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는 악에게 굴복하였습니다-148화 (148/172)

〈 148화 〉#2-7 마법소녀는 취했다고 합니다(3)

h‍‍t‍t‎‎p‍s‎‎:‍//t‍.me‎‎/‎‎‍Li‎‎‎‎nk‎‎M‍o‍a

아침밥은 로봇 메이드에 의해 날라졌다.

여러대의 트레이가 오가고, 형형색색의 화려한 음식들이 혼자 사용하기엔 지나치게 넓은 테이블 위에 늘어선다.

그의 풍만한 체형을 유지하기 위해, 쿠알은 삼시세끼만으로 부족해 사이사이에 간단한 식사까지 더해 하루에 총 일곱끼를 먹는다.

그만큼 먹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는 체형인 것이다.

후후, 여자들은 이 몸을 좀 더 선망해야한다.

“오오~ 오늘도 맛있어 보이는 구나~.”

쿠알은 군침을 흘리며 눈 앞에 늘어선 접시를 훑어봤다.

【메크라크】에는 현재 정상적인 가축이라고 할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가축이 살만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별의 에너지가 고갈되어가는 이 별에, 가축을 방목해서 키울만한 공간도, 그 가축이 먹이로 삼을 만한 풀들도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소체 몸들도, 그리고 소체 몸이 아닌 귀족들의 살아있는 몸뚱아리도 영양분은 필요로 한다.

그렇게 해서 【메크라크】는 공장에서 고기를 ‘만든다’.

유전자 연구와 초과학의 응용물을 더해 거의 창조의 수준으로 만들어내긴 하지만....

‘제대로 된 가축과는 뭔가 좀 다르지. 마력도 거의 없고.’

단백질로 이루어진 몸을 유지시키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그럼에도 역시 귀족쯤 되는 까다로운 입맛에는 아쉽다.

특히나 먹는 것에 신경 쓰는 쿠알은 더욱 더.

‘이건 【지구】 별에서 공수해 온 가축요리... 저건 【아르테이아 테칠레】 별에서 공수해 온 특산물요리... 후호후호~. 그 외에도 잔~뜩. 응. 이 정도는 먹어줘야 귀족이지~.’

쿠알은 실실 웃으며 우아하게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이제 느긋하게 음미하며――

우걱우걱.

우물우물.

“................뭐하니?”

“네?”

로봇 메이드들이 전부 떠나고.

조금 전까지 뒤에 서있던 케이가 자연스러운 몸놀림으로 앞으로 나오더니,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고기를 손으로 집어서 우물우물 먹기 시작했다.

뭐지?

왜 먹고 있지?

쿠알은 단숨에 머리가 멍해졌다.

“아, 이거 맛있네요 주인님.”

케이는 접시 하나를 깨끗이 비우고, 이어서 다음 접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번 건 취향이 아니었는지, 가지런히 놓아진 고기 중 한 점만 집어먹고 접시를 쿠알을 향해 밀어냈다. 그리고는 다음 접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야.”

“네?”

“뭐...하니?”

“아, 그게... 읍. 쿨럭!”

말하면서 먹으려니 목이 메였는지, 다람쥐처럼 볼이 빵빵해질 정도로 밀어넣었던 음식 파편이 쿠알의 얼굴에 튀었다.

케이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테이블을 탕탕 두드리더니 쿠알의 근처에 놓여져 있던 술병을 집었다.

오늘은 대망하던 마법소녀를 맘대로 놀리게 된 기념일로써 특별히 비싼 술을 내놓도록 지시했다.

아마 【워우르켄】 별에서 공수해 온, 300년이 넘게 숙성된 고급주 였던가.

“으읍.. 콜록, 콜록! 안 따져... 우웁... 켈록!”

“야, 야...! 그건 안 돼!”

케이의 손이 쉬익 움직이나 싶더니, 손날로 술병의 입구를 깔끔하게 베어버렸다.

