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18 순진한 마법소녀는 속임수에 당했다고 합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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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을 납치해, 그들만의 AV 동영상을 찍어대던 는, 결국 마지막 수괴였던 블랙과 블랙이 불러낸 두 거인이 패퇴한 것으로 완전히 끝장이 났다.
소머리 거인의 공격에 너덜너덜해졌던 쿠키는, 다행히 던전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정신을 차렸고, 쿠키의 능력덕에 우리는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우리 손으로 거인들을 물리쳤다고 하니 쿠키가 미묘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어쨌든.
나머지 뒤처리, 예를 들면 에 얽힌 노멀들 같은 경우는 쿠키가 알아서 처리해주겠다고 하니 완전히 맡기게 되었다.
그리고 또다른 걱정거리 중 하나, 괴인들이 납치한 여성들로 찍었던 AV 같은 경우는――
“아이, 외부에 배포된 건 아직 하나도 없음다. 진짜루. 손가락 걸어도 좋슴다. 에? 부족하다고요? 제 불알 한쪽을 걸겠슴다! 이제 믿어주시겠어요?!”
무너져가는 던전에서 빠져나오던 똘마니 괴인을 붙잡아 심문했더니, 그런 대답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잔뜩 촬영해놓고서 하나도 팔지 않았다는 게 말이 돼?”
“그야 스튜디오 방침이 ‘정식으로 계약된 게 아니면 배포하지 않는다’인데 어쩌겠슴까. 상대방이 동의한 게 아니면 배포하지 않는게 룰임다.”
“아니, 뭔데. 왜 그렇게 하는 건데?”
“에? 불법 촬영물 유포는 범죄잖슴까. 지구에도 똑같은 법이 있는걸로 아는뎁쇼.”
“.......”
“아, 죄송함다. 마법소녀는 예외라서, 마법소녀를 찍은 촬영물은 당일날 바로 배포해버렸슴다.”
아무튼, 그런 느낌인 모양이라 후환은 없을 것 같다. 촬영한 데이터는 무너진 던전 아래에 깔려버렸을 테고.
풀려난 여성들 같은 경우도,
“어머나... 조금 아쉽네.”
괴멸 소식을 듣자 입맛을 다시던 여성들이 태반인 것으로 보아, 이 역시도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전부 육식타입이었나. 여자는 터프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어쨌든.
체감하기로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잡혀 있던 . 체감만이 아니라, 실제로 2주가 넘는 긴 시간을 체류하고 있었으니 길게 느껴질 수 밖에 없던 여정은, 이렇게 대강 일단락 났다.
그리고 나에게는, 오랜만의 심심하기 그지 없는 평화로운 일상이 찾아왔다――
* * *
괴멸로부터 이미 사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윽... 흑......흑흑흑흑흑흑흑흑흑흑흑흑흑흑흑....”
사흘 전에는 그립게마저 느껴졌던 방구석에서, 나는 깊은 슬픔에 잠겨 오열하고 있었다.
지구를 위협하고, 여자들을 마구잡이로 납치해 야한 영상을 촬영하던 를 끝장낸 건 좋았다. 좋은 일이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쓰러뜨린 거인. 그 녀석을 쓰러뜨리자 보너스라는 듯 포인트가 잔뜩 들어왔으므로, 벌이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면, 우리가 던전에서 빠져나왔을 때는 이미 해가 기울고 있었다는 것.
뒤처리를 날림으로 던져버리고, 쿠키에게 떠넘기다시피하고 가게로 달려온 우리들을 맞아준 것은, 가게 앞에 세워진 라는 매정한 팻말이었다.
한정 굿즈....
사지 못했어...!
“으아아아아아아아앙~~~~~!!! 이럴 리가, 이럴 리가 없어어어어어어어어~~~~~!”
으헝으헝, 꺼이꺼이.
나는 그야말로 눈물이 홍수가 될 정도로 울었다. 이토록 울어본 건 유치원 이후 처음인 것 같았다. 닭똥처럼 뚝뚝 흘리던 눈물이 한강이 되어버릴 기세로 울었다.
거기다 이렇게나 우는데는 유라에게도 원인이 있었다.
