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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는 악에게 굴복하였습니다-128화 (128/172)

〈 128화 〉#2-1 마법소녀는 무서운 도적들을 만났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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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 【메크라크】는 지구와는 기후도 환경도 전혀 다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도 전혀 다른 법이다.

퍼어어어어어어엉!

“으와아아아아아아아앗?!”

――그리고 지금.

나는 모래를 뚫고 나온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뱀장어 같은 괴물에게 불의의 기습을 당해, 높이높이 솟아오르고 있다아!!!

“케이~! 조심해~!”

“사, 살려줘어어어~~~~!”

한순간 공중에 높이높이 떠올랐던 나는, 쩌억 벌어진 고깃덩어리 같은 입을 향해 고스란히 낙하했다.

‘머, 먹힌다아아아아아아!!!!!’

팔다리를 버둥거려봤지만, 결국 변변한 저항도 못한 채 내 몸은 꿀꺽, 삼켜졌다.

‘으우우우우우... 축축해애... 징그러어...!!’

나는 미끌거리는 고깃덩어리 같은 감촉을 어떻게든 밀어내려 애썼지만, 몸은 속수무책으로 안 쪽으로, 더욱 안 쪽으로 빨려들어갔다. 차츰차츰 밀려들어오는 압박감에 숨을 쉬기가 어려워졌다.

이 놈의 안내음성은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 정말.

‘그럼 이제 어떡한다.... 변신을 해야하나? 그치만 의 배터리가 불안불안한데....’

지금 입고 있는 에너지 절약모드 코스튬으로는 제대로 된 힘을 낼 수가 없었다. 일반인보다야 몇 배나 강하고 튼튼하긴 하지만, 이만한 괴물을 때려눕히기에는 역시 역부족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을 마음대로 훌렁훌렁 장착해버릴 수가 없다. 이 손목에 채워진 을 이용하지 않으면 변신할 수 없는데, 이 의 배터리가 금방금방 동이 나기 때문이다.

어쩌지, 지금 그냥 여기서 배터리를 다 써버릴까?

아니면 어떻게든 잘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

그렇게 어쩌지 못하고 갈등하고 있는데, 다음 순간 나는 경악하며 깜짝 놀랐다.

“오, 옷이 녹는다아?!”

괴물의 타액은 기묘하게도 내 피부에는 상처하나 내지 않으면서, 옷만을 천천히 녹여가고 있는 것이다!

라지만 어쨌든 마법소녀의 코스튬인데!

안쪽의 속살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이 체액에는 미약 효과까지 포함된 모양이다.

‘우... 이 별은 생물도 변태야...!’

어쨌든 이 이상 잡혀있었다간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겠다. 나는 결단하고 손을 내밀어 왼쪽 손목에 채워진 팔찌를 더듬더듬 만졌다.

곧바로 를 하려던 그 때.

쫘아악-!

나를 먹었던 괴물의 몸체가 크게 요동치나 싶더니, 꾹꾹 나를 압박하던 압박감이 한순간 가벼워졌다.

‘빛이...!’

가까운 곳에 쩍 벌어진 틈새가 보였다.

나는 헤엄치듯 괴물의 미끈거리는 내장을 타고 올라, 벌어진 틈새 사이로 몸을 비집어 꺼냈다.

“푸하아아아앗...! 살았다...!”

“넌 또 그걸 먹히고 자빠져 쌌냐.”

가까스로 빠져나온 네게 단비가 바보냐는 표정으로 핀잔을 주었다. 그녀의 손에는 돌을 깎아만든 듯한 거대한 도끼검이, 그리고 그 옆에 선 단비의 손에는 매끄러운 도가 들려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아까 슬쩍 봤던 대로 거대한 뱀장어 같은 괴물이 꿈틀거리며 바닥에 누워있었다. 그러나 그 고깃덩어리 같은 질감이나 색이 굉장히 밥맛 떨어졌다.

“에구구... 덕분에 살았어... 그보다 온몸이 끈적끈적하다.....”

