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 〉#2-4 첫 도시입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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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별 거 아니야.’
――‘그냥 가서 깽판 좀 치면 돼. 귀족까지 죽일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고. 아니면 적당히 소란피우다 빠져 나와.’
――‘그 사이에 우린 그 집을 털 거고.’
――‘어때, 너도 좋고 우리도 좋고. 나쁘지 않지?’
* * *
......그런 얘기는 들었는데.
“저게 우리가 팔릴 저택이야? 더럽게 크네 씨X.”
“단비 하여간 입은 험해서~ 근데 크긴 크네에~.”
차츰 도시 중심부로 향하면서, 창 밖의 시야에 어떤 거대한 건물이 보였다.
도시에서 가장 큰 건물이 귀족의 건물이라고 들었다. 귀족의 저택은 저게 맞겠지.
높은 탑 같은 건물로, 어느 SF 영화에서 본 것처럼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구조다. 어딘가의 식충식물 같네.
꼭대기가 저렇게 큰데 지탱이 되나?
...SF의 산물인 초 하이테크 혹성이니까, 뭔가 그렇고 그런 기술이 들어간 거겠지. 나는 모르겠다.
“...저~기 있잖아. 저거 보면 그 생각 들지 않아?”
“아래를 때리면 뚝, 하고 쓰러질 것 같은 그런 느낌.”
“맞아~! 역시 단비는 나랑 마음이 잘 맞아~! 이게 바로 천생연분?!”
“꺼져! 달라붙지 마, 망할 년아!”
하여간 둘 다 관광 온 여행자처럼 들떴다.
나는 안 그래도 이래저래 고민할 게 많아서 이렇게 쭈그려져 있는데....
“저기~, 케이~. 그렇게 달라붙어있으면 창문 깨질 거 같은데~.”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방금, 방금 봤어?! 지나가던 포장마차 봤어?! 겁~~~나 이상해 보이는 튀김을 팔고 있었어! 먹어보고 싶어! 나가자! 당장 나가자! 이 도적놈들아, 나 꺼내줘어어어어~~~~!!!!”
그렇게 해서 포로 신세라는 입장도 잊어버리고, 우리는 꺅꺅 거리며 첫 도시의 풍경을 만끽했다.
“내려라, 마법소녀들! 밥 먹으러 간다!”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을 즈음, 우리들은 호송되던 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두 손은 앞으로 한 채 구속되어 있고, 다리에도 묵직한 구속구가 달려있어 걸을 때마다 힘들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낡은 거리.
아무래도 우릴 넘기기로한 때까지는 시간이 좀 남은 모양이다.
“으키키키. 이제부터 변태귀족에게 팔려나갈 불쌍한 지구인들에게 마지막 만찬 정도는 먹여주지.”
우리에게 다가온 키 작은 도적이 낄낄거리며 웃더니, 어째 낡아보이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낡았네.”
나는 보고 느낀 그대로 말했다. 단애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거리 자체가 좀~.”
...도시는 세련되어 보이는데, 뭐랄까, 빈부의 격차가 지나치게 심하다.
귀족의 저택으로 추정되는 탑 근처는 확실히 SF 영화에서 볼 법한 세련된 거리가 늘어서있다면, 지금 우리가 있는 골목은 중동의 전쟁 중인 지역을 연상케할 정도로 낡거나 부서져 있거나 하여간 분위기가 어두웠다.
“우리가 살던 곳처럼 깔끔하게 살기는 어려울 거야~. 약육강식의 세계인 【메크라크】에서는 언제 어떻게 살육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치안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곳에선 청결함도 세련됨도 유지할 수 없다.
하긴, 사람을 포로로 붙잡아 파는 노예상인 같은 놈들이 자연스럽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이런 곳에 정상적인 감성을 요구하는 건 무리겠지.
등 뒤에서 우릴 노려보는 도적들의 시선이 따가워서, 우리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으와....”
“헤에~.”
“쯧.”
식당도 거리와 다르지 않게 낡고 어두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음식점인 주제에 지저분해 보이는 인테리어도 여러모로 충격이다.
‘그래도 뭐... 고급음식점에 갈 거라곤 생각도 안 했고.’
어쨌든 혹성 【메크라크】에 와서 처음 경험해보는 음식점이다.
마치 해외여행으로 와서 처음 그 지역의 식당에 가보는 듯한 두근두근한 기대감.
현지에서는 오히려 약간 낡은 식당 쪽이 좀 더 풍취도 있고 좋지 않은가!
여행에 갔으면 비싼 음식점보다는, 낡은 식당이 좀 더 그 나라의 본질을 경험할 수 있는 법이다.
그만 상황도 잊고 두근두근해졌다.
『오, 투투도적단이네.』
『신고하면 포상금 좀 주던가? 나도 경찰에 쫓기는 몸이지만!』
『그만 해. 여기선 건드리면 안 되는 거 몰라? ...그런데 저 여자들은 뭐지?』
가게 안으로 더 들어가니, 이미 들어서 있던 손님들의 주목이 이쪽으로 향했다.
