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16 마법소녀들은 반격의 봉화를 올린다고 합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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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다 되었냥?”
느긋한 하품과 함께 쿠키가 물었다. 며칠 동안 블루 사파이어와 하루종일 함께 행동하느라 지쳐버린 폐해다. 블루 사파이어는 엉성한 면이 있어서, 쿠키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사고를 치거나 문제를 끌고 오는 경향이 있기에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하여간 성가신 여자였다.
아니면 그녀의 불행 체질 때문일지도 모른다.
“음~.”
블루 사파이어는 손에 들린 짧은 지팡이를 가볍게 휘둘러보았다. 지팡이의 끝에 달린 수정에서 청량한 푸른 빛이 깜박였다.
빙글, 지팡이를 돌리는 동시에 허리춤에 달린 칼집에서, 섬광 같은 속도로 나이프를 뽑아내 휘두르고, 다시 정확하게 칼집에 꽂아넣는다.
채애앵- 하는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흐트러짐 없는 일련의 동작에서는 자신감과 어엿한 실력이 엿보였다.
“예, 준비 다 되었어요. 마력 상태도 양호.”
블루 사파이어는 덜렁이고, 성가신 체질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의지의 반짝임은 조금도 흐려지지 않는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 힘이 날 것 같은 당찬 여자다.
안에 흐르는 마력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만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니 질 좋은 마력이 흐르는 걸지도 모른다. 마법소녀의 자질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그녀와 같은 굳센 의지력이 엿보인다. 물론 케이나 알파, 유라 등에 비하면야 부족하다곤 해도.
“그래 보인다냥. 착실히 번 포인트로 강화도 충분히 되어 있어냥.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라냥.”
“전부 쿠키 씨 덕분이네요.”
“남은 건 네가 어떻게 할지다냥. 냐도 조금은 도와줄 테지만, 조약이 있어서 직접적인 간섭은 할 수 없다냥.”
“충분해요.”
“그래그래. 그럼 마지막 선물이다냥.”
쿠키의 앙증맞은 고양이 손이 공간의 균열 사이로 쑥 들어갔다가, 금방 다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손엔 팬티가 들려있었다.
“특별 장비다냥. 착용하면 좋은 일이 있을지도?”
블루 사파이어는 내밀어진 팬티를 미묘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게, 국부가 가려질 듯 말듯한 지나치게 아슬아슬한 로레그 팬티였으니까. 그런 주제에 기묘하게 화려한 프릴이 달린 것도 이해가 안 되는 디자인이다. 꼭 보여주기 위한 속옷 같은데에....
“...으... 네, 입을게요....”
하지만 신경 써 준 건데 거절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다. 애초에 그녀는 거절을 잘 못한다.
스커트 아래로 입고 있던 팬티를 벗어버리고, 쿠키가 내민 팬티를 입었다. ...뭔가 방어력이 떨어지는 느낌. 싸-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뭐, 괜찮겠지.
“자,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마법소녀 대(大) 탈환 작전 개시다.
* * *
으읏... 하으읏...!
“자, 자, 마법소녀는 이 쪽이 좋은 건가? 아니면 여기?”
“아, 아아... 거기, 거기잇...!”
의 제1 대촬영장.
그곳의 한복판에서, 케이는 여러대의 카메라에 둘러싸인 채 피터의 품에 안겨, 딜도로 괴롭혀지고 있었다. 카메라는 오늘도 변함없이 그런 그녀의 음란한 모습을 찍고 있다.
잘 살펴보면, 유라도 촬영장의 한쪽 구석에서 다수의 괴인들에게 둘러싸인 채, 연달아서 범해지고 있었다. 라는 영상대로, 괴인들은 형틀에 몸이 고정된 그녀의 앞에 줄을 선 채 범하고 있다.
케이는 목줄이 채워진 목걸이를 제외한 옷이 전부 벗겨져 알몸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고, 팔은 등 뒤로 돌린 채 수갑으로 구속되어 있고, 피터의 가슴팍에 등을 기댄 채 품에 안겨진 자세로, 피터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딜도가 찌걱찌걱 소리를 내며 습기찬 보지를 출입한다.
