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24 마법소녀는 붙잡혔습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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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에르가 두들니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겁을 먹은 듯한 희미한 목소리. 잠시 후, 문이 조용히 열리자 동그란 뿔테 안경을 쓴 여린 인상의 여자가 쭈뼛쭈뼛 고개를 내밀었다.
“어... 에르?”
“클라라. 생각은 해봤어?”
“그게에... 글쎄... 그러니까....”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말라니까? 잡히면 몸 좀 대주면 돼! 별 거 아니잖아?”
“별 거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클라라는 여성은 안경 아래의 눈을 데굴데굴 굴리더니, 에르 뒤에 있던 나와 단비를 보자 눈을 크게 떴다.
“어, 어, 어, 이... 분들은...?”
“같이 탈출하기로 한 동지! 이만큼이나 모이면 절대 실패 안 할 거야! 지도도 준비하고 막 이것저것――”
“야, 잠깐 비켜봐.”
“으에?”
에르를 꾸욱 밀어내고, 단비가 으르렁거리며 앞으로 나와, 클라라의 턱을 붙잡았다.
“다, 단비 언니?!”
“언제 설득하고 앉아있어, 금방 순찰 온다는데.”
단비가 나머지 한쪽 손을 휘젓자, 비어있던 손에 스테이플러가 나타났다.
나타난 스테이플러를, 단비는 살짝 벌어진 클라라의 입에 쑤셔넣는다.
“우허?!”
“야, 여기에 천년만년 처박혀서 육변기로 지낼래, 도망칠래?”
“오, 어, 아.”
“닥쳐. 입 다물어. 볼에 심 박히고 싶지 않다면 얌전히 있어. 소란피우면 찍는다. 소리를 내도 찍는다. 쓸데없는 짓 해도 찍는다. 꼼짝 마.”
“......!”
“그래, 좋아. 이제 질문에 대답해라. Yes는 오른쪽, No는 왼쪽 눈을 껌벅여라. 그걸 어겨도 찍는다. 내가 하는 말에 노라고 해도 찍는다. 답이 없을 경우에도 찍는다. 평생 육변기가 될래, 도망칠래? 대답해.”
오른쪽 눈꺼풀 이외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없어져버렸어!
“어라, 답이 없네? 대답 없을 때도 찍는다 했는데? 관대하고 너그럽게 5초를 더 주마. 5, 4, 3....”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단비 언니이이이잇!!”
“미, 미쳤어!!! 갑자기 웬 협박이야 너어어어언!!!”
“어이쿠.”
나와 에르가 함께 달라붙어 단비를 끌어냈다.
“후, 후하아아....”
단비의 구속이 풀린 클라라가 힘이 빠진 듯 무릎을 꿇고 털썩 주저앉았다.
어깨를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안쓰럽다.
그 여린 모습에 단비가 멋쩍은 듯 중얼거렸다.
“...A시에선 고문과 협박과 위협이 일상이었는데... 얕보이면 죽는 곳이라... 다른 데는 안 그래?”
“거긴 무슨 무법도시야...?!”
“스, 스테이플러는 선을 넘었어요 언니잇...! 크, 클라라! 미안해! 괜찮아?! 이건, 그러니까....”
에르가 어떻게든 클라라를 안심시키려고 달려들었지만, 클라라는 에르를 슬쩍 밀어내며 단비를 올려다보았다.
“언...냐....”
“응?”
“단비 언냐...!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오?”
벌떡, 일어나는 클라라.
클라라는 조금 전의 여린 인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단비의 품에 포옥 안겨 그대로 끌어안았다.
“꺄아아아아악! 언냐 O튜브 맨날 보고 있어요~~~!!! 나 완전 패애애애앤!! 꺄아! 꺄아! 단비 언냐한테 협박 받았어... 하아아앗... 기뻐어... 승천할 것 같아아....”
“......................”
“스읍, 하아, 스읍, 하아... 단비 언냐의 냄새... 감촉... 으헤, 으헤, 으헤헤헤헤... 평생, 평생 따라갈게욧...! 언냐, 탈출이든 뭐든 동료로 삼아주셔요오... 에헤, 에헤헤헤헤헤....”
침을 흘리며 단비의 배에 부비부비 얼굴을 비비는 클라라.
망연한 표정을 짓는 단비가 우리를 쳐다봤지만, 이쪽도 뭐라 할 말이 없다. 뭐, 취향이란 십인십색, 사람 수만큼 있는 법이니까.
어쨌든 나름 유능한 동료가 탈출조에 합류했다.
어찌저찌 진정된 클라라를 단비에게서 떼어놓고, 우리는 방 안에서 탈출 계획을 짰다.
클라라 본인도 나름 조사했던 것이 있는지, 계획을 이래저래 종합한 결과 5일 뒤, 이곳에서 탈출하기로 했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탈출하고 말겠다...!
* * *
찰칵, 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알파는 눈을 깜박이며, 천천히 눈을 떴다.
......머리를 찧어서 기절했었던 모양이다.
