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명스럽게 말하고 있는 나부영한테서도......
아닌게 아니라 실제로, 첫 날! 그렇게 하다가 함백의 장에 맞아 죽을 뻔한 적도 있었고, 나부경의 독에 절명할 뻔한 적도 있었다. 검선의 검에 목이 잘릴 뻔 한 적도 있었고, 화선의 화필에 맞아 일각 동안 기절한 적도 있었다.
“ 네 발전도 그렇고, 진의 발전도 그렇고. 정말이지 그저 놀라울 뿐이란다. ”
함백이 다시 말을 받아 입을 열었다.
“ ......네.... ”
이렇게까지 말하는 조부 등으로 인해 함소소는 더욱더 진이라는 사내에게 호기심과 함께 마음이 쏠리는 것을 느꼈다.
‘ 이건... 위험해.... ’
자신에겐 정혼자가 있다. 선대가 서로 약조한 정혼자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정혼자였다.
창천룡 남궁천!
꽤 수많은 남자들을 보아왔지만, 남궁천만큼 자신의 마음에 와 닿은 남자는 없었고, 남궁천만큼 이 사람이라면! 라는 느낌을 준 남자도 없었다. 그를 사랑하는지 안하는지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자신 또한 그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의 구애에 응한 것이요, 그와 결혼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 하지만...... ’
진이라는 사내에게 자꾸 시선이 갔다. 그에게 자꾸 마음이 쏠렸다.
‘ 아냐! 이건 처음으로 사내의.... 그것을 애무했기 때문이야. 단지, 그뿐이야! ’
그렇게 애써 자위하며 혼란한 마음을 정리하던 소소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어느새 대련을 끝마쳤는지, 검선에게 고개숙여 인사하고 허리를 펴던 진과 정통으로 눈빛이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 아.....! ”
소소는 얼른 시선을 피하려 했지만, 왠일인지 피할 수가 없었다.
그의 크고 맑은 눈동자가..............
“ 소소 왔구나! 드뎌 폐관수련을 끝마친 거구나!! ”
활짝 웃으며 다가오는 검선덕분에 소소는 진에게서 시선을 뗄수가 있었다.
“ 오랜만이에요, 검선 할아버지. ”
“ .............!! ”
하지만, 진은 좀처럼 소소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 그 천사다! ’
아늑한 쾌락과 꿈결 속에서 본 여인이었다. 그래서 천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천사라 생각했던 그 여인이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꿈이 아닌 현실 속에서 실제하고 있었다.
헐렁한 남색무복을 입어 몸매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옷 선을 따라 봉긋 솟아오른 가슴은 보기만 해도 탐스러웠으며, 길게 뻗은 다리는 날씬하면서도 보기 좋았다.
얼굴은 갸름하니 달걀형으로, 크고 맑은 눈동자는 초롱초롱하면서도 살짝 젖어있었고, 오똑 선 콧날은 아름다웠다. 살짝 웃을 때마다 드러난 가지런한 치아는 보기에도 모양이 너무나 좋았고, 살짝 젖어있는 도톰한 분홍빛 입술은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키스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 아.....!! ”
당장 달려가 안고 싶었다. 살짝 젖어있는 도톰한 입술에 마음껏 키스하고 싶었다. 마음껏 가슴을 매만지면서 빨고 싶었다. 그녀를 힘껏 껴안고 그녀의 보지에 자지를 박으면서 마음껏 욕망을 발산하고 싶었다.
“ 으음......!! ”
순식간에 자지가 발기해 버렸다. 당황한 진은 들킬세라 얼른 등을 돌려버렀다. 하지만, 한 번 발기한 자지는 좀처럼 가라앉을 생각을 안했다.
‘ 후우......! 후우....! 좀 가라앉아라, 제발...! ’
심호흡을 하면서 필사적으로 발기한 자지를 누그려 뜨리려 노력하면서 진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느껴본 강렬한 욕망에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이성을 알게 되면서부터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이토록 강렬한 욕망을 느껴보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함백이 그를 부른 것은 다행이도 발기했던 자지가 천천히 사그라들 무렵이었다.
“ 자네, 이리와보게나! ”
“ 예, 어르신! ”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힌 진은 얼른 대답하면서 함백에게로 다가갔다.
