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화 〉#Second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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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 【메크라크】.
이 별은 타 혹성과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할 만큼 고도로 발전된 문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만족할 정도의 문명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혹사 된 별은, 그 자체가 가진 에너지마저 자원으로 거의 소진해버렸다.
나날이 황폐해지고 사막화가 진행되는 혹성. 【메크라크】의 과학자들이 원인이 『에너지의 고갈』임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면적이 채 10%도 남지 않았다.
이제 와서 에너지의 소비를 줄여봐야 회복시킬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보다 지금껏 누리고 있던 문명 레벨을 떨어뜨리는 것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아예 몰랐다면 모를까, 한 번 누렸던 것을 버리기는 굉장히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별이 죽어버린다. 죽어버린 별에는 아무도 살 수가 없다.
여러 가지 편리함을 버리고 문명 레벨을 떨어뜨리던가, 아니면 나날이 황폐해져가는 혹성을 지켜보며 별과 함께 죽어버리던가.
어느 쪽도 고를 수 없는 양자택일에 누구도 정확한 답을 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제안한 것이다.
『우리 별의 에너지가 부족하다면, 다른 별에서 뺏어오면 되잖아』.
말할 것도 없는 쓰레기 같은 논리지만, 반대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문명이란 건 마약과도 같다. 한 번 경험해보고 나면 버릴 수 없다.
그들은 그렇게 별들을 오가며 침략전쟁을 시작했다.
결국 나쁜 건 그들이다. 그 사실은 십분 이해하고, 자신들에게 악당 딱지를 달았다.
우주로 계속 진출해, 적당한 혹성을 찾아서 에너지를 보충하는 나날.
별을 지키려 하는 지적 생명체와 싸워서 승리하고, 갈취하며 모성의 생명을 이어가던 그들은, 약 수년 전 【지구】라는 행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 * *
“어디보자... 이번 분기에는 마력이 꽤 많이 모였네? 이 정도면 이번에 새로 시작한 사업에다 투자하고, 남는 거론 죽은 토지 살리는 데도 좀 투입할까? 빈민가 쪽에도 좀 더 지원을 해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여유가 되려나....”
【메크라크】의 수도. 그 한복판에 있는 거대하고 화려한 건물 꼭대기 층.
야심한 밤에도 형형색색의 빛으로 밝게 빛나는 도시의 모습이 훤히 보이는 집무실에서, 한 여성이 눈앞의 홀로그램을 휘적휘적 넘기고 있었다.
그녀는 겨울의 첫눈처럼 새하얀 사람이었다.
머리카락도, 피부도, 모든 게 새하얗다. 눈동자도 반짝이는 백은빛이다.
한쪽 눈의 시력이 안 좋은 건지 외알 안경을 썼으며, 길고 새하얀 머리카락은 일부를 위로 틀어 올려 제비꽃 색 비녀로 고정시켰다.
그리고 마치 악마를 연상케 하는 비틀린 뿔이 머리 양쪽에 나있었다.
입고 있는 것은 황금빛과 붉은색을 기조로 한 고급스런 비단옷이다. 하늘하늘한 옷은 지구의 동양풍 의상을 떠올리게 한다.
노출이 적은 옷임에도 불구하고 외설스런 느낌을 감출 수 없는 풍만한 몸매, 그리고 무엇보다 악마를 연상케 하는 뿔.
아름다운 외모와 황금률을 연상케하는 몸매가 아깝게, 그녀는 나른한 표정으로 눈앞을 지나가는 홀로그램을, 각종 서류들을 눈으로 훑었다.
그 모습도 그림 같았다.
‘서류 많아~~~~ 나도 좀 쉬고 싶다아아~~~~~!’
눈 앞을 지나가는 홀로그램은 전부 서류였다. 전부 이 혹성과 【메크라크】를 위한 서류들이다.
종이서류도 없지는 않지만, 이 【메크라크】에서 대부분의 업무는 데이터 상에서 웬만해선 다 끝낼 수 있다.
공문서에 인을 찍거나 신분을 증명하는 것도, 몸에 박혀 있는 칩이나 흐르고 있는 생체전류를 인식시키는 것으로 전부 가능하며, 중요한 서류들은 【마더】라 불리는 【중앙데이터집속체】에 저장되니 혹여나 소실될 걱정도 없는 것이다.