단순히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묘기다. 마치 검날로 벤 듯한 깔끔한 자국에 그녀를 막으려던 쿠알의 입이 쏙 들어갔다.

꿀꺽... 꿀꺽....

케이는 그대로 술병을 호쾌하게 뒤집어, 입 안에 부어넣었다.

“캬아~! 뭐야아... 좋은 술이긴 한데에... 취향엔 안 맞네에....”

손에 들린 술병을 한 손에 꼬나 든 채, 케이는 테이블 위의 음식을 다시 집어먹기 시작했다.

“이... 이! 그만! 그만 먹어! 내 거야!!!”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던 쿠알은, 그제야 의자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분노로 인해 늘어진 볼살이 푸르르, 푸르르 떨렸다.

“으웅~? 에이이~ 왜 그러세요~ 주인니임~.”

“너너너너, 너 뭐야?! 왜 내 소중한 아침밥을 처먹는 건데?!”

“네? 이거요? 아... 저 노예잖아요오...?”

“노예가 왜 주인님의 음식을 먹는데!”

“아니, 그게... 기미상궁? 독검사? 그런 느낌으로....”

케이는 또 다른 접시를 하나 집어들고, 그대로 입 안에 탈탈탈탈 털어넣었다.

“독 검사를 하는 데 다 먹는 건 아니지이이이이이이!!!”

“아이참. 시끄러워 뒤지겠네, 도야지 새... 딸꾹...가. 흐헤.”

케이는 술에 취해 비칠거리며 쿠알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조용히 있어.”

손에 들고 있던 술병으로 쿠알의 머리를 정확히 가격했다.

쨍―강!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 쿠알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개조강화가 되어 있을 쿠알의 몸이지만, 마법소녀의 근력이 더해진 술병 어택에는 여지없이 데미지가 들어갔다. 무엇보다 머리에 파편이 꽂히고 피가 흘러나오고 난리가 아니었다.

눈 앞이 핑글핑글 돈다.

“어, 어... 끄어어.......?!”

“어라아... 기절 안 했네에....”

케이는 정신을 못 차리는 쿠알의 머리를 붙잡고, 그대로 앞에 놓여있는 스프가 담긴 접시에 내리쳤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우부우우우우웁?! 뜨거워어우구루우우우우우?!”

“어라... 실수했네.”

케이는 쿠알의 머리카락을 꽉 잡아당겨, 접시에서 꺼내주었다.

헤엑, 헤엑, 얼굴을 벌겋게 물들인 채 숨을 내쉬는 쿠알.

“접시가 안 깨졌어.”

쿠알의 머리가 그대로 다시 접시에 처박혔다.

쨍―그라아아아앙!

접시가 여러 파편이 되어 산산조각이 나고, 쿠알의 얼굴이 스프와 함께 테이블에 처박혔다.

그래도 만족하지 못했는지, 케이는 쿠알의 머리를 다시 들어올리고, 다시 테이블 위로 내리쳤다.

“에헤헤헤헤헤. 재밌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리듬감 있게 테이블에 처박히는 투실투실한 머리.

한 번 내리칠 때마다 테이블보 아래의 테이블에 쩌적쩌적 금이 갔다.

특수한 돌로 만든 테이블인데, 그런 테이블을 깨부수는 쿠알의 머리는....

“......아. 배불러.”

이제는 쿠알이 흐느껴울기 시작할 즈음, 케이가 질렸다는 듯이 손을 놨다.

그리고는 비칠비칠 근처 의자에 걸어가더니, 그대로 고양이처럼 의자 위에 파고 들어 새근새근 잠들었다.

“아... 우아아.... 흐윽... 으아아아아아...!”

얼굴에 화상을 입고, 유리 파편으로 피투성이가 된 쿠알은, 두려워하며 뒤뚱거리며 식당에서 달려나갔다.

그가 달리는 게 몇 년 만인지.

달리는 건 죽어도 싫어하던 그였지만, 지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저 마법소녀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흠냐아... 돼지 머리이... 썩둑... 쿠우울....”

