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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는 악에게 굴복하였습니다-74화 (74/172)

〈 74화 〉#19 도도한 마법소녀는 미친 과학자의 표적이 되었다고 합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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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컹! 컹!』

『크르르르르...!』

부지 안에 들어선 유라를 처음으로 맞아준 것은, 기묘한 형상의 개였다.

개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머리가 두 개....”

머리가 둘인데다 이성을 잃은 듯이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혐오스럴 정도의 생김새.

아, 이거 괴인 시설 확정이다.

보자마자 그렇게 생각했다.

『크아아아아!』

침입자인 유라를 용납할 수 없는지, 개는 단숨에 유라에게 달려들었지만, 두 머리가 한꺼번에 퍼석! 부서지며 날아갔다.

유라가 휘두른 방망이가 단숨에 숨통을 끊어놓은 것이다.

“불쌍한 멍멍이... 복수는 반드시 해줄게.”

풀썩 쓰러진 개의 시체 앞에서 가볍게 합장. 유라는 다시 경계하며 주변을 살폈다.

아직 침입한 걸 들키진 않았을 것이다. 이 멍멍이는 단순히 침입자를 대비해서 자유롭게 풀어놓은 모양이고... 침입자의 냄새를 맡고 달려온 거겠지.

‘냄새 때문에 들키면 좀 그런데.’

이런 멍멍이가 한 둘이 아니라서 잔뜩 몰려오면 곤란하다. 시끄럽게 짖어대다가 침입한 걸 들키는 건 좋지 못하다.

“어디보자, 포인트샵에....”

마침 어제의 일로 포인트도 잔뜩 있겠다, 냄새 제거제를 구매했다. 손 안에 뿅, 하고 향수 같은 스프레이가 생겨났다.

어디어디...

[뿌리기만 하면 모든 냄새가 사라집니다. 지속시간 1시간. 마법나라 특제품!]

믿기 좀 거북해보이는 설명문이지만, 어쩔 수 없다.

유라는 몸 이곳저곳에 대고 칙칙 뿌리고는, 앞으로 나아갔다.

‘어디로 가면 될까....’

맨날 정문의 울타리 정도만 보고 지나쳤더니, 실제로 이 정도로 넓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지도라도 있어주면 참 좋을 텐데, 그런 친절해보이는 건 없다.

거기다 조금 전에 봤던 두머리의 멍멍이가 이곳저곳에서 눈에 띄었다. 냄새 제거제를 사용하길 잘했다.

‘그냥 마구 소란을 피웠다가 잔뜩 몰려드는 것도 좋지는 않죠....’

무슨 짓을 하든 확실한 탈출구를 확보할 것.

최소한의 행동으로 최대의 이득을 얻을 것.

두 가지를 행동지침으로 삼기로 하고, 유라는 조용히 탐색을 개시했다.

공중을 둥둥 떠다니는 반투명한 광학미채 감시장비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유라는 조금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여기가 제일 수상해....”

왔다갔다하며 감시의 눈을 밝히는 멍멍이들을 피해, 유라는 부지 내에 가장 커보이는 시설 앞에 섰다.

다른 시설들에 비해 훨씬 크고, 세련되어 보였다.

‘문제는 어떻게 들어가냐, 인데....’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봐도, 제대로 된 창문 하나 없어 몰래 숨어들어가긴 요원해보였다.

일단 확인하기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은 이 정문으로 보이는 쇠문 한 곳 뿐인데, 지문인식과 홍채인식을 거쳐야만 열리는 모양이다.

들킬 각오를 하고 손에 든 몽둥이로 꽝! 쳐봤지만 흠집 하나 안 난다.

으... 포기해야하나.

이렇게 좌절하게 될 줄이야.

‘차라리 땅이라도 파서 들어가...?’

하지만 이 정도로 꽁꽁 싸매놓으니, 더 궁금해졌다. 안에 뭐가 있을까? 무슨 수상한 짓을 꾸미고 있는 거지?

