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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는 악에게 굴복하였습니다-93화 (93/172)

〈 93화 〉#23 마법소녀는 탈출하려고 합니다(두번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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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한테 봉사하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곧바로 잠에 들었다.

그렇게 한 잠 자고 일어났더니 음수도 잠잠해져 있었다. 질 안에 뭔가가 있는 무게감은 느껴지지만, 움직이는 것 같진 않았다.

‘이 놈도 잠을 자나...?’

어쨌든 희소식이다. 늦은 새벽인 것을 확인하고, 나는 어기적어기적 방 안에서 기어나왔다.

늦은 시간에 주방 털어버리는 게 거의 일상이 되었다. 이쯤 되면 보초 같은 거 세우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관대하게 넘어가주고 있다.

“으... 진짜, 그 아저씨 너무하네...!”

그 놈의 아저씨한테 항문을 집중공략 당하지, 괴상한 생물체는 보지 안에서 아주 잔칫자리를 벌이지... 진짜로 그대로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래도 어찌저찌 버티고 지도를 받아낸 건 참 다행이라고 볼 수 있었다.

열세 장 있는 지도 중 어제 한 장, 그리고 오늘 두 장을 더 받았으니, 남은 건 열 장.

‘씨이... 하더라도 최소 5일인가....’

오늘 가까스로 두 발 뽑아내긴 했는데, 그 놈의 아저씨 너무 강적이라 한 발 뽑는 것도 힘들다. 하루에 세발 뽑아내긴 아저씨가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 힘들 것 같고... 무난하게 생각하면 오늘처럼 해서 5일 정도만 더하면....

『아이 씨... 왜 안 열려...!』

“응?”

적당히 꼽아가며 주방에 도착하니, 먼저 와 있던 선객이 있었다.

에르인가 했더니 아니다. 저 작은 키는――

“앗!”

내가 낮에 붙잡은 그 A시의 마법소녀!

꺄아악! 여기서 마주칠 줄이야!

“어? 너...? 잘 만났다!”

곧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지만, 몸을 날려 내 몸에 매달리는 마법소녀를 뿌리칠 수가 없었다.

“어딜 도망가?! 네 년 때문에 내가 오늘 무슨 꼴을 당했는지 알아?!”

“죄, 죄송합니다~~~~!! 그건 어쩔 수 없었어요~~~~! 그보다 나는 거의 일상처럼 당하고 있는 거예요~~~~!!”

“네 년 때문에, 네 년 때문에...!!!”

울부짖으며 사죄하는 나를 꽉 누르고 투닥투닥 때리던 마법소녀는, 결국 한숨과 함께 나를 풀어주었다.

“에휴... 어쩔 수 없지. 내가 약해서 붙잡힌 거고.”

“으... 요, 용서해주시는...?”

“닥쳐. 콱 죽여버릴라.”

“힉.”

A시의 마법소녀는 앳된 외모와는 달리 흉흉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그래도 막 분노에 불타오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보다 저거 열 수 있어? 괴인 그 씹X들이 괴롭히는 바람에 밥도 제대로 못 먹었어.”

“그걸로 낮의 일은 퉁치기?”

“......쯧. 그런 걸로.”

A시의 마법소녀, 단비는 혀를 한번 차더니 쿨하게 용서해주었다. 어머나, 멋진 여자.

“우와, 새로 늘었네요. 아까 같이 조교실에 있던 그 언니다.”

“아, 그 육변기녀.”

“누가 육변기에요, 누가?!”

주방의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꺼내서 늘어뜨리고 있자니, 어김없이 에르도 찾아왔다. 듣자 하니 하루종일 단비와 같은 방에서 조교 당한 모양이다.

“하아, 정말이지.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다니까요. 전 오늘 하루종일 괴인 자지를 물고 살았네요. 식사라면서 먹여주는 것도 그 역겨운 정액밖에 없었고요.”

“심했네. 그런데 너 지금 소시지 먹는 방식이 되게 요염해 보여.”

“......입이 멋대로 움직여...! 어떡해...!”

오늘 당한 일에 대해 이리저리 푸념하는 사이, 단비는 꺼내든 식재료를 가지고 무언가를 지글지글 만들고 있었다.

“단비 언니는 뭐 하는 거예요?”

“요리한다, 보면 몰라?”

“여자다!”

“......늬들도 여자야 멍청이들아... 그보다 냉동소시지를 그냥 먹는년이 어딨냐....”

단비는 한숨을 쉬더니 에르의 입에 물려있던 소시지를 뺏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가지런한 칼집을 내고 옆에 있는 후라이팬에 자글자글 구어주었다.

“어, 언니... 저 반할 거 같애요....”

“아니, 소시지를 갔다 굽는 것도 못해?!”