다만 지나치게 편리한 기술이다 보니, 언제 어디에 있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편하게 목욕하는데도 급한 일이라면서 일을 시키기도 하니까... 아니, 급한 일이라면 다행이지... 응.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역시 일에 너무 치여 산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누군가 일을 하지 않으면, 이 종족은 서서히 피폐해지다 멸망해버리고 말겠지. 그냥 나 몰라라~하고 내팽개칠 수는 없었다.
“좋아, 다시 일에 집중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의욕을 불어넣는데, 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들어오거라~.”
누가 온 걸까? 또 뭔가 일이 늘었다고 알려주러 온 사람은 아니겠지? 메일을 보냈는데도 답장이 없어서 직접 찾아왔다, 같은 일은 부디 아니었으면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문 쪽을 쳐다보던 그녀였지만, 순간 반사적으로 고개를 꺾었다.
그녀의 목이 있던 자리에, 장갑을 낀 손이 쓱 내밀어졌다.
파직, 하는 소리가 울리는 것으로 봐선, 저 손에 닿은 순간 뭔가에 당했으리라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어라... 피했네요?”
“――게 누구냐?!”
콰당!
촤잣-!
의자며 책상을 박차고, 여성은 다급하게 거리릅 벌렸다.
조금 전까지 아무도 없었을,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의 등받이 뒤.
그곳에는 가면을 쓰고 통이 높은 모자를 쓴, 마술사 같은 인상의 남자가 서있었다.
“안녕하신가요, 괴도 루판입니다. 후후, 저를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모르셔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루판은 쓰고 있던 모자를 멋고, 마치 귀족처럼 예를 다하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메크라크의 【여왕】이시여.”
* * *
“내가 여왕이라는 것을 알고 습격한 게냐?”
“글쎄요, 어떨까요. 어떨 것 같으시죠?”
“장난칠 거면 상황과 장소를 가리면서 하도록 해라. 안 그러면 진짜 죽거든.”
“하하, 이거 무서워라. 만능 엔터테인먼트인 저로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겠는 걸요.”
얼굴의 절반을 마스크로 가린 루판은 말과는 달리 조금도 겁먹지 않은 표정으로 생글생글 웃었다.
그 모습이 묘하게 열이 뻗쳤지만, 【여왕】은 침착하게 상대를 주시했다.
이곳은 【메크라크】의 심장부라고 해도 좋은, 말하자면 본부다.
당연히 이 발달된 문명 중에서도 최첨단 기술력으로 처덕처덕 발라놓은 경계시스템과, 혹시 모를 침입자들을 찾아내고 막는 가더(Guarder)들도 있었다.
‘그런데 모든 걸 뚫고 여기에 있다는 건.’
어쨌든 상당한 녀석이라는 뜻이다.
【여왕】의 의미를 알고서도 습격해 올 정도로.
“후후... 이런 것도 참말로 오랜만이구나.”
여인은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이 몸이 【여왕】이 된 지 근 100년. 마지막으로 내게 반항한 것들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구나.”
“많았습니까? 덤벼온 상대는?”
“글쎄. 객관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많았다고 할까. 어쨌든 산 하나는 세울 기세였으니까.”
“과연. 그 사람들은 전부 어떻게 됐습니까?”
“죽여버렸지. 당연하지 않느냐.”
그 때의 기억을 음미하듯, 여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
여인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겨울날의 첫눈을 연상케 하던 흰 머리가, 서서히 새카맣게, 새카맣게 물들어갔다. 눈동자도 마찬가지다.
마치 바닥없는 늪, 혹은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심연과도 같이, 빛마저도 깡그리 흡수해버릴 것 같은 『칠흑』.
요사스런 흑요석 같은 눈이, 루판을 즐겁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좋다, 얼마든지 덤벼보아라. 이 몸을 재밌게 해보거라. 부디 맥없이 나가떨어지지는 말아주길 바라는구나.”
눈에 보일 정도로 넘실거리는 마력을 주변에 두르고, 【여왕】은 흔들림 없는 오만한 눈으로, 여유로운 미소로 루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약 1시간 후.
