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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는 악에게 굴복하였습니다-77화 (77/172)

〈 77화 〉#20 마법소녀는 서큐버스에게 굴복하였습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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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자아, 자아, 자아, 자아, 자아, 자아, 자아!!!! 하등하고 무능한 마력자판기 지구인들은 순순히 투항하라우! 그렇지 않다면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경험을 하게 해주갔어!!!”

“대장~ 지옥이라니, 어떤 체험인가요~.”

“하! 그야 말할 것도 없다우! 여자는 몰살, 남자는 범하는 거라우! 으하하하하... 어라, 뭔가 이상한데.”

“대장도 바보 같아~. 반대잖아요~ 그리고 순순히 항복해도 똑같이 할 거면서~.”

“바로 그렇지!”

“““하하하하하하!”””

웃기지도 않는 콩트를 하고 서로 웃는 괴인들.

뭐야 저 바보들은.

회장을 에워싸듯 나타난 것은 총 다섯의, 3m는 거뜬히 되어보이는 괴인들.

문어 같은 생김새의 괴인부터 날개가 달린 괴인, 이족보행의 도마뱀 괴인에, 근육질의 토끼 괴인, 그리고 곤충 같은 괴인까지.

벌벌 떠는 지구인들을 앞에 두고, 이곳을 습격한 의 괴인들은 한껏 높아진 텐션으로 아하하하 웃었다.

아무래도 중앙에 선 근육질 도마뱀 괴인이 리더인 듯, 앞으로 나왔다.

조금 전 콩트는 농담이었다는 듯, 지금은 한껏 진중한 표정으로, 괴물 특유의 본능적인 혐오감을 자극하는 눈으로 우리를 위협했다.

“들어라, 지구인들! 나는 괴인 토마토퓌레! 우리는 에서도 유명한 ! 지금부터 이 자리에 있는 전원을 납치해가겠다. 여자는 우리들의 페티쉬대로 범하고, 남자들에겐 마이너 페티쉬의 다양함과 아름다움을 교육, 차차 범위를 넓혀 온 지구를 우리들의 페티쉬로 덮는 게 최종 목표다! 자, 박수!”

괴인의 선언에 한껏 긴장했던 지구인들 사이에 술렁임이 퍼져나갔다.

『우, 우리들은 위치걸의 팬들이야! 네 녀석들의 페티쉬 따위 배우고 싶지 않다고!』

『맞아! 우리들의 위치걸들을 향한 사랑과 열정은 폭력 따위에 굴하지 않아!』

『꺼져라 괴인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위치걸들의 팬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괴인들에게 맞설 힘은 없다.

모두가 평범한 일반인들.

그러나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너희들의 협박에도 유혹에도 마음만은지지 않겠다며 일어서는 팬들의 모습에, 나는 부들부들 떨며 감동마저 느끼고 있었다.

『『『꺼져라! 꺼져라! 꺼져라!』』』

『이여, 영원하라!!!!』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물리적인 힘은 없지만, 마음의 힘을 모아 내쏘는 거절의 폭풍.

모두가 하나가 되어. 일치단결한 이들의 목소리에 회장의 공기가 크게 출렁였다.

이들의 무시무시한 분위기에, 괴인들마저 압도당하는 듯한 분위기였으나,

쿠우우우우우우우웅!!

“정숙.”

도마뱀 괴인이 무시무시한 철퇴로 바닥을 내리치자, 파도처럼 퍼져나가던 열기는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모두가 정적과 고요에 빠졌지만, 그럼에도 아직 눈은 죽지 않았다.

적의와 경계심이 가득한 지구인들의 시선을, 토마토퓌레는 혀를 내두르며 찬찬히 둘러보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알갔어. 알고 있다우. 너희들이 그 인가 뭔가 하는 것의 팬이라는 것은. 내래 공부를 위해 봤다만 상당한 명작이데. 오늘밤에도 밤을 새서 시청할 예정이라우.”

『『『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이번에는 거절이 아닌, 괴인마저 인정해줬다는 것에 대한 감탄의 호응.

슬슬 분위기가 이상해진다는 것을 눈치챘다.

도마뱀 괴인 토마토퓌레는 눈을 가늘게 뜨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마치 악마가 유혹하듯이.

