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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는 악에게 굴복하였습니다-137화 (137/172)

〈 137화 〉#2-4 첫 도시입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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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아아아아아...!”

“세상에... 이런 게 돼...?”

나와 단애는 군침을 흘리며 눈 앞에 펼쳐진 접시며 그릇들을 내려다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막입이어서 이렇게 먹나 저렇게 먹나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나오던 것으로 충분히 만족했달까.

어차피 입으로 들어가서 영양분으로 갈려나가는 건 다 똑같은데 그냥 적당히 먹을 수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닐까. 굳이 비싼 돈 내면서 고급 음식점에 가는 사람들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건 뭐야.

눈 앞에 있는 이 번쩍번쩍한 음식들은.

“봐도 모르겠는 이 별의 특산물은 일단 밀어놓고, 대충 지구랑 비슷한 식재료만 사용해봤는데. 괜찮지?”

그렇게 말하며 만족스럽게 미소짓는 단비는 어째선지 누더기 옷도 없이 딸랑 앞치마 하나만 입고 있다.

“이건 무슨 요리지...? TV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아....”

“똠양꿍아니야? 먹어본 적 있어... 근데 이런 빛깔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머머머~.”

단애가 국물을 떠서 입으로 가져가더니, 눈에서 빛을 내며 벌떡 일어섰다.

“최, 최고~~~~! 입 안이 행복해...!”

“나, 나도나도!”

나도 질세라 수저를 들고 요리를 향해 뻗었다.

똠양꿍만이 아니라, 뭔지 이름을 알 수 없는 닭고기 요리, 신기한 건어물과 버섯이 잔뜩 들어간 스프, 딤섬처럼 보이는 얇은 피의 만두, 고기와 야채가 들어간 빈대떡, 꼬치에 꿰여 윤기가 자르르 나는 산적까지.

국경과 문화를 넘어선 다채로운 요리가 눈도 코도 즐겁게 한다. 당연하지만 수저를 옮길 때마다 입에서도 환상적인 축제가 열리는 것처럼 즐겁다.

이럴 수가.

이래서 사람들이 비싼 음식점을 찾는 거구나!

“아윽... 어떡해...!”

“케, 케이~? 갑자기 왜 울어~?”

“이렇게 맛있는 거 먹어버리면... 이제 평범한 밥은 못 먹을 거 같아...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건 다 쓰레기 였어... 오물 덩어리였다고...!!!”

“흐흥.”

내가 바닥에 엎드려 꺼이꺼이 우는 한편, 단비는 팔짱을 낀 채 즐겁게 콧노래를 흘렸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요리를 하니까 즐거웠나 보다.

피부도 전보다 탱글탱글해 보이고, 무엇보다 가슴이 한 사이즈 커진 것 같다. 유라랑 맞먹겠는데.

......응? 요리한다고 가슴이 커지나?

“그보다 내가 주방에 간지 꽤 됐는데, 별 다른 건 없었어?”

“우물우물... 꿀꺽... 하아... 응, 있었어~.”

단애가 숟가락 가득 떠올린 버섯과 스프를 한 입에 집어넣으며 단비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무래도 우리 곧 팔려갈 모양이야~.”

“......호오? 자세히 말해봐.”

단비가 근처 짚더미에 털썩 주저앉았다.

처음에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건 몇 번이나 우리가 있는 감옥을 기웃거리며 킬킬거리던 어느 도적놈 때문이다.

――‘응? 왜 웃냐고? 안 가르쳐주우~지~!’

몇 번이나 와서 아무 말 없이 키득키득 웃고 가던 놈이었지만, 무슨 일인지는 극구 알려주려하지 않았다.

열이 뻗쳐서 포로고 뭐고 포크라도 던져서 숨통을 끊어버릴까 했는데, 이때 단애가 나서주었다.

철창 앞에서 낄낄 웃던 도적에게 가까이 가나 싶더니, 뭔가를 속삭였다.

그러자 움찔! 떨기 시작하는 도적.

그대로 단애가 속삭일 때마다, 도적은 마치 뱀을 앞에 둔 고양이처럼 계속해서 움찔! 움찔! 어깨를 떨었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한 걸까. 알 방도는 없다. 그저 도적이 슬라임마냥 녹아버릴 것처럼 흐눌흐눌 풀어져, 우리가 묻는 대로 순순히 대답해줬다는 사실만이 남았다.

“――그렇게 심문한 결과, 3일 뒤엔 출발할 거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도시로?”

“응~. 어떤 돼지새끼가 우릴 지목했대~.”

발랄한 목소리로 말하지만, 단애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그게 누군지 짐작가는 녀석이 있는 모양이다.

‘배신당하고, 상품화되고, 팔려나가고... 바쁘네.’

