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화 〉#2-9 무서운 마법소녀도 조교받고 있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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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의 저택에서 일하게 된지 사흘째.
여전히 단애와 단비와는 만나지 못했다. 둘 다 어떻게 하고 있을는지.
거기다 쿠알도 보지 못했다. 일에 관련해선 전부 루돌프한테 지시 받고 있고.
[당신한테 맞은 게 트라우마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쿠알님은 태어나서 눈군가한테 맞아본적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런 모양이다.
본의 아니게 술에 절어 휘두른 폭력이었는데, 파인플레이였구나.
[그보다 다 입으셨습니까? 빨리빨리 움직여야지요.]
“......야, 진짜...!”
나는 루돌프가 갈아입으라고 준 유니폼에 이를 갈면서 불평했다.
입어버린 나도 나지만....
이번에 입은 옷도 원래 입고 있던 것과 같은 메이드복 시리즈다.
다만 이번에는 몸에 착 달라붙는 망사 옷이다. 소매는 없고, 그 아래에 속옷도 없다.
그나마 망사를 제외한 천이라고는 허리에 걸친 국부를 아슬아슬하게 가릴법한 짦은 스커트와 그 스커트의 앞에 달린 흰색 프릴 앞치마, 그리고 머리에 쓰고 있는 밴드가 전부였다.
촘촘한 망사라고는 해도 자세히 보면 아래에 눌려있는 유두라던가 다 보이겠지. 말도 안 되는 옷이다.
“이 꼴로 쿠알한테 보내려는 거야...?”
요 사흘, 저택 내에는 쿠알 외에는 살아있는 인간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전부 기계 메이드, 기계 집사들이 일을 처리하고 있고, 살아있는 건 쿠알을 제외하고선 아마 마법소녀인 우리 셋 뿐.
굳이 이런 복장을 시킨다는 건 드디어 쿠알에게 뭔가 봉사를 시키려고 한다...라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은 그 옷으로 봉사해주셨으면 하는 분들이 따로 있거든요.]
그러나 그런 내 짐작을 루돌프가 부정했다.
“따로 있다고? 이 저택에 쿠알 말고도 살아있는 게 있어?”
[물론이죠. 쿠알님의 정예병들이 있습니다.]
정예병....
[보통은 일 때문에 나가있습니다만, 이번에는 특별히 저택으로 집합시켰습니다.]
“...뭐 때문에?”
[먼저 노고의 치하, 쿠알님의 엘리트 병사로서 일하는 것의 보수와 메인터넌스――]
거기까지 말하고, 홀로그램 화면 속의 루돌프가 사람 좋은 아저씨처럼 생긋 웃어보였다.
[더불어 당신의 교육도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에잇. 때려주고 싶은 얼굴이야.
* * *
『그래도 그 치라는 놈은 죽일 놈까지는 아니었는데――』
『야야야야, 그래서 내가 소싯적에는 말이야 제 앞가림은 알아서 하는――』
『그래서 그 투투라는 놈이――』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험상궂은 목소리에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아이고, 맙소사.
척 들어보기에도 안에 한 두사람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저 한복판으로 들어가라고?
요모양 요꼴로?
...돌아갈래.
[어딜 도망가십니까?]
“싫어... 요 꼴로 저 사이에 들어가봐... 사자 우리 안에 불쌍한 토끼한마리를 던져넣는 격이라고....”
들어가는 순간 사자들이 일제히 달려들어서 엉망진창 쥐어뜯고 발톱으로 위협하고 이빨로 왕! 하고 물어재낄게 분명하다.
그런 느낌으로 나를 능욕하겠지.
살려줘.
[그렇습니까. 하지만 지금 대로면 당신은 영원히 쿠알님을 못 뵈게 될 텐데요.]
“왜? 그보다 보고 싶지 않아.”
[쿠알님은 지금의 당신에게 트라우마를 가지고 계십니다. 그러니까 부하인 정예병분들로 당신을 야들야들하게 조교하고 나서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계시죠.]
내가 무슨 고기냐. 야들야들하게.
[하지만 곤란하군요, 만약 거부하신다면 쿠알님을 뵙게 할 수는 없습니다.]