“유라야~~~ 못 샀어! 이번 한정 상품은 기대하고 있었는데에~~~~! 어떡해, 어떡해어떡해어떡해애~~~~~~!”
“그러고 보면 이번에는 외전 스토리인 편 피규어를 판매하기로 했었죠.”
“응! 응! 루비는 토끼, 블루문은 고양이, 레몬옐로는 여우... 선정적이며 아찔한 의상인데 한정 판매 말고는 제대로 된 상품화가 하나도 안 된, 전설의 코스튬이야! 거기다 피규어는 탈착식! 옷을 벗기면 그 아래의 므후훗한 곳까지 세심하게 세공되어 있다던데! 거기다 피규어만이 아니라 태피스트리에 휴대폰케이스에 티셔츠에다 캐릭터별 특별 단편집까지, 이것도 저것도 고것도 요것도 잔뜩, 잔~~~~뜩 있는데 하나도 못 샀어~~~~! 내 루비~~~ 내 바니바니 루비이~~~~!”
그런 식으로 가게 앞에서 유라를 붙잡고 꼴사납게 울고 있으려니,
“윽, 흑흑, 유라도, 유라도 슬프지... 유라도 많이 좋아하는데....”
“저는 친구가 대신 구해줘서 괜찮은데요.”
“.........뭐?”
“제가 연락이 오래 안 되는 바람에, 걱정해 준 온라인 친구가 저 대신 레몬옐로의 상품을 싸그리 사뒀대요. 제 최애인 레몬옐로의 굿즈를 구했으므로 전 괜찮아요.”
그럼 상품을 확인해야하므로 먼저 가보겠습니다, 라며 유라는 손을 척! 들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가버렸다.
매정한 여자였다.
“하아...... 유라는 좋겠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다 같이 못 샀으면 몰라도 아는 사람은 사고 나는 못 샀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참을 수 없이 우울모드로 빠져들었다.
뭐였더라, 던전에서 있었던 일로 쿠키를 추궁해야 할 일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아무래도 좋지 않나 싶었다. 의욕이 안 난다.
부우웅- 하고 옆에 놔뒀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유라로부터 톡이 와 있었다.
화면을 터치해 열어보니, 여우복장 레몬옐로 굿즈 사이에 파묻힌 유라가 환한 미소와 함께 찍힌 사진이미지가 보내져 있었다.
함께 첨부된 메시지는 [깔깔깔]이라는 세글자.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발작하듯 스마트폰을 내던졌다.
이 나쁜 년.
내가 다시는 구해주나 봐라!
“으아아앙...! 나도, 나도오...!”
바닥을 쾅쾅 두드리며 잔뜩 화를 내고서는, 이어서 참을 수 없는 서글픔이 몰려와 나는 다시금 시무룩해졌다.
그런데 던져버렸던 스마트폰이 다시금 우우웅- 우우웅- 울기 시작했다. 전화는 아닌 것 같은데, 톡인가. 그러면 또 유라가 뭔가 보낸 걸까. 내 염장을 지르려고?
잠시 고민하던 나는, 죽은 눈을 한 채 멀리 던져버렸던 스마트폰을 집었다. ...다행히 깨진 곳은 없네.
[죄송해요, 언니. 장난 좀 쳐봤어요.]
[언니가 너무 낙담하시길래, 이런 거 잘 아는 친구한테 물어봤는데요.]
[이거, 한번 보실래요?]
몇 줄의 메시지와 함께, 마지막에 첨부된 것은 어느 링크였다.
이게 뭔가, 싶어 눌러보고,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이건......?!
“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화면에 떠오른 페이지를 확인하고, 나는 감격의 눈물과 함께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 * *
흥~ 흥~♪
해가 떨어지고, 사람들이 거리에 많아지기 시작한 저녁 무렵. 나는 집 근처 번화가의 골목길에 서있었다. 모자를 뒤집어 쓰고, 낙낙한 티셔츠와 허벅지가 대담하게 드러나는 핫팬츠 차림이다. 처음에는 이만큼 짧은 반바지를 입는게 거부감이 느껴졌지만, 익숙해지고 보니 편해서 자주 입게 된다.
“언제 오려나, 언제 오려나....”
