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화 〉#2-5 마법소녀는 돼지에게 팔렸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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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일어나. 얌마!”
주륵, 주르르르륵.
“어푸, 어푸푸!”
얼굴에 뭔가 차가운 것이 주륵 주륵 쏟아지는 바람에 정신을 차렸다.
코에 들어간 물이 따갑다. 눈 앞에선 투투가 주전자를 이쪽으로 기울이고 있었다.
휘적휘적 고개를 휘저으며 주변을 살피니, 아무래도 식당 바닥에 대자로 널브러져 있었던 모양이다.
...어이구야.
“술은 좀 깼냐?”
“......그러네.”
술에 취한 채 자위를 계속하던 우리들은, 이어서 손님들... 아니, 손놈들의 요구에 맞춰 차츰 과격하게 이것저것 선보였다.
손놈들이 술을 열 잔 사면 가랑이를 벌리고 보지를 활짝 열어 보여준다던지, 스무 잔을 사면 가슴을 주무르며 모유 분출 쇼를 한다던지.
언젠가 했던 것처럼 가슴골과 허벅지에 술을 담는다던지.
그 외에도 요구에 따라 온갖 민망한 꼴을 보이면서 손놈들을 만족시켜 줄 에로쇼를 보였던 것 같다.
중반부터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으에... 허벅지가 찝찝해....”
술과 애액이 뒤섞여 이래저래 엉망이다.
가게 안에 있던 손님들은 전부 돌아간 모양이다. 가게를 닫으려는지 주인 아저씨가 보는 앞에서, 도적들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단비를 들쳐메고 밖으로 나왔다. 나는 어기적어기적 따라나오고, 보이지 않던 단애는 다른 도적들과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타고왔던 호송차로 오자, 투투가 내게 무언가를 내밀엇다.
손가락 두마디 쯤 되는 막대기 같은 것.
“휴대용 샤워부스 캡슐이다. 조금 있다가 출발할 거니까 깨끗이 씻어둬. 면도 머신 줄 테니 잔털 하나 없이 깍... 아, 마법소녀는 안 나던가.”
“응? 잔털이 뭔데?”
“모르면 됐어.”
“싱거운 놈.”
“음모도... 응. 깨끗한 거 보니까 안 나는 체질인가? 다른 두 명도 그렇던데.”
“일단 나는 안 나.”
저번에 단비한테 듣기로 그 녀석은 특성이 생겨버렸다던가 했었다. 그 전에는 평범하게 음모가 났었다고.
단애는 을 이용해 제모크림을 구매해서 썼다고 들었다. 한 번 바르면 1년은 안 난다던가.
투투는 미묘한 표정으로 우리 셋을 번갈아 보더니, 손을 휘적휘적 흔들며 떠나가...려다 다시 돌아보았다.
“계획은 기억하고 있지?”
“......그래. 가서 깽판만 치면 된다며.”
“들어가자마자 바로 뻘짓한다고 되는 거 아니야. 상대는 귀족이야.”
“어쩌라고. 귀족이고 뭐고 알 게 뭐야.”
“남의 별에 가서 꿀 빨려는 어중이떠중이 허접괴인들이랑 다르다는 뜻이야.”
“꿀 빨긴. 남의 별에 침략하는 놈들이 세면 셌지, 집구석에 틀어박혀 있는 돼지 새끼가 무섭겠냐.”
“...물론 침략하러 가는 놈들 중에도 꽤 상급인 놈들도 있지. 그런데 귀족은 말 그대로 급이 달라. 비교하는 게 웃기다고. 알겠냐?”
투투는 겁박하듯 내게 얼굴을 바싹 들이밀었다. 덥수룩한 수염이 얼굴에 닿아 따끔따끔하다. 얼굴이 절로 찌푸려졌다.
입 냄새 나 임마.
“이 있다고 얼마나 강해질지는 모르겠지만, 적당히 깝쳐야 한다? 개짓거리 했다가 우리한테나, 도시에까지 피해가 미치면 진짜 네 년들의 보지를 찢어버릴 테니까.”
“......호들갑은.”
“호들갑으로 보이냐?”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니까, 이쪽도 별 수 없이 자연스레 쭈그러들었다.