“저 요리랑은 상성이 안 좋아서... 후라이팬을 만졌다 하면 불난리를 내요... 전자레인지를 만지면 고장나고... 식재료는 제가 만지면 다음날이면 썩어버리죠... 그래서 「요리를 잘하게 되는 것」이 소원이라 마법소녀가 된 거예요!”

“...넌 무슨 저주라도 받은 거야?”

단비는 체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잘 만들어진 리조또라던가 각종 요리들이 하나하나 우리가 둘러앉은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대단해...!

이야기를 듣자하니 호텔조리학과라는 것 같았다.

“쯧, 내일도 수업 있는데.”

“......미안....”

“됐어.”

내가 다시 한 번 사과하자, 단비가 귀찮다는 듯 손사레를 쳤다.

“내가 이 짓을 몇 년째 하는데. 괴인들한테 당하는 것도 익숙하고, 통수 맞는 것도 한두 번 아니야. 지 O튜브에 『마법소녀 동료를 아슬아슬한 순간에 배신해봤다ㅋㅋ』 같은 븅신 같은 영상 찍는다고 당한 적도 있는데, 차라리 깔끔하니 됐어.”

여유로운 태도에서 연륜 같은 게 느껴졌다. 말투는 험하지만 대인배였다.

궁금해서 몇 년째인지 물어봤더니,

“나야 돈 때문에 마법소녀짓을 하고 있는데... 이 짓도 벌써 7년째네.”

“7년?! 지금 몇 살인데요?!”

“25.”

지금이 25살, 그런데 7년전이면....

“미성년자잖아!”

“뭐, 그렇지.”

단비는 자기가 만든 양고기 스테이크를 우적우적 씹으며 말했다.

“대학 들어가려면 돈이 필요했거든. 고딩인데 알바 같은 걸 하기도 어렵고... 오히려 운이 좋았어.”

“아니, 그치만, 아청법....”

“그 새끼들 미성년자인 거 들이대니까 아무것도 못하던데. 괴인 주제에 법을 지키고 자빠졌어. ...오히려 그때가 좋았지. 약한 척하면 오히려 걱정해주면서 뚜들겨 맞아주더라.”

뭐야 그거, 착하잖아.

“근데 가끔 질 나쁜 놈들이 있어서... 일부러 미자(미성년자)들만 노리는 놈들도 있었거든. 그런 놈일수록 특히 세. 꼭두각시 인형 10000기를 가지고 습격했을 때는 진짜 큰일 날 뻔했지.”

“그, 그래서요...?”

“조금 버텼더니 근처의 마법소녀들이랑 괴인들까지 전부 몰려와서 그 놈 다구리깠지. 뭐, 이것도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겠지만.”

단비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괴인놈들 하는 짓은 꼴 같잖은데, 웬만해선 선은 지키는 놈들이야. 당하면 당하는 대로 나중에 되갚아주면 되니까, 뒤끝도 없어서 좋아.”

“연륜이 담겨 있으니 납득이 가네요... 그런데 7년이면 ‘소원’을 이룰만한 포인트도 쌓이지 않았어요?”

에르의 질문에, 단비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등록금이나 집세 같은 거 만드느라 많이 쓰긴했지만... 일부러 ‘소원’에다가는 안 썼어.”

“왜요? 소원 때문에 마법소녀 하는 거잖아요.”

“――요정이란 놈들, 수상하지 않아?”

단비의 말에 에르는 의아해했고,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난 애초에 돈 벌려고 마법소녀 하는 거니까... 그래서 포인트가 쌓여도 계속 보류하고는 있는데, 어째 뭔가 이상하더라고.”

“이상하다니....”

“......됐어. 나도 제대로 알고 있는 건 아니니까. ...그치만 요정 녀석들을 너무 믿지는 마. 나는 요정보다는 괴인들 쪽이 훨씬 믿을만 하다고 생각해.”

“말도 안 돼요! 그렇고 그런 짓을 하는데!”

“그냥 내가 그렇다는 거고, 너까지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단비는 까득까득 이로 깨물던 양뼈를 대충 내던졌다.

“그보다 너희 탈출계획을 짠다며? 나도 끼워줘. 다음 주까지 내야 하는 리포트가 있거든.”

“좋아. 사람이 많으면 좋지.”

“아, 언니. 저도 마침 소개시켜주고 싶은 사람이――”

그렇게 해서 우리들의 탈출계획에, 새로운 동료가 들어왔다.

* * *

“.......”

‘진짜 돌아갈까...? 뭘 바라고 쿠키 따윌 위해 내가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정적에 휩싸인 복도를, 검은 가죽 슈트 코스튬의 알파가 조심스레 나아갔다.

인터넷으로 확인해봤지만, 아무래도 이곳은 정상적인 기업은 아닌 것 같았다.