“흐음... 이곳?”
“아앗... 네, 네에...!”
피터는 딜도의 각도를 조절하면서, 미세하게 딜도를 움직여가며 케이의 약점을 찾아내었다. 애초에 특성 때문에 조금만 만져봐도 어디가 약점인지 쏙쏙 보이지만.
거기다 충분히 개발된 신체는, 수컷의 손길이 조금만 스쳐도 느껴버려 “아아”하고 달콤한 허덕임을 흘리게 만들었다.
‘만족스럽구만. 내 최면이 많이 침투했어.’
최면이란 것은 각성과 최면 상태를 반복하는 것으로 점점 깊어진다. 그리고 최면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더더욱 깊이, 상대의 자유의지를 빼앗고 최면에 대한 내성이 없어지게 만든다.
그런 점으로 말하자면, 이미 케이나 다른 두 마법소녀들은 이미 완전히 피터의 말이자 충실한 노예가 되어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 며칠을 촬영을 명목으로 한 최면 능욕과 고문으로 더더욱 최면에 빠져들게 만들었으니까.
“흐읏, 읏, 아... 좋아, 좋아, 기분 좋아요....”
케이는 끊임 없이, 다양한 각도에서 자신의 약점을 괴롭히는 딜도와, 드러난 유방이며 젖꼭지를 매만지고 비비는 손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보지에서는 애액이 홍수처럼 흘러내리고 있고, 이따금 손가락이 유두를 꼬집으면 피윳- 하고 모유가 솟아나왔다.
충분히 약점을 파악했다는 말과 함께, 피터는 그제야 시원스럽게 딜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딜도의 끝부터 뿌리까지, 크게 삽입했다가는 뽑아내고, 다시 한번 삽입하며 순서대로 케이의 약점을 찔러갔다.
“아, 아, 아, 아앗, 흐아앗...!”
딜도가 뽑힐 때마다, 케이는 영혼이 통째로 뽑혀나가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딜도가 배 안쪽 깊숙한 곳을 찌르면, 안쪽을 그득 메우는 충족감에 입을 벌려 헥헥 거렸다.
“자, 자, 마법소녀. 기분 좋지? 기분 좋은 거지? 내 노예가 되어서 행복하지?”
“응히잇! ...네, 네! 기, 기분 좋아요. 노예여서, 행복해요...!”
“그래그래. 그럼 이 피터님에게 영원히 충성을 맹세하는 거지?”
딜도가 다시 한번, 쯔적...하는 소리와 함께 질벽을 가르고 안쪽으로 쭈욱 가득 메우며 밀고 들어왔다.
“히이이이이이익... 네, 네... 케이는... 피터님에게 충성할게요... 암캐가 될 게요....”
“좋아좋아. 나도 질 좋은 암캐가 생겨서 매우 기쁘단다.”
“피, 피터님이 행복하시면... 히읏... 저, 저도 기분 좋아요....”
“그래, 그러면 키스다.”
“우후웁... 츄웁....”
케이는 스스로 고개를 돌려, 어깨 너머로 고개를 내민 피터의 입술에 직접 입을 맞추고, 적극적으로 혀를 밀어넣었다.
거듭된 최면과 암시로, 지금 케이의 머리를 지배하는 건 음란한 암캐로서의 사고방식 뿐이다. 보지며 각종 성감대를 자극하는 쾌감의 노예가 되어, 피터며 괴인들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그러면 이제 내거라는 표시를 해둬야겠네.”
“헤, 헤에... 표시, 해주세요....”
“그럼 암캐다운 포즈로 졸라봐.”
피터가 엉덩이를 찰싹 때리자, 케이는 “아앙♥” 기뻐하며 허리를 들었다.
그리고는 안겨 있던 피터의 책상다리 위에서 내려와, 그 앞에 암캐마냥 네 발로 엎드려 엉덩이를 쭈욱 내밀었다. 보지에는 여전히 딜도가 박혀있다.