쯧, 으로 조교되어버린 몸이 원망스럽다.
도대체 그 귀족이란 놈은 얼마나 개차반이길래 이렇게 경계하는 걸까.
투투는 적당히 내가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는지, “킁!”하고 콧김을 내뿜고는 호송차 앞으로 걸어갔다.
“케이~ 괜찮아~?”
“응. 별 일은 안 당했어. 그보다 씼자.”
나는 뒤의 철창이 달린 감옥 같은 공간에 들어가, 언젠가 봤던 대로 캡슐의 스위치를 누르고 던졌다. 그러자 캡슐은 질량보존의 법칙을 무시하고 철컥철컥슈르륵 거리며 기의 골자 같은 것들을 꺼내더니 눈 깜짝할 새에 세련된 샤워부스를 만들어냈다.
“...이런 걸 보니까 SF 느낌 좀 나네.”
확실히 지구가 아닌 다른 별이구나, 라는 걸 실감하게 되고 만다.
나와 단애가 번갈아 씻고 나니, 단비도 휘청거리며 깨어났다.
단애는 키득키득 웃더니 헤롱거리는 단비를 억지로 끌어당겨, 샤워부스 안에서 야한 손놀림으로 씻기 시작했다.
단비는 정신이 없는지 그런 단애를 제대로 뿌리치지도 못하고 몸을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씻는 사이에도, 호송차는 덜컹거리며 나아갔다.
* * *
“내려라, 상품들아!!”
“사람을 상품 취급하지 마 저질들아.”
건방진 말투의 도적에게 톡 쏘아주고 난 뒤, 나는 호송차에서 내렸다. 내 뒤를 따라 단비와 단애도 내렸다.
귀족의 저택 겸 탑.
멀리서 봤을 때도 화려했지만, 가까이서 보니 훨씬 위압감 넘치는 디자인이다. 번쩍번쩍한 네온사인과 조명은, 자정에 가까운 시간인 한밤중인데도 대낮처럼 밝게 비출 것만 같았다.
“자, 안으로. 마음 단단히 먹어라. 우쿠쿠쿠.”
투투의 뒤를 따라, 우리들은 탑의 정문쪽으로 들어갔다.
...반항하지 못하게라면서 손목과 발목게 걸린 구속구의 무개를 이전보다 배로 설정했기 때문에, 솔직히 걸어가는 것도 영 고역이었다.
아니, 그렇게 우릴 못 믿는 거야?
......나라도 못 믿겠다.
“잠깐. 누구지?”
나아가던 투투를 누군가가 가로막아섰다. 식당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배지를 하고 있는, 진지한 제복 차림의 괴인이었다.
“거래를 하러 왔습니다. 여기, 증명서입니다.”
투투는 멀쩡하게 대꾸하며 무언가를 문지기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순순히 우릴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귀족의 저택은 대단했다.
뭔가, 일단 정문부터가 철컥철컥 소리가 나더니 영화에서나 볼 법한 방식으로 기이이잉- 하고 열리고, 복도를 나아가는 데도 홀로그램이 번쩍이거나 기계 가정부 같은 것들이 위잉거리며 움직이기도 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얼굴이 자연스럽게 굳어질 수 밖에 없었다.
“야... 단애야... 저거 혹시....”
“케이가 생각하는 그게 맞을 거야.”
복도 곳곳에 보이는 기묘한 석상 오브제.
전부 전라에 가까운 여성들이, 포인트는 다르지만 전부 수준급인 미모를 가진 여자들이, 다들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는 그런 석상들.
척 보기에도 전혀 다른 종류의, 아마도 다른 별의 사람이었을 여성들까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단순히 서있는 것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기대거나 위에 얹는 등, 자세가 다양한 석상들을 각자 가구처럼 쓰고 있었다.
저게 바로 이 저택의 주인인 귀족놈이 만들었다는 석상인 걸까.
――살아있는 여자들을 석화시켜서?
“......!”
꽉 쥔 주먹이 멋대로 부르르 떨렸다.
여자를 뭐로 보는 거냐. 사람을 뭘로 보는 거냐.
