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17 마법소녀는 유대의 힘을 믿는다고 합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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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S는 구멍이 뚫린 배를 부르쥐며, 서둘러 마석이 들린 손을 들어올렸다. 마석에서 기묘한 빛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또 다시 마음대로 이 공간을 주무르며 알파를 구속하려는 심산일 터다.
하지만,
탕-!
"끄아아아악?!"
알파의 손에 들린 총의 총구가 불을 뿜으며, 그대로 S의 손을 날려버렸다.
"그러니까! 말도 안 돼! 오늘이 셋째 토요일이라니! 오늘이 특별 한정 굿즈 판매일이라니 미친 것도 아니고! 그보다 나 지금 여기 와있는게 이 날을 위해 특별 수당을 모으기 위한 거였다고! 그런데 이런 식으로 굴어도 돼?! 말도 안 돼!"
탕! 타당! 탕!
믿기 싫다는 듯 고개를 저으면서도, 알파는 보지도 않고 총을 마구 쏴재꼈다. 대충 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행동이었지만, 그 총은 어떻게든 마석을 다시 집어 올리려는 S를 정확하게 꿰뚫거나 코 앞을 가로막는 등 행동을 제한했다.
"그래서... 어떻게 보상해줄거야, 이 쓰레기들아."
"히, 히이이이이이익~~~~!"
음침한 목소리와 함께 쏘아보자, S는 피를 철철 흘리며 꼴사납게 질질 바닥을 기어 알파에게서 멀어지려했다. 그럴수록 마석에게선 멀어지기만 할 뿐이지만.
"누가, 누가 도와줘! 마법소녀를! 저 마법소녀를 죽여어어어어어어어어!"
"시끄러."
탕-! 채애앵-!
조용히 시키기 위한 머리를 노린 총알이었지만, 별안간 천장에서 뚝 떨어진 방패가 S를 노린 총알을 튕겨냈다. S의 손이 살짝 빛나고 있다. 마석이 없더라도 이 정도는 가능한 걸까.
『에, S님을 지켜!!!』
『몸을 던져서라도 지켜라! S님이 없으면 는 끝장이야!』
순식간의 알파의 주변을 괴인들이 둘러싼다. 흉흉한 덩치와 얼굴을 가진 기괴한 괴인들이, 그에 비해 가녀리고 왜소한 여성을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여유로운 알파의 얼굴에는 초조함 같은 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다수로 몰려든 괴인들만이 식은땀을 줄줄 흘릴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괴인들은 잘 알고 있다. 마법소녀란 것이 얼마나 흉악하고, 얼마나 터무니 없는 존재인지.
아무리 이쪽이 수적으로 다분히 유리하다고 해도, 적어도 이 중 절반 정도는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해야만한다.
손에 닿지 않는 존재니까,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없는 존재니까, 그런 마법소녀들을 마음껏 능욕하는 영상을 촬영할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있는 법이다!
"뭐야, 안 덤벼? 사내자식들이 여자 한 명 상대로 뭐하고 있냐? 싸게싸게 안 움직일래? 변태짓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한심한 오징어들아. 한심한 건 그 면상만으로 해두자, 응? 거기 달려 있는 것도 오징어다리마냥 한심한 게 아주 꼴보기도 싫다 얘."
알파가 도발하자, 주변에 늘어서 있던 괴인들이 발끈했다.
『저, 저것이...! 조금 전까지 우리 앞에서 기어 다니던 암캐 주제에――』
탕-!
항의하듯 소리치던 괴인의 이마에 구멍이 뚫렸다. 괴인의 육중한 몸이 털썩, 쓰러지며 천천히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할 말 있으면 해도 되는데? 어때?"
휘리릭, 알파는 손 안에서 총을 돌리며, 다시금 주변을 가볍게 응시했다.
