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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는 악에게 굴복하였습니다-76화 (76/172)

〈 76화 〉#20 마법소녀는 서큐버스에게 굴복하였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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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소리가 지난 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오니――]

루판에게 당한 뒤로 며칠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때 당한 기억을 떠올리거나 SNS에서 내 꼴사나운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자면 암울한 기분이 들었지만, 전리품으로 얻게 된(루판이 남겨두고 간) 루비의 한정 굿즈를 떠올리며 금세 회복했다.

아아, 행복해.

이렇게 많은 굿즈에 둘러싸이다니.

바니바니 루비를 볼 수 있어. 바니바니 루비의 1/4 스케일 피규어의 치마를 들추고 팬티를 벗기고 혓바닥으로 날름날름할 수 있어. 관상용과 실용으로 두 개씩 있어서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누르면 루비의 야한 신음소리가 나는 등신대 베개를 꼭 끌어안을 수 있어...!

천국인가.

‘거기다 예전에 절판되었던 초레어 프리미엄 굿즈도 몇 개 껴있었지... 그 녀석 정체가 뭐지 진짜.’

괴도라서 그런가. 온갖 가치있는 건 다 가지고 있다 이걸까?

어쨌든.

손해는 있었다지만, 다분히 이득이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이득인 거지뭐.

루판 녀석 또 안나타나려나.

다음에 붙잡으면 신나게 고문해서 루비땅이 그려진 동전 하나까지 탈탈 털어버려줘야지.

......내가 오히려 당하려나.

뭔지 모르겠지만 란 것도 생겨버렸고.

시간이 지나니 이 복종치란 것도 천천히 내려가서, 이제는 <71%>까지 줄어들었지만....

어쨌든.

매일 같이 기대하는 마음으로 상품을 하나하나 뜯어보던 도중, 어쩌다 섞인 건지 위치걸 레몬옐로의 굿즈를 발견했다.

이것도 당연하달까 초레어 프리미엄 한정품. 하지만 내 최애캐는 아니기에 소장할까말까 고민하다가 유라를 떠올린 것이다.

유라 녀석, 이 오줌싸개를 좋아했지.

그렇게 생각하고 전화를 걸었던 건데.

“......? 전화를 안 받네.”

톡을 보내도 읽음이 뜨질 않고, 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다. 전화를 해도 받질 않는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유라가 사용하는 닉네임 도 최근 전혀 활동이 없었다.

뭔가 일이 있는 걸까... 걱정이 되는데.

“그런 일이 있었는데 뭔가 아는 거 있어?”

“오늘의 나는 팬케이크가 먹고싶다냥. W역 앞의 가 그렇게 맛있다는데 당장 가서 사와라냥.”

슉- 푹!

“그런 일이 있었는데, 뭔가 아는 거 있어?”

“꾸에에... 포, 포크는 그렇게 쓰는 게 아니다냥... 솜과 함께 뭔가 소중한 게 튀어나와 버린다냥....”

집에 찾아온 쿠키도 협박해봤지만, 아무래도 아는 게 없는 모양이었다.

진짜 어떻게 된 거지.

단순히 일하느라 바쁜 거라면 몰라도, 괴인에게 붙잡혀 포로가 되었거나 하면 좀 걱정된다.

뭐, 어린애도 아니고 자기 앞가림은 자기가 해야하겠지만.

“그보다 케이. 일이다냥. 조금 위험한 괴인이 나타났다냥.”

“그건 그런데, 쿠키.”

“냥?”

“그 일이 있은 뒤로 난 널 처음으로 보거든?”

‘그 일’이란 에서의 일이다.

최면에도 걸리고 이래저래 잔뜩 구른 끝에 적의 수괴까지 전부 때려부수긴 했지만, 당시 대화하던 중에 나왔던 쿠키의 의혹은 아직 사리지지 않은 채다.

어째서 요정들은 우리 인간들을 돕는가.

세뇌라던가 했던 말은 뭐였을까.

쿠키가 내게 숨기는 건 뭘까.

