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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는 악에게 굴복하였습니다-36화 (36/172)

〈 36화 〉#11 마법소녀는 습격하러 왔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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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

나는 위치걸 루비 일러스트가 커다랗게 그려진 등신대 안고 자는 베개를 꼭 껴안은 채,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다.

루비가 내 품 안에 있다는 사실은 내 마음을 치유해줬지만, 그래도 아직 내 마음에 남아있는 이 막대한 울분은 도저히 사라지질 않았다.

“응? 무슨 일이 있냥? 시킬 게 있어서 왔는데냥?”

쿠키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지만, 머리를 붙잡아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복수하겠다냥~~~!” 쿠키의 원망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딱히 상관 없다.

전부, 전부 루판 때문이다.

그 쓰레기 괴도 자식!

“읏......!”

나는 아랫배에 살살 밀려오는 자극에 체념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벌써 꽤 오랜시간 소변을 참았기 때문에, 이 이상 참을 수는 없었다.

그보다, 참으면 참을수록 나중에 오는 고통은 더 크다....

변기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도에 신호가 왔다. 슈우우우- 하는 황금색 액체가 분수처럼 쏟아지고,

“읏... 흐읏...! 흐그으으읏...!”

나는 밀려오는 쾌감에 몸부림쳤다.

요도가 성감대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단순히 소변을 보는 것만으로 엉망진창으로 느껴버리게 되었다.

하아... 하아....

뭐...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거야, 막상 익숙해지고 보니 상관은 없었다. 그냥 그렇구나 싶다. 마법소녀가 되어 멘탈이 강해져서 그런지, 아니면 평생 이렇지는 않겠지 싶어서 그런지, 그것도 아니면 의 특성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성감대가 된 요도도 즐기려면 즐길 수는 있었다.

그러나 열받는 건, 이번만은... 내게 손댄 놈을 그냥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이번만은! 그냥! 돌려보낸 것이다!

“이기고 튀었어 그 새끼!!!!!”

침대를 분노에 잠겨 팡! 두드렸다. 변신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여성다운 근력으로 내리찍은 일격은, 별 다른 저항 없이 침대 스프링에 튀어올랐다.

나한테 손 대는 거야 이제는 슬슬 이해해 줄 수 있었다.

하도 당했고, 나도 남자였던 기억이 있고, 그러니 대충 어떤 마음인지 알겠고, 뭐 어쩔 수 없는 거부감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메크라크 놈들도 저 살려고 하는 거니까... 이런저런 생각하면 이해를 못 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전부, 그만큼 처참하게 되갚아줬으니까 이해해 줄 수 있었던 거다.

죽진 않는다곤 해도, 괴인은 한 번 죽을 때마다 뭔가 손실된다고 한다. 어쨌든 복수해주고 나면 마음은 시원하다.

그러나 괴도! 괴인! 루판은! ......그 시원찮은 가면 자식은, 이기고 튀었다.

적당히 가지고 놀다가 됐다 싶으니까 거리에 버려버렸다.

......열 받는다.

적어도 그 맨들맨들한 면상에다가 주먹 한 대는 갈기고 싶었는데. 아니, 열 대는 갈기고 싶었는데.

다음 번에 만나면 항문에다가 연근을 아주 그냥 푹푹 쑤셔박아버리겠어...!

“방광 용량은 원래대로 돌아와서 다행이네, 정말.”

나는 슬슬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커뮤니티를 확인하며 넌지시 중얼거렸다. 지금 마음가짐으로 원작은 볼 수 없다. 이란 어느 어떤 때라도 정갈한 몸가짐으로 봐야하니까.

루판의 영향으로 요도는 성감대가 된 채였지만, 방광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렇지 않았다면 1시간 간격으로 화장실에 가고 있었을 것이다. ...끔찍하다.

“......응?”

커뮤니티 게시글을 확인하는 데, 기묘한 내용의 게시글이 있었다. 거기다 비교적 비슷한 내용인 게 여럿 있었다.

“특수 촬영... 컨셉 AV?”

라는 게 최근 뜨는 것 같다.

그냥 성인용 촬영물이라면 커뮤니티 컨셉과 맞지는 않다. 그러나 그 내용 중에 을 패러디... 혹은 코스프레한 내용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완성도가 상당한 모양이라, 커뮤니티 내에서는 영상의 일부를 올리면서 그 정밀도에 관한 토론을 하게 된 모양이다.

‘이러다 단속 걸리는 거 아니야?’