“아, 일어났네.”
“문신 양아치....”
팔을 움직여보려 했지만, 양옆에 선 폴대 같은 것에 손이 구속되어 있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발에도 폴대에서 이어진 족쇄가 달려 있다. ...악취미다.
이 폴대만이 아니라, 지금 알파가 구속되어 있는 이 방 자체가 어두컴컴한 감옥 같았다. 때는 어딘지 모르게 세트장 같은 느낌이 있었다면, 이곳은 어쩐지 마음 놓기 어렵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었다.
“얼마나 지난 거야? 여긴 어디야?”
“너 기절한지 한 10분쯤 됐나? 지하야, 지하.”
문신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비싸보이는 카메라로 사진을 찰칵찰칵 찍어댔다.
“조금만 기다려줄래? 사진 찍는 거 좋아하거든. 카메라맨이 꿈이었어.”
“...찍어서 뭐하게. 인터넷에 올리게?”
“아깝게 어디다 올려. 그리고 고용주께서 그런 건 안 된다고 당부를 하셔서.”
“?”
“오, 맞아. 정확히는 조금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맞아.”
“뭐라는 거야.”
“몰라도 돼. 야, 다음 사진 찍을게.”
문신남이 그렇게 외치자, 알파의 겨드랑이 아래로 불쑥 튀어나온 두 손이, 목 언저리의 지퍼를 지익- 끌어내렸다.
“이익...?!”
아무래도 함께 있었던 그 레게머리 남자인 걸까? 아무래도 좋았지만, 천천히 내려지는 지퍼에 맞춰 문신남이 찰칵찰칵 사진을 찍어대는 게 심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착 달라붙던 에나멜 가죽 슈트의 앞이 천천히 벌어지고, 알파의 새하얀 피부가, 그 아래에 숨겨져 있던 융기가 드러난다.
“미친... 노브라에 노팬티... 변태였네....”
“코스튬이 이런 걸 어쩌라고 새끼야. 볼 거면 봐라, 등신들.”
“그럼 야무지게 찰칵.”
“찍지 마!”
“너무해....”
촌스러운 일체형 슈트다보니, 주욱 내려오던 지퍼는 그대로 국부를 지나 엉덩이까지 내려왔다. 느낌상 꼬리뼈 부근에 닿고서야 멈췄다.
문신남은 이리저리 각도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더니, 급기야는 사타구니 사이의 균열 코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했다.
“오오... 좋아... 이렇게 깔끔하고 비율 좋은 여자는 오랜만인데?”
“변태새끼...!”
“맞아맞아. 변태새끼 아니면 이런 짓도 안 하지. 순재야, 다음 것도 부탁해.”
“나중에 사진 공유.”
“해준다고 임마.”
레게머리의 남자는 이어서 손에 뭔가 투명한 젤 같은 액을 손에 잔뜩 묻히더니, 그대로 알파의 온몸에 펴 바르기 시작했다. 중간에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그냥 병을 통째로 뒤집어 알파의 몸에 흘려보냈다.
“히익...! 손 때라앗...!”
처음에 피부에 닿았을 때는 오싹해질 정도로 차갑던 액은, 점차 닿은 곳부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미약 종류인 모양이다. 온 몸이 민감해져서, 피부에 바람이 스치는 것만으로 숨이 흐트러질 것 같았다.
“약이 돌 때까지 이야기나 할까? 뭔가 궁금한 거 있어?”
“너... 이 새끼들... 메크라크에 붙은 이유가 뭐야...?”
슈트 앞이 벌어져 드러난 가슴을, 뒤에서 집요하게 주무르고 통통 튀기며 약을 묻혀간다.
으윽... 민감한 데를...!
의식을 휘젓는 쾌감을 밀어내면서 알파가 묻자, 문신남이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쳤다.
“뭐긴 뭐야, 돈이랑 여자 때문이지. 거기다 마법소녀는 보통 여자보다 훨씬 낫잖아? 마구 따먹고 싶어지잖아? 거기다 딱 좋은 피사체잖아? 이렇게 완벽한 피사체는 거의 없거든. 마법소녀 되려면 이뻐야 된다는 조건이라도 있나? 아니면 마법소녀가 되면 예뻐지는 건가? 이쪽이야 땡큐지.”
“미친 놈들....”
“표면적인 이유는 그렇고.”
여전히 찰칵찰칵 사진을 찍어대던 문신남이, 별안간 목소리를 낮게 내리깔았다.
“묻겠는데, 마법소녀가 진짜로 지구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해?”
“뭐...?”
“아니, 그렇잖아. 는 우리보다 과학기술도 뛰어나고, 나름 지켜야 될 선은 지켜. 그 놈들의 목적이 지구의 여자인데다, 되도록 인명피해를 내지 않으려고 하니까 우리가 아직도 살아있는 거지, 끝장내려면 지구 따위 벌써 끝났어.”
차박, 차박.
레게머리 남자의 손이 세심하게 알파의 몸을 주무르며, 이곳저곳에 액을 묻혀간다. 듬뿍 묻은 약이, 어두운 조명 빛을 반사해 번들거렸다.