“목욕이라도 해 케이~ 아니면 나랑 같이 할래~?”

“싫어.”

나는 한숨과 함께 을 열었다. 포인트는 가능한 아끼고 싶었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지출이다.

* * *

어젯밤, 【단애의 성】에서의 접전 끝에 우리는 이곳 【메크라크】에 전이되었다.

아무래도 블루 사파이어의 마법 때문에 고장이 났던 것인지, 우리는 어딘가의 도시 같은 곳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이 황야에 내던져져 버렸다.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사막 같은 황야.

막 전이해 왔을 때는 무척이나 당황했지만, 단애나 단비도 있었던 데다 그 뒤에 쿠키와도 연락이 되자 조금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흐아아... 사막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뜨끈한 드럼통 목욕탕에서 목욕이라니....”

드럼통에 가득 채워진 뜨끈한 물 속에 몸을 담그며, 기분 좋게 중얼거렸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몸이 흐물흐물 녹아버릴 것 같았다.

이제는 무슨 특별 테마여행이라도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지구에선 경험해 볼 수 없는 경험에 뭔가 가슴 속이 싱숭맹숭하게 부풀어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하늘 위에 저걸 달이라고 불러도 되나?’

별들이 총총히 보이는 새카만 밤하늘. 【메크라크】의 밤하늘엔 달 대신 커다랗고 붉은 구체가, 옆에는 그 3분의 1 크기쯤 되는 푸른 빛의 구체가 떠올라 있다.

붉은 달, 푸른 달이라고 불러도 좋을까.

어쨌든 광원이 두 개나 되어서 그런지, 지구의 밤보다 조금 더 밝은 느낌이었다.

주변은 온통 모래산. 하늘에 떠오른 두 개의 달. 지구와는 다른 별.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를 것 같았다.

“케이~ 생선 다 구워졌어~.”

“...지금 나가~.”

따뜻한 물에 잠긴 채 감상에 빠질 뻔했던 나는, 단애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물에서 나왔다.

에서 구매한 수건으로 몸을 깨끗이 닦고, 벗어놨던 팔찌 형태의 을 손목에 찼다.

정식명칭은 로, 지구와 환경이 다른 이 【메크라크】에서 마법소녀로서의 힘을 쓰려면 이게 필요하다.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평소에는 절약용 코스튬을 입고 있지만.

“.”

팔찌에 대고 중얼거리자, 내 몸이 빛에 휩싸이고 곧이어 여러모로 빈약한 착 달라붙는 레오타드 같은 질감의 슈트 상의가 입혀졌다.

평소에 자주 입던 과 흡사하지만, 프릴이 거의 없고, 무엇보다 그 있으나 마나 싶긴 하던 짧은 스커트가 없다!

뭐야, 이 변태 옷은.

...아무튼, 착 달라붙는 슈트 상의의 끝이 팬티를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지만, 조금만 움직이면 훤히 보여버린다.

밑단이 무지하게 짧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 느낌이었다.

‘...춥지만 않으면 그냥 변신도 안 하는 건데.’

사막의 밤은 춥다. 그리고 가능한 체력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나마 변신 상태는 유지해야 했다.

모래먼지를 그나마 막아주는 비스듬하게 선 암벽 아래. 우리는 이곳에 터를 잡고 텐트를 치고, 그 뒤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생선을 굽고 있었다.

그 외에도 작은 솥이나 각종 필요한 물품들이 근처에 잔뜩 늘어서있다.

거의 캠핑 온 기분이다.

사막에 막 떨어졌을 때는 정말이지 막막했지만, 을 이용해 각종 필요한 물건들을 보급한 지금은 의외로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설마 에서 생선이나 고기 같은 걸 살 수 있을 줄은 몰랐어....”

“이나 도 있었고. 에다 ... 없는 게 뭐야?”

“후후, 파밍해보면 은근 쓸만한 게 많아~. 그보다 여기.”