공유 가능한 일부 영상일 뿐이라 직접적인 묘사가 있는 부분들은 전부 잘리고, 정말 작 중의 극히 일부밖에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 일부만으로도 충분히 수위가 높았다. 실제 영상은 어느 정도일지. 거기다 커뮤니티의 변태들도 ‘신세계를 경험한다’라는 말을 지껄일 정도다.

일단 절대로 합법적인 물건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한데.”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살펴보던 나였지만, 게시글을 하나하나 확인할수록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시글의 작성자는 . 이 사람은 닉네임대로 조용하고 과묵한 변태 신사다. 뭔가 글을 올리더라도 [ㅋ]라거나 [ㅎ]라거나 [ㅇ] 한 글자와 함께 사진 정도만 올리고 끝나는 사람이지, 이런 식으로 길게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물며 토론이라니....

............

아니 뭐, 그럴 수도 있지. 평소에 얌전한 사람이 취미 얘기할 때면 시끄러워진다던가... 보다 AV쪽이 메인인 사람이었구나... 닉네임대로 변태 맞네....

부우우웅―

“응?”

나한테 전화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통신산가? 보이스피싱? ......어라, 이 번호는....

“네, 여보세요~.”

[죽어라, 위치걸을 더럽히는 역적!]

역시, 알파였다.

“......뭐야. 그 말하려고 전화했어? 내 친절한 인사 돌려내 망할 놈아.”

[그건 아니지만.]

알파는 나와 같은 팬이지만, 서로 지지하는 캐릭터가 달라 여전히 나와는 서로 이를 아득바득 갈며 대치하고 있다.

참 이상하지. 블루문도 물론 매력적인 캐릭터인 건 이해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 항문공주를 루비와 비교하다니... 일단 제정신은 아닌 게 분명하다. 이래서 씹덕이란 놈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 포인트는 잘 벌고 있어?]

“......별로....”

오랜만에 본 괴인한테는 탈탈 털리기만 했으니....

[바쁘지 않다면 잘 됐네. 잘 됐어. 부탁하고 싶은 게 있었거든.]

“뭔데.”

[너, 야한 동영상 한 번 찍어볼래?]

..................................변태자식...!

* * *

그리고 한 시간 뒤, 이라는 이름의 사무실 앞에 서게 되었다.

“왔구나?”

알파가 태평하게 손을 흔들흔들 흔들며 다가왔다. 몽실몽실해보이던 금발은, 오늘은 어쩐지 새카만 흑발이 되어있었다. 눈도 갈색빛이 도는 검은색이라, 외국인 같던 저번과는 달리 일반적인 한국인 같은 외견이 되었다. 그러고보면 이 녀석은 변신하면 머리랑 눈의 색이 바뀐다던가. 정말 마법소녀 같은 설정이네.

“......왔는데, 도대체 뭐야 이건?”

“전화로 대강 설명은 해줬던 것 같은데?”

설명을 듣긴 했는데, 정말 대충이라 반쯤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간신히 이해한 바에 따르면, 아무래도 이 이라는 영상 제작사는 메크라크와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모양이다. 까놓고 말해 이름부터가 수상한 느낌이 팍팍 든다.

“조금 야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주로 찍는 제작사라는데, 마침 사람을 구하긴 하는데... 내 요정이 살펴봤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노멀들로 보이는 사람들 밖에 없더래.”

“노멀이라면....”

저번에 한 번 버스에서 당했던 적이 있었지. 메크라크에 고용된 일반인들. 마석을 이용해 마법소녀로부터 마력을 뽑아내는 사람들이다.

“그 녀석들이 있다면 메크라크랑 관련이 있다는 건 맞잖아?”

“그 흑막인 놈들이랑 접촉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해. 노멀들한테 손 대면 오히려 포인트를 잃으니까. 의미가 없고.”

“......귀찮은 룰이네.”

마법소녀는 일반인은 손대면 안 된다. 그 때문에 노멀들한테 붙잡히더라도 저항다운 저항조차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임무는 그 뒤의 흑막 녀석들을 처단하는 거야. 어려운 임무니까 몇 배는 되는 포인트를 줄 거라던데.”

알파는 검지와 엄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아니, 그러니까 그 흑막을 어떻게 알아낸다는 건데.”

“그러니까 너도 부른 거잖아. 일단 우리가 여기 온 건 단순한 알바야. 이거 기억해 둬.”

알파는 신중하게 계획을 설명했다.

