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화 〉#2-13 마법소녀는 찾고자 합니다(2)
묵직한 촉수에얻어맞아, 무시무시한 속도로 떠밀려 처벅힌 알파.
후두둑, 하고 그녀가 처박힌 먼지 속에서 콘크리트 덩어리가 굴러떨어졌다.
이 아지트의 위치는 산 아래쪽으로, 입구부터가 거의 숨겨져 있던 상태였다.
그 때문인지 벽을 뚫고 무너뜨리며 잔뜩 피어오른 흙먼지에, 알파의 몸은 거의 가려져 있었다.
“언니! 언니!!”
에르가 당황하며 외치고, 클라라가 눈을 찌푸리며 주변을 살폈다.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둘러싸인 모양인데....
“뭐지, 이것들은...?”
클라라의 시야 속, 주변을 둘러싸며 나타난 것들은 기이한 이형의 괴물들.
괴인들과는 달라보였다. 괴인들도 틀림없는 이형의 것들이긴 하지만, 지금 눈 앞에 나타난 놈들은....
『쿠헤에....』
『샤으으으우우....』
탁 트인 아지트의 입구, 그 로비와도 같은 공간.
주변을 둘러싼, 외부로부터 입구를 숨기기 위한 기둥이며 다리 같은 것들 사이사이로, 괴물들이 제각각 촉수를 꿈틀거리며 나타났다.
무언가 기생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키메라처럼 억지로 개조시키고 갖다 붙인 것인지, 촉수의 뿌리 부분에는 뭔가 잘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은 생물이 달려 있었다.
고릴라며 악어, 사자나 뱀 같이, 각종 동물들을 한데 뭉쳐 기워서 만들어낸 것 같은, 기묘한 빛깔의 생물이다.
크기도 모양도 천편일률로 다르지만, 모두 자그마한 마법소녀보다는 몇 배나 커다란 몸집을 가지고 있고, 몸에서 돋아난 듯한 촉수를 질질 끌고 다니는 것만은 동일했다.
숫자는 도합――넷.
그 중 하나, 알파를 날려버린 녀석이 특히나 커다랗다.
“에르! 움직인다!”
“잠깐만 클라라! 언니가....”
너무나 갑작스럽다. 이야기의 전개가 지나치게 빠르다.
본래 그들은 이미 한번 소탕한 괴인들의 흔적을 살펴보러 온 것 뿐이다.
뿌리를 근절하기 위한, 소규모의 전투라면 상정하고 있었지만....
‘반대로 습격당할 가능성은 생각 못했는데.’
애초에 뒤에서 전황을 살피는 군사 타입인 클라라는 빠르게 의식을 전환하며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지만.
아직 경험도 생각도 부족한 에르는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해 제대로 된 반응을 취하지 못했다.
알파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어야 하나? 영격해야하나? 아니면 클라라를 지켜야 하나?
선택지들 가운데서 우왕좌왕하는 사이, 괴물들 쪽에서 먼저 움직였다.
“앗... 에르으으으!!!”
“?!”
괴물들은 일제히 에르를 먼저 노렸다. 이 자리에 있는 인원들 중에서 에르가 가장 마력레벨이 높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지성이 없는 그들은 보다 고순도의 마력을 가진 이에게 끌린다.
늘어나고, 비대해진 촉수의 채찍이 에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으읏...!”
코앞까지 다가온 촉수. 에르의 작고 가녀린 몸이라면, 마치 달려오는 트럭과도 비슷한 운동에너지를 가진 이 촉수에 얻어맞는 순간 게임이 끝난다.
혹은 기절하지 않더라도, 여자의 몸을 휘감고 탐하는 촉수에게 꼼짝도 못하고 붙잡혀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범해지는 결말 밖에없겠지.
그러나 촉수가 그녀에게 닿기 직전,
에르의 몸이 홀연히 사라졌다.
짜악! 꾸드드득...!
『키이익...?』
『케르케르...』
목표물을 놓친 촉수가 서로 부딪치고 얽혀들었다. 촉수에게 명령을 내리던 괴물들이 기이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괜찮아, 클라라. 별 거 아닌 모양이야.”
그리고 촉수가 닿기 직전의 그 한 순간.
하늘 위로 높이 뛰어올랐던 에르가, 뭉치고 얽힌 촉수 뭉치 사이로 천사처럼 가볍게 내려섰다.
그 양손에도, 등 뒤에도 몇 자루나 되는 <빛의 검>을 만들어 낸 상태였다.
“내가 처리할 테니까, 클라라는 알파 언니를!”
에르는 곧바로 촉수를 타고 한줄기 거친 바람처럼 달려나갔다.
* **
『키에에에에에에에!』
『―――――――――!!!』
괴물들의 비명과도 같은 울부짖음이, 괴인들의 아지트가 숨겨져 있던 산 속에 울려퍼졌다.
