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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는 악에게 굴복하였습니다-124화 (124/172)

〈 124화 〉#31 결전, 단애의 성!(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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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냐고! 내가 이상한 게 아니야! 네가! 너희들이! 네놈들의 꽃밭 같은 머리가 돌은 거라고 이 년들아!”

“아까부터 무슨 개소리야...!”

“개소리가! 아니야!”

퍼억!

한순간에 거리를 좁혀 온 일문의 발차기에, 거친 숨을 고르던 또 한 명의 마법소녀가 걷어차여 홀 저편으로 날아갔다.

터-엉! 쿵...!

“윽... 아...!”

바닥을 몇 번이나 튕기며 구른 마법소녀는, 업드린 채 고통에 신음했다. 움찔움찔 떨며 일어서지 못하는 것이, 재기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엘로딤의 이름으로 바라노라! 이곳에 적을 부수는 파괴의 칼날을!!】”

거친 외침과 함께, 단비가 손에 든 도끼검을 일문을 향해 휘둘렀다.

단비의 키보다도 큰, 돌로 된 묵직한 질량의 부검(斧劍)은 넘실거리는 불꽃이 휘감겨 있었으며,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는 불꽃은 공기를 태우고 아지랑이를 만들어 내었다.

마치 단두대의 칼날처럼 떨어지는 묵직한 염화의 칼날을, 일문은 돌아보지도 않고 한손으로 가로막았다.

“윽......!”

손바닥이 타올라 화상을 입고, 사람의 뼈를 십 수번은 부러뜨릴만한 묵직한 질량에 일문은 신음을 흘렸지만... 그 뿐이었다.

마법소녀들의 마법에서 마력을 잔뜩 빨아먹은 일문의 근력은, 단비의 회심의 일격을 어렵지 않게 받아내었다.

“이것도 안 통하냐...!”

“미쳐버린 거야. 바이러스에 감염된 거야. 머리가 정상이 아닌 거지... 응. 그래 그런 거야.”

“아까부터 뭐라는――흐앗...?!”

쿠우우우우웅!!!

꽉 쥔 도끼검째로, 일문은 단비의 몸을 높이 들어올리고, 그대로 바닥에 세게 내동댕이쳤다.

“끄윽... 아...!”

“그러니까 이건 정화 행위야. 깨끗하게 하는 거야. 오염된 머리를 정상으로 되돌려놓는 거지.”

쓰러진 단비의 몸을 두 다리로 꽉 붙들며, 마운트.

“아, 그렇네... 그 퍼런 마법소녀 대신에, 널 때려달라고 했었지? 응? 기억하고 있다고?”

일문은 단비의 위에 올라탄 채, 미친 놈처럼 부릅 뜬 눈으로 주먹을 들어올리고――내리쳤다.

퍽! 퍼벅! 콰직! 빠각! 콰득!

사람의 몸에서 나는 게 아니라고 생각되는, 무시무시한 소리.

단비는 어떻게든 마력으로 신체를 보강하며 두 팔을 들어 일문의 주먹을 막아보려 했지만, 일문에게서 닿은 곳부터 마력이 쭉쭉 빨려나가며 힘이 빠져나갔다.

“으윽... 악...!”

가드는 금방 뚫려, 거의 무방비하게 얻어맞게 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얻어맞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언니를 놔줘어어어어어어어어어!!!”

빠카아아아앙!!

이어서 달려든 건 에르.

손에 든 빛의 검으로 일문의 등짝을 용서 없이 내리쳤지만, 상처를 입히기는 커녕 반대로 산산조각 나 빛의 조각으로 변해버렸다.

“이, 이럴 수가...!”

퍽! 퍼벅!

일문은 에르의 공격에도 아랑곳 않고 단비를 계속해서 주먹으로 패고는, 슬슬 만족했는지 일어섰다.

“읏......!”

에르는 주춤 뒷걸음질쳤다.

이 자리에 있던 마법소녀들 전원이 쓰러졌다.

이 많은 마법소녀들이 총공격을 했는데도, 일문은 겉은 너덜너덜해보였으나 어쨌든 문제없이 일어날 정도로 멀쩡했다.

‘괴물....’

애초에 의 원리를 모르는 그녀로서는, 그렇게 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떤 공격이든 막아내고, 소용도 없고, 뒤이어 사람의 마음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무자비한 폭력으로 자신들을 무력화 시키는.

그러나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미쳐버린거지... 정상으로 되돌려야 해... 때리면 되려나. 패주면 되겠지. 다시는 반항할 생각 못 하도록. 주먹만 들면 벌벌 떨도록....”