이 의 표면적 업무는 알파가 말한대로 조금 야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는 것.

음부가 드러나는 노골적인 사진이 아니라, 야한 속옷이나 코스프레, 아니면 성인용품 광고 사진이나... 그런 느낌인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알바생으로 온 평범한 일반인...이라고?”

“응. 그런데 가끔씩, 이 녀석들은 일부 여자들은 어딘가로 끌고 간대.”

“진짜?”

“며칠 뒤에 평범하게 돌아오긴 하지만... 이것도 내 요정이 확인해 준 건데, 메크라크의 기술로 기억을 조작한 흔적이 있었대. 노멀들은 이런 기술은 쓸 수 없을 거야.”

그건 진짜 수상하다. 의 마음에 든 여자들은 메크라크의 아지트 같은 곳으로 끌려간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과연. 여기까지 와서 겨우 작전이 이해가 되었다.

“그럼 즉, 녀석들의 마음에 들면....”

“숨겨진 메크라크인들의 아지트로 이송될 거라는 거지.”

그러니까, ‘녀석들의 마음에 들어서 아지트로 끌려간다’ -> ‘그대로 아지트 내부에서 일망타진’ 같은 느낌이구나.

하지만 혼자서 내부에 침입해 들어가면 위험할 수도 있다. 어쨌든 아지트라는 건 적이 엄청나게 몰려있다는 뜻이니까. 아무리 강한 마법소녀라곤 해도 고립무원인 상황보다는, 등을 맡길 동료가 있는 편이 좋은 것이다.

“그래서 날 부른 거구나?”

“그럴 리가 없잖아. 애초에 내가 당할 정도라면 너 같은 허약한 녀석은 옛적에 붙잡혀서 너덜너덜 당한 채일걸?”

“.......”

“널 부른 건 단순한 보험이야, 보험.”

알파가 고개를 까닥이며 거만한 말투로 말했다.

“이 놈들 취향이 어떨지 모르니까. 물론 나야 완벽한 몸에다 얼굴까지 갖고 있으니 설마 싶긴 하지만, 요즘 남자들은 손대기 쉬운 여자 쪽을 손대려고 하는 법이니까. 절벽 위의 꽃 같은 나한테 감히 손 댈 생각을 하지 못하거나 하면 말짱 도루묵이잖아? 그러니까 보험으로 추녀인 너도 부른 거지. 추한 네가 혼자 끌려가더라도 통신기로 위치 정도는 알려줄 수 있잖아? 그럼 내가 못난 너를 구하면서 동시에 아지트를 일소한다는, 그런 완벽한 계획이야.”

“.......”

도대체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누구보고 추하대.

“아무튼 다른 거 필요 없으니까, 붙잡혀 가서 위치만 알려주면 돼. 협력하는 것만으로도 포인트는 잔뜩 벌릴테니까 아쉬울 건 없을 테고, 나는 다음 달에 있을 블루문 특별 이벤트에 필요한 경비를 위해 특별 수입이 필요하고. 이해는 일치 하지?”

“왜 그렇게 의욕을 보이나 했더니....”

하지만 특별 이벤트 때문이라고 한다면 무척이나 이해할 수 있다.

“그럼, 이해 됐으면 들어간다. 문제없지, 케이?”

알파의 물음에 고개를 까닥 끄덕여주었다.

알파는 알겠다는 듯 마주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무실 문 손잡이에 손을 대었다.

“.......”

“...? 뭐야. 왜 가만히 있어?”

그러나 어째선지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뭐하는 거지, 이 녀석?

“야, 솔직히 이런 말하기 그런데... 너, 알바 경험은 좀 있니?”

“그야 어느 정도는 있는데, 왜.”

“그럼 네가 먼저 들어가.”

뭐야 갑자기?

“자랑할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난 알바를 해본 적이 없어!”

“아니, 뭐... 그렇구나. 그렇게 이상할 것도 아닌데....”

“난 모르는 사람이랑 면전에서 얘기하는 게 불편하다고! 모니터 화면 너머로 보는 거면 몰라도, 직접 대면이라니 끔찍해. 왜 줌 같은 거 안 쓰는 거야? 이딴 싸구려 회사 폭발해버리라지! 면접 같은 거 볼 생각하니까 나 오금이 저린단 말이야!”

대면 면접한다고 싸구려 회사 취급하면 회사가 불쌍하지 않겠냐....

“근데 너, 나한테는 처음부터 잘 말하지 않았냐?”