“묻도록 하겠다우. 너희는 너희가 자랑하는 그 위치걸들을 보고... 그녀들의 허벅지를 보고, 직접 손으로 주물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는고!?”

쩌적, 하고.

공기가 얼어붙었다.

『화, 확실히... 나 블루문의 허벅지를 날름날름 핥고 싶었어....』

『나는 레몬옐로의 살짝 통통한 허벅지....』

『난 루비땅의 허벅지....』

『나, 난 집에서 모든 위치걸들의 피규어를 나란히 세워놓고 매일 아침마다 허벅지를 감상하면서 하루를 시작해...!』

배척의 분위기로 한데 뭉쳐있던 단결의 의지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그 위치걸 소녀들의 허벅지를, 각선미를, 머리카락을, 겨드랑이를, 몸과 요소 하나하나를 즐기고 싶은 마음은 없는고? 거기서 느껴지는 배덕한 쾌감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은? 어리석은 지구인들이여! 페티쉬란 그런 요소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 그걸 무시할 생각인가!! 응?! 말해보라우 지구인들!!!!”

『『『신님이다....』』』

『아, 아앗?! 회장의 절반이 넘어갔어!?』

토마토퓌레는 생각대로 되었다는 듯 추악하게 히쭉 웃었다.

“그럼 소개하도록 하지... 나는 이 의 리더, 토마토퓌레! 퓌레님이라고 불러도 좋다우! 주요 페티쉬는 허벅다리와 겨드랑이! 꿀이 떨어질 것 같은 허벅지와 겨드랑이에 코를 파묻고 킁카킁카 혀로 날름날름 손가락으로 꼬집꼬집...하는 거야 말로 내 삶의 의미! 인생의 목표라우!! 잘 부탁한다, 지구인들!!”

“그럼 리더에 이어서... 저는 의 2인자, 매시드포테이토! 페티쉬는 냄새 페티쉬! 여자의 냄새라면 방금 씻고 나온 달콤한 향기도, 일주일동안 씻지 않은 농후한 체취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자타공인 스멜 소믈리에! 잘 부탁합니다 지구인들!”

“나는... 3인자... 불고기버거... 등짝 페티쉬... 가녀린 등의 굴곡을 좋아해....”

“ 4인자! 애플파이! 목소리 페티쉬임다! 암컷의 절정할 때의 그 높은 목소리를 좋아함다! 잘 부탁드림다!”

“으음. 저는 의 5인자, 다이어트콜라입니다. 저신장페티쉬입니다. 제 요망 수준인 저신장에 맞는 여자가 12살 이하의 꼬마들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어린 여자아이들을 주로 킁카킁카하지만, 딱히 페도필리아인 건 아닙니다.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이제는 자기소개까지 하며, 훈훈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보다 마지막 놈은 어떻게 들어도 위험한 녀석이잖아. 훈훈해지지 말라고.

이대로는 안 된다.

아직 머뭇거리며 어떻게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사람들도, 괴인들과 의기투합하기 시작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마음의 저울이 기울어져가고 있었다.

나는 이 모든 광경을 눈에 담고 있었다.

용납할 수 없다.

신작의 시연회를 방해한 것으로 모자라.

저런 어리석은 연설로 우리들을 꾀어내려하다니... 하늘은 용서해도, 나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거기까지다, 괴인들!!!!”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외침에, 괴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호오... 지구인, 강단이 있군. 그래서, 무슨 일이지?”

“너희들의 취향따위, 나는 인정할 수 없어!”

선두에 선 도마뱀 괴인, 토마토 퓌레의 눈썹이 꿈찔 떨렸다.

“잘못 들었는데. 지금부터라도 정정하면 못 들은 것으로 해주겠다우.”

괴인은 이를 드러내며 위협하듯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그딴 거, 두려워할 쏘냐.

“다시 한번 말하지... 너희들의 취향 따위, 페티쉬 따위... 나는 용납할 수 없어!!!”

의 팬으로서 이 자리에서 결코 후퇴하면 안 된다. 모두가 저 괴인의 어이없는 설득에 넘어가버렸지만, 본질을 깨달은 나는 그냥 두고볼 수 없었다.

“페티쉬의 본질은 어느 하나에 집착하는 것... 다시 말해, 집착하는 한가지 요소를 제외하면 다른 부분은 전부 버리겠다는 거라고!”