동시에 쿵! 하고 둔중하고 무거운 소리가났다. 지금 막 에르의 검에 잘려나간 촉수 한가닥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내린 것이다.
“으으... 미끌미끌, 징그러워 죽겠어!!!”
이미 괴물들은 전부 에르를 목표로 삼고 달려들고 있었다.
무수한 통나무 정도굵기의 촉수 너머로, 사람 몸통 정도 크기의 굵직한 촉수가 날아든다.
상하좌우, 종횡무진 휘둘러지고 그녀를 노려오는촉수들 사이를, 에르는 허공에 띄운 검을 발판 삼아 여유롭게 피해냈다.
휘날리는 그녀의 스커트 자락이며 어깨를 스치거나 하는 것은 아슬아슬한 느낌이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할 정도로, 에르는 솜씨 좋게 모든 촉수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의 다리를 붙잡으려고 날아드는 촉수를, 에르는 곡예를 하듯 뒤로 훌쩍 뛰면서 피해냈다.
‘전부 보여... 할 수 있겠어.’
몸을 빙글 돌리면서도, 에르는방심하지 않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상하좌우 전방위의 촉수들을 계속해서 예의 주시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동체시력을 강화하는 기이한 마력의 빛이 흐르고 있었으며, <위기감지> 스킬은 촉수가 그녀에게 닿으려 할 때마다 피부를 찌릿찌릿하게 자극하며 그녀의 부족한 시야를 보충해주었다.
휘르르륵―!
에르를 둘러싸듯 잔뜩 늘어선 촉수 사이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지금까지보다 빠른 속도의 촉수가 날아들었다.
마치 창, 혹은 옛 전장의 자벨린처럼 촉수가 내쏘아졌지만.
“흥!”
에르는 그 사선에 검날을 들이대며, 그대로 미끄러지듯이 피해냈다.
촉수의 회심의 맹공마저 어렵지 않게 피해내고, 마치 요정처럼 그 사이를 누비고 떨어져내린다.
그리고 에르가 노리던 순간이 찾아왔다.
『키엣...?』
에르의 몸이 빙글빙글 공중제비를 돌며 바닥에 타앙! 착지한 순간, 괴물들이 일제히 의아한 소리를 내며 동작을 멈췄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몇가닥이나 쏘아내고, 에르를 붙잡기 위해 조작하던 촉수가, 서로서로 얽히고 뭉쳐 꼬이고 만 것이다.
한 쪽이 잡아당기자, 다른 한쪽이 넘어지고, 다른 한쪽이 휘청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지성도 없는 괴물들은, 지혜의 고리상태가 되어버린 촉수들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잘했어, 에르.”
“알파 언니!”
시야 구석에서, 클라라의 부축을 받으며 빠져나온알파가, 두 손으로 거대한 머스킷 총을 들고 괴물들을 겨누고 있었다.
벽에 그렇게 성대하게 처박히는 바람에 어딘가 찢어진 듯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멀쩡해보였다.
역시 마법소녀는 괴물이다.
“좀 아팠다, 망할 것들.”
기이이이이잉―하는 소리와 함께, 알파가 들고 있는 머스킷에 마력의 빛이 모여들었다.
그에 호응하듯, 에르도 다른 빛의 검들을 전부 없애버리고, 그 마력을 두 손으로 붙잡은 한 자루의 검에 전부 쏟아부었다. 빛으로 된 검이 그대로 몇미터나쑥쑥 길어졌다.
“뒈져버려!”
“읏.....샤아아아아!!”
펑! 퍼엉!
콰드드드드드드드득!
알파의 총에서 쏘아진 빛의 덩어리가 두 마리의 괴물, 그 본체를 터뜨리고.
에르가 휘두른 기다란 빛의 검이 남은 두 마리의 괴물을 양분하고 그 기세 그대로 벽마저 깎아냈다.
* * *
철퍽, 척퍽, 하고 괴물들의 기분 나쁜 체액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기이한 녹색 피가 상당히 껄끄럽다.
“쯧... 도대체 뭐야 이게.”
에르가 생리적 혐오감에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보는데, 알파가 기분 나쁘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쓰러진 괴물들에게 터벅터벅 다가갔다.
양분되거나 조각난 괴물들의 잔해를 살펴보고, 아무리 알파라도 손대긴 그랬는지 발로 퍽! 퍽! 차면서 몸을 뒤집고 상태를 확인했다.
촉수는 본체가 죽고 나서도 계속해서 뱀처럼 움직이나 싶더니, 별안간 작게작게 쪼그라들고 사람 키의 절반정도까지 줄어들더니 완전히 움직임을 멈췄다.
“사라지질 않네요. 죽었는데도.”
뭔가 건질게 있을까 싶어 살펴보는 알파의 뒤에서, 어깨너머로 지켜보던 클라라가 입을 열었다.
그 말대로다.