나는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이제나저제나 시간이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1시간은 지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스마트폰 시계를 보니 3분이 지나있었다. 에헤헷. 나도 참 덜렁이~.
유라가 보내준 것은 어느 중고 사이트의 링크였다.
링크를 열고 들어가보니 나온 것은, 이번에 사게 된 루비 한정 굿즈를 전부 중고로 팔겠다는 페이지였다.
내용을 살펴보니 전부 포장조차 뜯지 않은 신품이다.
――[루비에게 영혼을 불태우는 뜨거운 소울을 가진 분에게만 팔겠습니다.]
――[상품 전달은 직접 대면해서 하겠습니다. X역 근처에 사시는 분만 구매해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조건 때문인지 어째 아직 아무도 구매하지 않았다. X역이면 여기서 두 정거장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아니, 설령 국외라고 해도 문제될 건 없다. 비행기값 따윈 아깝지도 않아!
망설일 것도 없이, 나는 곧바로 구매하겠다고 연락을 넣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긍적적인 답변을 받았다.
“~~♪”
콧노래로 부르고 있는 것은 7기의 주제가. 흥겨운 노랫소리가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는 어둑어둑한 뒷골목에 나직하게 울렸다.
“이야, 정말 좋은 사람도 다있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기껏 산 굿즈를 판매해주는데다, 소울만 있으면 된다며 싸게 팔아준다니... 맙소사, 제대로 된 팬이잖아. 아, 유라한테도 고마워해야지. 이래저래 알아봐 준 것 같으니까... 좋아, 손수건에 레몬옐로 자수를 넣어서 선물로 줘야겠다. 아, 판매자분은 언제 오려나~ 이제 곧 있으면 바니걸 루비가 내 손에... 흐, 흐헤, 흐헤헤헤헤헤헤헤헤....”
참지 못하고 혼자서 실실 웃고있으려니,
“어...... 혹시, 님 맞으신가요...?”
“히약?!”
예고도 없이 끼어든 목소리에 깜짝 놀라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다.
돌아보니 골목길 저 너머에서, 등 뒤에 커다란 가방을 맨, 후드를 쓴 남자가 이쪽을 멍청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 언제 왔대.
콧노래 부르는 거 다 봤겠지?!
얼굴이 화르륵 불타올랐다. 아이고 맙소사.
“헤, 헤헤헤, 오, 오셧네요... 시간보다 빨리 오셨네.”
“그쪽도 빨리 오셨네요. 아직 약속시간 5분 전인데.”
“두시간 전부터 와있었어요!”
“.......”
“굿즈는 거기 가방에 있나요?! 있는거죠? 아차, 대금은 여기요!”
후드 쓴 남자는 경계하듯 나를 바라보더니, 내가 내민 흰봉투를 손으로 밀었다.
“아뇨, 솔직히 돈은 필요없거든요.”
“네?”
“제가 말했잖아요. ‘루비에게 영혼을 불태우는 뜨거운 소울을 가진 분에게만 판매하겠다’고.”
바로 그렇다.
“솔직히 몇 번 저한테 구매의사를 보인 분들이 계셨거든요... 하지만 제가 만족할만한 소울을 보여주지 못해 전부 거절했습니다.”
그, 그럴 수가?!
나는 목울대를 꼴깍 울리고는, 긴장을 떨쳐버리듯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제 소울은 누구에게도지지 않습니다! 루비를 향한 사랑만큼은, 이 지구 70억 인구 중 누구에게도요!”
“하... 말만이야 누군들 못하겠습니까... 저번에 만났던 구매자분은 특히 너무하셨는데, 루비의 음력 생일도 모르는 까막눈――”
“12월 10일!”
크게 외치는 내 목소리에, 남자는 잠시 이쪽을 놀란 듯이 쳐다보았다.
“루비의 양력 생일은 2004년 1월 1일! 음력은 2003년 12월 10일입니다! 음력 생일이 12월이라는 건 8기 9화에서 중요한 복선으로 다루어졌기 때문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죠! 다만 캐릭터 설정표에서는 의도적으로 누락되어 있어서 바로 생각나지 않는 팬이 많은 것도 어쩔 수 없겠지만요!”
“호오...... 생각보다 제법, 하나 봅니다?”