각양각색, 이형(異形)의 괴인들이 지구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먹고 마시고 있다.
테이블이 잔뜩 들어차 있는 지저분한 홀에서, 도적들은 삼삼오오 모여 따로따로 앉았다.
아마 오랜만에 오는 식당이라 그런지 들뜬 것처럼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나와 단애, 단비는 두목이 앉은 테이블 근처로 끌려왔다.
‘씨, 이딴 놈이랑 겸상하기 싫은데.’
하긴, 다른 도적 똘마니들도 마음에 안 들긴 매한가지다. 됐어, 포로인 몸이니까 어쩔 수 없다.
투투가 가장 큰 원형 탁자 앞에 앉는 것을 보고, 나도 근처의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그러자.
“왜 네가 거기 앉냐?”
라면서 흘겨보는 게 아닌가!
좀 앉을 수도 있지!
돌아보니까 부두목인가 하는 험상궂은 녀석이 내가 앉은 의자 바로 뒤에 서있는게 보였다.
아이 씨, 찜해놨다고 이런 거야? 적당히 다른 데 앉으면 되잖아!
툴툴거리며 일어서자, 부두목이 내가 앉아있던 의자에 앉았다. 내 체온으로 덥힌 의자가 그렇게 앉고 싶더냐.
‘그럼 나는 어디 앉지?’
똑같은 불상사가 생길까 싶어 가만히 서있는 사이, 다가온 도적들은 전부 의자에 앉았다.
그러고서 남는 의자에 앉으려 했지만,
‘...어디 앉으라는 건데?’
――없다.
더 이상 남는 의자가 없다.
그보다 덩치가 있는 도적이 여섯명이나 둘러앉으니까, 이 커다란 탁자에도 더 이상 앉을 공간이 없어보였다.
이 새끼들이 장난하나.
우린 꿔다놓은 보릿자루냐!
“여기 앉을 데 없어 보이니까, 우린 저기로 간다?”
화를 낼 수도 없어서, 그렇게 말하고 단비와 단애의 손을 끌고 구석에 있는 빈 탁자로 가려고 했다.
“뭔 소리야?”
“응?”
“네 자리 있잖아.”
“아니, 자리 없다고. 니네가 의자 다 차지 했잖아. 공간도 씨알도 없어 이 새끼야.”
“허 참, 말 귀를 못 알아먹는 구나? 우쿠쿠쿠.”
투투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아래에 뭐. 몇 달은 청소 안 한 것처럼 지저분한 바닥 밖에 없는데.
“엎드려.”
“......뭐?”
“노예 주제에 어디 사람처럼 앉으려고! 암캐답게 엎드려서 먹어!”
죽여버릴까.
어떻게 죽이면 되지? 눈알을 뽑아버려? 저딴 소릴 지껄이는 혀를 잡아당겨 뽑아낼까? 배때지를 갈라서 내장을 뜯어내?
“케, 케이~ 일단 참아~ 참자~.”
옆에서 단애가 다급한 목소리로 설득했다.
......하, 그렇다. 약한 우리가 잘못이지, 제기랄!
“썩을 놈들.”
“모가지를 뽑아버리고 싶네 진짜...!”
나와 단비는 욕지거리를 하면서, 그리고 단애는 아양 떨 듯 순순히 그 자리에 무릎 꿇고 엎드렸다.
철그렁, 하고 도적들이 쥐고 있던 사슬이 바닥에 떨어지니, 진짜 무슨 펫이 된 기분이들었다.
도적들이 즐겁게 주문하자, 어딘지 나른해 보이는 종업원을 통해 음식이 담긴 접시가 하나 둘 옮겨져왔다.
“아재, 여기 이 노예 놈들 쓸 그릇도 좀 같다주쇼~! 메로메로~!”
어째 되게 많이 들어본 목소리와 함께 그렇게 주문하자, 조금 후에 어딘지 음침해보이는 아저씨가 무언가를 가져와 우리 앞에 놓았다.
놓여진 것은 어떻게 봐도 개밥그릇.
이 썩을 놈들이!
“자, 먹어라 노예들아. 남기지 말고 개처럼 입으로 다 먹어라. 손 쓰는 건 허락하지 않아.”
라면서 접시에 담겨있던 음식을 투둑투둑 떨어뜨렸다.
“...! ......!!!”
“다, 단비야! 참아! 참아~~~!”
발광을 하려는 단비를 단애가 가까스로 억누른다.
화를 내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이쪽은 오히려 냉정해지는 법이다.
‘...진짜 음식물쓰레기 같은 거 안 준 게 어디야.’
그래도 인지 뭔지 때문에 양심은 있는지, 못 먹을 걸 주지는 않았다.
나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 개밥그릇에 얼굴을 개처럼 파묻고 오물오물 씹어먹었다.
...흐음.
뭔가 엄청 다를까 싶었는데, 신기한 맛이긴 하지만 지구의 음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맛은 있네.’
그렇게 생각하며 오물오물 씹어서 먹는데.