본래 【메크라크】의 괴인들은 무슨 원리인지 죽고 나면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그러나 이 괴물들은 죽고나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시체가 남는다.
죽어도 되살아나는 것이 아닌, 한번 죽으면끝인 확실한 ‘생물’이라는 뜻일까.
“...이거, 늬들이 보여줬던 연구성과랑 비슷하지 않냥?”
그리고 쪼르르 옆으로 날아든 쿠키가 덧붙였다.
촉수가 날아든 순간, 알파가 몸으로 감싸준 덕분에 쿠키는 상처 하나 없었다. 애초에 쿠키가 없었다면 피해낼 수 있었겠지.
하여간, 총을 들이대거나 이래저래 난폭한 주제에, 케이나 이 놈이나 지나치게 호구다.
조금 전까지 어떻게 알파를 괴인에게 팔아넘길까 구상하던 쿠키였지만, 자기 때문에 피를 줄줄 흘리는 알파를 봐서 일단 용서하기로 했다.
“그 노트에 있던 거 말이지? 유라가 붙잡혀있던.”
“메크라크의 소체들은 데이터와 마력이 함유된 특수한 물질로 만들어진거다냥. 그래서 죽고 나면 먼지가 되어 사라질 수 있지냥.”
“이 녀석은 안 사라지는 데? 이렇게남아있잖아.”
“그러니까 유라를 이용한 거겠지냥.”
쿠키의 말에 알파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 알파에게 쿠키가 담담히 설명을 이어갔다.
“이렇게 사라지지 않고 확실하게 살아있는 생물이 만들어지려면 특별한 절차가 필요하다냥. 그리고 거기에 사용된 게 유라겠지.”
“...뭔데 그게. 절차라니.”
“잉태. 임신. 출산.”
“......X발.”
솔직히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상은 했다. 예상 못할 건 아니었다.
그러나 직접 구체적으로 듣고 나니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알파는 본래 남자였다. 쿠키에 의해 마법소녀가 되고, 몸도마음도 착실히 여자가 되어가는 나날이지만... 그래도 남자였던 입장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상상은 해보는 감각이 있다.
임신이라는 것.
마법소녀는 임신을 하지 않지만, 세상의 모든 여자들은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각자 그들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
알파로서는 전혀 연이 없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스스로가 여자가 되었든 남자가 되었든 그 화제는 여자들에게 있어 어떤 『특별함』이 있으리라고 짐작은 할 수 있다.
결코 누군가가 멋대로 더럽혀서는 안 되고.
결코 누군가가 멋대로 관여해선 안 될.
그런 여성만의, 결코 누군가의 악의가 침범해선 안 될 불문율과도 같은 그런 특별한 영역.
‘......다 죽여버리고 싶다.’
알파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숨을 내쉬었다.
심호흡을 한다.
그녀는 남자였을 시절부터 굉장히 화를 잘 내는 성격이었다. 한 번 화를 내면 산 하나를 불태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분노하는 성격이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조절하는 법을 익혔다. 그리고 습관대로, 가까스로 분노를 조절한다.
“......야, 쿠키.”
“그래냥.”
“부탁이다, 제발 좀 알려줘. 유라가 어디있는지.”
쿠키가 동동 뜬 채 알파를 쳐다보았다.
알파의 눈이 쿠키를 향한다. 그 눈에 희미하게 분노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지만, 애써 가라앉혀간다.
“......말했듯이, 아는 게 없다냥.”
“야!”
“하지만 이제부터 알아는 봐주겠다냥.”
쿠키가말했다.
“가능한 방식으로 뭐라도 알아볼 테니, 기다려라냥. 안 기다리고재촉하면 다 때려치우고 【마법나라】에 처박힐 테니 그리 알고. 알겠냥?”
“......알겠어.”
으름장을 놓는 듯한 쿠키의 엄한 말에, 알파는 어쩔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런... 조금이라도 쓸만할까 싶었는데, 전부 죽어버렸나.”
그리고 어느 연구실.
기괴한 안경에 흰 수염을 기른 기괴해 보이는 노구가 안락의자처럼 폭신해보이는 의자 위에서 안타까운 듯이 중얼거렸다.
통칭 박사라 불리는, 지구의 침략자 【메크라크】의 과학자.
“정말이지 쓸모가 없구만... 네가 좀 더 힘을 내줘야겠다, 그렇지?”
노구의 과학자는 끌끌 혀를 차더니, 그 주름진 손으로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에 들어온 자그마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가락 끝이 이마 양쪽에 나있는 뿔을 어루만진다.
“예... 박사님....”
박사의 손이 쓰다듬는 것은 유라.
그녀는 박사의 앞에 무릎 꿇은 채, 그 아름다운 얼굴을 석고상처럼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오로지 명령에 따르는 인형처럼 닥터의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를 입에물고 일사분란하게 봉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