“후, 후후후... 얼마든지 확인해보시죠. 루비를 향한 제 마음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겁니다!”
남자는 호흡을 가다듬듯 후우, 한숨을 내쉬고는 도발하는 듯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루비가 주로 사용하는 손수건은?”
“끝에 연어 그림이 들어간 프릴 달린 다홍색 손수건!”
“루비가 자위할 때 사용하는 딜도 브랜드는?”
“!”
“ 9기 엔딩곡 가사를 쓴 작곡가는?!”
“한국의 김필수, 일본의 나카무라 카논 공동 작곡! 레코딩은 중국의 왕쑤이펑임 맡았죠! 은 한중일 세 국가 합작품이다보니, 마찬가지로 세 국가가 함께 만들어낸 이 엔딩곡은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엔딩 애니메이션의 루비가 ‘여신급으로 아름다웠다’라며 최고의 호평을 받기도 했지요!”
“루비가 가장 좋아하는 체위는?!”
“후배위!!!!!”
사람이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 어둑어둑한 뒷골목에, 우리 두 사람의 다투는 듯한 대화가 계속해서 오고갔다.
남자는 기관총마냥 마이너한 질문을 들을 끊임없이 쏘아보냈고, 나는 여유롭게 고래고래 소리쳐가며 남자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남자는 처음에는 미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제는 만족스럽다는 듯한 미소를 지어보이게 되었다.
좋은 느낌이다!
그렇게 생각되자, 나는 더더욱 생기 있게 대답해주었다.
“후우......”
“하아, 하아... 끝인가요, 질문은?”
숨도 쉬지 않고 대답하는 바람에 가쁜 숨을 내쉬며 말하자,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의 고개가 흔쾌하게 끄덕여졌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등에 매고 있던 무식하게 커다란 가방을 내려놓았다.
“만족스럽군요. 당신의 루비 혼... 아니, 혼에는 감복했습니다. 아무도 트집잡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이야말로 지고의 오타쿠... 의 칭호를 드리겠습니다.”
“흐, 헤헤헤... 그 정도 까지야....”
나는 몸을 배배 꼬며, 남자에게 대금이 담긴 흰봉투를 내밀었다. 그러나 남자는 다시금 손을 내밀어 봉투를 밀어냈다.
“대금은 필요 없습니다. 당신 정도의 한테는 경의를 표할망정, 이런 것으로 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아, 아아아... 맙소사, 그럴 수는!”
“후, 부디 받아주십시오.”
내 눈에서 감동의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맙소사!
세상은 이토록이나 아름다운 것이었나!
마법소녀로서, 이 지구를 지킬 이유가 생겨버렸어!
“자, 어서 내용물을 확인해보시지요.”
나는 호의를 감사히 받아들이기로 하고,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가방의 내용물을 살폈다.
와아~! 굿즈다! 전부 있어! 이건 내가 못산 태피스트리! 이건 내가 못산 인형! 이건 내가 못산 한정판 루비의 야한 일러스트 모음집! 한정판 루비의 야한 소설 단편집...!
“응...? 어라?”
후드 쓴 남자가 보는 앞에서 내용물을 하나하나 확인하던 나는, 이상한 것을 확인하고 손으로 집어 끄집어내었다.
꺼내든 것은 묘하게 생긴 구체. 묘하게 묵직한 금속으로 된 구체는, 손에 들고 살펴보아도 이게 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이런 게 왜 루비 굿즈에 껴있는 거지? 머릿속을 다 뒤져봐도 이런 상품은 본 적이 없다.
“선물입니다.”
“예?”
이해가 되지 않는 답변에 얼빠진 얼굴로 올려보자니, 손에 들린 구체에서 달칵, 하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푸학-!
“?!”
일부가 어긋나고 구멍이 생긴 구체에서 달착지근한 가스가 뿜어져나왔다. 손 위에 올려 확인하고 있던 나는, 예고도 없이 내뿜어진 가스를 정통으로 들이쉴 수 밖에 없었다.
이 달착지근한 냄새, 몸 안에 스며드는 느낌... 익숙하다.
――미약?!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하★”
당황하며 허둥지둥 뒷걸음질치며 올려다보는 시야 속에서, 후드를 쓴 남자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높은 목소리로 웃었다.