『야, 야! 이대로 무시당하고 가만히 있을 거야? 일제히 달려들면 아무리 마법소녀라도 암 것도 못해!』
『그, 그러니까! 다구리에 장사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지!』
『맞아맞아! ...그러니까 너네가 먼저 좀 나갈래? 나 배가 좀 아파서....』
『나 치질이 심해진 거 같아서....』
『난 탈모 때문에――』
『먼저 나가면 죽는 병이――.』
『이, 임신해서――』
『남자들 밖에 없는데 웬 임신! 그리고 꾀병 부리지 마!』
『요즘 시대에 남녀차별이냐?! 응?! 남자면 임신 못 해?! 싸울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싸우자! 주먹으로 해결해! 마지막에 서 있는 놈이 먼저 덮치는 거야!』
『『『그렇게 하자!!』』』
괴인들은 일치단결하더니, 별안간 서로서로 투닥거리며 싸우기 시작했다.
일전 케이가 상대했던 비비들과는 달리, 는 어떤 괴인이든 차별없이 받아들인 그룹인 만큼
"아, 아아아아... 이, 이봐들... 싸울거면 저기 있는 마법소녀랑 싸우라고!"
S의 허무한 외침이 들려왔지만 귀기울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절체절명. 혹은 고립무원.
재미없다는 듯 알파가 주변을 둘러보는데, 쨍그랑-! 하는 날카로운 소음이 들려왔다.
"이야... 바깥 공기는 상쾌하네."
"아직 바깥이라기 보단, 지하지만요."
"어우, 아직도 어질어질하네요 언니들."
케이를 비롯한 세 명의 마법소녀가, 갇혀있던 유리돔 안에서 빠져나왔다.
통통, 유라는 조금 전 유리벽을 깨뜨린 방망이로 리드미컬하게 바닥을 두드리는 것을, 근처에 있던 괴인들이 쎄-한 느낌과 함께 바라봤다.
"뭐야, 움직일 수 있어? 괜찮아?"
"아...음. 약기운이 조금 남은 것 같은데 괜찮을 거 같아."
알파의 물음에 케이는 팔을 빙글빙글 돌리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슬쩍 손을 저으니, 아무 것도 없던 손에 예의 장식 없는 칼이 나타났다.
그대로 슬쩍 휘두르자,
쉬욱-!
툭.
저만치 서서 상황을 지켜보던 소머리 괴인의 머리가 툭, 떨어졌다. 조금 전 케이를 집요하게 괴롭히던 그 괴인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도 모르고 바닥에 떨어진 괴인의 머리가 살아서 깜박깜박 눈을 감았다 떴다.
케이는 상쾌하다는 듯 함박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아... 기분 좋아...."
할짝 혀를 핥으며, 오싹오싹 몸을 떨며 미소짓는 그녀의 얼굴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어떤 표정보다도 요염하고, 동시에 공포스러웠다.
서로 싸우던 괴인들도, 상황을 지켜보려던 괴인들도, 언제 도망칠지 각을 재던 괴인들도 모두 침묵.
그리고 잠시 후,
『『『우,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더 이상은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괴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등을 보이고 우다다다다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딜 도망가!"""
그리고 그런 괴인들을 향해, 지금 막 풀려난 세 명의 흉흉한 표정의 마법소녀들이 각자 달려들었다.
* * *
퍼엉-! 콰쾅-! 쩌저저저적-!
이곳저곳에서, 이형의 괴인들이 속수무책으로 하늘을 날고, 쪼개지고, 베여지고, 부서지고, 얼어붙었다.
파멸, 이라는 글자가 떠오르는 광경을 S는 피가 철철 흐르는 몸으로, 입을 딱 벌리고 바라볼 뿐이다.
"아, 아아아아... 망했어... 는 끝이야...!"
엉금엉금 기어간다. 그가 향하는 방향에는 바닥에 떨어진 마석이 굴러다니고 있다. 아직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이대로 끝을 낼 수는 없다...! 나는... 이곳에서 죽을 순 없어...!
날아간 마석까지의 거리는 10미터 정도. 고작해야 그 정도인데, 허벅지에 구멍이 뚫리고 제대로 된 몸상태가 아닌 지금 질질 몸을 끌며 기어가려니 속이 터져라 멀게 느껴졌다. 애초에 일반인보다 튼튼한 괴인의 몸이 아니었다면, 이미 출혈과다니 쇼크사 같은 것으로 죽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렇게,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없단 말이다...."
"이렇게 끝내, 구질구질한 변태수염 씨."