미련이 남아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자니, 별안간 구우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살펴보니, 문의 왼쪽 부근이 살짝, 열려있었다. 조금 전 몽둥이로 때린 충격 때문일까?

몸을 통과시키기는 조금 그렇지만, 손은 아슬아슬하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유라는 틈새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높은 레벨의 을 힘입어 힘차게 옆으로 밀었다.

“끄으으으으으...!”

구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조금 더 열렸다. 아슬아슬하게 지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우오오오오...! 낀다...!”

다른 곳은 괜찮은데, 가슴이 껴서 곤란했다. 정말이지 가슴이 커서 불편한게 이만저만이 아니라니깐.

가슴이 꽉 눌리는 감촉을 느끼며 가까스로 안쪽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어두워....’

당연하지만 불이 켜져있지 않아서, 복도는 칠흑의 어둠이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 창문이 없어 달빛조차 드나들지 못한다.

“【켜져라, 도깨비불】.”

은은한 불길이 유라의 근처에 떠올랐다.

뜨겁지는 않고, 따스한 느낌이 드는 불꽃.

유라는 광원에 의지해, 수상쩍은 연구소의 복도를 나아갔다.

“조용해... 아무것도 없나?”

1층, 2층, 3층까지 탐색을 마치고, 4층까지 올라왔다. 이 정도로 깊이 들어왔는데도 이쪽의 침입을 눈치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순찰중이던 거미나 드럼통같이 생긴 로봇들이 있어서, 경보음을 울리기 전에 재빠르게 처치하긴 했다.

‘수상쩍은 실험체 같은 건 몇 개나 발견했어. 경비로봇도 그렇고, 아무리 봐도 지구의 것은 아니야.’

모든 방이 그런 건 아니었지만, 시험삼아 들어가 본 몇 개의 방은 피냄새가 진동을 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안에서 본 건 실험체가 되어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이었다는 점일까.

지구의 것인지 의심이 가는 동물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사람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 중 가장 수상쩍은 건 거머리 같은 생김새의, 뭔지 알 수 없는 미끈미끈한 생물체.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손은 대지 않았는데...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듯한...?’

묘한 기시감에 유라는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딱 하니 생각나는 건 없었다.

생각하길 포기하고, 유라는 5층으로 향했다.

5층으로 올라오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어둡고 음습한 것은 똑같지만, 그보다도 훨씬 축축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역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응... 아아...

하아... 하응...

‘......여성의 신음소리!’

틀림없다!

뭔가 철퍽철퍽하는 살덩어리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희미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유라는 신중하게 발을 옮겨, 목소리를 쫓아갔다. 그러나 금방 깨달은 것이, 목소리는 어느 한 곳에서 들려오는 게 아니라 이 복도 거의 전체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복도에 죽 늘어선, 똑같은 규격의 출입문들.

마치 열어서는 안 될, 안을 봤다간 다시는 못 돌아올 것 같은 으스스한 기분에 유라는 침을 꼴깍 삼켰지만, 뒤로 돌아서지는 않았다.

여기까지 온 만큼, 이제와서 포기할 수는 없다.

가장 가까이 있는 문을 조심스레 밀어서 연다.

다행히 안 쪽에는 희미하게 불빛이 있었다.

그리고 안에 보인 것은.

『하앗... 읏... 아아앙...♥』

『커... 커요... 너무 커엇... 응아아아아아...♥!』

짐승처럼 쾌락에 잠겨 허덕이는 여성들.

무언가에 범해지고 있다. 하지만 광원이 너무 적어서, 실루엣이 간신히 보이는 정도다.

유라는 자세히 보기 위해 작게 만든 도깨비불을 살짝 안으로 밀어넣었다. 응, 이제 좀 잘 보인다.

좋아 좋아, 정체를 파악해주지!