“됐어. 사자 소굴에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나아.”
[곤란합니다. 매우 곤란해요.]
루돌프는 홀로그램 화면 속에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대로면 귀중한 마법소녀를 석화시켜 박제할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
..................
............................................
“석화?”
[예, 그렇습니다. 지금껏 팔려왔던 수많은 여인들처럼 석상으로 만들어 박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등 뒤, 망사옷 아래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보다 이 망사옷, 조금 답답하다.
쭉쭉 잘 늘어나기는 하는데, 가슴 전체를 감싸는 듯 하면서도 브래지어만큼 꽉 잡아주지도 않으니.
아니, 그것보다.
지금 문제는 석화 쪽이다.
“너무 극단적이잖아! 인권 보장이라는 말 모르지!”
“짐승이나 노예에게 인권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겠지~~~!”
그보다 노예라니, 여긴 지구보다 몇 세기는 뛰어넘은 신시대 행성이잖아?
그런데 지구에서도 옛날 옛적에 폐기된 노예제도라니....
‘아니... 확실히 모럴 같은 게 있을 법한 곳은 아니지만.’
길거리에서도 마구 싸우고.
도적들이 당당하게 돌아다닌다.
치안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나 싶을 정도로 엉망진창인 거리다. 마치 전쟁 한복판이라는 듯이.
부(富)도 명예도, 힘과 능력과 인재도 전부 귀족이라고 하는 소수의 인원들에게 몰려있으니까.
이런 곳에서 모럴이나 윤리를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 보니 과학기술 말고는 완전 미개한 야만인들이잖아.’
새삼 깨달았다.
옛날옛적에 깨달아야 했던 건데.
‘아니면 지구도 언젠가 이렇게 변해버릴까?’
과학이 나날이 발전하고, 행성간의 이동이 가능해지고, 차츰차츰 별이 죽어가기 시작해 어떤 기술로도 되살릴 방도가 없어진다고 한다면.
그때는 이 【메크라크】처럼 변해버리는 걸까.
[아직 고민중이십니까? 이대로 돌아간다고 하면 전 바로 쿠알님께 말해서 당신의 석화 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만.]
“~~~~~~~~!”
루돌프의 목소리가 내 의식을 끊었다.
아직 이 저택에선 할 일이 남았다.
보물고를 열고, 지구로 돌려보내는 이 있는지 확인해야한다. 가능하면 그 을 이용해 지구로 돌아가야한다.
“끄으으으으... 어쩐다....”
분명 그 너머에 험상 궂은 정예병들이 잔뜩 모여있을 문짝을 쳐다보고, 홀로그램 속의 루돌프를 돌아보고.
다시 문을 쳐다보고, 루돌프를 돌아보고.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앞에 누가 있다는데?』
『정말이지? 루돌프 씨?』
그 순간 기이이잉―하고 문이 벌컥 열렸다.
문 안쪽은 바 같은 느낌이었다. 어둑어둑하고, 고급스런 저택에 걸맞는 고급스런 분위기지만 그런 분위기를 다 망쳐놓듯, 우락부락 험상궂은 이형(異形)의 괴인들이 안에서 부어라마셔라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어......?”
“음......?”
그리고 문을 열고 나온 괴인이 둘.
한쪽은 팔이 넷 있고, 한쪽은 커다란 뿔이 달린 괴인.
두 괴인을 눈에 담은 내 행동은 신속했다.
빠가아악!
근처에 놓여있던 화분을 손에 들어 앞에 있던 괴인의 머리를 내리치고, 바로 뒤에 있던 뿔 달린 괴인의 복부를 마력을 실은 발로 성대하게 걷어차주었다.
앞 뒤로 고꾸라지는 괴인들.
“......일 났네.”
그리고 문 너머의 바에서 이쪽을 돌아보며 번뜩이는 여러 쌍의 눈을 보고, 나는 그제야 아차 싶어 신음했다.
정말이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괴인이니까 쓰러뜨려야지, 하고 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였을 뿐이다.
“으, 으으으으...!”
“무슨... 짓을...!”
“꺄웅?!”
