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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만 잘하는 남자-157화 (156/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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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

“성진, 군……!! 제발! 지금, 피난다고?!”

왜, 너도 좋으면서?

좋으면서 왜 그래?!

“씨발, 윽……!!”

눈앞이 어지러워 나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몇 번이고 넘어지려고 했다. 진아의 다리 사이로 손을 넣었지만 거기는 전혀 젖지 않아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정신, 차려……!!”

진아는 울고 있었다.

* * *

하윤이 회사로 돌아온 것은 열두 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

피로 회복제를 연신 들이켜며 작업에 매달리고 있던 혜주는 방 안으로 들어서는 그녀를 보며 가까이 다가가 재킷을 받아주었다. 셔츠는 땀에 젖은 채여서 농후하게 젖은 음란한 냄새가 났다. 언제나 웃고 있던 얼굴이 가시지 않은 흥분으로 붉게 물든 것이 느껴져 혜주는 저도 모르게 입술 밑을 깨물었다. 참아보려고 했지만 스멀스멀 분노가 피어올랐다.

“짐승을 만들어 두셨더군요.”

하윤은 슬쩍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며 그대로 혜주의 곁을 지나쳤다. 그 모습에서 혜주는 성진과의 시간이 조금이지만 그녀의 본성을 드러나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짐승을 상대하는 자 또한 스스로가 짐승임을 드러낸 상황이랄까.

“만나셨나요.”

“네. 보통 남성분들은 다 그런가요?”

“네?”

“성기요. 족히 제 팔뚝 정도는 되어 보이는데.”

그런 질문을 한다 하더라도…….

“잘 모르겠네요.”

“후후, 그런가요?”

하윤은 짧게 웃으며 이내 자신의 자리로 가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이쪽으로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 혜주는 당장 방을 나가고 싶은 걸 참으며 가까이 다가갔다.

“제가 길러도 되겠죠?”

“네……?”

“일단 ‘전’ 주인에게 여쭙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요.”

기른다는 건 한성진을 뜻하는 말인가.

성진을.

그 소년을.

“……!!”

혜주는 찌푸려지는 인상을 참지 못하며 불쾌한 기색을 담아 하윤을 노려보았다. 기른다는 표현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은 그녀는 강한 증오를 눈에 담아냈다. 녹아든 잿더미가 불타는 용암이 되어 타올랐다. 스스로가 행복을 빌어 놓아주었던 성진을, 다시금 이곳으로 데려오겠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하윤에 대해 분노가 치솟았다.

“그건, 봐주시죠.”

하지만 혜주는 몸을 움찔거리며 최대한 그 기색을 다시 가슴속으로 감추려고 했다. 이미 자신은 모든 걸 내려놓고 공하윤의 개가 되기로 한 상황이라는 자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감정은 허락되어서는 안 될 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진의 모습이 머리를 스쳐 혜주는 몇 번이고 그것을 다시 가슴속으로 쑤셔 넣으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이런 자신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스스로 여자를 버린 시점에서 모든 걸 정했을 터인데.

왜 지금에 와서……?

“왜요?”

“아직 아이들 아닌가요.”

“어머나, 김 이사님이 그런 말을 하실 줄이야.”

하윤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가까이 다가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혜주의 턱 끝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모든 걸 다 아는 듯, 그녀는 마치 애처롭고 가여운 것을 보는 것처럼 혜주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이 모든 게 당신이 만든 거예요. 그런 주제에 아무것도 모르고 계시군요.”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

“이제 와서 깨끗한 척 해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뜻이죠. 임 이사님께서 돌아가신 날 밤, 성진 씨가 어떻게 행동하였죠? 그걸 그냥 놓아준다고 해서 과연 다시 행복한 일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호랑이를 풀어놓는 격일 텐데?”

한 차례 이야기를 한 하윤은 이내 피식 웃었다.

“제 계획을 방해해 놓고서는 잘도.”

“황녀님……? 윽!”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자 하윤은 더는 묻지 말라는 듯 혜주의 가슴을 세게 움켜쥐었다. 혜주는 불쾌한 감각에 몸을 떨었다.

“이미 모든 건 당신의 손을 떠났어요. 스스로 그렇게 하셨죠. 하지만 당신은 그런 시점이 되어서야 비로소 성진을 사랑한다는 걸 자각했군요?”

혜주는 하윤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직접 입으로 낸 ‘성진을 사랑한다.’라는 말을 직접 듣자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드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놓아준 것이지. 당신은 그 인간성을 버리기 위해 그들을 놓아준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것을 지켜, 자신의 순수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놓아준 것이지. 결국 가장 비참하고 더러운 사람이군요.”

“그렇지, 않습니다만?”

애써 여유를 되찾기 위해 그런 소리를 내었지만 혜주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한심한 짓거리라고 생각했다. 하윤은 이미 자신에 대해 모든 것을 파악한 채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혜주는 비참함에 이를 악물었다.

“나라면 두 사람을 팔았을 거예요. 한성진은 성적인 능력이 탁월하고, 정현이도 빼어난 외모와 능력을 지녔으니 얼마든지 써먹을 구석은 있었겠죠. 만약 당신께서 그리 행동하셨다면 아마 지금 여기에 제가 서 있지 못했을 수도 있죠.”