“땡큐. ...사막 한가운데서 생선소금구이를 먹는다니 사치네, 사치야.”

“근데 난 이 년이랑 같이 밥 먹는 거 싫은데.”

“에~이. 단비도 슬슬 익숙해지자~ 안 그러면 어때, 오늘 밤에 한 번 찐~하게 놀아볼까~♥?”

“떨어져 이 년아! 가슴 찌르지 마! 나한테 손 대지마!”

“아잉~ 상처 받겠다~.”

“ 보고 싶다....”

석쇠에 구운 생선과 쌀밥, 그 외에도 곁들여진 반찬을 집어먹으면서 나는 멍하니 모닥불을 바라봤다.

사막의 밤은 춥다. 이렇게 불 하나라도 지피고 있으면 마음에 큰 위안이 된다.

이 모닥불도, 불을 붙인 토치도 전부 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텐트도 넉넉하니 편하다. 구매하자 전송되어온 각종 야채나 생선 같은 재료들도 싱싱하니 맛있다.

‘진짜 그냥 캠핑온 거 같아.’

자칫하면 그렇게 마음이 느슨하게 풀어져버릴 것 같았다.

그런 나를 질책하듯, 손목에 채워진 투박한 디자인의 팔찌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부우웅――

“케이, 그거 울린다~.”

“밥 먹고 있는데 눈치 없긴....”

내가 손목에 채워진 팔찌를 어루만지자, 팔찌가 희미하게 빛나더니 허공에 홀로그램 같은 화면이 떠올랐다.

앙증맞은 고양이 인형이 이쪽을 향해 하이~ 하고 손을 흔들고 있다. 쿠키다.

귀엽긴 한데.

언제봐도 열받는 얼굴이라니까.

[내가 너무 귀엽냥? 왜 그렇게 썩은 표정을 짓냥.]

“쯧.”

[잘 지내냐고 물어볼까 했지만냥, 꼴을 보아하니 잘 지내는 것 같긴 하다냥. 네가 사막에 던져놓는다고 순순히 뒈질 놈은 아니긴 하다냥.]

칭찬 같은 데 욕 같이 들린다.

돌아가면 반으로 찢어버릴 줄 알아.

“그보다 어떻게, 전송문인지 뭔지는 봤어?”

어제 이 을 구매해 가까스로 통신이 연결되고, 상황을 전달하자 쿠키는 직접 을 확인하기로 했다.

잘만하면 그걸 그대로 사용해 우리들의 지구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쿠키는 매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봤는데, 역시 완전히 고장났다냥. 너네도 용케 【메크라크】까지 도착했다냥. 운이 안 좋았으면 우주 한복판에 내팽개쳐졌을지도....]

“아으.......”

쿠키의 말에 무심코 상상해보고, 오싹해졌다.

이렇게 되니 차라리 메크라크에 도착한 게 다행이었구나.

[내 라도 열 수 있다면 너희들을 데리고 올 수 있겠지만, 너희가 있는 곳엔 신호가 안 간 다냥. 안테나가 안 세워진 느낌이랄까?]

“알아. 그래서 이거 쓰는 거잖아.”

나는 손목의 을 흔들어보았다.

쿠키의 마법이 안 닿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도 이게 없으면 제대로 를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됐으니, 지구로 돌아올 수단은 너희가 알아서 조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냥.]

쿠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수단』이란 것을 하나하나 열거해 나갔다.

지금 우리가 지구에 돌아갈 방법은 총 세가지.

하나, 포인트샵에서 의 부품을 사서 설치를 하거나.

둘, 【메크라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을 이용하거나.

셋, 쿠키의 마법이 닿는 곳까지 가거나.

[아마 중요한 건물쯤이면 다른 별과의 통신도 빈번하게 일어나니까냥. 지구에서의 신호도 닿는다면 내 마법도 닿겠지냥.]

무슨 핸드폰 같다.

어쨌든 쿠키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가 할 일은 명백했다.