찌걱, 찌걱...!
앙! 으... 아앙...! 으항...!
“폐하, 좀 더 힘내주시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아, 아, 아, 아...! 잠시만... 잠깐...!”
“안 됩니다. 좀 더 조여주시죠.”
“흐아아아앗~~~!?!!!”
여왕이라 불리던 여자는, 지금 루판의 앞에 개처럼 엎드린 채 망가진 레코더처럼 반복해서 교성을 흘리고 있었다.
꼭 닫혀있던 분홍색의 보지균열에는, 단단하게 선 루판의 자지가 몇 번이나 출입하고 있다.
고급스런 비단천으로 된 옷은 여기저기 흐트러져 속살이 훤히 드러났다. 쓰고 있던 외알안경은, 조금 전 전투로 어딘가 날아가버려 맨 얼굴을 고스란히 내놓은 채다.
루판의 앞에서 교성을 지르는 이 【여왕】은, 【메크라크】의 최고지도자이자 동시에 최강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두 사람의 싸움은 상당히 치열한 형세가 되었다. 루판이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깨달은 여왕은, 힘을 조금도 아끼지 않고 전력으로 전투에 임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이없을 정도로 허무한 패배.
일개 괴인이라고 믿을 수 없는 마력의 질과 양, 그리고 뭔지 알 수 없는 『기이한 촉수』.
거기에 더해 만전의 준비를 다했다는 듯 준비되어 있던 각종 기믹과 도구에 여왕은 결국 꼼짝 못하고 패배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패배한 여왕.
지금껏 누구도 맛보지 못했던 지고(至高)의 과실.
루판은 그런 그녀를 내버려 둘 위인이 아니다. 난장판이 된 집무실에서 그대로 그녀를 범하기 시작했다.
‘이, 이상하단 말이다~~~! 이렇게, 이렇게 느낄 리가 없는데에~~~!’
“높으신 자리에 있는 분들은 대체로 음란하다고 하지요. 과연, 가장 높은 자리에 앉으신 폐하가 이리 음란한 것도 납득이 갑니다.”
“아, 아냐아아... 응아읏... 자, 잠깐만....”
“싫습니다.”
루판은 허리를 움직여, 자지를 더욱 깊게 찔러넣었다.
쯔적...!
“~~~~~~~~~~!”
자궁경부를 꾸욱 눌리자, 척수를 타고 흘러 뇌리를 찌르는 쾌감에 여왕이 새된 교성을 흘렸다.
자지와의 결합부에서, 애액이 주륵 새어 나왔다.
“으음, 좋은 반응. 여왕님은 여길 좋아하시는 모양이군요.”
이미 여왕의 아래에는 줄기차게 흘러내린 애액으로 웅덩이가 져있었다.
탐스러운 엉덩이도, 바닥에 눌린 풍만한 가슴도 루판이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슬쩍슬쩍 흔들린다. 그에 비해 매끄러운 허리는 때때로 쾌감을 참듯 부르르 떨렸다.
마치 유혹하는 듯한 그 모습에, 루판은 거리낌 없이 그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짜악짜악 두드려주었다.
엉덩이에 손이 닿을 때마다 육봉을 감싼 질벽이 꾸욱꾸욱 조여오는 게 즐거운 모양이었다.
“때, 때리지 말거라...!”
“글쎄요. 이렇게 즐거운데요?”
“나, 나는 즐겁지 않느니라....”
“그렇다면 즐기시면 되겠군요.”
말 같지도 않은 말과 함께, 루판은 집요하게 그녀의 엉덩이를 때렸다. 새하얀 엉덩이는 금방 새빨갛게 물들었다.
지금껏 모두의 위에 군림하던 여왕이었던 그녀다.
그런데 이런 굴욕을 당하다니.
‘그, 그치만... 이것도 기분이 좋아서... 어째야 하는지....’
찌걱, 찌걱, 쩍, 쩌억...!
“여왕님, 또 싸겠습니다.”
“아아, 앗...! 읏...! 싫엇...!”
“어허, 어딜 도망치려 하십니까.”
몸부림치는 여왕의 허리를, 루판의 두 손이 꼭 붙들었다.