여성들을 범하고 있는 것, 그 가운데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몸집에, 축축하고 매끈매끈한 표면을 지니고, 지금껏 보았던 그 어떤 것보다 추악하고, 끔찍한 형상의――

“히익?!”

유라는 입을 틀어막으며 뒷걸음질 쳤다. 탱그랑!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가 바닥에 떨어져 소리를 내는 바람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줄 알았다.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틀어막은 입술에서, 저도 모르게 공포에 젖은 신음성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괴롭혀주고 뭐고 할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봐왔던 의 어중이떠중이와도 선을 달리하는 광경이었다.

그 정도로 끔찍했다.

봐서는 안 됐다.

알아선 안 됐다.

이곳에 와선 안 됐다.

“으, 아아아....”

다리에서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털썩,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더 멀어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예쁜 엉덩이를 흔들며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치려 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저건......!

“어머어머어머나, 자극이 좀 강했나~?”

“오홋~홋호. 겁에 질린 소녀라니, 새로운 페티쉬에 눈을 뜰 것 같은 감격스런 장면이지 않습니까!”

파바바바바바바바밧-!

지금껏 어둠에 갇혀있던 복도에, 환한 빛이 밝혀진다.

들켰다?!

“환영~ 합니다~ 이곳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도 모르고 숨어들어온 멍청하기 그지 없는 마법소녀여!”

복도 저편에서 나타난 것은 한 여성과 한 남성 괴인.

가면을 쓴 마술사 차림새의 남자 쪽은... 분명 케이가 말한 루판이라는 녀석이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노출도 높은 새카만 사이비 한복 차림의 여성은...!

“단애?!”

“어머나~ 기억해줘서 고마워~.”

언젠가 비비들의 소굴에서.

유라를 비롯한 한 팀의 마법소녀들을 통째로 배신하고 팔아넘겼던 최악의 마법소녀.

단애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인과 같이 다니는 걸 보면, 지금도 괴인들한테 엉덩이를 열심히 대주고 있나보네요...!”

“어머나어머나. 여전히 유라는 입이 험하네. 귀여운 옛 동료를 보러 온 건데.”

“무슨 낯짝으로 뻔뻔하게!”

유라는 날카롭게 외치며 떨리는 몸을 진정시켰다. 조금 전에 떨어뜨려 바닥에 굴러다니는 방망이를 집어들고, 튕기듯 일어서며 두 명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

마법소녀들 중에서도 특출난 레벨의 마력을 힘입어 공기를 찢고 휘둘러진 몸둥이는, 그대로 눈 앞의 적을 분쇄시킬 기세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챙-!

쿠웅!

유라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깨닫지 못했다.

분명 몽둥이를 휘둘렀는데도 멀쩡한 단애와 루판. 손에는 손잡이 밖에 남지 않은 몽둥이. 어느샌가 단애의 손에 들린, 새카만 도신을 뽐내는 칠흑의 검.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잘려나간 몽둥이의 위쪽.

“어, 어......?”

잘려, 나간 거야...?

이럴 리가 없다.

단애도 물론 유능한 마법소녀다. 그러나 그래봐야 자신에겐 당해내지 못한다. 일전에도 비비며 괴인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붙잡지 않았던가!

“미안, 유라. 나도 이런저런 일이 있었거든.”

당황하느라 무방비해진 유라의 배를, 단애는 지체없이 발로 찼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유라의 몸이 푹 꺾였다.

“카, 학...!”

“지금은 너 따위보다 훨씬 강해. 알아서 기도록행~ 알겠지?”

“으윽...!”

단애는 유라의 뿔을 붙잡아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그 배에 퍽! 하고 주먹을 꽂았다.

직접 전해져오는 묵직한 타격에 유라는 위액을 토해냈다.

“옳지, 옳지. 역시 유라는 귀엽네엥~♥”

“윽, 그만.......”