필사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려는 S의 앞에, 척, 하니 내려선 발이 있었다.
금발에 금안. 온 몸이 황금빛으로 치장된 듯한 황금의 마법소녀.
의 기능을 이용해 원래의 프릴 달린, 몸에 착 달라붙는 드레스를 수복한 알파가 S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손에는 예의 총이 들려있다. 총 역시도 묵직해보이는 금색 장식이 중후한 멋을 주고 있다.
"충분히 해 먹었잖아? 나도 한때 남자였어서 이해해. 이해한다고.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알파는 양손에 총을 든 채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래도 하고 싶은 대로 했으니, 책임은 져야지. 안 그래?"
"후, 후후... 책임, 인가요...."
S는 체념하듯, 고개를 푹 숙이고 체념하듯 중얼거렸다.
"...홋호. 확실히, 책임을 지지 않는 건 꼴사나운 일이겠죠."
"그래. 그러니 더 이상 추태부리지 말고 순순히 체념하고 죽어줘, 아저씨."
"하지만 꼴사나워도 좋습니다."
S는 바닥을 짚으며, 다시 몸을 질질 끌기 시작했다. 알파가 그 앞에 있는데도, 필사적으로, 조금이라도 더 마석을 향해 손을 뻗기 위해.
질질 몸을 끌며, 앞으로 나아간다.
"저는, 저는 꿈이 있습니다... 괴인이어도, 당신들을 침략하고 멋대로 배우로 써버리는 쓰레기라도 꿈이 있어요. 민폐뿐이라는 것은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뭔데?"
"지고의 한편."
S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여전히 그 몸은, 질질 앞으로 나아간다.
"언젠가, 이 이상 없을 정도의 완벽한 에로 비디오를 만들고 싶습니다. 완벽하고, 완벽하고, 완벽하고, 완벽해서, 그 누가 말하더라도 최고라고 손에 꼽을, 전에도 후에도 이 이상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괴인은 죽지 않는다. 죽더라도, 먼지가 되더라도, 데이터는 남아서 가 준비하는 몸체로 다시 살아난다.
"하지만 리스크가 없는 게 아니에요. 그동안 쌓아둔 경험치를 잃고, 후퇴하고, 잃어버립니다. 부활시키는데 사용하는 에너지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다음에 제가 눈을 뜨는 건 1년 뒤일지, 10년 뒤일지, 100년 뒤일지 아무도 모른단 말입니다!"
쿨럭, 하고 S의 입에서 피가 토해져 나왔다. 그러나 S의 눈은 여전히 마석을 향하고 있다.
질질, 질질 몸을 끌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려는 S의 손을, 알파는 차가운 눈으로 콰득, 짓밟았다.
"크윽...!" S가 신음했다.
"그러면 그 때 가서 새로 만들면 되지 않아? 어차피 전에도 후에도 없을 작품을 만든다면."
"하아, 하아... 작품은... 0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쿨럭... 겨우겨우 쌓아온 겁니다... 다시 이만한 설비, 이만한 인원, 이만한 능력을 모으려면... 그게 언제 될지... 그토록 꿈꿔온 것이... 다시 멀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습니까...."
오기로라도 몸을 이끌고 싶었지만, 한 쪽 손이 아까 전 마석을 놓칠 때 날아가버린 지금, 유일하게 남은 손이 그녀의 발아래에 짓밟힌 채로는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다.
철컥, 새까만 총구가, S의 눈 앞에 들이밀어졌다.
"그래. 꿈도 알겠고, 뭘 바라는지도 알겠어.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
"다른 사람의 꿈 얘기만큼 듣기 따분한 것도 없어."
"그렇습니까...."
하지만, 이라며 알파가 말을 이었다.
"만약에 네가 1년, 2년 이내에 되살아난다면, 그리고 또 여배우가 필요하다면, 그게 마법소녀여야 한다면... 또 나를 노려보던가. 아니면 저기 있는 케이나, 뭐... 그래도 웬만하면 나를 노려봐."
"......?"
"남의 꿈 따위 듣기 따분하고, 솔직히 고작해야 에로 비디오 정도로 이게 뭔가 싶지만, 그래도 나는 의 팬으로써 창작자들을 존경해."