“네가 숨기고 있는 것, 전부 토해내지 않으면 네 몸뚱아리 안에 솜덩어리 대신 못과 나사를 잔뜩 처넣어주겠어.”

“그, 그럴 순 없다냥...! 무거워서 움직일 수가 없을거라냥... 무엇보다 이 보들보들 폭신말랑 보디가 울퉁불퉁 딱딱해져버릴 거라냥!”

“으하하하! 그게 싫다면 당장 불도록 해 이것아!”

나이프와 가위, 그리고 미리 구비해둔 나사 봉투를 손에 든 채 협박하는 내게, 포크로 목이 벽에 꿰인 쿠키는 식은땀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었다.

외견만으로는 귀여워 보이는 고양이 인형이지만, 이 녀석이 얼마나 위험한 녀석인지는 내가 잘 안다. 귀여운 척해도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

“지금까지는 별 생각 없이 네 뜻대로 행동했어.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구.”

“크으....”

신뢰가 없다면 함께 일할 수 없다.

물론 이 일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돈 때문이다. 쿠키의 협박도 있긴 했지만, 짭짤한 수입을 벌 수 있고 나름 신선한 경험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거기다 마법소녀 일이란 결과적으로 지구를 구하는 일이다. 의 횡포에 지지 않고 반격하는 지구의 수호대. 여자로 변해버린 건 좀 그렇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고 그 부분을 감수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한, 가치 있는 일이니까 어렵게나마 수긍하고 있었다.

그런데 만약, 쿠키한테 다른 꿍꿍이가 있다면.

실제로 이렇게 행동하는 게, 오히려 지구에 독이 된다면.

내가 생각하는 것과 쿠키의 생각이 다르다면.

그렇게 생각하니 이전처럼 순순하게 말을 들어줄 수는 없었다.

에서도, 계약한 요정들의 꿍꿍이 때문에 순수한 위치걸들이 얼마나 굴렀던지!

이미 요정들은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은 나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구!

“아, 알겠다냥...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흥.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마. 오늘만큼은 어떤 협박에도 굴하지 안을 거야. 그 시커먼 밑바닥에 있는 걸 남김없이 긁어내 털어놓을 때까지 놓아주지 않을 테니까!”

쿠키는 벽에 꿰인 채 앙증맞은 고양이 손을 내밀어, 공간의 틈새를 열고 안쪽에서 뭔가를 꺼냈다.

손에 들린 것은 직사각형의 종잇조각. 무언가의 티켓처럼 보이는 종이쪼가리.

“어쩌다보니 괴인이 나타날 곳을 미리 알게되었는데... 아무래도 신작 극장판 시연회를 하는 곳인 모양이라서 말이지냥....”

.............어?

“일도 그렇고, 너한테는 너무 고생을 시킨 것 같아서 상도 줄겸, 내 인맥으로 그 시연회의 프리미엄 티켓을 구했는데냥... 자리도 최고로 좋은 VIP석....”

꿀꺽, 나는 무심코 침을 삼켰다.

쿠키는 한숨과 함께, 다른 한쪽 손을 공간의 틈새 너머로 뻗어, 찬란한 빛을 발하는 고급스런 지포라이터를 꺼냈다.

찰캉! 하는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리고, 화르륵, 영롱한 불길이 타오른다.

“그런데 이렇게 의심받고 협박당하고... 이제 나는 의욕이 안 난다냥... 이딴 티켓 태워버리고 나도 사라져버려야겠다냥....”

“자, 잠깐잠깐잠깐잠깐잠깐잠깐잠깐잠깐!”

“꼼짝마라냥!!!!!”

쿠키의 일갈에, 말리기 위해 달려들려던 내 몸이 우뚝 멈춰섰다.

“거기서 내 허락없이 한발자국이라도 움직였다간 당장 태워버리겠다냥!”

“저, 저기... 진정해! 이래선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어!”

손끝이 덜덜 떨리고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 게 느껴졌다.

신작의 시연회라니.