페티쉬는 다양하다.

다리 페티쉬, 냄새 페티쉬, 겨드랑이 페티쉬... 그 외에 더욱 마이너한 것으로는 오줌 페티쉬, 타액 페티쉬, 혀 페티쉬, 눈동자 페티쉬, 목덜미 페티쉬, 츤데레 페티쉬, 최면 페티쉬... 지구의 70억 인구 개개인이 각자의 페티쉬가 있다고 해도 좋을만큼, 각자의 취향에 맞는 페티쉬란 존재하는 법이다.

다만.

자신을 다리 페티쉬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대부분 다리 이외의 것을 보지 않는다.

다리만으로 만족해버리고.

다리 외의 것은 이러나저러나 상관없다는 듯이 여긴다.

그런 것은... 외도(外道)다. 용납할 수 없다.

“무릇 의 팬이라는자, 자신이 사랑하는 위치걸의 모든 것을 긍정하고,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정의다! 장점 단점을 포함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사랑하고 용납해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팬이라고! 너희처럼 골라먹기만 하는 편식쟁이 따위, 의 팬으로서 결코 용납못해! 아니, 안 해! 콱 그 자리에서 굴러서 대가리나 깨져버려라 이 한심한 멍청이야!”

내 장광설에.

회장에 있던 사람들 사이에 다시금 술렁임이 퍼져나갔다. 눈이 열렸다며 감격하고, 진실을 깨달은 이들이 다시금 괴인들을 향해 적대의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어느 하나만 빠는 페티쉬 따위, 인정할 수 없다.

무릇 팬이라면, 모든 것을 긍정하라! 모든 것을 사랑하라!

“......좋다, 지구인.”

도마뱀 괴인, 토마토퓌레는 격분하며, 손에 든 묵직한 철퇴를 머리 위로 높이 들어올렸다.

“페티쉬의 훌륭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미개한 지구인놈들! 그렇다면 폭력으로, 너희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억지로 주입시켜주마!!”

후우우웅- 바람을 가르고, 묵직한 철퇴의 끝이 나를 노리고 수직으로 내려왔다.

내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도망치고, 이제 곧 끔찍한 토마토퓌레가 되어버릴 나를 상상하듯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철퇴 아래의 나는.

“.”

흔들림 없는 눈으로, 그저 한마디 내뱉었다.

다음 순간.

콰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조각조각난 철퇴의 파편이, 공중에 떠올라 비산(飛散)했다.

“사람들을 어리석은 길로 유혹하려고 하는, 이 악마 같은 괴인들 같으니....”

오늘의 나는 뜨겁다. 을 침범하려는 괴인들에게만큼은, 이제껏 내가 느꼈던 그 어떤 때보다 강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오늘의 마법소녀 코스튬은 붉은색의, 화려한 프릴과 장식이 달린 착 달라붙는 마법소녀복.

익숙한 형상은, 매일 같이 빠져사는 캐릭터의 드레스와 흡사... 아니, 똑같았다..

이게 마음의 힘이라는 걸까.

마음은 운명조차 뒤집는다는 걸까.

이 자리의 분위기에 맞춘 듯 나타난 코스튬에, 나는 지금 감동을 넘어서 눈물마저 흘릴 뻔했다.

이럴 수가.

루비 코스튬이라니.

이래서야 무슨 일이 있어도, 질 수 있을리가 없다.

“자, 덤벼라 괴인들! 정의의 이름으로, 의 모든 걸 사랑하는 팬의 이름으로, 페티쉬를 강요하는 너희들 따위 전부 날려버리겠어!”

당당하게 외치는 내 목소리에 맞추듯.

『『『루비 등장이다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정적에 휩싸여있던 회장이, 순식간에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찼다.

* * *

“요, 잘 지냈나꼭꼬.”

“너도 잘 지낸 모양이네 피넛.”

회장이 한눈에 보이는 위치. 어느 한 건물 위에 둥둥 떠있던 쿠키에게 다가오는 요정이 있었다.

쿠키와 같은 2.5등신의 인형몸. 다만 머리는 새모양을 본뜬, 언뜻 보면 귀엽지만 취향을 탈 것 같은 외견.