함정, 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코스튬체인지!”
반사적으로 외치자, 그에 호응하듯 내 옷이 반짝이는 입자로 변하고, 이내 익숙한 착 달라붙는 남색 마법소녀 드레스슈트로 변했다. 익숙한 기본 마법소녀 드레스.
나는 등을 골목의 벽에 기댄 채, 주먹을 꽉 쥐었다.
“크으...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도록 해! 당신, 실제 마법소녀는 본 적 없지? 아무리 약을 써봐야 당신 같은 남자는 한주먹에 골로 보낼 수 있거든!”
“아뇨, 마법소녀를 본 적은 아주 많은데요!”
“그러니까 얘길하는 게 아니라, 실제 마법소녀――히윽?!”
나는 깜짝 놀라 아랫배를 감싸쥐고, 허리를 굽혔다.
뭐, 뭐지?!
어째선지...
어째선지, 방광이 꽉 붙잡힌 듯한...
“아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드높이 웃으며, 남자는 얼굴을 가린 손을 치웠다. 여태껏 쓰고 있던 후드가 내려갔다.
"사기꾼! 모두를 속이는 베테랑 연기자! 그것이야말로 대괴도의 길!"
그렇게 드러난 얼굴을 보고, 나는 아연한 표정으로 입을 떡 벌렸다.
드러난 것은 언젠가 본적 있는 가면.
그리고 다른 한 손에 들린 것은 언젠가 본 적 있는 각진 마술사 모자.
“홋호, 홋호, 홋~~~~~호!!! 오랜만입니다, 케이! 대괴도 루판이라고 합니다. 제가 개발시켜드린 요도는 어떠신지요★!!”
일전 내게 씁쓸한 패배와 민감한 요도를 남겨주고 간, 빌어먹을 괴인이 눈 앞에 있었다.
* * *
어, 어째서...
어째서 이 녀석이 여기 있는 거야?!
그보다 왜 괴인이 중고 사이트 같은 걸 쓰는 건데?!
“이야, 케이 님이 루비 팬이라는 것과, 이번에 한정 상품을 못 구했다는 소식을 접해듣고 잽싸게 준비했지요. 자비를 털어 이만큼 모은 보람이 있었습니다... 아아, 지금 이 표정이에요, 괴도의 함정에 빠져 천국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듯한 이 절망적인 표정... 홋호오오...! 오싹오싹해...!”
루판의 손가락이, 등 뒤의 벽 때문에 뒷걸음질조차 치지 못하는 내 목덜미를, 뺨을 쓰다듬었다. 등골에 오한이 달렸다.
“이, 새끼....”
“자, 어떤가요. 인사 오줌 한 번 보여주심이.”
나는 이를 갈면서 루판을 노려보았다. 밀어내고 싶었지만, 내 손은 갈곳을 잃은 채 아랫배... 정확히는 국부 언저리를 가리듯 휘젓고 있었다. 허벅지는 필사적으로 아래를 여미듯, 서로 비비고 있다.
루판의 마법, .
분명 5m 거리 내에 있는 대상의 방광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자아, 자. 물은 많이 드시고 오셨나요. 슬슬 나올 것 같나요. 이만큼 하면 나올까요.”
“흐윽?! 윽... 하, 하지먀아...!”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떠올랐다. 루판이 손가락을 슬쩍 움직이면, 방광에 자극을 받은 내 몸도 움찔움찔 떨렸다.
마, 마려워...!
그치만, 여긴 길가고... 야외고...!
아니, 그것보다... 미약 때문에 몸이 달아오른 지금, 이 기세로 오줌을 싸버리면... 요도가 성감대로 잔뜩 개발된 나는 틀림 없이 성대하게 가버릴 것이다.
길 한복판에서!
말도 안 돼!
“자아, 자. 어떤가요, 어떤가요.”
“히으윽......!”
나는 벽에 등을 기댄 채, 몸을 배배 꼬았다.
그러나 저항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안 그래도 미약 때문에 정신이 몽롱한 와중에, 마법으로 방광을 아슬아슬하게 자극당하는 지금... 내 정신은 확실히 궁지에 몰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