뒤에서는 케이가 평온이 가득한 표정으로 잠꼬대를 흘렸다.

* * *

“루돌프! 루돌프! 어디 있어어~! 루돌프으으으으으으!!!!”

쿠알은 부모를 찾는 어린아이처럼, 루돌프의 이름을 애타게 외치며 저택 안을 돌았다.

저택 안의 모든 시스템에 주의를 기울이며 모니터링 하는 루돌프가, 복도를 뒤뚱거리며 나아가는 그를 못 봤을 리가 없다. 그의 외침을 못 들었을 리가 없다.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아직도 나타나질 않지...?’

그는 【메크라크】에도 몇 없는 완전한 자율형 AI 안드로이드다.

【메크라크】의 정보집속집합기구 【뱅크】에도 연결되어 있어, 그 지식과 판단능력은 웬만한 천재로는 100명이 모여도 비길 수가 없다.

재산의 90%를 들여 루돌프를 따낸 것은 쿠알의 인생 중 몇 없는 ‘잘한 일’에 속했다.

루돌프는 그를 주인으로 인식하자마자 잃어버린 것 이상의 부를 가져와주었고, 그 어마어마한 수완으로 이 거대한 도시를 쿠알이 떡 주무르듯 주무를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니까... 분명 이 이상한 사태도 어떻게 해줄 수 있을 거야...!’

“루돌프으으으! 당장 나와아아아아! 어디 있냐아아아아아!!!! 살려 줘! 마법소녀! 마법소녀가 날 죽이려해애애애! 루돌프으으으으으!!!!”

애처롭게 외치며 돌아다니는 쿠알.

자기 스스로 저택의 시스템 콘솔을 조작해 루돌프를 찾아낸다는 생각조차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 쿠알은 패닉에 휩싸여 있었다.

그리고.

[.............인...님......]

희미하게.

그가 그토록 고대하던 기계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돌프?!”

희미했지만 강화된 그의 귀는 확실하게 포착했다.

저 모퉁이 너머다!

쿠알은 뒤뚱거리며 모퉁이로 향했다.

루돌프에게 맡기면 된다. 그라면 전부 어떻게든 해 줄 거다!

“루돌프! 마법소녀들! 마법소녀들을 어떻게든 좀――”

그리고 쿠알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단숨에 망연자실해졌다.

[주인... 님... 죄송... 도... 망... 능... 려[email protected]#%@^]

에러를 일으킨 스피커가 기괴한 잡음을 내뱉는다.

루돌프은 거대한 홀 한복판에서 사지가 절단된 채, 산산조각 나있었다.

난장판이 된 홀에는, 본래 여자들을 굳힌 석상과는 별개로 그가 아끼던 보석 기둥이 늘어서 있었다.

지금은 어째선지 루돌프를 깔아뭉개듯 전부 쓰러져 있었지만.

“이야아아... 따끔했네에... 왜 아프지....”

그리고 그 앞에는.

피투성이 괴물이 한 명.

“딸꾹... 끄윽. 야아... 깡통 대가리이이이이... 덤벼봐아 임마아아아아아...!!!”

피투성이 괴물, 아니, 붉은 머리의 마법소녀 단비.

그녀는 여기서 무슨 접전이 벌어졌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정도로 너덜너덜해져 있었으며, 한쪽 팔과 다리가 부러진 건치 흔들흔들 거리는데다 온 몸이 자기 피로 피투성이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흉흉하게 웃고 있었다.

한 손에는 분명 자신의 창고에 있었음이 분명한 손도끼가 들려 있다.

“뒈져라, 좀....”

그녀는 손도끼를 들고 있는 손을 확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루돌프를 향해 내리찍었다.

까아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루돌프의 금속 머리가 움푹 패였다.

“...끄윽. 씨X 몇 번을 내리쳐야 쪼개지는 겨.”

깡! 깡! 깡! 깡! 깡!

단비는 ‘네가 죽나 내가 죽나 보자’라는 듯이 자비 없이 손도끼를 휘둘렀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계속해서, 계속해서.