진이 다가오자 소소는 자기도 모르게 살짝 얼굴을 붉혔다. 할아버지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살짝살짝 진을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진이 등을 돌리기 전,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 그의 앞섬을 보았었기 때문이었다.
다가오는 진을 살짝 바라보면서 힐끗 그의 앞섬을 보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부풀어 올랐던 앞섬은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을 보고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보지가 살짝 젖어와, 소소는 더욱더 얼굴을 붉혀야만 했다.
“ 허허...! 그러고 보니, 서로 처음이겠군. 이쪽은 내 하나뿐인 손녀이자, 자네에게 은혜를 입은 아이일세. 그리고, 이쪽은 진이라고 얘야, 네가 데려왔던 그 젊은이란다. ”
“ 처음뵙겠습니다. 류 진이라 합니다. 제 생명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진은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고 포권을 취하면서 차분한 음성으로 인사를 건넸다. 가까이에서 본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 함소소입니다. 의녀로써 응당 해야할 일을 했을 뿐! 은혜라면 오히려 제가 은혜를 입었습니다. 지금에서야 은공께 감사드림을 용서하십시오. ”
붉어진 얼굴을 들킬세라, 소소는 마주 포권을 취하면서 고개를 푹 숙여 대답했다.
‘ 음....! ’
목소리조차 너무나 듣기 좋았다. ‘은방울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 란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영롱한 목소리였다. 살짝 붉어진 얼굴은 아름다웠으며, 가까이에서 본 그녀의 살짝 젖은 도톰한 입술은 너무나 탐스러워보였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몸에서 풍겨오는 육향이 너무나 좋았다. 너무나 좋으면서도 욕망을 부채질하는 듯 해, 진은 다시 발기하려는 자지를 간신히 억눌러야만 했다. 그 때문에 얼굴이 붉어질 정도였다.
“ 허허...! 좋구나! 청춘이야, 청춘! ”
그걸 본 검선 곽검이 은근슬쩍 짓궂은 농담을 던져, 소소와 진은 얼굴을 더욱더 붉혀야 했다.
“ 꽃에 벌이 날아드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이미 임자 있는 꽃이니, 이놈아! 얼굴 붉히지 말고 한 번 더 붙어보자꾸나! ”
곽검이 은근슬쩍 소소에게 정혼자가 있음을 시사하면서 마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따르면서 진은 왠지 마음 한구석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그날 밤, 진은 좀처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 이미 임자 있는 꽃이니.......... 이미 임자 있는 꽃이니....... 이미 임자 있는 꽃이니.......... ’
곽검의 말이 계속 맴돌았지만, 좀처럼 그녀에 대한 생각을 접을 수가 없었다. 이런 기분은 생전 처음이었다. 그 동안, 마음에 드는 여자들은 몇몇 봤었고 만나도 봤었지만, 임자 있다는 말 한마디에, 선뜻 미련을 떨쳐버릴 수가 있었다.
애인있는 여자에게 끈덕지게 달라붙어서 그녀의 마음을 빼앗는 짓은 진이 경멸하는 짓 중의 하나였다.
‘ 여자의 마음은 갈대다 ’ 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결혼한 유부녀도 바람나는 세상인데, 애인이 있어도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면서 여자에게 애정공세를 퍼붓는다면, 안흔들릴 여자가 있을까? 열에 아홉은 흔들리고도 남을 것이다.
진정 그녀가 아니면 죽어버릴 정도라면, 당당히 그녀의 애인을 찾아가 당당히 선포하고 그녀의 마음을 얻는 것이 옳다. 그게 진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연예관이었다.
하지만.....
소소에 대한 생각을 도저히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 정신 차리자, 진아! 네가 누구인지 잊지마.....넌........ ’
옷 위로 드러난 탐스러운 가슴선......
길게 뻗어있던 늘씬한 다리.....
아름다운 눈동자, 영롱한 목소리....!
살짝 웃을 때마다 드러났던 가지런한 치아...
향긋하면서도 마음을 들뜨게 만들던 육향......
도톰하니, 너무나 매혹적이었던 살짝 젖어있던 입술.....
말할 때마다 살짝 살짝 벌어지던 입술....입술...... 입술.......!!!
‘ 벌떡~! ’
침대에서 일어난 진은 후다닥 이불을 들추어 하체를 보았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 몽정...! 몽정이라니.........!! ’
부끄럽기 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자위라면 몰라도, 27살이나 먹은 놈이 몽정이라니..........!!