그대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지만, 쓰러진 괴인들이 내 양쪽 다리를 붙잡는 바람에 앞으로 고꾸라졌다.
“놔, 놔아아아~~~~~~!! 살려줘어~~~~~!!!”
나는 앞으로 엎어진 채 괴인들이 잔뜩 모여있는 바 안으로 질질 끌려갔다.
* * *
“이거 풀어~~~~!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풀어어어~~~!!”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끌려들어온 나는, 곧장 바 한복판에 놓인 팔걸이 없는 심플한 나무 의자에 팔을 뒤로 한 채 묶여버렸다.
워낙 튼튼한 밧줄을 쓴 건지 끊어지지도 않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의자가 덜컹거렸다.
“야야, 누가 저거 입 좀 막아봐.”
“여기 이런 거 있다. 저번에 우누한테 물렸던 건데.”
우누는 낙타의 머리에 도마뱀 같은 하반신을 가진 【메크라크】의 짐승이다. 저번에 도적단이 끌고다니는 걸 본적이 있다.
괴인이 우누에게 물렸다고 하는 건, 전형적인 스타일의 재갈이었다.
커다란 막대 같은게 달려있는데, 우누라는 짐승의 것인지 약간 잇자국이 나있었다.
“우우웁~~~!”
“여전히 시끄러운 데.”
“이 편이 좋잖아.”
실실 웃던 괴인 중에 하나가, 가까이 다가와 망사에 덮인 내 가슴을 주물렀다.
풍만하고 살집있는 유방이, 괴인의 손에 마줘 부드럽게 모양이 바뀌는 게 고스란히 보였다.
“읍...!”
고작해야 유방을 만져지는 것뿐인데, 기분이 좋아져 무심코 눈썹을 찌푸렸다.
“야... 쫀득쫀득하게 달라붙는데? 이렇게 만지기 좋은 가슴은 처음이야...!”
“으읍... 읍...!”
이거 놔... X끼야...!
“그래서 우리 돼지 나리께서 이 여자를 어떻게 교육하라 하셨다... 이 말이지? 루돌프 씨?”
[당신의 언동에 대해 크게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아, 죄송. 험한 일 하는 놈들이니 이해해줘요. 그래서, 주인 나리께서 바라시기로.”
[이 여자를 당신들의 방식으로 교육해달라 하셨습니다.]
“호오... 진짜?”
“읍... 읍...!”
‘왜 내 의사는 무시하고 멋대로 지랄들이야! 내 몸이야! 지저분한 변태놈들아!’
홀로그램 속의 루돌프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덧붙여 엘리트 병사인 여러분들에의 보수도 됩니다. 지구의 마법소녀는 마력을 잔뜩 가지고 있습니다. 소모되어도 금방 보충되죠. 다른 행성의 상품들과는 비교도 안 됩니다.]
“알아, 알아. 우리도 마법소녀가 얼마나 귀한 건지 잘 아니깐....”
괴인들이 입맛을 다시면서 나를 쳐다봤다.
욕망이 번들거리는 시선에 흠칫 몸을 떨었지만, 나도 함께 질세라 노려봤다.
[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 되도록 상처는 내지 말아주십시오. 주인님의 재산이니.]
그 말을 끝으로, 홀로그램 루돌프가 전원이 꺼진 듯 사라져버렸다.
나를 여기에 방치해두고.
“헷헤~ 귀여운 메이드다~ 안쪽이 다보여~!”
“이런 변태 옷이나 입고 있다니, 지구의 마법소녀들은 다 변태들인가 봐... 우와아....”
“야야, 생긴 것부터 음란하게 생기지 않았냐. 이 음란한 가슴, 음란한 다리... 히힛, 거기도 어떠려나...!”
루돌프가 사라지자,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다른 괴인들도 다가왔다.
욕망에 찬 시선을 받고 나니, 그것만으로 내 몸은 멋대로 반응해 오기 시작했다.
정말 싫은데, 이딴 변태들한테 둘러싸였는데,
촘촘하게 짜여진 망사 아래로, 차츰 모양을 잡듯 단단해져 가는 유방이, 볼록 솟아오르려는 유두가 원망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