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27 탈출하겠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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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애님, 부르셨나요?”
“아, 왔구나아~?”
단애의 집무실.
평소에 그녀의 집무실까지 불리는 인원은 한정되어있다. 집무를 위해 선별한 간부급 괴인들을 제외하고선, 그녀가 그녀의 펫으로 인정한 마법소녀가 아니면 들이질 않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케이 말고는 출입한 마법소녀가 없었다.
그런 단애의 집무실에, 자신 없어 보이는 마법소녀가 들어왔다.
쭈뼛쭈뼛거리며 눈치를 살피는 수수한 인상의 안경 소녀.
케이, 에르와 함께 탈출 계획에 가담한 마법소녀, 클라라였다.
“클라라.”
“네, 넵.”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클라라가 차렷 자세를 취했다.
“똑똑한 아이라고 소문을 들어서, 어떨까 싶어서 불러봤어. 너무 긴장하지 마렴~. 거기 소파에 앉아도 좋아.”
“또, 똑똑하다니... 저 따위가....”
“아하하, 너무 겸손 떨지마. 아, 뭐라도 내줄테니까 기다려줄래? 차가 좋아 커피가 좋아?”
“아... 다, 단애님이 저 따위에게....”
“아이 참, 사양하지 말라니까?”
단애의 눈이 일순 위협하듯 붉게 빛났다.
“난 거짓말을 싫어하거든. 그렇게 소심한 척, 무해한 척 내숭떠는 년들은――진짜 있는 대로 쳐 죽이고 싶어져.”
차가운 살기마저 담겨진 그 눈빛을 한 몸에 받으며, 벌벌 떨던 클라라는――분위기가 일변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서 단애님, 저를 부르신 이유는?”
토끼처럼 겁을 먹어 벌벌 떨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클라라가 무표정하게 물었다.
그런 클라라의 변화에 단애는 씨익 웃어보였다.
“그냥 얼굴 좀 보려고 부른 것 뿐이야. 조금 하고 싶은 얘기도 있었고.”
“하고 싶은 얘기라면?”
“차든 커피든 괜찮으면 일단 커피로 낼게. 나 커피를 좋아하거든.”
따악-! 손가락을 튕기자, 근처에 있던 포트기와 커피메이커, 컵이며 스푼이 스스로 움직였다. 단애의 집무실 안이 금방 향긋한 커피의 향으로 가득찼다.
이어서 단애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접시 위에 담긴 커피잔이 클라라를 향해 날아갔다.
“...감사합니다.”
클라라는 코앞에 다가온 커피잔을 받아들었다.
단애도 공중에 둥둥 떠있는 커피잔을 받아들고, 클라라의 바로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래서 클라라. 요즘 케이랑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무슨 탈출 계획이라도 짜고 있어?”
“.......”
“대답해주지 않을래?”
“글쎄요, 무슨 말씀이신지....”
“거짓말은 싫다고 했을 텐데?”
“......하아. 그렇다면요?”
“아하하, 진짜 그렇구나? 케이 그 아이도 정말 질리지도 않아~.”
그래서 재밌다며, 단애는 커피를 홀짝였다.
“있지, 클라라. 내 것이 되지 않을래?”
“잠꼬대는 꿈에서 하시지요.”
“말하는 게 좀 그렇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흐응....”
단애는 커피잔과 접시를 앞의 탁상에 내려놓고, 손으로 클라라의 뺨을 쓰다듬었다.
화악 풍겨오는 달콤한 페로몬의 향기. 같은 여자인데도, 단순히 뺨에 손이 닿은 것 뿐인데도 클라라는 숨이 가빠져오고, 얼굴이 붉어졌다.
“아...으....”
“클라라, 클라라.”
달콤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자신을 불렀다. 머릿속이 헤집어지는 것 같았다.
악마의 손아귀에, 심장이 덥석 붙잡힌 듯한, 그런 기분.
“으... 단애...니임...!”
마법소녀라면 이 성에 끌려오자마자 곧 바로 경험하게 되는, 단애의 유혹.
클라라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영혼 깊은 곳에 남은 기억이 수면 위로 끌어올려 지는 게 느껴졌다.
“기억을 떠올려보렴, 클라라. 내가 만져줬으면 하는 거지? 내가 범해줬으면 좋겠지?”
“아............!!”
“괜찮아, 클라라. 괜찮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단다아~? 무척이나, 무척이나.”
귓가에 전해져 오는 뜨거운 숨결. 고혹적인 유혹.
클라라는 눈 앞이 핑글핑글 도는 걸 느꼈다. 손에 들고 있는 커피잔의 커피가 찰랑찰랑 흔들렸다.
“클라라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나를 좋아해? 나를 사랑해줄래?”
“단애님... 단애니임...!”