수많은 창작물들이.
그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나올 리 없었던 것들이다. 아무 것도 없던 곳에 새로운 길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설령 내용이 어떤 한심한 것이라도, 피를 토해가며 새로운 것들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고, 그 덕분에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너네가 하는 짓은 용납할 수 없어. 또 똑같은 짓을 하려한다면 전력으로 막겠지. ...하지만 비웃지는 않아 줄게. 민폐 끼치지 말라며 있는 대로 깽판을 치며 막겠지만, 쓸데 없는 짓이라고 깔보지는 않을게. ...그러니 네가 지고의 한편을 만들겠다고 생각한다면, 그때도 아직 내가 탱글탱글 젊다면... 언제든 여배우로 노리러 오도록 해."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격려야.
S는 멍하니 알파를 올려다보더니,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허탈하게, 그러나 시원하게 웃으면서, 먼지와 피로 찌든 몸을 땅바닥에 데굴 굴렸다. 뭐가 그렇게 기분 좋은지, 아니면 단순히 체념한 것인지 벌렁 쓰러진 채로 즐겁게 웃었다.
"하하하하...! 쿨럭... 아야야... 하아... 아쉽지만, 이제 와서 발버둥쳐봤자니까요... 어쩔 수 없네요."
"죽을 각오는 됐어?"
"...꿈에 닿기까지 조금쯤 돌아갈 기분은 됐습니다."
"혹시 우릴 붙잡은 걸 후회해?"
"네?"
"우리를 붙잡지만 않았으면, 어쩌면 우리도 이 정도로 깽판 치지는 않았을지도 몰라. 애초에 이 스튜디오가 어딘지도 몰라서 헤맸을지도 모르고. 그러면 너희는 앞으로도 평화롭게 그렇게나 바라던 영상물들을 잔뜩 찍고 있겠지."
"하하. 그렇네요. 그런가요... 아뇨, 후회는 없습니다."
S는 피가 배어나오는 입으로, 싱긋 웃었다.
"당신들로 찍은 영상은 지금까지 제가 찍었던 것 중 최고였습니다. 더 못한다는 게 아쉬울 뿐이지, 후회는 없어요. ......자, 더 이상 끌지 마시고, 이제 시원하게 죽여주시죠. 저는 다음 번을 기대하겠습니다."
슬슬 주변의 괴인들도 거의 정리가 끝나가고 있었다. 케이를 비롯한 세사람에게, 괴인들은 손도 발도 못 쓴 채 추풍낙엽처럼 스러져갔다.
이곳의 수괴이자 간부이던 피터와 S, 두 사람이 소멸하는 것으로, 이제 이 지긋지긋한 도 일단락이 난다.
알파는 차분하게, 마지막이 될 방아쇠를 당기기 위해 총을 든 손에 천천히 힘을 주었다.
"으와, 난장판이네. 늦게 와서 다행이야, 다행. S 씨, 괜찮아~?"
그러나 방아쇠가 당겨지기 직전.
아비규환 속이던 주변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태평한 목소리가 날아들어, 알파는 반사적으로 뒤로 돌아 손에 든 총을 발포했다.
타앙-! 하는 메마른 소리와 함께, 뒤에 나타난 불청객의 머리를 꿰뚫었다. 틀림 없다.
그러나,
"우와우와, 무서워라~."
나타난 인물, 온몸이 새카만 실루엣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인물은, 머리의 일부가 날아가고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적휘적 휘젓고 있다.
"블랙...? 살아있었군요!"
S의 목소리에 화색이 돌았다.
새로이 나타난 이는 의 세 간부 중 한 명. 남자인지 여자인지 그림자인지 실체인지조차 알 수가 없는 검은 실루엣으로 된 괴인, 블랙이었다.
"큰일이 났잖아. 우와, 피가 엄청 나~ 죽는 거 아니야, S 씨?"
타당- 탕!
"우와와와, 적당히 해, 마법소녀~."
탕! 탕! 타다다당! 탕! 탕!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알파는 양 손에 들린 총으로,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는 블랙을 향해 마구 난사했다. 마법으로 만들어지는 총알은 끝이 없다. 재장전 같은 걸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블랙의 팔이 날아갔다.