은 그 흥행에 힘입어, 이번에 6D라는 경이로운 최첨단 기술을 도입했다고 들었다. 그 외에도 오프닝과 엔딩의 작사작곡에는 그 유명한 이탈리아의 아티스트 티바리 허가 맡았다고 들었고, 자금은 중국의 10대 부자들이 아낌없이 후원을 쏟아부었으며, 감독은 애니메이션 업계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아마카치 혼, 시나리오는 한국의 자랑인 조애니 작가가 맡았다는 그 초초초초대작이다.

그런 영화의!

시연회!

거기다 프리미엄 & VIP 티켓!

“날 의심하고 미워하는 이딴 세상... 가치 따윈 없다냥! 이 티켓을 태워버리고, 나도 나쁜 아이가 될 거라냥! 타락할 거라냥! 딱딱한 쿠키가 타락해 촉촉한 쿠키가 되는 모습을 얌전히 지켜보라냥!”

“그러지 마! 도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건지는 이해가 안 되지만 티켓에는 죄가 없잖아! 진정해 쿠키!”

“냐앙! 어딜 또 움직이려고! 당장 그 흉기(나사)를 내려놓고 그 자리에 무릎꿇고 엎드리라냥! 손을 머리 뒤로 깍지끼고!”

“조, 좋아... 인질은 건드리지마...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쿠키님은 천사보다 무적인 천사입니다 10번 복창하라냥!”

“쿠키님은 천사보다 무적인 천사입니다, 쿠키님은 천사보다 무적인 천사입니다, 쿠키님은 천사보다 무적인 천사입니다, 쿠키님은 천사보다 무적인 천사입니다, 쿠키님은 천사보다 무적인 천사입니다...!”

“아직도 나를 의심할 거냥?!”

“안 합니다!”

“쿠키는 최고지 않냥?!”

“맞습니다! 쿠키님은 최고십니다! 의심했던 어리석은 중생을 용서하소서!”

“......후.”

쿠키는 여전히 티켓을 팔랑팔랑 흔들며, 다른 한 손에 들린 라이터의 뚜껑을 짤강짤강 열었다 닫았다. 마치 언제든 태울 수 있다고 어필하는 것 같다.

“있잖아, 케이냥. 나는 확실히 숨기고 있는 건 있다냥. 하지만 사회인이라면 비밀 한두개쯤은 있는 법이지 않냥?”

“그, 그렇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말해줄테니, 일단 넘어가지 않겠냥?”

“하, 하지만....”

“태우면 되냥?”

“아뇨! 그렇죠! 비밀 한두개가 아니라 수십개쯤 있어도 이상하지 않죠!”

“계속 추궁할 거냥?”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말로는 믿을 수가 없고... 각서를 쓰겠냥.”

팔락, 하고 눈 앞에 종이가 나타났다. 나는 잽싸게 펜을 집어들고, [다시는 쿠키를 추궁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조잡한 각서를 만들어 냈다. 그 아래에는 피로 지장까지 찍었다.

“좋아... 이건 우리 의 계약용 특수지라냥... 만약 여기에 계약된 내용을 어기면 이라는 저주가 걸리지....”

“마, ...?”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시무시한 울림에 나는 꼴깍 목을 울렸다.

“그렇다냥 은 마법나라 최고의 저주... 손에 댄 물건들, 특히 피규어나 소중히 여기는 한정 상품이 순식간에 망가져 버리는 저주다냥!”

“그, 그런?!”

“알겠냥, 케이? 너는 지금 이 계약서로 인해 네 한정 굿즈들을 인질로 잡힌 거라냥!”

“아, 악마다... 넌 악마가 분명해...!”

“후후, 상관없다냥. 나는 내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악마든 뭐든 되어버리겠다냥... 너도 네 피규어며 굿즈들을 눈으로 보기만 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겠지냥?”

“크, 으으으으으으...!”

이라니!

피규어를 사놓고 치마도 들출 수 없고, 팬티를 벗길 수도 없고, 할짝할짝 할 수도 없다니 무슨 그런 끔찍한 일이 다있어!