“네 몸도 마음도 나에게 줄래? 내 것이 되어주겠어?”
딸그락-
커피잔이 클라라의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커피가 아래에 있는 융단을 더럽혔지만, 클라라도 단애도 신경 쓰지 않았다. 정확히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클라라는 어딜 좋아하더라. 여기? 여기가 좋던가? 어떤 느낌을 좋아했지? 아, 좀 더 난폭하게 당하는 걸 좋아했었나?”
“수수하다고 생각했는데 가슴이 꽤 크구나, 클라라는. 유두도 말랑말랑한 게 재밌는 걸.”
“여기는 어떤 기분이야? 여길 이렇게 만져주는 걸 좋아하나보네?”
귓가에 넘치는 뜨거운 숨결. 클라라는 언제 자신의 옷이 벗겨졌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단애가 자신의 민감한 곳을 쓸어올릴 때마다, 유혹하듯 귓가며 목 언저리에 숨을 내뱉을 때마다 달콤하게 신음을 흘릴 뿐이다.
“아아, 클라라, 클라라. 괜찮아. 욕망에 솔직해지렴.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야.”
“마음껏 느껴도 좋아. 마음껏 가도 좋아.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가져도 좋아. 범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음껏 범하는 거야.”
“나는 모든 것을 긍정해. 사랑하고, 사랑받고, 욕망을 채우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 모든 것을 허락할게. 네 모든 것을 받아줄게.”
“클라라, 클라라.”
단애의 유혹이 계속되었다.
클라라의 눈이 새카맣게 젖어들었다.
“나의 것이, 되어주겠니...?”
그 순간 꿀이 떨어질 것 같은 달콤한 목소리가, 마치 독처럼 퍼져나가 클라라의 뇌수를, 혈관을, 심장을... 지배해나갔다.
클라라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네... 제 모든 것은... 단애님의... 것입니다....”
그 대답에 단애는 깊게 미소짓고, 클라라의 입술을 살짝 깨물며 키스해주었다.
“잘했어, 클라라... 그럼,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네게 줄게♥”
단애는 그대로 클라라를 긴 소파 위에 쓰러뜨렸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달콤하게 신음을 흘리는 클라라의 옷을 벗기고, 차근차근, 그녀의 온몸을 음미하듯 천천히 범해가기 시작했다....
* * *
단애의 성, 그 식당.
저번에 한 번 걸리기는 했어도, 그 뒤로도 우리는 마음 편하게 식당에 숨어들어 밀회를 가졌다.
단애의 말대로 식당에 숨어드는 건 눈감아 주려는 모양이다.
“드...디어........!”
나는 부들부들 떨며 마지막 종이뭉치를 던졌다. 에르도 씨익 웃으며 던져진 종이뭉치를 캐치했다.
저게 바로 그 망할 놈의 아저씨한테서 입수한, 마지막 한 장의 지도였다.
“다 모았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유후우~~~!!!”
“...수고했다.”
에르가 작게 손뼉을 치면서 축하해주었고, 단비도 드물게 험한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격려해주었다.
하여간, 힘든 여정이었다.
아저씨의 요구는 끝에 다다를수록 점점 마니악해져서, 맞춰주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래도 사정시키는 것보다는 쉽다고 할 수 있었지만... 정신이 한계를 맞이할 뻔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됐으니 다행이지 뭐.
“그런데 일단 지도는 모아오긴 했는데, 어쩔 거야? 우리 오늘 탈출하기로 했잖아.”
단비가 만들어 준 스파게티를 후루룩 집어먹으며 물었다. 클라라를 영입한 뒤로, 탈출할 날만 잡아놓고 열심히 지도 모으기만 했을 뿐, 솔직히 구체적인 계획은 하나도 짜놓지 않았다.
아니, 그도 그럴게 낮에도 나름 바쁘고.
뭐만하면 단애한테 불려가서 노리개처럼 사용되고.
...열심히 빵구 없이 지도 모아온 것만 해도 칭찬해주길 바랍니다아....
“그거라면 걱정마세요. 클라라가 다 생각해서 와준다고 했으니까.”
“그 클라라는?”
“아마 이제 곧 올텐――”
“시, 실례합니다아....”
별안간 끼이익- 하고 문이 열렸다.
모두가 돌아보자 쭈뼛거리는 안경을 쓴 마법소녀가 고개를 쏙 내밀고 있었다.
“클라라!”
“히, 히익... 쉿... 왜 이렇게 크게 소리를 내....”
“여기 근처는 순찰도 안 돌잖아! 어쨌든 잘 왔어! 뭐라도 먹을래?”
“아... 그러면 그 오렌지로....”
“좋아! 여기 오렌지 타르트!”
“오렌지면 되는데....”