쿠키의 오랜 지기이자, 의 동포인 요정이다.

쿠키에게 손수 만든 신작 시연회의 티켓을 건네 준 장본인이기도 했다.

“이면 멍청하긴 해도, 의 상위 괴인들... 어떨거 같나꼭꼬? 마법소녀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은가꼭꼬?”

쿠키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절대 이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도 물리쳤던 케이가, 저런 녀석들에게 질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케이에게야 약점은 있지만, 단순한 폭력으로 말하자면 케이에겐 적수가 없다.

“지나치게 매니악한 취향에 강력한 연대능력... 벌써 몇이나 되는 마법소녀가 저 놈들의 손에 못 쓰게 되었다냥.”

“응응. 빨리 어떻게든 해야지꼭꼬.”

“무엇보다 제일 위험한 건 그 제로콜라인지 다이어트콜라인지 하는 놈이다냥. 페도는 안 된다냥. 아청법 위반이라냥. 그 놈이야말로 이 세계 최대의 위험물이다냥. 하루빨리, 조속히 청소해야된다냥.”

“페도는 위험하지꼭꼬....”

괴인이 되었든 마법소녀가 되었든, 넘어선 안 될 선이라는 게 있다.

페도라니.

자칫하면 작품 자체가 파탄날 수도 있다!

기껏 '마법소녀'인데도 윤리에 저촉되지 않도록 성인들을 선택해왔건만! 이런 곳에서 파탄낼 수는 없다!

“뭐, 나머지는 케이한테 맡긴다고 하고냥. 피넛, 그런데 넌 어떻게 괴인들이 올거라고 알았냥?”

“꼬? 그건 왜?”

“아니, 좋은 정보통이라도 있나 싶어서냥. 정보는 힘. 안 그래도 중요한 시기라, 좋은 정보는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니까.”

“으음... 말해주기 어려운데꼭꼬.”

“튕기지 말고 좀 가르쳐달라냥. 케이의 비장의 야한 사진을 넘겨주겠다냥. 마법소녀로 유명해진 덕분에 비싸게 팔 수 있다냥.”

“네가 담당하는 마법소녀가 불쌍하다꼭꼬.”

피넛은 한숨과 함께 다가와, 쿠키의 등에 손을 대었다.

“응? 뭐하는 거냥?”

“정보통 같은 건 없다꼭꼬. 에겐 직접 명령했을 뿐이다꼭꼬. 『 시연회장을 습격하라』...고.”

응?

그게, 무슨 소리지...?

그건 마치....

“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미처 의문을 품기도 전에.

번개라도 맞은 듯이, 온몸을 관통하는 충격에 쿠키는 온 몸을 뻣뻣하게 편 채 비명을 질렀다.

“1등급 주박술... 아무리 너라도 한동안은 정신을 못 차리겠지꼭꼬.”

피넛의 손 너머, 눈을 까뒤집고 부들부들 떨던 쿠키의 몸이 힘없이 축 늘어지고, 그대로 건물 아래를 향해 떨어져내렸다.

정신을 잃고 떨어져내리는 옛 친구의 모습을 냉정하게 내려다보던 피넛은, 이내 마법소녀와 괴인들이 싸우고 있을 시연회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피넛의 계획대로, 노렸던 마법소녀는 무사히 유인해냈다.

혹여나 케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쿠키도 무력화 되었다.

이제 나머지는 그가 담당하는 마법소녀에게 모두 맡기면 되리라.

“단애, 나머진 맡기겠다꼭꼬.”

* * *

『대박! 대박이야! 루비님께서 강림하셨어!!』

『신성한 시연회를 방해해서 분노하셨나봐! 스크린을 찢고 나타난 게 분명해!』

『아아, 저 신성한 허벅지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싶어...! 아니면 나도 악당이 되어서 저 발에 콱콱 밟히고 싶어...!』

시연회장은 이제는 완전히 축제의 도가니가 되어있었다.

뭐, 나도 이해는 한다.

눈 앞에 내 최애 작품의 최애캐가 나타난다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만큼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은 완벽했다. 입고 있는 내가 진짜 루비가 된 기분이다. 이럴 수가. 꿈이 이루어졌어.

“이제 끝이야, 괴인들.”

“크으으으으윽...!”