“피터님의 변태 노예의... 부끄러운 구멍에, 피터님의 아기씨로 표시를 남겨주세요... 영원히 피터님의 것이 되겠습니다....”
붉게 달아오른 뺨. 흐물흐물하게 녹아버린 표정으로 읊조리는 굴복 선언에, 피터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케이의 엉덩이를 매만지고, 항문에 손가락을 꾸욱 집어넣었다.
“흐으읏....”
케이의 항문은 이미 충분한 미약로션을 발라놔서, 충분히 풀어져 있었다. 피터는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것을 확인하고 나서, 케이의 보지에 꽂혀있던 딜도를 뽑아내 항문에 꽂아넣었다.
“히이익!?”
케이의 허리가 다리처럼 깊은 호를 그렸다. 피터는 그런 그려의 허리를 붙잡고, 느긋하게 그 보지에 검붉은 육괴를 찔러넣었다.
찌걱...하는 물소리와 함께 박혀 들어가는 자지가, 옴죽옴죽 달라붙어가는 질벽에, 케이는 입을 뻐끔뻐끔 벌리며 그 쾌감에 젖어있었다.
, , , , 등 각종 특성들을 알리는 알림이 들려왔다. 완전히 암캐로서 개발되어버린 몸은 남자의 물건이 삽입된 것만으로 하늘을 날아오를 것 같은 쾌감을 주고 있었다.
피터의 허리가 움직이며, 케이의 몸을 맛보듯 천천히 피스톤질을 시작했다.
찌걱, 찌걱, 쯔적, 척, 쩍, 쩍...
“흐구읏, 아, 앗, 앗, 앗... 히익... 자, 자지 좋아요... 피터님의 씩씩한 자지가... 제 안에... 흐이익...!”
“쯧...! 이렇게 쫄깃한 보지를 가지고, 폭력 같은 천박한 짓거릴 해댄 거냐, 마법소녀! 건방지지 않냐고, 앙?!”
“흐읏, 잇, 마, 맞아요, 케, 케이는 건방지고 어리석었습니다.... 흐으앙... 후, 훌륭한 자지님을 앞에 두고 기고만장한...! 하으으으읏...!”
“그래그래. 이렇게 고분고분하니까 얼마나 좋아. 넌 영원히 내 거니까. 우리 와 의 중요한 자산이니까 말이지. 이렇게 암캐로 있는 한 평생 이 행복을 얻는 거야. 알겠지?”
“네, 네...!”
“좋아, 좋아.”
케이를 뒤에서 덮치듯 끌어안은 피터의 손이 케이의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클리토리스와 젖꼭지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케이의 가슴이 피터의 손에 튕겨지거나 비벼지고, 껍질을 밀어내고 곧추선 클리토리스의 찌릿찌릿한 쾌감이 케이를 덮쳤다.
쩍, 쩍, 찌걱, 쩍――
“자, 그럼 간다, 마법소녀...!”
“하, 하우우우...!”
그리고 이윽고, 점차 격해지던 피터의 그라인드가 정점에 달하고, 삽입한 육봉의 끝에서 뜨거운 액체가 케이의 안쪽 깊숙한 곳에 벌컥벌컥 부어졌다.
“흐이이이이이이잇....! 감사합니다아....”
케이는 바닥에 얼굴을 비비며, 한껏 풀어진 얼굴로 감사의 말을 반복했다.
“자아, 보지쪽의 약점은 충분히 찍은 것 같네. 아, 카메라 줌업해서 찍었지?”
『물론입니다!』
“그래그래. 보고만 있자니 근질근질 거리겠지만, 조금만 더 참자구. 이제 겨우 한군데 끝난 거잖아.”
지금 찍으려는 영상은 이라는 제목으로, 편집을 최대한 줄이는 투박한 느낌의 로(RAW)한 분위기로 촬영하고 있다. 어차피 메인은 최면지배의 유지 및 강화니까, 촬영은 단순한 여흥이다. 촬영감독인 S가 다른 쪽에서 촬영을 맡는 동안, 굳이 가공처리를 하지 않아도 이건 이것대로 팔릴만한 상품이 되겠지.