“너 같은 바보랑 얘기하는 건 다르지! 넌 사람이 아니라 원숭이로 보일 정도로 바보라 긴장이 될 일이 없커억?!”

복부에 스트레이트를 꽂아주자, 금방 조용해졌다.

“좀 진정 됐어?”

“......응....”

“그래. 다행이네.”

어쨌든 모르는 사람들 뿐인 곳에 들어가는 건 확실히 거북할지도 모른다. 그런 성격도 있는 거니까 어쩔 수 없겠지.

결국 알파를 옆으로 밀어내고 내가 직접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사무실은 생각 이상으로 넓고 밝은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스튜디오 같은 고급스런 분위기가 있어서, 좀 전에 들었던 그런 저급한 내용이랑은 어울리지 않았다.

뭔가, 생각 외로 번듯한 분위기라... 나도 긴장이 되네.

“어라, 언니?”

긴장해서 뻣뻣하게 굳은 채 직원을 찾으려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 사람은 정말 몇 없다. 애초에 여자가 되고서 만난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니까.

“유라?”

“네! 저예요!”

유라가 밝게 인사하며 말했다. 평소의 뿔과는 달리 오늘 머리에 달린 건 고양이 같은 귀였다. 꼬리도 달려 있다. 배가 완전히 드러나 있다. 저번에 내가 입었던 야한 고양이 코스튬이랑 비슷하네.

“아, 이건 변신한 게 아니라 여기서 촬영하는 코스튬이에요.”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아는 사람이 있었네, 응.

* * *

“블루 사파이어가 연락이 안 되어서요. 저한테 도와달라고 요청이 들어왔어요.”

아무래도 블루 사파이어도 나와 알파 녀석처럼 일부러 잡히기 위해 이곳에 왔었던 모양이다. 그 뒤로 연락이 끊기고, 걱정이 된 유라가 찾아왔다는, 그런 이야기다.

“그 아이는 원체 무모한 부분이 있어서... 여러모로 걱정이 된단 말이죠. 어쨌든 혼자가 아니라서 안심이에요. 그럼 전 사진찍으러 갈게요. 언니들도 면접 잘 보세요.”

그렇게 말하며 유라는 스튜디오 한쪽으로 총총히 떠나갔다.

“어서오세요. 알바하러 오신 분들이죠?”

유라가 떠나가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 서글서글한 이상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이 스튜디오의 매니저라는 모양이다.

“그럼 면접은 이 쪽에서.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돼요.”

내 등 뒤에 숨은 채 벌벌 떠는 알파를 안심시켜주는 매니저 씨. 서글서글한 표정도 그렇고 신경 써주는 목소리도 그렇고 되게 착해보인다. 정말 메크라크의 앞잡이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죄송해요. 이 녀석이 낯을 좀 많이 가려서....”

“아뇨, 좋습니다. 그런 거 좋아해요. 뻔뻔한 여자보다야 수치심과 민망함을 알고 그러면서도 부끄러움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모습 전 정말로 좋아합니다. 그런 여성이 야한 옷을 입고 무릎 꿇은 채 올려다보면 진짜 그 쾌감이 아주 미쳐버릴 것 같은게, 보통 그럴 때면 얼굴도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데다가 당장 떨어질 것 같은 눈물도 아주 그냥 하......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건 그냥 감동입니다. 맨날 그런 상상하면서 살아가는 데 오늘 마침 제 상상에 딱 들어맞는 여성분이 오셔서 굉장히 안심했습니다. 기뻐요. 벌써부터 촬영이 기대되네요. 면접이요? 아, 면접 같은 거 필요없습니다. 합격입니다. 합격이에요! 바로 촬영 들어갈까요? 아, 설명은 해드려야 겠죠. 그리고 물론 수줍어하는 여자도 제 취향입니다만, 케이 씨, 라고 했나요. 당신도 당연하지만 제 씹가능 존에 들어와있습니다. 그 완벽한 황금률 같은 몸매, 당장에라도 벗겨서 이곳저곳 찍고 싶은 기분이에요. 아, 아, 아, 아~~~~! 이 고저스한 흥분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기뻐요! 기쁩니다! 오늘 내 눈앞에 천사가 강림하셨다! 행복해! 이런 스튜디오 만들어서 다행이야! 메크라크에 들어서 다행이야! 최고!”

터무니 없는 변태였다.

그보다 지금 스스로 메크라크라고 하지 않았어?

“저기, 방금....”