" 하아..............!! "
♣ 一始無始一(일시무시일) ♣
"우주는 시작됨이 없이 시작된 우주이니
♣ 析三極無盡本(석삼극 무진본) ♣
하늘과 땅과 사람으로 나 뉘어도 근본은 변함이 없고
♣ 天一一地一二人一三(천일일 지일이 인일삼) ♣
♣ 天二三地二三人二三(천이삼 지이삼 인이삼) ♣
하늘 땅 사람은 모습은 다르되 근본은 같으니라
♣ 一積十鉅無櫃化三(일적십거 무궤화삼) ♣
하늘의 정기가 충만해지건만 담을 상자 없어 사람으로 변하노라
♣ 大三合六生七八九(대삼합육 생칠팔구) ♣
삼극이 돌고돌아 24절기를 만들고
♣ 運三四成環五七(운삼사성 환오칠) ♣
삼극의 조화로 기가 몸과 마음을 감싸노니
♣ 一妙衍萬往萬來(일묘연 만왕만래) ♣
하늘의 움직임은 묘하도다 삼라만상이 가고 오는구나
♣ 用變不動本(용변 부동본)♣
만물의 쓰임은 변해도 근본은 변치않고
♣ 本心本太陽(본심 본태양)♣
근본마음이 본래 밝은 빛이니
♣ 昻明人 中天地一(앙명인 중천지일)♣
사람을 우러러 비추어라. 천지간에 으뜸이니라.
♣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
우주는 끝남이 없이 끝나는 우주이니라.
처음 2-3일 동안은 단지 호기심에서였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머릿속에서 어떠한 동작이 떠오르면서 조용히 순환하고 있는 기까지 들썩이게 만들었다.
일주일째 되었을 때, 진은 그것이 무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딱 일주일 되는 날, 머릿속에서 떠오른 동작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그건, 정녕 믿기 힘든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 하긴.... 지금 이렇게 이곳에 존재하고 있는 것 자체부터가 믿기 힘든 일이지만서도.... ’
그 후로, 진은 ‘천부신공’-실은 귀찮아서 대충 천부신공이라 지은 것이다.-이라 이름붙인 무공에 몰두했다.
함백과의 대련은 천부신공을 수련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후에, 함백을 찾아온 지기이자 사선 중 삼선 어르신들과의 대련은 천부신공의 수련에 박차를 가함과 동시에, 더더욱 능숙해지게 만들었다.
[ 천부신공 ]
솔직히, 귀찮아서 대충 지은 이름의 무공이지만, 천부신공은 어느 한 종류로만 대표되는 단순한 무공이 아니었다. 장으로 펼치면, 장법이요, 권으로 펼치면 권법, 검을 들면 검술이 되는......
‘ 만류귀종....... ’
.....이란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모든 것이 한데 녹아 있는 그야말로 ‘신공’ 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무공이었다.
천부신공을 수련하면서 진이 천부신공의 또 다른 놀라운 점을 발견한 것은 함백과의 대련에서였다.
‘ 이건.......... !! ’
함백의 움직임이 조금씩 조금씩 눈에 잡혔기 때문이었다.
미약했던 움직임은 시일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차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뚜렷해져만 가,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함백이 다음 어떠한 행동을 할지 열에 일고여덟은 상상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함백의 무공의 흐름이 눈으로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신기해서 어느 날인가, 진은 산장 뒤쪽에 자리한 산으로 올라가서 마음먹고 함백의 무공을 시전해 보았었다.
“ .........!! ”
그리고, 스스로 놀라고 말았다.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함백의 무공을 시전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흉내낸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함백의 무공을 시전한 것이다.
그 후로, 진은 함백과 대련에 임할 때마다 함백의 동작을 주시하기 시작했고, 하나 둘씩 함백의 무공의 흐름을 눈에 익혀나갔다. 그러한 때에 찾아온 합백의 친우이자, 삼선과의 대련은 진에게 있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이제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상대방의 흐름이 눈에 잡힐 뿐더러, 기의 흐름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또한, 천부신공을 수련하면서부터...........
‘ 우~~~웅~~~~! ’
미약하게 울리는 진동을 느끼면서 진은 눈 앞에 펼쳐진, 정확히는 자신의 오른손에서 30cm 정도 생성된 강기를 보고,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진은 강기를 생성할 수 있게 되었다.