“...아까부터 중얼거리던데, 내용 완전 어이없는 거 아시나요?”

일문이 고개를 들었다.

잔뜩 충혈된, 죽은 사람 같은 무시무시한 눈에 에르는 어깨를 움찔 떨었지만, 시선을 피하지는 않았다.

“완전 폭력가장 같은 마인드 잖아요. 말로도 안 되고, 이론으로도 안 되고, 나 자신이 전부 옳다, 내가 최고다... 그딴 생각으로 가득 찬 한심한 인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요.”

“아니야. 아니라고. 너희가 이상한 거잖아. 네가 이상한 거라고. 마법소녀라는 년들이 이상한 거라고. 정신을 차리라고오오오오!!!!!”

“...말이 안 통하는 상대를 설득하는 거야말로 바보 같은 짓이라고 하죠.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고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 그들이 그것을 발로 밟고 돌이켜 너희를 찢어 상하게 할까 염려하라」...라고 하죠. 지금이 딱 그 꼴이네요?”

“하아, 아, 미쳐, 미쳐버릴 것 같아. 너희들이 미친 거야. 아니, 응? 그렇잖아? 왜 자꾸 그런 눈을 하는 거야? 왜? 뭐야? 뭐냐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건데? 약하잖아. 약해 빠졌잖아! 근데! 왜 아직도! 내가 잘못됐다고 하는데! 좀 더 무서워하라고! 두려워하라고! 굴복하라고! 빌빌 기란 말이야아아아!!”

일문은 확실히 정상이 아니었다.

이는 마법소녀들을 상대하느라 의 힘을 지나치게 사용하는 게 크다.

애초에 마력이라고 하는 힘은 그냥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마법소녀들은 코스튬을 이용해야 하고, 괴인들은 큰 마력을 모을수록 몸의 구조를 바꿔가며 진화한다.

그리고 지금 마법소녀들에게서 잔뜩 빨아들여 넘쳐나는 마력이, 그의 육체만이 아니라 뇌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술에 취한 듯 제정신을 놓게 만든 것이다.

“......대화할 가치도 없는 사람 같으니.”

에르는 혀를 차며 중얼거리더니, 톡, 토독 스텝을 밟으며 뒤로 물러났다. 일문과 적당한 거리를 만들고, 다시금 손에 빛의 검을 만들어 냈다.

“【그 빛은 검이 되고, 날개가 되고, 요새가 된다】.”

손만이 아니다.

그녀의 주위에 같은 모양의 빛의 검들이 하나, 둘, 넷, 여덟, 열 여섯... 계속해서 늘어나, 주변을 가득 메워가기 시작했다.

“마법소녀란 건 병이야... 바이러스가 분명해. 퇴치해야 해. 여기서 싹 멸균시켜야 해. 정상으로 되돌려놓는 거야... 나처럼 강한 녀석 앞에 빌빌거리고, 얼마든지 박아줍쇼 하고 엉덩이를 들이대면서 유혹하고, 내 총애를 받지 않으면 두려워서 견딜 수 없는, 그런 년들로... 바꿔주겠어....”

일문은 여전히 미친놈처럼 중얼거리며, 양팔을 벌린 채 에르와 대치했다. 딱히 에르를 방해할 생각도, 이어질 공격을 피할 생각도 없어보였다.

무슨 공격을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어도, 어떤 능력이라도 끄떡도 없으리라는 흔들림 없는 자신감에서 온 행동이었다.

“【부디 이곳에 영광스런 전사들의 힘을 빌려주오. 쉬고 있는 검을 이곳에 불러주오. 발할라에 잠들었던 웅혼하며 숭고한 전사들의 혼을 이곳에 보여주오】!!”

에르의 주변에 무수하게 떠오른 빛의 검. 그 수는 256자루.

200이 넘는 검의 끝이, 에르의 시선을 따라 일제히 일문을 향했다.

“【쏴라! 베어라! 요격하라, 숭고한 발할라의 검! ――라그나로크, 발키리아 팔라리카】!!!”

세계에 종말을 고하는 천사와 같이, 청량하게 영창을 마쳤다.

동시에 공중에 떠있던 빛의 검들이, 일문을 향해 일제히 날아들었다.

촤좌좌좌좌좌좌좌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날아드는 것은 빛의 격류. 검 하나하나가 무시무시한 마력을 내포한 필살의 힘.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파도가 되어, 왜소한 지구인을 지상에서 쓸어버리기 위해 쇄도하며 날아든다.

“흐으으으으으으읍!!!”