“자, 그러면 이번엔 어디로 해볼까... 항문? 가슴? 입?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허벅지 같은 곳도 신선하고 괜찮을 텐데~♪”
피터가 케이의 몸을 일으켜 세우며, 극상의 재료를 풍평하듯 이곳저곳을 하나하나 어루만지자, 슬쩍슬쩍 닿는 손길에 케이가 달콤하게 허덕였다.
자, 그러면 이제 어디를 범해볼까.
입맛을 다시며 고민하던, 그 순간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촬영장을 가득 메우는, 비통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 * *
그것은, 한순간이었다.
으지지지직-! 쩌저저저적!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크아아아아아아아악?!”
“배, 배가 뚫렸... 기습이다...!”
“크극... 키익... 카아......!”
보란 듯이 유라를 범하기 위해 둘러싸고 있던 괴인들, 케이의 근처에서 그녀의 촬영을 보조하던 스태프들이 별안간 바닥에서 솟아난 날카로운 얼음기둥에 그대로 꼬치처럼 꿰인 채, 들려 올라갔다. 눈 깜짝할 틈도 없이 일어난 일이다.
괴인들의 체액이 비처럼 쏟아지고, 갑작스레 솟아난 얼음에 촬영장은 금방 이가 다닥다닥 떨리는 냉기로 가득찼다. 괴인들은 고통스런 신음소리와 함께, 하나둘 먼지가 되어 사라져갔다.
“......이, 이, 이, 이게... 무슨 일이야...?!”
그리고 케이를 탐욕스럽게 만지고 있던 피터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런 촬영장 내부를 둘러보았다.
맙소사,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람.
“대규모 마법은 컨트롤이 서툴러서요. 언니들을 다치게 할 수는 없으니, 케이 언니한테 붙어있던 당신은 노리지 않았어요.”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한 괴인의 졀규와도 같은 비명소리도.
형틀에 구속된 유라에게 달라붙어, 그녀를 범하고 있던 괴인의 몸이 단숨에 두동강 난 것이다.
‘어, 어딨지?!’
괴인의 몸이 두동강 난 것도, 순간적으로 공간이 일그러지고 뭔가 빛이 번뜩인 것도 보였다.
그러나 본인이 보이지 않는다.
“블루... 사파이어냐. 그 여지껏 도망쳐다니던 마법소녀!”
“맞습니다.”
또각, 하는 구두굽 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여기저기 세워진 얼음기둥에 그 소리가 몇 번이고 울려서, 위치를 특정할 수가 없다.
또각,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지, 하고 생각하며 피터는 이리저리 시선을 돌렸다.
또각,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가깝다. 어쩌면 마법소녀는 이미 근처에 있을지도.
또각, 하는 소리가 들렸다.
――푸욱-, 하고.
가슴 앞으로, 투명한 수정과도 같은 얼음의 송곳이, 튀어나왔다.
인간과 같은 붉은 혈액이 촤아아앗- 바닥에 흩뿌려졌다.
“.............................이, 럴 수가...!”
“이 구도를 만들어내기 위해, 열심히 계획을 짜고 준비했거든요. 2주 가까이 준비했는데, 한순간에 끝나니까 허무하기도 하네요.”
경악하는 피터의 바로 뒤. 등 뒤에서.
마치 신기루처럼, 예의 착 달라붙는 푸른 드레스를 입은 블루 사파이어의 모습이 드러났다.
솟아오른 얼음기둥의 냉기와 빛의 굴절을 이용한 신기루 마법으로, 게릴라 식으로 괴인들을 물리치며 모은 포인트로 에서 새로 개방한 마법이다. 이 넓은 촬영장을 가득 메우는 얼음기둥을 소환해낸 것도, 에서 구매한 덕분이고.
그 외에도 혹시 모를 상황을 상정해 새로운 스킬이며 마법을 잔뜩 준비해놨지만, 전부 선보일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피터의 가슴에서 얼음송곳이 빠지고, 그 몸이 풀썩 쓰러졌다.
“후... 더, 없죠?”