거기다 다른 별에서 여자를 수집해서 이딴 악취미적인 유희의 제물로 사용하다니.
“...토 나올 것 같아.”
단비가 이번만큼은 약한 소리를 했다.
솔직히 나도 같은 심정이었으므로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인 것은 투투도 석상을 보기 어려웠는지, 필사적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게 눈에 보였다. 이 놈도 나쁘지 많은 않은 걸까.
그리고.
드디어 우리들은 귀족의 앞에 도착했다.
“오오~오오오~~~! 투투 도적단의~ 두목 투투~! 기다~리고~ 있었다~네~.”
늘어지는 말투. 말투보다도 늘어지는 뱃살.
머리부터 발끝까지 퉁퉁한, 발로 툭 차면 그대로 디굴디굴 굴러가 버릴 것 같은 돼지였, 아니, 괴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13 귀족 중 한 분이신 쿠알님. 미천한 도적놈이지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래~ 그렇지~ 미개한 도적놈이~ 감히 볼 신분은 아닌 몸이다~ 이 말이야~ 그런데 굳이~ 굳이~ 직접 보여드려야겠다니~ 어쩔 수 없지~. 그 소문이 자자한~ 마법소녀를 보여주겠다는 데에~.”
투투는 그 모욕적인 언동에도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오히려 비굴하게 실실 웃으면서 우리를 앞으로 내보였다.
그리고 쿠알이라 불린 귀족이 살에 파묻힌 눈썹을 크게 뜨며 감탄했다.
“오, 오오오오오...! 이건... 이 계집들이... 마법소녀라고...!”
“예, 맞습니다. 이번에 13 귀족분들이 너도 나도 원한다고 경매에까지 붙여질 예정이었던 그 마법소녀입니다.”
“말도 안 돼... 하지만 느껴지는 이 마력은... 진짜군~. 생각보다 적은 감도 있지만, 토지가 달라서 그렇다면 이해 못 할 건 아니야~. 스팟에만 데려가면... 아차, 그렇지~. 어디서 이런 여자들을 구했지~?”
“감히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하긴, 그걸로 장사해 먹고 살아야지... 좋아~ 고귀하신 이 몸께서느은~ 아랫것들을 헤아려 특별히 묻지 않아 주겠어~.”
돼지 놈이 이상하리만치 긴 혀를 쭈욱 내밀고 입맛을 찹찹 다셨다.
“질이 좋은 마법소녀느은~ 구하기가 참 어렵지이~ 가끔 가다 나오는 쓰레기 같은~ 질의 마법소녀도오~ 귀중하게 받는데에~.”
“수집한 마법소녀의 숫자만큼 강해지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안~ 말이지이~ 그런데 이런 상황에 나만 마법소녀가 없어서어~ 서열은 꼴찌인 13위고~ 그런데 투투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그런 거였나.’
오호라.
대강 상황을 이해했다.
귀족의 숫자가 열 셋이라는 것. 그리고 대충 어떤 식으로 서열을 매기고 있는지도 대강이나마.
그런데 그렇구나.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마법소녀는 희소한 수집품인 걸까.
“헷헤, 경매 팸플릿에서도 봤었던 얼굴에에~ 내 부하들을 떡으로 만들어놨다는 얘기도 들었어~ 좋구나아~ 아주 좋아아~.”
“제발 좀 닥쳐, 민달팽이 같은 돼지 새끼.”
“?!”
투투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
참지 못한 단비가 앞에 나서며 툭 내뱉은 것이다.
“지금~ 뭐라고오~?”
“그 늘리는 것 좀 그만하라고 돼지 새끼야. 꿀꿀꿀꿀 짖어대기나 하든가. 아주 그냥 아가리를 찢어버리고 성대를 뜯어내주랴? 컨셉인지 뭔지 말투 하나 X같네.”
“.......”
잠시 침묵.
투투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귀족 괴인 쿠알은 얼굴을 푸들푸들 떨며 단비를 보고 있다.
으아아아, 단비야! 너무 그러면 안 되지!
나는 서둘러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말을 자아냈다.