일문은 그에 지지 않겠다는 듯, 두 팔을 들어 심장과 머리를 감쌌다. 그러나 그이상 숨지도, 무언가를 방패로 삼지도 않고, 오로지 그 몸뚱아리 그대로 빛의 격류 속으로 뛰어들었다.

휘몰아치는 날카로운 검의 폭풍.

그러나 일문의 몸에 닿은 검은, 그 순간 그대로 터져나가듯 깨어져나갔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쨍그창! 챙! 채채채채채채채채채챙!!!

일문에게 날아드는 검의 수만큼, 부러지는 검의 수가 늘어난다.

단비가 낸 화상등을 제외하면 지금껏 변변한 상처가 없던 일문의 몸에, 자잘한 상처들이 생겨났지만 그것 뿐이었다.

“크으으으으으읏...!”

에르는 이를 악물고 더더욱 마력을 주입했다. 쏘아지는 빛의 기세가 한층 강해졌지만.

째앵......!

결국 마지막에 한 자루에 이르기까지, 일문의 몸에 제대로 된 상처는 내지 못했다.

“끝이야? 또라이 여자?”

“아.......”

쏟아지던 빛의 검을 아무렇지 않게 견디고 나아온 일문이, 에르의 눈 앞에 섰다. 에르의 손에 들려있던 검 끝을 그 손으로 붙잡고, 그대로 힘을 줘 단번에 깨부숴버렸다.

이제 에르에게도, 더 이상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터엉!

일문은 에르의 멱살을 꽉 붙들고, 뒤로, 뒤로, 뒤로, 뒤로 밀어붙여 전송문의 코앞, 케이가 갇혀있는 얼음기둥에 쾅! 냅다 처박았다.

“카흑... 윽... 놔아...!”

“어때? 그 눈 해보지? 역시 이제 안 되겠지? 응? 절대 안 되겠지? 못 이기는 거 알았지? 응? 굴복해라. 정상이 되는 거야. 환상이며 꽃으로 가득한 대가리를 세척. 응?”

“......당신 따위한테는... 굴복 안해...!”

에르는 살짝 눈물이 고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일문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다만 그 손끝도 입술도 떨리고 있었다.

일문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그런 에르를 쳐다보더니, 손을 들어 옷 위로 그녀의 오른쪽 젖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아팟...!”

“이대로 뜯어내주랴? ...아니, 뜯어낼 것도 없네... 평평해서 갈비뼈가 만져지잖아....”

“내, 내 가슴이 뭐... 나쁜 자식....”

“가슴은 못 뜯어내겠고... 젖꼭지는 뜯어낼만하겠네. 응, 여기냐.”

일문의 손이 천 위로도 젖가슴을 정확히 찾아 꼬집어내었다.

이런저런 경험으로 잔뜩 개발된 에르의 몸은, 이런 상황에서도 반응해 젖꼭지를 살짝 세우고 있었다.

“이대로 빙글빙글 돌려서 떨어뜨려줄까? 잡아당겨서 찢어줘? 어느 쪽이 좋아?”

“.......”

에르의 눈이 공포심으로 물들었다. 당장에라도 항복과 굴복의 말을 쏟아내려고 하는 입을,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물어 가로막았다.

일문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런 그녀를 쳐다보더니, 유두를 꼬집던 손에 힘을 주었다. 개조인간의 힘이면, 연약한 여자의 몸 따위 금방 찢어져버릴――

“그만.”

그 때,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일문의 횡포를 가로막았다.

“그만해. 지금까지 정도야 아직은 만회할 수 있지만, 거기까지하면 더 이상 상품으로 쓸 수는 없게 될 거야.”

일문을 가로막은 건 단애였다.

그녀는 다른 마법소녀들과는 달리 묵직한 구속구가 달려있었다. 의 대상이 아닌 그녀는 애초부터 그녀의 힘으로 벗길 수 없을 정도로 엄중한 구속구로 구속되어 있었던 것이다.

“상품이고 뭐고 됐어... 이딴 년들이 같은 지구인인게 수치스러워. 당장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머리를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못 참겠다 진짜.”

“그만해!”

“이 여자들 다음은 너야, 병X아. 꼼짝말고 기다려. 제대로 암캐라는 사실을 교육시켜줄 테니까. 자, 그럼――”

“아악...! 아팟...!”

에르의 유두를 꼬집는 손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에르의 얼굴이 새파래지고, 정말로 당장에라도 뜯어져 뽑힐 것 같은 아픔에 눈물짓는다.

“――그만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단애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쿵! 찧었다.