아아, 안 된다. 루판만이 아니라, 자신도 갈 것 같았다. 아슬아슬하게 절정에 닿을 정도로 쾌감이 차올랐다.
‘으... 이 자지, 너무 기분이 좋으니라....’
“자, 쌉니다.”
루판은 육봉을 그녀의 질 안 깊숙이 밀어넣었다.
하복부에서 밀려오는 뜨거운 기운. 질 안에서 자지가 부풀어오르는 게 느껴지고, 이어서 안쪽에 '울컥울컥부륵부륵...!' 정액이 부어졌다.
“으흐읏...! 아, 아으으으으읏~~~~~~......!!!”
태내를 잠식하는 쾌락에, 여왕은 바닥에 놓인 깔개를 꽉 붙들고, 절정하며 몸을 떨었다. 한껏 힘이 들어간 발가락도 꾸욱 구부러졌다.
수치인지 쾌락 때문인지 새빨갛게 물든 얼굴은, 황홀경에 젖어 녹아들었다.
동시에 여왕은 자신의 몸 안쪽에서 뭔가가 슈르륵-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새카맣던 머리도 몇가닥이 원래대로 흰색으로 돌아갔다.
‘짐의 마력이 빨려 나가는구나....’
그 증거로, 자신을 범하고 있는 루판의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
이대로 계속 범해지다 보면 결국 그녀가 가진 마력을 전부 빼앗겨버릴 것이다.
만전의 상태로도 이기기 어려웠던 루판이, 이 【메크라크】 최강이었던 자신의 마력까지 뺏어간다면.
그 때는 누가 이 남자를 막을 수 있을까.
“자, 이어서 계속하겠습니다.”
“히, 히익?! 지금 막 사정하지 않았느냐?! 나도 지금 막 갔건마는...!”
“후후, 【메크라크】의 괴인들이 얼마나 절륜하시는지 모르시는 겁니까, 폐하? 이 상태로 쉬지 않고 스무번은 더 사정할 수 있습니다.”
“스, 스무...?! 아, 안 된다, 짐은 그렇게까지 버티지....”
“버티셔야 합니다, 폐하. 견디십시오. 안에 든 마력이 텅텅 빌 때까지, 텅텅 비고 난 후로도 계속, 계속해서 폐하는 제 노리개가 되어주어야 하니까요.”
“네, 네노오오옴...! 흐이이익...!!!!”
또 다시, 그녀의 약점인 자궁경부를 깊게 찔리자 여왕이 크게 신음을 흘렸다.
루판은 엎드려있던 그녀의 몸을 돌리고, 떨리는 그녀의 유방을 주무르고, 그 정점에 선 돌기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그 때마다 찌릿찌릿하게 올라오는 쾌감에, 여왕이 몸을 비틀었다.
“이제부터 제가 왕입니다. 제가 이 【메크라크】를 다스려드리죠. 미적지근하던 기존의 룰을 전부 버리고, 전력을 다해 온 은하를 탈취하겠습니다. 후, 후후후후... 기대되지 않으십니까, 폐하.”
“그, 그랬다간... 【메크라크】가 온 은하의 적이 되어버려... 응힛... 내부에서도... 균형이... 아, 안 되느니라... 선을... 지켜야... 앗흐읏...!”
“후후, 과연 어떠려나요. 어떻게 될지, 부디 지켜봐주시죠 여왕폐하.”
루판은 깊게 웃으며 말했다.
“뭐, 이제는 폐하도 아니고 단순한 육노예, 제 노리개감일 뿐이지만요.”
“이, 이익...!”
분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여왕이었지만, 루판의 찌르기에 금세 흐물흐물 풀어져 저속하게 허덕이기 시작했다.
루판은 즐겁게 웃으며 '전' 여왕을 범하기를 계속했다.
* * *
이 날, 【메크라크】의 최고지도자가 바뀌었다.
동시에 여왕이 세웠던 기존의 룰을 대부분 깨부수고, 자유를 외치며 세워진 새로운 룰과 통치 방식에, 괴인들은 『새시대』가 열릴 거라 확신했다.
이 모든 것이, 케이가 【메크라크】에 건너오기 사흘 전에 벌어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