아마 측에서 특별히 준비한 건물인게 아닐까?

‘이런 게 도시한복판에 떡하니 있어도 좋은 거야?’

이미 괴인들의 초과학으로 지구 각지의 정재계도 장악하고 있다...는 말이 루머처럼 퍼졌었는데,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괴생물체들, 거기에 이어 문득문득 보이는 검은 양복차림의 인간 경비원들.

들키면 어떡하지, 하고 생각하니까 괜스레 마음이 쫄렸다.

‘의리가 있으니 그냥 버리기도 그렇고... 블루문만 해도 100대 1의 상황에서 친구를 구하기 위해 용감히 뛰어들었었지.’

결국 붙잡히지만, 미인계와 온갖 테크닉으로 모두를 쓰러뜨리고 친구를 구하는데 성공했다.

블루문의 팬으로써, 그 자세를 본 받아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어디보자... 쿠키가 보내 준 좌표는 평면좌표라....’

역시 한 층 한 층 다 돌아보지 않으면 찾을 수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알파가 계단을 찾아 발길을 돌렸을 때다.

“너 누구야?!”

‘이런?!’

복도 끝에서 팟- 하고 후레쉬 빛이 비춰졌다.

조금 전에 커다란 오크 같은 생물체가 지나간 다음이라, 여전히 울려오는 쿵- 쿵- 하는 발소리 때문에 누군가 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자...? 뭐야 그 차림은? 도둑...?!”

“큿...!”

알파는 자신을 가리키며 무전기를 손에 들려는 남자를 향해 냅다 뛰었다.

“야아!”

그대로 마력을 실은 날아차기.

복도 저쪽 끝에 있던 침입자가, 어느샌가 눈 앞까지 다가오는 것을 보고 검은 양복의 남자는 순간 경직했다.

‘맞았――’

“흥!”

그러나 발차기가 닿았다고 확신한 순간.

남자는 두툼한 거구에 어울리지 않는 몸놀림으로, 알파의 다리를 쳐내며 재빠르게 고개를 숙여 피해냈다.

공중에서 균형을 잃은 알파의 몸, 그 어깨를 남자는 공중에서 붙잡고, 그대로 메치듯이 바닥에 내리 꽂았다.

알파의 가는 몸이 허망하게 내팽개쳐졌다.

타-앙!

“꺄앙?!”

“흥. 의 기술력으로 잔뜩 도핑이 된 이 몸을 얕보지 마라. 웬만한 마법소녀도 상대할 수 있다고. 순순히 거기 엎드려서 기다려라, 침입자.”

“크으으윽...!”

내려친 자세 그대로, 알파의 팔을 꺾고 관절기를 건 채, 남자가 그 위에 올라타 제압했다.

“호오... 그런데... 여자라....”

자신의 아래에 깔린 채 쓰러진 침입자의 모습을 후레쉬로 비추며 자세히 훑던 양복의 남자는, 무심코 침을 꿀꺽 삼켰다.

반짝이는 금발에 기가 세보이는 금빛 눈동자. 거기에 몸을 감싼 착 달라붙는 가죽슈트 아래로 보이는, 이상적인 육체라인.

지금 손에는 무전기가 있다. 하지만 무전기로 동료들을 불렀다간, 이 여자를 다같이 돌려먹거나 할 것이다.

아니, 그보다 이 건물에는 의 괴인들이 있다. 박사라는 인간이 보낸 여자에 굶주린 실험체들도 있다.

‘그냥 넘겼다가 나는 맛도 못 볼지도 몰라....’

이곳에서 일하는데 있어서의 장점 중 하나가, 어차피 의 일이니 무슨 짓을 해도 나중에 뒤끝이 없다는 것이다. 상대가 일반인이라면 모를까, 마법소녀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기껏 잡은 먹잇감을 맛도 못보고 괴인들에게 빼앗긴다?

그랬다간 억울해서 잠도 자지 못할 것 같다.

남자는 무전기를 들고 고민했다. 조금 전에 보고하기 위해 다급하게 송신버튼을 누르긴 했는데....

[치직... 뭔가 이상이 있나? 응답하라.]

남자는 잠시 더 고민하다가,

“여기는 3층. 이상 없습니다. 고양이가 숨어들었길래 깜짝 놀랐을 뿐입니다.”

[그런가. 알았다.]

무전기가 뚝 끊겼다. 지금 이곳에 침입자가 있다는 사실도, 그 침입자가 여자라는 사실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영상감시가 있긴 하지만... 제압한 걸 봤다면 별로 신경 안 쓰겠지.

“헤헤... 그럼 잠깐 느긋하게....”

“윽...! 변태 새끼...!”

양복의 남자에게 꼼짝 못한 채 붙들려, 알파는 바로 옆의 방에 끌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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