“자! 빨리 촬영을 합시다! 시간은 많지 않아요! 한 벌이라도 더 많이 입어보고, 한 장이라도 더 많이 찍어봅시다!”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박력에 져버려 그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의 일은 거의 사전에 들었던 그대로였다.

찍는 것도 진짜 이런 걸 입나 싶은 야한 속옷... 아래의 천이 없어 음순이 그대로 드러나는 팬티라거나, 가터벨트라거나, 어떤 게임의 코스프레 사진을 찍기도 했다. 사진 찍는 것도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화장하는 데 한 시간 씩 걸리는 건 정말이지 질려버렸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건전하다고 해야할지, 진짜로 외주 받은 광고용 사진을 찍는 것 뿐이었다. 예상했던 성희롱 같은 느낌은 없었다.

사진 찍기 전에도 후에도 정중하게 이것저것 요구가 없는지 수차례 물어보고, 촬영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는 음료나 다과를 주면서 힘들면 언제든 말하라고 친절하게 말해주기도 했다.

‘혼란스럽네....’

메크라크의 앞잡이인 사람들 뿐인 회사니까, 좀 더 뭐랄까... 문란하고 엉망진창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알파는 납치니 뭐니 흉흉한 소릴 했는데,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을까? 이제 곧 약속했던 촬영 마감 시간이 되었는데도 별 다른 행동은 없었으니까.

“근데 언니들, 진짜 스타일이 좋네요.”

“딱히 유라가 부러워할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슬쩍 보이는 유라의 탐스런 융기를 보았다.

“음... 그치만 저는 뭐랄까, 이곳저곳이 살짝... 쪄서....”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여자가 바라는 기준이랑 남자가 생각하는 이상의 기준이 좀 다른 걸까?

다음은 3인 촬영이다. 어느 유명한 게임의 캐릭터로 코스프레해서, 3명이 한 화면에 들어오게 찍는다는 모양이다.

슬쩍 의상을 봤는데, 천 면적이 적은 몸에 착 달라붙은 레오타드 같은 느낌이었다. 민망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3인 샷이니만큼 유라도 알파도 이번에는 함께 찍게 되어서, 우리는 지금 한 대기실에 모여서 쉬고 있다. 잠깐 다과와 음료를 마시면서 쉬다가, 시간이 되면 또 새로운 화장을 한다는 것 같다.

으으으으... 화장은 싫어... 맨날 이런 걸 하다니, 여자는 대단해... 물론 코스프레용 화장이긴 하지만....

“그런데 흑막 쪽에 대해선 전혀 모르겠네. 끌고가려는 것 같지도 않고.”

“그러게요. 일부러 슬쩍슬쩍 언제 오든 상관없도록 틈도 만들어보였는데, 전혀 반응이 없었어요.”

“으우우우... 사람... 무서워... 불안해.......”

“......알파 언니는 왜 저러나요?”

“고질병 같은 거래.”

알파는 테이블을 끼고 다과를 먹는 우리에게서 떨어져, 구석진 곳에서 홀로 어깨를 끌어안은 채 앉아있다.

생각 이상으로 사람을 대하는 게 불편한 모양이다.

나나 유라는 같은 동지니까 대화하기 편한 모양이고.

“뭐, 좀 더 조사가 필요한 걸지도 모르고, 며칠은 두고 관찰하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죠. 여기 시급이 엄청 좋으니까, 아무 일 없더라도 일단 짭짤한 수익이 생겨서 좋겠... 네.........요.........”

어라, 하는 순간, 유라의 머리가 툭 떨어지더니 그대로 테이블에 쓰러지듯 엎어졌다.

......어?

“유라? 유라...윽...?!”

나도 눈 앞이 일그러지는 게 느껴졌다. 졸리다. 머리가 어지럽다.

시야 끝에서, 알파도 털썩 쓰러지는 게 보였다.

수면제...? 마취제...? 어느 쪽이든 뭔가에 당한 건 틀림 없었다.

쿵-!

어떻게든 저항해보려했지만, 의자에서 굴러떨어지기만 했을 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슬슬 어두워져 가는 시야 속에서, 철컥, 문이 열리고, 예의 변태 매니저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그 뒤로 줄줄이 들어오는 사람들도.

“됐다. 끌고 가.”

““예!””

누군가에게 억지로 몸이 들려졌다. 어두워져 가는 의식 속에서, 나는 저항하지도 못하고 누군가에게 몸이 들려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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