청명할 정도로 푸르면서도 맑디맑은 강기는 언제 보아도 아름다웠다. 연못에 반사된 보름달의 빛과 어우러져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그 위로 자연히 떠오르는 건 함백의 손녀였다.
“ ......훗! 사랑에.... 빠지다..... 인가......?! ”
함백의 손녀인 소소와 정식으로 대면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하지만, 그 후로 진은 왠일인지 무공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함백은 물론, 삼선과의 대련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위험할 뻔 했던 고비를 넘긴 적이 서너 번이나 되었다.
‘ 청춘은 좋은 것이지, 암! 그렇구, 말구. ’
‘ 베필이 정해졌다 뿐이지, 아직 혼례를 올린 건 아니야, 이눔아! ’
보다 못한 곽검이 따로 불러내서 은근슬쩍 충고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진은 마음속으로 내내 부정하고 또 부정했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인정하고 나니, 왠지 기분이 홀가분해지기까지 한 진이었다.
‘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
...라고 했다. 이렇게 진이 깊은 산중에 앉아있는 것도 실은 소소 때문이었다. 첫 대면이후로 자꾸 마음이 쓰이고 집중이 안되, 일부러 그녀를 피했었다. 행여 인사라도 할 상황이 오면 먼저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피해버렸다. 그녀에게 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더러,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은 이제 더 이상 소소를 피하지 않기로 했다. 말 그대로 즐기지는 못할망정, 일부러 피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 눈길 가는대로, 그녀를 바라보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 훌훌 털어버리고 그 모습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겠지..... ’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며, 진은 허공에다 강기를 뿌려보았다. 시리도록 청명한 강기가 공중에서 입자가 되어 흩어지면서, 달빛에 반사되어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해냈다.
“ 아....! ”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감탄어린 음성에, 진은 뒤를 돌아보고는 굳어버렸다.
그녀..... 함소소였다.
몸이 굳어버린 건 소소도 마찬가지였다. 진과 첫 대면이후로, 진이 자꾸 신경이 쓰였지만, 애써 모르는 척 하면서 태연히 지내려 애썼었다. 어쨌든 본의든 아니든 간에, 진은 자신의 은인이었다.
진이 먼저 자신을 피하는 것을 보고는 왠지 조금 화가 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러다, 조부와 부모님으로부터 진이 이 시대의 사람이 아닌 미래에서 왔다는 얘기를 좀 전에야 듣게 되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너무나 어이없고 황당해서 소소는 도무지 믿기질 않았다.
하지만, 안믿을래야 안믿을 수가 없었다. 조부나 부모님 모두 사기꾼에게 속아 넘어갈 정도로 어리석은 분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소는 직접 진을 만나보기로 했다. 그와 만나서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진을 찾다가 산중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곽검의 말에, 이곳까지 와서 진을 발견하고는 인기척을 내면서 다가가다가 진이 연출해낸 환상적인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면서 넋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 아, 죄, 죄송해요. 방해해서..... 은공을 찾다가 저도 모르게 그만........ ”
굳어버린 진의 얼굴에, 소소는 자신이 뭔가 방해를 한 거 같아 얼른 사과했다.
‘ 나를..... 찾았다고.....?! ’
왠지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헛된 망상이 떠올랐지만, 진은 이내 망상을 털어내 버렸다. 약혼자까지 있는 그녀가 그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왠지 기분이 좋았다.
“ 신경쓰지 마세요. 괜찮습니다. ”
진의 대답에, 소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주변의 풍경이 왠지 익숙하단 걸 깨닫고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십 여장 정도의 높이로 형성된, 삼면이 바위로 된 절벽아래에 자리한 조그마한 연못과 그 주위로 형성된 초지는 자신이 즐겨 찾는 장소이자, 자주 목욕하던 곳이었다.
“ 여긴 어떻게 아시고......? ”
“ 아.....! 그냥 산속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서...... ”
소소의 물음에 진은 연못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소소는 진의 옆에 조금 떨어져 앉았다. 그리고, 진처럼 연못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 이곳이었어요. 은공을 발견한 곳은...... ”
“ 아.......! ”
그 말을 들으니, 진은 꿈이라 생각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환한 달빛 아래 자신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