오타쿠를 완벽하게 저격하는 저주잖아!

“하지만 괜찮다냥, 케이. 내게 쓸데 없는 의심을 하지 않는다면, 저주가 걸릴 일은 없으니.”

“어......?”

“부디 나를 순순히 믿고 따라주라냥. 이렇게 너를 위해 프리미엄 VIP 티켓까지 구해오지 않았냥.”

“쿠, 쿠키님....”

“걱정마라냥. 나만 따르라냥. 의심하지 말라냥. 그러면 나는 네게 또 다른 상을 내려줄지도 모르지냥... 알겠느냥?”

“네, 네! 쿠키님만 평생 따르겠습니다!”

“아직도 나를 의심하냥?”

“그럴 리 없습니다! 쿠키님은 그야말로 신이 보낸 사자! 그런 당신을 의심하다니 당치도 않습니다!”

“그럼 내 목에 꽂힌 포크도 뽑아줄 거냥?”

“제가 이 무슨 무례한 짓을!”

“후후, 용서해주겠다냥. 나는 관대하니까냥.”

“오, 오오오오오... 역시 쿠키님...!”

쿠키에게서 티켓을 받아들고 오열하며 무릎 꿇는 모습은 어딘가의 광신도와 비슷한 광경이었지만.

그저 극장판 시연회에 갈 수 있다는 기쁨만이 가득한 나는 조금도 깨닫지 못했다.

유라의 일도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 * *

“그렇게 해서 전달하는 건 성공했다냥.”

[네가 고른 마법소녀, 그래도 되는 거냐꼭꼬.]

“유능하면 되는 거 아니냥. 저래봬도 의 비밀병기인 거신병을 물리칠 정도니.”

[호오, 그 을... 그렇다면 확실히 대단하군꼭꼬.]

“그래도 갑자기 너한테 연락이 와서 놀라웠다냥. 거기다 선물이라니... 마침 케이를 유혹할 거리가 필요해서 참 잘됐다냥.”

[오랜만에 재회한 친구를 위해 이 정도는 껌이지 꼭꼬. 내가 손수 만든 티켓은 마음에 든 모양이군꼭꼬.]

“응. 마음에 들――손수?”

[그렇다 꼭꼬. 프리미엄 티켓이라니, 그 비싼 걸 어떻게 구하냐꼭꼬. 그래도 내가 손수 만든 티켓으로 기뻐해줬다니 다행이다꼭꼬.]

“........”

[뭔가 문제있나꼬?]

“아니, 아무 문제 없다냥. 응. 괜찮겠지.”

[그럼 다행이다꼭꼬. 다음에 만나자꼭꼬.]

“응, 응......케이 녀석, 괜찮겠지냥?”

* * *

쿠키가 준 티켓의 날짜는 바로 다음날이었다.

우와, 시연회!

우와, 드디어!

나 같은 건 팬 중에서도 말단 중의 말단. 그런데 내 위로 몇천, 몇만, 몇십만은 늘어선 선배들을 제치고 이런 장소에 와도 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보다도 더욱 큰 것은 참을 수 없는 자랑스러움일까.

의 팬은 각자 위치가 있으며, 커다란 분류로는 10가지 계급이 있다. 1등급부터 10등급까지 그에 맞는 고급스런 명칭도 있지만 지금은 생략하겠다.

이 계급은 단순히 선착순으로 정해지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선착순으로 계급이 정해진다면 나중에야 의 명성을 알게 되고 새로이 참가한 팬들을 따돌리는 것이 되지 않는가.

그렇기에 은 견습생 계급을 졸업하기 위한 한 달간을 제외하고는, 경력의 길이 유무를 따지지 않는다.

그 뒤에 따지는 건, 단순한 성과제.

얼마나 많은 프리미엄 상품을 모았는가.

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공헌을 했는가.

남들과는 다른, 에 대한 경험을 했는가.