나는 소스가 잘 배어든 고깃덩어리를 입에 넣으며 생각했다.

“우물우물쩝쩝... 그런데 그 귀족 평판이 그렇게 안 좋다며?”

“케이랑 단비는 모르겠지만, 이 【메크라크】의 귀족 중에 평판이 좋은 놈은 없어.”

“진짜냐....”

단애가 버들가지 같은 고운 눈썹을 모으고 신음하더니, 뭔가 생각난 듯 “아”하는 소리를 냈다.

“한 명, 안 그런 귀족도 있긴 해. 얼마 없는 여성 귀족인데――”

“마법소녀들!!! 천박한 마법소녀들아!!!”

갑자기 난입하듯, 도적 한 명이 요란스레 큰 소리를 내며 우리가 있는 감옥룸으로 내려왔다.

아까 주방으로 단비를 데려갔던 그 괴인이다.

“메로메로메~! 두목님 명령이다! 전부 나와! 시중이나 들어라 노예년들아! 메로메로!”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 데 썩을 놈들이!

밥은 좀 천천히 먹게 해주라!

그래도 저항할 수 없는 우리들은 요구하는 대로 순순히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 * *

“우쿠쿠쿠쿠! 아주 마음에 들어! 맛있어! 맛있어!”

“아하하하... 그거 다행이네....”

아무래도 도적들은 단비가 만들어 준 요리가 크게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대로 술을 꺼내고 축제를 벌일 만큼.

‘할 짓도 드럽게 없지. 뭘 밥이 맛있다고 축제를 벌여 벌이긴! 한량 새끼들! 백수 도적단!’

한마디 쏘아주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이 상황에서 꺼낼 말은 아니다.

지금 나와 단애, 그리고 단비는 도적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시중을 들고 있다. 술이 비면 따라주고, 접시가 비면 음식을 퍼날라야 하고.

아우 썩을 놈들.

왜 이 지저분한 도적놈들의 시중을 들어줘야 한담....

거기다 억지로 입힌 옷도, 뭐야 이게... 그냥 속옷이잖아... 팬티랑 브래지어 뿐이고... 왜인지 모르겠는데 목에 카라가 있고... 검은색에... 프릴이 달려 있고... 천도 뭔가 속옷보다 팔랑팔랑해....

5기에서 적에게 붙잡혀 야한 메이드 형벌을 받았던 루비가 입었던 것과 비슷하다. 보는 건 즐거웠는데, 직접 입으니까 엄청 부끄럽다.

알몸보다 훨씬 부끄러워.... 아랫배의 도 훤히 보이고....

“헤~이. 이 엉덩이도 맛있어 보이는데~.”

“꺄악?! 자, 잠깐만! 지금 손에 잔뜩 들고 있는 거 안 보여?!”

갑자기 엉덩이를 꽉 붙잡히는 바람에, 무심코 여자애 같은 비명을 질러버렸다.

“하윽...! 잠깐... 너무 주무르지 마...!”

항의하면서 소리쳐보긴 하는데, 정작 그 손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더러운 사내새끼들한테 엉덩이를 만져지는 건 정말 싫은데.

그런 내 마음과는 별개로 만져진 곳부터 저릿저릿하게 기분이 좋아져서... 더 만져줬으면 해줘서... 몸이 거부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

다른 곳에서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단비가 도적들을 콱콱 짓밟고 차면서 꽥꽥 소리지르고 있고, 단애는 상황에 순응하듯 오히려 요염하게 유혹하면서 능수능란하게 헤쳐나가고 있다.

단애와 시선이 잠깐 마주쳤다.

“(조금만 버텨, 케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래, 평생 여기 붙잡혀있을 것도 아니고. 이제와서 조금쯤 주물럭거려지는 게 뭐 어떻다고.

엉덩이 정도야 내주자. 괜찮아. 나는 베테랑 마법소녀니까!

“헤헤, 뭐야 이 엉덩이... 쫀득쫀득 탱탱한 게....”

“저, 적당히 만져 씨X 새끼야아아아아아...!!!”

서빙을 하러 돌아다니는데도 집요하게 엉덩이를 주물러대는 이 놈 때문에 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런데 고작해야 엉덩이를 만져지는 것으로, 내 몸은 멋대로 느끼며 발정하고 있었다.

‘으으... 팬티가 검은색이라 다행이야....’

안 그랬다면 젖어서 생긴 얼룩이 훤히 보였을 것이다.

그래도 재질 상 유심히 본다면 들킬지도 모른다.

다행히 다들 술에 취한 모양이라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서, 들킬 것 같진 않지만....

‘으으... 들킬 거 같다고 생각하니까... 멋대로 거기가 반응해....’