주변을 둘러본다. ...이 이상 남아있는 괴인은 없다.
그리고 케이와 유라도 무사하다. 무사하다고 봐도 될지 모르겠지만 무사하다. 최면이야 원흉인 피터를 제거했으니, 두 사람도 금방 제정신을 차리겠지.
“쪼아! 나도 한다면 한다구!”
그럴 때가 아니란 건 알았지만, 감격의 포즈 정도는 허락해줬으면 했다.
“언니. 언니! 일어나봐요!”
......어라, 이건 누구 목소리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음냐음냐, 더 자고 싶은데... 머리가 무겁고... 졸려....
“언니! 일어나 봐요!”
짜악!
계속 자는 척을 하고 있으려니, 볼싸대기를 때리는 아찔한 충격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케이 언니~~~~~! 죽으면 안 돼요~~~~!”
“아니, 무슨쿠엑?!”
짜악! 짜악! 짜악! 짜악!
“자, 잠깐.”
“언니이이이이이이~~~~~!”
짜악! 짜악! 짜악! 짜악!....
이쪽이 뭐라 하는 것을 듣지도 않고, 블루 사파이어는 필사적으로 내 뺨을 때렸다. 인제 와서는 내 뺨을 때리기 위해 일부러 듣지 않는 척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아악!"
아파, 이 년아!
그만해, 요 년아!
살려주세요!
"아, 아... 정신차렸나보네요. 다행이다...!"
"......다행이 아냐. 아프다고...!"
안 깬다고 뺨을 마구 때리는 게 어딨어...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지금은 일단 다른 게 아닌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구해줬구나, 고마워."
"어, 언니... 최면에 걸렸을 때의 기억, 남아있나요?"
꿈을 꾼 것처럼 흐릿한 기분이지만, 대강은 남아있다. 아이고, 정말 바보 같은 짓을 당했구만....
"괘, 괜찮으신가요... 꽤 심하게 당하셨는데... 늦게 구하러 와서 죄송해요...."
블루는 순식간에 침울해졌다. 확실히 내가 생각해도 심하게 당하긴 했다. 굴욕이다. 그보다 진짜 몸도 마음도 암컷이 되어가는 기분이, 자칫 잘못하면 최면이고 뭐고 완전히 그쪽으로 떨어졌을 것 같아서 후덜덜하다.
그렇지만.
"괜찮아. 그냥 고마워."
"강한 척, 하지 않으셔도 돼요. 언니도... 언니도 여자인데! 저만 여자애 취급하시고!"
"아니, 진짜 괜찮은 건데."
애초에 진짜 여자도 아니라서 미안한 기분이다.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아니, 확실히 아무리 속 내용물이 원래 남자였다곤 해도, 확실히 충격적인 체험이긴 했는데....
나는 블루를 향해 엄지를 세워 보이며 씩 웃어주었다.
"의 루비도 똑같이 당했었거든! 미묘하게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원작을 충실히 재현한 씬도 있었어! 이놈들 팬인 게 분명해! 루비와 싱크로한 것 같아서 완전 충실충만한 기분! 짱이다! 모든 게 해피! 세상도 해피해피!"
"하, 하하.... 하아......."
블루는 어딘지 힘이 빠진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오타쿠는 최강인 법이다.
* * *
"자, 그러면 유라도 빨리 구해주자. 슬슬 정신차리겠――"
순간 찌릿, 한 충격이 머릿속에 흘렀다.
"케이 언니?!"
블루 사파이어의 품에서 몸을 일으키려던 케이는, 순간 무릎에서 힘이 빠지는 바람에 그대로 주저앉을 뻔 했다. 쓰러지려는 그녀의 몸을 블루 사파이어가 황급히 받아주었다.
"괘, 괜찮아요?! 어딘가 몸이 안 좋은 데라도...."
"놔."
"...에?"
별안간 케이의 손이 블루 사파이어의 착 달라붙는 수트의 앞을 거칠게 쥐었다. 그리고는 마력으로 강화된 완력으로, 조약돌 마냥 가볍게 내던졌다.
콰앙!
카흑...!