머뭇머뭇거리며 다가온 클라라의 품에는 지금껏 내가 모아 온 지도 뭉치와, 그 외에도 노트며 잡다한 소품 같은 것이 들려있었다.
오늘 내가 받아온 마지막 지도를 전해 받은 클라라는 위에서 아래로 날카로운 눈으로 살피더니, 가져온 노트를 펼치고 뭔가를 마구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소심해 보이던 태도와는 전혀 다른 그 귀기 어린 모습에 나도 다른 두 명도 숨을 죽이고 그저 쳐다만 볼 뿐이다.
그러다 잠시후, 클라라가 크게 웃으면서 손을 멈췄다.
“됐어요! 완벽해! 마지막 피스가 채워졌네요! 탈출계획이 완성... 됐...습니다.......”
“왜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거야....”
“그게... 실패하면 어쩌나 싶어서... 아얏!”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클라라의 머리를, 단비가 따콩! 때렸다.
“어차피 더 떨어질 곳도 없는데 실패하고 자시고가 뭐가 중요해.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다, 단비니이이임...! 아아, 우윳빛깔 여신님이셔... 호흡이, 호흡이이...!!!”
“꺄악, 클라라!”
“......하아.”
스르륵 쓰러지는 클라라를 에르가 가까스로 지탱하고, 클라라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낄낄 웃으며 쳐다보던 나는, 마침 얼음물에 담궈져 있던 맥주캔을 꺼내 들었다. 단비가 센스 좋게 준비해 준 모양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잔하고 출발할까? 맥주 한 캔 정도로 취하지는 않겠지?”
“...나쁘지 않네.”
내 제안에 단비가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였으며, 소심한 클라라도 거절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으며, 에르는 물어볼 것도 없었다.
저번에 아저씨의 술 시중을 들면서 느끼기로, 이 몸은 주량이 그다지 센 것 같진 않지만... 그땐 꽤 도수가 높은 술을 입으로 옮기거나 했으니 그런 거라고 치자.
“자, 그러면 우리의 탈출계획의 성공을 기원하며.”
““““건배!””””
캉-!
맥주캔을 부딪치며, 우리는 다 같이 기세 좋게 외쳤다.
‘캬아, 오랜만에 맥주를 마시니까 살 것 같아!’
탈출할 생각에, 그리고 오랜만의 맥주에 들떠버리는 바람에, 나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클라라와는 거의 대화를 못해봤으니까, 가끔 몰래몰래 만난 게 다였으니까... 미묘한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클라라의 얼굴에 보일 듯 말 듯 깔린 수심 어린 표정을 알아채지 못했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 * *
“자, 그럼 계획을 설명할 게요.”
음식을 치운 주방의 탁자 위에, 클라라는 몇 장이나 되는 지도를 쫘악 펼쳐놓고 탈출 계획을 조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공략해야 할 곳은 CCTV실이에요.”
저번에 나와 에르, 둘이서 탈출하려고 했을 때는, CCTV실에서 우리가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하고 순찰을 돌던 인원들을 전부 모았었다.
아저씨에게서 받은 지도에는 감시카메라의 위치나 각도 같은 것들이 전부 세세하게 나와있긴 하지만.....
“감시카메라를 피하면서 탈출하는 건 지극히 어려워요... 아니, 불가능해요.”
감시카메라의 목적을 생각하면, 카메라의 렌즈에 비치지 않을 사각만 골라서 나아가는 방식으로는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러니 먼저 CCTV실을 무력화시키겠습니다.”
그게 바로 탈출의 제1보.
클라라는 확신을 가지듯 단호하게 선언했다.
“......저기, 그건 알겠는데. 뭐 좀 물어봐도 될까?”
“네에에~~~ 단비 언냐~~~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클라라가 하트가 뿅뿅 날릴 기세로 대답했다. 여전히 단비 사랑이 지나치다.
단비는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정확히는, 스스로의 복장을.
“꼭 이 꼴로 가야 돼...?”
“네! 이번 탈출계획에 꼭 필요한 모습입니다~~~ 아, 케이 언니도, 에르도 너무너무 예쁘고 귀여워요오~~~!!!”
“.......”
“......아, 하하....”
나, 단비, 에르는 지금 평소대로의 코스튬이 아니다.
클라라가 가져온, 지도 외의 소품들.
가슴을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털이 복슬복슬한 가슴가리개. 아래에는 중요한 곳을 하나도 가리지 못하는 무슨 의미인지 모를 새카만 팬티. 그리고 항문에는 고양이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애널비즈. 머리에는 쫑긋쫑긋 움직이는 고양이귀 밴드.
클라라를 제외한 우리 셋은, 클라라가 가져온 고양이 코스프레를 한 채 경직된 채 서있었다.
......이게, 탈출하는데 정말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