서로를 돕고 연계하던 괴인들은 확실히 까다로운 상대였다. 그러나 그런 그들도 압도적인 물리력 앞에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 쓰러져갔다.

이제 회장에 서있는 괴인은 도마뱀머리의 토마토퓌레 뿐이다.

퓌레가 손에 든 도끼는 이미 머리쪽이 산산조각 나버려, 자루 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나는 퓌레를 향해 손에 든 붉은 스틱을 내밀고 있다.

루비의 주무기인 .

무시무시한 물리 무기로, 여러 기능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마력을 담아 그 무게를 10톤까지 무겁게 하는 【그래비톤】이다.

마법소녀의 괴력과 함께 휘둘러지는 무식한 무기는, 단번에 괴인의 살과 뼈를 분쇄하고 체액을 흩뜨린다. 이제 곧 눈앞의 도마뱀 머리는 손수 그 위력을 실감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그 정도는 들어는 주도록 할게.”

『오오오오... 저 자비로운 멘트는 5기 14화의 명장면이 아니던가....』

『루비님 강림... 원작고증... 아아아아... 너무 기뻐서 호흡을 할 수가 없어...!』

퓌레는 증오가 가득한 무서운 눈으로 나를 지긋이 노려봤다.

그러나 이제 포기한 듯, 손에 든 머리를 잃은 도끼자루를 땡그렁, 떨어뜨렸다.

“후우, 더이상 발버둥쳐봐야 소용없나... 어떻게든 이 손으로, 그분께 마법소녀를 갖다 바치려 했는데....”

그분......?

무슨 소릴 하는 건지, 괴인의 말투가 굉장히 신경 쓰였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듯 손에 든 스틱에 마력을 담았다.

또각, 또각.

탁, 탁-

슈욱-!

힐을 실은 발은 한 걸음, 두 걸음 걸어가다, 도움닫기로 변하고, 도움닫기는 질주로 변한다.

마력을 마음껏 쏟아부어, 벼락과도 같은 가속을 거쳐 초속의 돌진.

순식간에 괴인의 발치에 육박해, 나는 기세를 죽이지 않고 그대로 수직으로 뛰어올라――그대로 두개골을 분쇄하기 위해, 스틱을 상단으로 내리쳤다.

스틱은 그대로 괴인의 머리에 파고들어, 어린아이에게는 보여줄 수 없는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뇌수를 흩뿌린다.

...분명 그랬어야 했다.

카아아아아아앙!!!!

그러나 내가 휘두른 스틱은 어이없을 정도로 허무하게 가로막혔다.

“어.....?”

눈 앞에 나타난 것은 새카만 개조한복 차림의 마법소녀.

그녀가 양 손으로 꼭 쥔, 칼집에 들어간 칼은 틀림없이 내 스틱을 가로막고 있었다.

“미안해, 내 부하라. 그건 조금 곤란하거든.”

“큭...!”

스릉- 하고 허를 찌르듯 칼이 빼어져나오는 것을 보고, 나는 스틱을 꾸욱 밀어 그 반동으로 뒤로 몸을 뺐다.

저 여자는 본 기억이 있다.

하도 안 봐서 가물가물하다고 생각했는데, 저 얼굴, 저 느낌, 저 색기... 번개가 치듯 곧바로 내 머리에 떠올랐다.

“너는......!”

일전 비비들과의 일에서, 나를, 그리고 다른 마법소녀들을 배신하고 비비들에게 팔아버렸던, 배신자 마법소녀.

마법소녀 단애.

그런 그녀가, 지금 눈 앞에 있었다. 괴인을 지키면서.

“안녕. 오랜만이네. 한번 더 자기소개를 하자면 마법소녀... 아니, 아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이어진 그녀의 선언에, 나는 한번 더 놀랐다.

배시시 웃으며 나를 바라보던 단애의 머리에서, 우드드득- 하고 뿔이 돋아나고, 엉덩이 부근에서 슈욱- 얇은 꼬리를 꺼낸 것이다.

그 모습은 마치 악마처럼도 보였고.

혹은――

“의 서큐버스 괴인 단애입니당~♣ 겸업이지만, 잘 부탁행~!”

단애는 전에 없던 한껏 가벼운 분위기로, 윙크와 함께 유혹하듯 쪽, 하고 손키스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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