팬티에 가려진 음순이 절로 움찔움찔 떠는 게 느껴졌다.

나는 어떻게든 느끼고 있다는 것을 숨기고 서빙을 계속했다.

한자리에 있으면 괴인들이 더 달라붙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가능한 한 장소에 머무는 게 아니라,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계속 움직였다.

그러나 이제 슬슬 술에 약한 놈들이 하나 둘 쓰러져 갈 무렵, 두목인 투투가 나를 지명해서 불렀다.

“......왜.”

“우쿠쿠, 즐기고 있나, 마법소녀.”

“즐기겠냐. 눈 똑바로 뜨고 잘 봐 썩을 대머리야. 왜 불렀어.”

“대머리라니... 심하구만... 우쿠쿠... 할 말이 좀 있어서 그래.”

“할 말?”

“뭐, 늬들한테도 나쁘지 않을, 쫌 중요한 얘긴데... 그 전에 잠깐만. 이것부터 좀.”

낮은 탁상 앞에 앉아있는 투투는, 나를 앞에 세워 놓고 접시 하나를 내밀었다.

얇게 저민 생선이 올려진 접시.

뭘 어쩌냐는 건가 싶어서 투투를 흘겨봤더니,

“음식이 좀 싱거워서 말이야. 소스 좀 쳐줘.”

라는 게 아닌가.

......아니, 손이 없어 발이 없어?

지가 알아서 먹고 싶은 소스 뿌려먹으면 되잖아.

술도 그래. 지 손으로 직접 따르면 안 돼? 음식도 그냥 알아서 날라오면 안 돼? 팍 씨, 디질라고. 힘만 있어서도. 팍!

‘......그럴 수야 없지. 에휴. 힘 없으면 서러워서 원.’

나는 순순히 소스가 든 병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투투의 솥뚜껑만한 손이 가로막았다.

“그 소스로는 안 돼.”

“...아니, 그러면 뭘 뿌리라고.”

“암컷한테만 나는 소스가 있잖아.”

투투는 실실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내 거기를 가리켰다.

진짜, 변태 자식.

이런 게 뭐가 좋다는 거야....

“빨리 해.”

“시, 싫어, 그건.”

“엉?”

내 자그마한 반항에, 투투가 험악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네가 거절할 번지야? 앙?!”

잔뜩 구겨진 험악한 얼굴로 호통을 친다. 아무리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소리 좀 지른다고 누가 겁먹을 줄 알아?!

“히익!”

그러나 내 의지와는 반대로, 내 어깨가 멋대로 움찔 떨렸다.

어, 어라? 왜 이러지?

“다시 말해 봐, 마법소녀... 싫다고 했냐?!”

콰앙! 투투가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치자, 탁자가 와지끈 부러져 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에, 나는 어깨를 포함해 온 몸이 덜덜 떨리는 게 느껴졌다.

안 쪽에서 솟아오르는 것은 공포심.

다리는 금방에라도 풀릴 것 같았고, 이빨이 멋대로 따닥따닥 부딪쳤다. 옆에서 보면 얼굴도 겁을 먹어 딱딱하게 굳은 게 보일 것이다.

이상하다. 원래라면 이 정도로 무섭거나 하지는....

‘이상해... 왜, 왜 이렇지...?’

그렇다.

이건... 최면약을 먹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투투가 그런 내 상태를 알아챘는지 험악하게 웃으며, 근처에 놓아두었던 약병을 쥐고 흔들어보였다.

“이게 그냥 약발 떨어지면 끝인 줄 알았어? 노예 조교용 특제품이거든? 우쿠쿠쿠.”

“으....”

괜히 최면약이 아닌 모양이다.

최면과 각성을 반복하면서 심어놓은 감정이나 반응이 점점 안에 쌓여가는 그런 걸까....

‘...엄청 위험한 거 같은데... 어쩌지....’

이마의 땀샘이 열리고 식은땀이 왈칵 쏟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도 그럴게, 나는 지금까지 육체적으로는 몇 번이나 굴복했었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건 마음속의 심지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쪽에서 변해버린다면.

마음이 꺾여버린다면.

...그 때는 정말 영영 원래대로 못 돌아오는 게 아닐까.

순간 그런 공포심이 든 것이다.

“아직도 싫어?”

“......할게. 하면 되잖아!”

나는 공포심을 떨쳐버리듯 한껏 허세를 부리며 외치고, 부러진 탁자를 치우고 새로운 탁자를 가져왔다. 아까 투투가 내게 내밀었던 것과 똑같은 음식도 가져와 탁자 위에 놓았다.

‘씨이....’

탁자 위에 놓여진 접시를 원망스럽게 내려다보고.

나는 내 소중한 곳을 가린 유일한 천인 팬티를 붙잡고 천천히 끌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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