여전히 유라의 뿔을 붙잡은 채, 날이 없는 쪽의 도신으로 유라의 가슴을 꾸욱 눌렀다. 이리저리 모양을 바꿔가며 괴롭히지만, 유라는 그 팔을 막아낼 수도,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 그래도... 이 틈에...!’

유라는 손잡이만 남은 몽둥이를 던져버리고, 손 안에 새로운 도깨비방망이를 소환했다.

좋아, 이대로 휘둘러서, 머리를 깨버리겠어...!

“그럼 한 번 맛을 볼까?”

“!”

그러나 단애의 행동에 유라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츄웁... 쮸웁... 츕...

저항하지 못하는 유라의 입술에, 단애의 입술이 겹쳐졌다. 위액으로 인해 산기가 남아있는 입 안에, 단애의 도톰한 입술이 침입한다.

어.....

뭐?

“푸하... 응. 독특해서 좋은 걸, 이런 것도.”

“아, 아아... 무, 무슨 짓을....”

유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의 도움을 받아 강화되었던 육체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손에 들린 도깨비방망이가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져서, 그만 손에서 놓아버렸다.

“아, 해제 아이템을 사버리면 좀 그러니까....”

단애가 손을 놓자, 유라는 그 자리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럼 이번엔 제 차례군요, 홋호~ 기대하시길.”

“우, 아...!”

가면을 쓴 괴인 루판은 즐겁다는 듯 그런 유라의 턱을 붙잡고, 억지로 입을 벌렸다.

그 위에 가져다 댄 손에는 주먹만 한 마석이 들려있었다.

마석은 마치 녹아버리듯 걸쭉한 액체로 변해 억지로 벌려진 유라의 입안으로 주르륵 흘러들어갔다.

“...! ......!”

저항에도 허무하게, 유라는 흘려진 액체를 전부 마셔버렸다. 마셔버렸다기 보다, 입 안에 들어오니 사르르 녹아들 듯 스며들었다.

에서 채워졌던 목걸이가, 아랫배에 새겨진 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자, 됐습니다.”

“큭...! 떨어져!”

“엇차.”

유라는 팔을 홱 휘둘러 루판을 떼어냈다. 변신 상태라 일반인보다 조금 더 강할 뿐인 팔힘이었지만, 루판은 상관없다는 듯 순순히 떨어졌다.

“자,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뭐......?”

“이대로 쭉 가면 나오는 연구실에, 박사가 계십니다. 저희는 이 이상 개입하지 않도록 하지요.”

“응. 우린 가볼테니까 잘 해봐 유라~. 박사는 저래 봬도 의 높으신 분이거든. 말하는 대로 잘 따르는 게 좋을 거야. 화나게 하면 무서울지도~?”

쿠우웅- 쿠우웅- 하고.

복도 저편에서 무거운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통로를 가로막는 벽이 떨어지는 것 같은. 그리고 비이잉- 하는 경보음이 들려왔다.

“박사에게 찾아가는 것도 자유, 혹은 이곳에서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도 자유. 다만 후자의 경우에는, 박사의 대(對) 침입자용 설비며 실험체들을 상대해야겠지만요.”

마력조차 봉인된 몸으로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루판은 그 말을 끝으로, 등에 맨 망토를 크게 펄럭였다. 망토가 루판 본인과, “바이바이~”라며 손을 흔드는 단애를 덮는다.

다음 순간, 망토가 바닥에 풀썩 떨어지고, 두 사람은 사라졌다.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연구소의 복도.

그곳에 홀로 남은 유라는 오싹한 한기에 몸을 떨었다.

나... 이대로 탈출해야하는 거야?

포인트도, 마력도 아무 것도 없이, 맨 몸으로?

"하, 하하하...."

루판이 떠나간 자리를 망연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유라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절대로 용서 안해...! 이 썩을 놈들, 언젠가 반드시 울려줄 거야...! 반드시...!"

박사의 경비용 로봇이며 실험체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며, 유라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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