“아, 아아아아아아...! 그만! 그만해애애애애애! 루돌프으으으으으!!!”

[도... 망... 치십...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에이 씨, 거 깡통 대가리가 더럽게 튼튼하네. 썅.”

쿠알은 【메크라크】의 귀족이다.

모든 귀족들은 예외없이 일반인은 범접할 수 없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 능력 또한 【메크라크】의 일반 괴인들이 귀족들에게 대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본래라면 자신의 능력으로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었으리라. 힘이 봉인된 마법소녀 정도야 어떻게든....

그러나.

“아이 X발! 뒈져! 뒈져! 뒈져 이 망할 새끼야아아아아아아아! 으하하하하하하하하! 다 부숴져라아아아아아!!! 깔깔깔깔깔깔!!!!”

피칠갑을 한 채 손도끼를 미친 듯이 휘두르고.

미친 연쇄살인마 마냥 광기에 어린 웃음소리를 저렇게 호쾌하게 흘리고 있으니.

연달아 터진 이 미쳐버린 상황에 완벽한 패닉에 빠진 쿠알은, 능력을 쓸 생각도 못한 채 등을 돌리고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루돌프으으으으으으으으!!! 우와아아아아아아앙!!!!!”

잘게 분해되어 가면서도 충심을 다한 안드로이드 종자의 이름을 부르며, 뒤뚱거리며 도망치는 쿠알은 닭똥 같은 눈물을 공중에 흩뿌렸다.

* * *

“두목, 두목, 투투 두목.”

“응?”

“그 마법소녀들 괜찮을까요?”

부하의 질문에, 투투는 가만히 입에 문 오징어다리를 질겅였다.

지구에서 공수해 온 오징어다리는 심심할 때 씹기 참 좋다.

“뭐, 마법소녀인데 나름 버텨주지 않겠어? 귀족들이 얼마나 씹변태인지는 모르겠다만....”

“아뇨. 제가 걱정되는 건 그게 아닌데요.”

“그럼 뭔데?”

“그 여자들, 술 좀 들어가면 아주 뵈는 게 없는 것 같던데... 저번에 저희도 다 죽을뻔하지 않았슴까. 특히 단비라는 년은 완전 미쳐가지고, 불도저인 줄 알았습니다.”

투투가 피식 웃었다.

“우쿠쿠쿠. 설마하니 그 돼지 귀족 놈이 술을 먹여줄라고?”

“하하, 설마하니 그럴 일은 없겠죠.”

“그리고 술 좀 마셨다고 별 일 있을라고. 나름 귀족 저택인데.”

“그렇죠. 귀족이 어지간히 무능하지 않으면 별 일 없겠죠!”

“그렇지, 어지간히 무능하지 않고서야. 야! 술 가져와! 우쿠쿠쿠! 오늘도 잔치다!”

“네~엡!”

투투 도적단은 오늘도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였다. 마법소녀를 팔고 받은 돈이 어마어마하다. 한동안은 돈이 부족할 일은 없을 것이다.

‘으음... 돈 좀 부족하다 싶으면, 그 때 쯤 쳐들어갈까. 귀족 저택.’

그 때까지 마법소녀들이 별 일 없이 잘 지내줘야 할 텐데.

가능한 눈에 띄지 않고, 경계를 사지 않고 얌전히 있어 준다면 나중에 편하게 작업할 수 있으리라.

‘설마하니 쓸데없이 사고를 치고, 막 시선을 끌고, 경계를 사고... 그런 일은 없겠지? 그러면 지들 고생길만 더 커질테고. 응. 마법소녀들도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겠지. 적당히 비위만 잘 좀 맞춰줘라 마법소녀~.’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지구의 속담을 모르는 투투는, 아무 생각 없이 부하들과 즐겁게 술판을 벌였다.

그리고 다음 날.

쿠알에 의해 투투도적단에게 어마어마한 현상금이 걸리게 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