두개골이 날아갔다.
무릎이 날아갔다.
허벅지가 꿰뚫렸다.
허리가 쥐어뜯겼다.
심장을 꿰뚫었다.
목이 찢어졌다.
발등이 부서졌다.
안면을, 후두부를, 어깨를, 손가락을, 팔꿈치를, 정강이를, 종아리를, 사타구니를, 배를, 늑골을, 갈비뼈를, 폐를, 심장을――순차적으로 날려버렸지만, 블랙의 형상은 금방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며 거침 없이 마석을 향해 다가갔다.
"엇차. 이게 마석이네."
"큿...!"
블랙을 노리는 건 의미가 없다.
하다못해, 라며 알파는 바닥에 떨어져있던 마석을 쏘았지만, 불쑥, 땅에서 솟아난 허리께까지 오는 방패에 가로막혔다.
"S!"
"마지막 힘입니다!"
우르르릉- 쿠구궁-!
기다랗고 높은 벽이 위에서 떨어져내려, S와 알파 사이를 가로막았다. 우지직, 알파가 밟고 있던 손 위의 팔이, 떨어져 내린 벽에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끊어져 버렸다. 3미터 정도 높이의 벽은, 아무런 보조도 없이 단숨에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뒤를 생각하지 않고 사용한 마지막 능력.
갑작스런 사태에 알파가 머뭇거리는 사이, 블랙은 이미 마석에 도달해버렸다.
"이게, 마석이구나. 흐음. 크네~."
"블랙! 잘했습니다! 그걸 어서 제게 건네주세요! 벽 위로 던져도 좋습니다! 아니면 그 마석을 이용해 마법소녀를 물리쳐주세요! 당신이라면, 당신의 능력이라면――"
"아, 그런가요? 그렇게 할까요?"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고통을 참으면서 외치는 S의 목소리에, 블랙은 흐느적흐느적 말하더니, 그대로 빙긋 웃으며 손에 들린 마석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S가 그랬던 것처럼 마석에서 기묘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또 무슨 능력을 쓰려는 걸까.
‘선수(先手)는 줄 수 밖에 없나...!’
어떻게 공격이 올지 알파는 경계하며 거리를 벌리려 했다.
그러나 블랙이 마석의 마력을 이용해 노린 것은 알파가 아니었다.
푸부부부북-!
"꺼허어어어어어억...?!"
알파의 등 뒤, 벽 너머에서.
S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3미터 높이의 벽 위로, 날카로운 창에 꿰뚫려 들어올려진 S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옛 루마니아의 가시공 전승을 보는 것 같았다. 거대하거나 작은 꼬챙이에 잔뜩 꿰뚫린 채, 본보기라는 듯 벽 위로 높이 들어 올려진 처참하고, 너덜너덜한 S의 몸.
갑작스레 벌어진 일에, 소란스럽던 제2 대촬영장의 내부가 순식간에 침묵으로 물들었다.
침묵 속에, 모두의 시선이 높이 들어올려진 S를 향한다.
"꺼... 허억...!"
괴로워하며 피를 토하는 S.
"어라, 안 죽었나?"
그리고 그런 S를 올려다 본 블랙은, 천진난만하게 다시금 마석을 들어올렸다. 마석에서 기묘한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콰지직-!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직-!
S의 온 몸에서 가시가 솟아나며, 말 그대로 고슴도치처럼 온 몸이 꿰여버렸다. 마치 잔혹하게 피어난 이계의 꽃 같다.
철퍽, 철척. 피와 체액이 비처럼 쏟아져내린다.
괴로워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축 늘어진 S의 몸이, 손 끝이, 발끝이 천천히 먼지가 되어 사라져갔다.
의 일각이자, ‘지고의 한편’을 추구하던 촬영감독의, 너무나도 허탈한 최후였다.
"""......"""
"잘 가요, S 씨! 이 마석은 잘 사용할게요~. 사랑함~돠!"
모두가 이 이해못할 광경에 자중하며 침묵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블랙만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평하게 손을 휘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