“결국 어떻게 해서든 도시로 가야한다는 거잖아.”

괴인들을 학살해 포인트를 벌든, 가지고 있을 을 탈취하든, 아니면 우주와 교류를 하는 최중요 시설에 잠입해 를 타든.

이것도 저것도 어쨌든 【메크라크】의 주민들이 잔뜩 모여있을 도시로 가야만한다.

지구를 침략하러 온, 가증스런 괴인들로 가득 할 도시에.

생각해보면 한숨이 나왔지만, 어쨌든 계속 이대로 사막에 죽치고 앉아있을 수도 없다.

[그리고 케이 네 통신기를 기점으로, 반경 10km 이내에 밀집된 생체반응을 감지했다냥. 도시까진 아니더라도, 마을쯤은 되지 않을까냥?]

“진짜?!”

[그렇다냥. 동물일지도 모르지만, 움직이는 반응이 지적 상명체 같은 느낌이다냥.]

그렇다면 잘 됐다. 그 녀석들을 족쳐서 도시가 있는 곳을 알아내면 될테니.

[배터리가 아까우니까 이만하겠다냥. 어차피 연락해봐야 소용없을 테니 연락은 최소한으로. 너희 변신하는 데도 필요할 테니까냥. 배터리를 아끼라냥.]

그 말을 끝으로, 쿠키 쪽에서 일방적으로 통신을 뚝 끊어버렸다.

밤의 사막에, 다시금 타직, 타직, 거리는 모닥불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렇다는데, 둘 다 괜찮아?”

통신을 끝내고, 여전히 식사에 열중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물어봤다.

“뭘 물어 봐? 방법도 없잖아. SNS 갱신해야 해. 빨리 돌아가자.”

“나도 피넛이 걱정되니까. 어서 돌아가고 싶네~.”

단비는 귀찮다는 듯이, 단애는 생글 웃으면서 답했다.

단비는 단애가 마음에 안 드는 눈치고, 나도 여러모로 쌓인 게 있긴 했지만, 지금은 일단 전부 접어두기로 했다.

처벌도 복수도 일단 지구에 돌아간 뒤에 하기로 했다.

“나도 빨리 돌아가서 신작 봐야 돼.”

말해놓고 보니 원망스런 마음이 들어서, 단애를 찌릿 노려봐주었다.

애초에 나는 신작 극장판의 시연회를 보러 갔다가 이 여자한테 끌려갔던 거니까.

다음날 마을을 찾으러 가야되기 때문에, 우리는 일찍 자기로 했다.

* * *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케이, 케이!”

“아... 흠냐?”

단애의 다급한 목소리에 잠에서 깬 것은, 밤 늦은 시각이었다.

잠에서 깨고서야 깨달았는데, 무시무시한 땅울림이 바닥을 통해 전해지고 있었다.

“에, 어라? 뭐야?”

“......기척 다수. 뭐지?”

내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얼빠져 있는데, 이미 또렷하게 깨어난 단비가 날카로운 눈으로 텐트 밖으로 돌렸다.

두두두두―하는 발소리는 우리 텐트를 둘러싸듯 가득히 들려오더니, 곧이어 일제히 뚝 끊어졌다.

발소리 대신 이어서 들려온 것은, 쩌렁쩌렁한 목소리였다.

『나와라아아아아아아!!!』

약간 쉰 듯한 목소리. 한국어는 아니었으나, 을 구매해 설치한 나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어쩔까?”

여전히 경계하는 두 사람에게 내가 묻자, 단애가 고민하는 듯 싶더니 일단 나가보자고 제안했다. 나도 단비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언제든 변신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역시구나 마법소녀어어어어어!!! 너희들은 다 내 거다아아아!!! 이 황야의 도적왕 투투님의 것이다아아아아아!!!! 크카카카카카카카카카!!!”

기이한 도마뱀의 위에 올라탄 산적 같은 분위기의 남자들이, 우리들과 우리들의 텐트를 포위하듯 우르르 몰려와 에워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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