게 싸버려도 좋은 데요?”

괴도 루판은 손가락을 꼼질꼼질 움직였다. 마치 악기를 연주하듯 움직이는 그 손의 움직임에 따라, 나는 안쪽이, 특히나 방광이 툭툭 건드려지는 느낌에 몸을 떨었다.

아, 안 돼... 이대로느...은......!

“이거, 아직도 버티시는 건가요. 조금 도와드려야겠군요.”

“오, 오지... 마.......”

“홋호. 일그러진 얼굴이 탐정 복장과 매우 어울리네요, 마드무아젤. 하아... 빨리 당신의 마력이 담긴 오줌을 꼴깍꼴깍 드링킹하고 싶은 이 기분......!”

하아하아 거리며 위험한 기색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괴도 루판. 나는 필사적으로 멀어지려 했지만, 한발짝이라도 움직이면 터져나올 것 같아서 결국 옴짝달싹 못하고 괴도 루판이 오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소변을 참는 데 급급해 머리가 새하얘지고, 반격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온 루판은, 무방비한 나를 향해 손을 뻗어――내 새하얀 복부를, 아무래도 방광 위, 알맞게도 살짝 빛을 발하고 있는 ‘음타의 각인’의 위를 장갑 낀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끄,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앗?!”

그 순간, 나는 견디지 못하고 가까스로 주고 있던 힘을 뺐다. 뭔가, 강제로 문을 연듯한 기분이었다.

노란 액체가, 팬티를 적시고, 천을 뚫고 나와 바닥에 흩뿌려졌다.

“히이이이이이익?!”

그러나 단순한 배뇨 현상인데, 단순히 참지 못하고 오줌을 흘렸을 뿐인데... 나는 온 몸을 불태우는 쾌감에 몸을 떨었다.

마치 질 안을 마구 찔리고, 안에 정액이 부어졌을 때와 비슷한, 절정의 쾌락.

그게, 요도를 타고 따뜻한 오줌이 흐를 때마다 전기고문과도 같이 내 안에 찌릿찌릿 울려퍼진 것이다.

“홋호. 어떻습니까, 성감대로 변해버린 요도의 감각은? ... 이게 바로 이 몸의 두 번째 스킬입니다. 원래는 다소 간질간질하고 힘이 빠지는 정도였지만... 효과도 강해진 모양입니다.”

“아, 아아아아........”

바닥에 주저앉아, 요도를 타고 흐른 쾌감의 여운으로 부들부들 떠는 나를, 괴인 루판은 즐겁다는 듯 거만하게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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