“힛히, 이거 형씨들 펫이야?”
“좋은 애완견들을 가지고 있는데~? 얼마만의 여자람~?”
근처에서 테이블에 있던 험상궂은 남자 둘이 다가왔다. 술에 취했는지 얼굴은 붉어져있고, 딸꾹딸꾹거린다.
둘 다 꼬질꼬질한 와이셔츠 차림이었는데, 같은 문양의 배지가 달려있었다.
‘저 배지... 저 문양...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돌을 휘감은 뱀』 그림의 배지.
“(우리를 산 귀족 녀석의 문양이야. 얌전히 있어.)”
단애가 조심스레 귀띔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저택으로 추정되는 그 높은 건물. 그 벽면에 저런 문양이 간판처럼 붙어있었다.
그 귀족 녀석의 똘마니 같은 걸까?
둘 다 술에 취해 손가락을 꼬물거리면서 바닥에 엎드린 우리들을 쳐다보는 데, 그 시선이 너무나 역겨워 오소소소 소름이 돋을 것 같았다.
“...그냥, 뭐. 우쿠쿠쿠.”
투투는 두 사람을 살피고, 무엇보다 『돌과 뱀』 문양의 배지를 보더니 맥주를 홀짝이며 입을 다물었다.
그걸 허락의 의미로 봤는지, 똘마니들은 나와 단애의 엉덩이를 덥썩 쥐었다.
“윽...!”
“자, 잠깐마~안...!”
“헷헷헤... 펫치고 탐스런 엉덩이구만 그래....”
구속구가 묵직해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었다. 애초부터 특성 때문에 반항은 못하지만.
우리가 저항을 못한다는 것을 알자, 더듬거리는 손길이 더 심해졌다.
그나마 걸치고 있던 누더기 옷이 말려올라가 반쯤 벗겨지고,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유방을 주물러대기 시작했다.
“하, 하앗~ 그만...!”
“오오... 가슴이 장난 아니야... 쫀득쫀득 탱탱해...!”
똘마니들은 여자에 굶주린 건지 손놀림은 미숙하고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있다. 덕분에 아플 정도다.
그런데 불쌍한 내 몸은, 이 미숙한 손길에도 가차 없이 느껴버리고 있었다.
“흐읏... 읏... 안 돼... 유, 유두 만지지 마... 그렇게 난폭하게...!”
“힛힛힛, 그래그래, 여길 이렇게 만져주면 좋아하는 구나아~.”
“아, 아니라고옷... 이, 이딴 아다 같은 애무...!”
가슴을 짜내듯이 주무르고, 스멀스멀 기어올라온 손가락이 유륜을 긁고 유두를 꼬집었다.
유즙이 흘러나오는 유두를 손가락 끝으로 자극하더니, 내 마력으로 가득할 모유를 손가락으로 떠서 맛있다는 듯 빨아먹기도 했다.
“으와... 죽인다 진짜....”
술에 거나하게 취한 똘마니들은 자제심이란 게 없어진 모양이었다.
다른 손님들도 잔뜩 모여서 밥을 먹는 식당 한복판이라는 것도 잊었는지, 바지를 풀썩 내려버린 것이다!
맙소사!
밥 먹고 있는데!
마침 소시지 먹고 있단 말이다 이 개X끼야!
“자. 아~ 해봐. 아~. 그딴 개밥보다 더 맛있는 거 먹여줄께에~.”
느물느물하게 웃는 똘마니. 투투는 오히려 즐겁다는 듯 나를 내려다보고 있고, 내 몸은 거부하지도 밀어내지도 못하고 파르르 떨고 있다.
...이 상황에서도, 자지 냄새에 반응해 발정해버리고 마는 내 몸이 불쌍하다....
‘으으... 어쩔 수 없나....’
결국 똘마니 녀석에게 머리를 붙잡혀, 얼굴에 차닥차닥 달라붙어오는 자지를 향해 혀를 빼꼼 내밀었다.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반항할 수도 없고.
...그러니,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응?』
『어이, 저거.』
『어라, 막아야 되는 거 아냐?』
별안간 주변이 술렁거리는 게 느껴졌다.
술에 거나하게 취한 채, 나와 단애에게 자지를 물릴 생각 밖에 없는 똘마니들은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자지에 정신 팔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다음 순간,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밥상머리 앞에서.”
그 목소리는.
흡사 지옥에서 기어나온 사신과도 같은 섬뜩한 목소리였다.
혹은 마찬가지로 지옥에서 올라온 염라대왕 같은 무시무시한 염열(炎熱)을 품은 목소리 같기도 했다.
“밥상머리 앞에서――적당히 해 이 개X끼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분노로 가득한 단비의 외침과 함께.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쨍그라아아앙!!!!!!!
그녀가 손에 들고 내리친 접시가, 자지를 내민 채 무방비한 상태던 똘마니의 머리를 정확하게 가격하고, 그대로 충격을 견디지 못하 산산조각 비산(飛散)하며 깨어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