포탄처럼 날아간 블루 사파이어의 몸이, 굉음과 함께 자신이 세운 얼음기둥에 부딪쳤다.
폐에서 공기가 단숨에 빠져나간다. 코스튬과 마력으로 강화된 마법소녀의 신체가 아니었다면 몸이 그로테스크하게 산산조각 나도 이상하지 않을 충격이었다.
"콜록, 커헉...!"
언, 니...?!
당황하는 블루 사파이어의 시야 속에서, 케이는 좀비처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케이의 눈은 죽은 인형처럼 빛이 사라져있다.
말도 안 돼?! 분명 피터는 쓰러트렸을 텐데...!
"후, 하하하하하! 무르군! 무르구나 마법소녀!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죽었다고 단정 짓다니, 소외받은 기분이라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고!"
"피, 터...! 죽지 않았다니...!"
시야의 끝에서, 가슴 한복판을 꿰뚫려 죽어가던 피터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다리는 부들부들 떨고 있고, 입에서는 핏덩어리를 토해내고 있지만, 가슴에 뚫린 구멍은 꾸물꾸물 메워져가고 있었다.
"마법소녀들을 따먹으면서, 마력을 충분히 모았다고... 응...? 마력이 충분한 괴인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법이다, 마법소녀...! ――케이! 당장 저 년을 무력화시켜!"
"네, 알겠습니다, 피터님."
최면 지배가 다시 활성화 된 케이의 몸이, 블루 사파이어를 향해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아, 안 돼...!'
눈으로 쫓을 수 조차 없는 그 움직임에, 블루는 가진 모든 마력을 방어에 쏟아붓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건 마치 전력으로 달리는 덤프트럭에 치이는 것만 같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얼음기둥이 산산조각이 나고, 블루 사파이어의 몸은 기세가 조금도 죽지 않은 채 그 뒤에 있던 기둥에 날아가 박혔다. 새로이 부딪친 얼음기둥도 충격을 견디지 못했는지 쩍쩍 금이 가더니,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아, 아아아아악......!"
블루 사파이어는 고통으로 신음을 흘렸다. 방어에 모든 마력을 쏟아부었는데도 이 꼴이다. 케이의 완력은 규격 외다. 코스튬이 벗겨져, 거의 알몸 상태인데도 이 정도라면, 코스튬을 착용했을 때의 능력은 어느 정도인 걸까. 상상도 하기 싫다.
죽는다, 고 생각했다.
"히, 히히힛...! 감히 이 몸의 가슴을 찌르고, 비웃었겠다... 건방진 마법소녀 같으니... 절대로 죽게 놔두지 않겠어... 이곳의 던전의 최하층에 던져놓고 각종 트랩에 걸려 울부짖는 모습을 프리미엄 팬디스크로 만들어주지... 온갖 트랩에 당해 너덜너덜해진 너를 돼지나 개량한 개들에게 범해지게 만들어주마...! 이봐, 케이! 냉큼 그 년을 생포해! 절대 죽이지는 말고! 헤헷, 크헤헤헤헤헤!"
‘그런, 거...!’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하지만 지나친 충격에, 몸은 전혀 움직여주지 않는다. 블루는 얼음더미 위에 꼴사납게 쓰러진 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
"어이, 이봐. 야! 뭘 가만히 있는 거야! 빨리빨리 움직이지 못해?! 저 년이 다시 움직여서 도망치기 전에 빨리 붙잡으라고!"
".....팬티."
"응?"
피터의 지시를 무시하고 오도카니 선 케이의 시선은, 쓰러진 블루 사파이어를, 특히 조금 전의 충격으로 뒤집혀 버린 스커트 속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저건.
저 독특한 프릴의 로레그 팬티는.
"..........................................................................위치걸 루비와, 같은 팬티...!"
"뭐, 어......?"
다음 순간.
당황한 피터가 아주 잠깐 눈을 깜빡인 그 한 순간에, 어느샌가 케이의 손에는 장식 없는 칼이 들려있었고,
――깔끔하게 동강 난 피터의 상반신은 투둑,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