그 모습에 눈을 가늘게 뜬 일문이 손에서 힘을 살짝 뺐다.

“죄송합니다. 주제를 몰랐습니다. 저희는 당신의 암캐들이고, 가라면 가고 젖으라면 젖는 단순한 육노예들일 뿐인데, 주제를 모르는 것들이 까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단애는 이마를 바닥에 비비며,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두손은 구속구로 묶여져 있으니 불편한 자세가 될 수 밖에 없었으며, 바닥에 떨어진 파편에 이마가 살짝 찢어져 피가 났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

그 모습에 일문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에르의 젖꼭지에서 손을 놓았다.

다만 여전히 멱살을 붙잡고 얼음기둥에 밀어붙인 채다.

“.....................그래. 넌 좀 정상인 것 같네.”

오랜 숙고 끝에, 일문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만족스러운 듯이 웃음을 지으며.

“윽....”

일문이 손을 놓자, 에르의 몸이 툭 떨어졌다.

일문은 허리춤에 손을 짚고는, 주변의 참상을 둘러보았다.

괴인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넓은 연회홀에는, 마법소녀들만이 다들 너덜너덜해진 채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다.

“후, 엉망이네. 이래서야.”

상품 인도시간에는 좀 많이 늦어버렸다. 하지만 마법소녀들은 저쪽에서도 맹렬히 바라는 귀중한 상품. 나름 이쪽이 갑이 될 수도 있는 입장이니, 어느 정도 양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좀 흥분을 가라앉히고 싶었다.

보아하니 다른 마법소녀들은 전부 한동안 제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 같고, 그렇다면 선택지는 얼마 없다.

이 에르라는 마법소녀, 그리고 앞에 알몸으로 이마를 땅에 댄 채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단애.

좋아, 단애 저 여자다. 넘기기 전에 마지막으로 맛보자.

“힛하. 좋아. 나쁜 기억도 좀 있었지만, 전부 씻겨버리자. 나는 대인배거든. 여기 있는 너희들도 이제 용서해줄게. 구역질 나는 마법소녀 마인드는 짜증나지만, 그래, 관대하게 용서하지 뭐. 병에 걸린 거에 뭐라고 할 수는 없잖아? 마법소녀 바이러스라는 건 워낙 X 같지만. 하하, 좋아. 마지막은 역시 좋은 추억으로 끝내자. 응? 그렇지? 좋아, 그러자.”

일문이 단애를 향해 터벅터벅 다가갔다. 오만한 시선으로 단애를 내려다보면서.

여자는 순종적이여야 한다. 여자는 암캐여야 한다. 여자는 자신에게 굴복해야 한다.

그렇다. 지금 딱 단애가 하는 것처럼.

――주제를 알아야지.

일문은 낄낄거리며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경쾌한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 때였다.

그 소리가 들린 것은.

쩌정―――――!

무언가가 깨져나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

이상하다. 더 이상 움직일 마법소녀는 없을 텐데.

일문이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뒤를 돌아봤다.

소리가 난 것은, 의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얼음기둥이었다. 안에는 케이가 엎드린 자세로 갇혀있다.

그 얼음기둥에, 거대한 금이 쩌적하고 갈라지고 있었으며, 금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었다.

쩌적―! 쩌적―! 쩌저적!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적! 와지직! 와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금이 가던 얼음기둥은, 이어서 커다란 조각이, 또 이어서 더 작은 파편이 되어 부서져나갔다.

산산조각.

풍비박산.

“하, 뭐야 저건.”

무너져가는 얼음 조각 사이에서, 케이가 천천히 얼음싸라기를 털어버리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매끄러운 피부를 자랑하던 알몸에는, 고딕풍의 붉은 드레스가 입혀져 갔다.

“.......”

일어선 케이는 주먹을 쥐락펴락하면서 몸 상태를 확인하고, 주변을 빙 둘러보였다.

무수한 마법소녀들이 상처입고 쓰러지고, 눈앞에는 에르가 숨을 꼴딱꼴딱 넘기며 주저앉아 있다.

저 앞에 단애는 무릎꿇고 이마를 바닥에 비비며 비참하게 절하고 있고, 그런 그녀에게 손을 뻗으려던 일문이 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쓰러져 있는 마법소녀들 사이에선, 단비와 클라라, 엉망진창이 된 블루 사파이어도 있었다.

“......후우.”

케이가 한숨을 쉬었다.

“깜박 잠들었었네.”

“아니, 뭐라는.”

“――――넌 뒤졌다 새꺄.”

다음 순간.

퍼어어어어어억!!!

일문의 몸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공중을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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