그 말은 정확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참혹했다. 혜주는 스스로가 짐승이 되지 못했다는 걸 하윤의 이야기로부터 자각했다. 비참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들자 하윤은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눈동자를 한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이번에도 실패했어요. 여자가 되지도, 짐승이 되지도 못했죠. 그런 주제에 짐승인 체를 하느라 무엇 하나도 손에 넣지도 못했군요. 당신의 삶처럼.”

그리고 하윤은,

“위선자.”

고하듯 그렇게 이야기했다.

* * *

정신을 차렸을 때,

“일어났어?”

부드러운 음색에 나는 저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윽!”

하지만 다음 순간, 이마에 강한 통증이 몰려들어 크게 몸을 움츠렸다.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매만지니 붕대의 감촉이 느껴졌고 거기에 이어지듯 엉덩이가 따끔거리는 감각이 피어나 나는 앓는 소리를 내며 옆으로 돌아누웠다.

“진, 아?”

발치에서 진아의 모습이 보였다. 한숨도 자지 못한 듯, 눈 밑이 퀭해진 채 있던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가까이 다가왔다. 앞섶이 찢어진 셔츠와 허리를 감싸고 있는 치마를 본 나는 어제의 기억이 슬며시 떠오르는 걸 느꼈다.

정복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 스스로가 만들어낸 짐승.

그것이 나의 사랑이라고 말하였던 하윤.

그 모습이,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물씬 발산하는 듯한 몸이 갈퀴처럼 뇌에 박혀있는 기분이었다.

“제길…….”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상반신을 일으켜 세웠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힘을 잃은 그것이 진아의 모습을 보자 다시금 꼿꼿이 치솟았다. 그런 상황에 나는 멍하니 진아를 바라보다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것은 본성이 취한 행동이었지만, 나는 거기에 저항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가 없었다.

만족하지 못한 몸은 여성으로부터 느낀 수치심을 지워 버리려고 했다.

다른 여성을 상처입힘으로써.

“씨, 발…….”

그르렁거리며 짐승이 등줄기로부터 뻗어져 나왔다. 스스로의 표정이 엉망이라는 걸 자각하면서도 나는 거기에 저항하지 않고 진아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굳어진 채였고, 나는 이내 동물적인 동작으로 몸을 돌려 진아를 침대에 눕혔다.

풀썩 하는 소리와 함께 갈색의 머리가 흐트러지며 진아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서, 성진 군…….”

“조용히 해.”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양팔을 들게 해 한 손으로 쥐고는 저항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진아의 육감적인 몸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드러내는 유방을 움켜쥐자 그녀가 아프다는 듯 신음 소리를 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기뻐했다.

“씨발년아.”

저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새어 나오며 나는 씨익 웃으며 진아의 목덜미를 핥았다. 셔츠는 이미 엉망이 된 뒤였고 허리를 억지로 들게 해 그것을 꽉 쥐고 있는 지퍼를 내리자 진아가 달콤한 신음을 내었다.

“그, 만…….”

진아는 애처로운 얼굴로 중얼거렸고,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나는 그 눈물을 혀로 핥으며 이내 진아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굳어진 채라 나는 혀를 깨묾으로써 재촉하듯이 제스처를 취했다.

어서, 어서 그 음란한 본성을 드러내.

나에게 정복되어라.

내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도록.

“으읏……!!”

선홍빛 유두를 꼬집자 진아의 몸이 한 차례 크게 들썩였다. 그런 감정에 마치 성이라도 하나 손에 넣은 것처럼 기뻐하던 나는 이내 추욱 늘어져 다리를 활짝 여는 그녀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아는 체념한 얼굴로 나에게 몸을 맡긴 채였던 것이다.

이건 아니야.

누군가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성이었다.

조심스레 진아의 다리 사이로 손을 넣자 조금도 젖지 않은 채였다. 나는 다시금 이어지듯 기억이 되살아나 한순간 강한 어지러움을 느꼈다. 진아는 마음으로는 나를 거부하고 있었지만 몸을 허락한 상태였다.

어쩔 수 없다는 듯, 포기한 듯.

이건 ‘강간’이다.

패배한 개나 할 법한 더러운 짓거리다.

“나는, 왜……?”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저도 모르게 진아의 손을 놓아주었다. 스스로 한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어 등을 구부린 채 나오지 않는 어떤 것을 쥐어짜 내려고 했다. 하윤과의 기억이 다시금 떠오르며 눈앞에 나타난 목소리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언젠가 정말로…….

그녀들을 죽이게 되는 걸까?

“괜찮아…….”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누군가 등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따뜻한 감촉과 함께 그것이 진아라는 것을 느끼자 그녀가 가볍게 볼에 입을 맞추고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괜찮아, 성진 군.”

울어도.

“으윽……!”

나는 울지 않으려고 했다.

눈물이 새어 나왔다.

진아가 거기에 입을 맞추어 나는 등을 구부린 채 오열했다. 길게. 스스로 드러낸 본성이 너무나도 역겹고 추하다고 느껴 나는 그것을 떼어내려는 듯 진아의 품 안에서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성녀는 나의 그런 부분까지도 자애롭게 받아주었다.

“울지 마…….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으흑… 으으아아아……!!”

모르겠다.

알 수 없었다.

몸의 흥분은 차고 흘러넘쳐 누군가를 부숴버리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뻗어 나온 상태였다. 거대한 그것이 너무나도 두렵고 감당하기 힘든 존재처럼 느껴져 스스로 만들어낸 짐승이 한성진의 이성을 좀먹고 있는 듯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추천댓글 한번씩만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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