“......”
“만약 처럼 지구를 노리는 외계인이 또 있고, 사람이 죽건말건 신경 쓰지 않는놈들이라면... 단순히 지구라는 땅덩이만 필요한 녀석들이라서 우릴 싸그리 죽여버리겠다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버틸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랑 손을 잡는 편이, 훨씬 이득이 아니겠냐는 얘기. 그 놈들의 과학기술도 배우고, 지켜달라고도 하는 거지.”
알파는 온 몸을 덕지덕지 뒤덮은 쾌락을 참으며 으르렁거렸다.
“그래서 달라는 대로 전부 주자고? 네가 여자라고 생각해봐! 저쪽에서 ‘하루 100명씩만 여자를 보내주세요’ 이러면 네가 잘도 ‘내가 가겠습니다!’ 이러겠다 쓰레기야! 지 손해볼 거 없다고 막말하냐!”
“진정해. 이성적이게 생각하자고.”
“이성?! 이성?! 미친 놈이 이성 얘기하고 자빠졌네! 넌 정신머리가 있어서 그딴 개소리 지껄이냐?! 앙?! 미친 놈이 미친 소릴 하는데 안 미치고 배기겠냐고!”
“하, 진짜....”
짜-악!
“윽...!”
문신남의 손이 알파의 뺨을 때렸다.
“아프진 않지? 그냥 손 댄 수준이다? 진짜로? 나 폭력 별로 안 좋아하거든.”
“......씨...!”
“진정하라고 때린 거야. 나도 생각하는 거 많아. 지금 다 말하기 어려운 것 뿐이지. 그것보다 나야말로 좀 물어보자.”
알파의 머리를 붙잡아 억지로 들어올리고, 문신남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알파의 금빛 눈동자가, 퇴폐적인 빛이 깃든 문신남의 눈과 마주쳤다.
“넌 의 뭘 믿길래 그렇게 기고만장하냐?”
“뭘, 믿기는...! 그 밥통들은 적어도 여자들 능욕하지는 않아 멍청아!”
“――하.”
문신남이 비웃듯 코웃음 쳤다. 그러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냐? 진짜 행복한 뇌네. 나도 좀 갖고 싶다, 이 빡대가리야...!”
알파는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마주친 눈빛이, 지나치게 섬뜩했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검은 불꽃이, 입을 꾹 틀어매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꼴깍, 알파가 침을 삼켰다.
지금까지완 달리 기세가 눌린 알파의 모습에, 문신남은 쯧, 하고 혀를 차더니 알파의 머리를 놓았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껄렁하게 웃었다.
“너무 그렇게 믿지 말어. 그 놈들이 보다 더 질 나쁜 놈일지도 몰러.”
“무슨 소리야 그게...?”
“알 필요 없어. 어차피 평생 우리 육변기 될 거, 편히 있어. 이제부턴 생각 할 필요 없이 아~주 즐겁게 해줄테니.”
문신남이 혀를 날름 내밀어 알파의 뺨을 핥았다. 소름이 쫘악 돋았다.
그 사이에 레게머리 남자의 작업이 거의 끝났다. 옷 아래로 미끄러져내려가, 슈트 아래로 감춰진 등이며 겨드랑이, 허벅지도 약이 잔뜩 묻혀졌으며, 보지에 이르러서는 더욱 양을 추가해 꼼꼼하게 쳐바르는 게 느껴졌다.
“야, 슬슬 여기도 준비 됐다.”
실실 웃던 문신남은 뒤로 돌아가, 대충 들고 있던 카메라를 놓고 대신 끝이 둥근 마사기지를 가져왔다.
“자, 즐거운 안마 시간입니다~ 야들야들해질 때까지 놀아볼까~?”
찰칵, 찰칵, 스위치를 움직여 진동상태를 확인하더니, 그대로 진동하는 마사지기의 끝을 드러난 알파의 국부에 가져다 댔다.
“응... 아앗....!!”
안 그래도 민감한 데, 약이 잔뜩 묻혀져 한층 예민해진 국부에 진동하는 마사지기가 닿자, 알파는 깜짝 놀라 허리를 피했다. 그러나 문신남은 손을 교묘히 움직여, 알파의 허리가 움직이는 대로 놓치지 않고 마사지기를 꾸욱 가져다 댔다.
약을 다 바른 레게 머리 남자는 이어서 알파의 가슴을 끈질기고 집요하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으읏... 아... 응...!!”
민감해진 음순을 문지르는 교묘한 자극.
이거, 견딜 수 있을리가 없다...!
“자~ 자~ 심심한데 내기나 할까? 30분 동안 참고 절정 안 하면 놓아줄게~ 근데 칠칠치 못하게 가버리거나 하면 다시 하는 거다? 그럼 시~작!”
“아우우웃...! 흐앙...!”
수갑이며 족쇄에 걸린 사슬을 철컹철컹 움직이며, 알파가 비명과도 같은 신음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