이런 것 단계를 하나하나 쌓아, 『위업』이라는 형태로 승화시키고, 그렇게 팬으로서의 단계를 높여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껏 해왓던 의 리뷰와 포교활동도 이러한 『위업』에 들어간다.

어쨌든.

선배들조차 제치고 프리미엄 시연회에 참가한다... 이건 분명 『위업』이다. 단계를 높여가면 고급팬들만이 공유하는 정보를 얻을 수도 있으며, 지금까지는 손에 닿지 않았던 꿈의 상품을 손에 넣을 기회도 있다.

맙소사.

미친 듯이 돌아가는 행복회로에 미쳐버릴 것 같다. 이 자리에서 정신을 놓고 헤실헤실 웃으면서 군침을 떨굴 것 같다.

사람들 앞에서 쪽팔리게. 이러면 안 되겠지.

『에헤헤헤... 시연회... 기대되어서 한 달 동안 못 잤어...』

『나도, 나도 드디어 1등급에 오를지도... 후헤헤헤...』

그렇게 생각했지만 근처에도 몇 명 멍하니 나와 같은 표정을 짓는 동지들이 있었다.

여긴 시연회의 회장.

그렇군. 나 정도로는 발끝에도 못 미치는 무시무시한 선배님들이 가득한 곳이지.

“사람이 많네....”

나는 와글와글 시끌시끌하게 들뜬 사람들을 둘러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곳은 시연회를 위한 상영관, 그 로비다. 입장 가능한 시간까지는 아직 30분이나 남았는데도 이렇게나 사람이 많다. 시간이 되면 티켓을 보여주고 지정된 좌석에 앉으면 된다.

“알파 녀석, 엄청 부러워했지....”

어젯 밤에 티켓을 빼앗기 위해 나를 암살하러 온 알파를 온 힘을 다해 제압해줬다. 지금은 내 방 한구석에 도롱이 벌레처럼 말린 채 꼼짝도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유라는.

“.............걱정이네.”

이제와서지만.

다시금 걱정이 샘솟았다. 결국 끝까지 연락이 되지 않았는데, 이 녀석 진짜 무슨 일이람.

“...라.”

의 목적은 지구를 침략해, 여자들로부터 마력을 빨아들이는 것.

마법소녀물의 왕도이며, 에서도 똑같은 이유로 침범하는 이계의 악당들이 있었다. 그러니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는 무슨 이유로 지구의 편을 들어주는 걸까.

단순히 정의의 사자인 걸까.

의 루비의 담당 요정인 만큼은 정의의 마음으로 루비에게 힘을 빌려주었지만.

그러나 그 외의 요정들은 각자 다른 이유를 가지고 마법소녀를 부추겼으며, 어떤 것은 위치걸들이 싸우는 적보다도 더욱 지구를 위협하는 것도 있었다.

요정도 인간도, 손익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법이다.

아무튼 요정들이 지구인들의, 마법소녀들의 편을 들어주는 이유. 그것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직감과도 같은 것을, 나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아니, 지금은 에만 온 신경을 쏟아부어야지...이런데 리소스를 할당하면 안 돼.'

나는 관련된 것을 제외한 다른 것들을 전부 떨쳐버리기 위해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 때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소리?’

상영관의 안쪽, 아직 입장이 가능하지 않을 통로 저편에서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우르르르르르릉-

『어, 어라?!』

『지진......?!』

무시무시한 진동이 상영관을 덮쳤다. 천장과 바닥이 흔들렸다.

이건... 이 느낌은... 괴인?!

“설마?!”

그 사실을 눈치챈 것도 잠시.

다음 순간.

회장의 창문과 벽이 터져나가듯 깨어져 나가고,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퍼졌다.

그리고 부서진 창문이며 벽 여기저기서, 척 봐토 심상치 않은 크기의 괴인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으하하하하! 우리는 의 괴인이다! 어리석고 우매한 지구의 인간들이여, 거친 짓은 하지 않을 테니 얌전히 우리들에게 항복하도록!”

......그러고 보니 쿠키, 여기에 괴인이 나타날 거라고 했었지.

그걸 깜빡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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