“다, 단비야! 그러면 안 돼! 떽! 그렇게 말하면 화내잖아! 상대를 사람으로 보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거야! 이 놈은 그냥 사람 말을 하고 이족보행을 하는 돼지다, 그렇게 생각하면 더 이상 화날 것도 없다고! 확실히 꿀꿀거리는 편이 훨씬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마는!”
“어머나~ 놀려도 되는 거야? 눈치보면서 참다가 혼났네~ 솔직히 이 돼지 새끼 한테서 이상한 냄새 나는데, 나 코 좀 막고 있어도 되나? 되는 거지? 이야~ 무슨 한 달에 한 번 씻는 줄 알았네. 이게 무슨 냄새야? 진짜 돼지처럼 똥통에서 구르는 거야? 진짜 심하다아~.”
“.......”
“쿠, 쿠알님...!”
투투가 얼굴을 덜덜 떨며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좋았어, 쌤통이다.
이대로 화가 나서 거래하려는 투투 놈도 죽여주면 기쁘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흘겨보는데,
“......후.”
“....후후.”
“후후후후.”
“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돼지새끼가.
귀족괴인이.
쿠알이.
포동포동한 뺨을 실룩거리며 성대하게 웃었다.
“......뇌까지 지방으로 꽉 차는 바람에 미쳐버렸나 본데?”
“아니야. 살이 너무 많아서 뇌까지 피가 안 도는 거겠지, 망할 돼지 새끼.”
“어머나어머나. 목에 살이 너무 많아서 말이 안 나오는 걸지도 몰라~.”
우리들이 수군거리는 와중에도 쿠알은 끊임없이 유쾌하게 웃더니, 별안간 웃음을 뚝 그쳤다.
“사지.”
“네?”
“당장 사겠다고, 투투. 처음에 제시했던 금액이 얼마라고? ■■■■텔라? 좋아, 그 두 배를 내겠어.”
“어... 네?! 두 배?”
“아니, 아니야... 기분이 이리 좋은 걸. 세 배로 하지.”
“세 배라니... 맙소사...!”
텔라라는 건 이 혹성의 화폐단위 인 모양이다.
그런데 갑자기 뭐야 저 돼지. 왜 갑자기 발음이 유창해졌어. 말꼬리도 안 늘이고.
갑자기 분위기가 싹 바뀌니까, 뭔가 적응이 안 된다.
투투와의 거래는 순식간에 끝났다. 허공에 입자가 모여 종이 한 장이 되더니, 손가락으로 몇 번 터치하자 글자가 떠올랐다.
마치 마법 같은 현상이지만, 이게 과학의 산물이라는 게 놀라웠다.
“오, 오오... 그럼 계약하겠습니다? 무르기 없깁니다?”
“빨리 해!”
“네엡!”
투투는 힘차게 사인하고,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우더니 종이 내용을 스캔했다. 그리고 허공에 똑같은 재질, 똑같은 내용의 계약서가 복사되어 투투의 손에 들렸다.
투투는 마지막으로 이것저것 설명하고, 우리들의 구속구를 조절하는 리모컨마저 넘겼다.
“이것으로 계약성립입니다?”
“그래. 끝. 빨리 꺼져라.”
“네이, 꺼지겠습니다. 그럼 이만.”
투투는 잽싸게 허리를 숙이고 떠나가버렸다.
그리고 투투가 나가는 것과 동시에.
“흐, 흐흐흐!”
철컹! 철그럭!
“윽...!”
“큭...!”
“흐익......!”
목에 걸린 목걸이, 거기서 이어진 굵직한 쇠사슬이 잡아 당겨져, 우리 세사람은 곧장 앞으로 넘어져 버렸다.
사지를 구속하는 구속구가 무거운 탓에 제대로 몸을 가누기 어려웠다.
그리고 쓰러진 우리의 머리를 한 명씩 자근자근 짓밟으며, 쿠알이 뒤룩뒤룩찐 뺨을 잡아당기며 웃었다.
“이제부터~... 내가 늬들의 주인님이다아~ 후, 후후~ 즐겁겠어~ 잔뜩, 잔뜩 조교해주마아~ 내 인테리어에 어울릴 만크음~ 흐, 흐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