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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만 잘하는 남자-190화 (189/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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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

“그나마 다행이었죠? 첫 경험 이후로는 급격히 회장의 그곳이 나빠져서.”

하윤은 적응을 위해 천천히 허리를 흔들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 이야기했다. 비릿하게 웃은 그녀의 그곳이 조금씩 젖어 들어갔다.

“아이를 가지지 않아도 괜찮았으니.”

“너…….”

“하지만 이건, 으응! 조, 조금 괜찮네요. 이게 섹스인가요. 그 아이가 느꼈을.”

그 아이가 즐거이 여겼을.

그리고 그녀는 쾌락에 빠져 얼굴이 달아오른 채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긴 머리가 흘러내려 뺨에 닿자 약 기운이 더욱 강해져 나는 저도 모르게 음탕한 소리를 내었다. 엉덩이가 계속해서 들썩거리며 하윤은 천천히 내 귓가에 입을 가져다댔다.

“정현이 대신 내가 있는 미래는 어떨까요?”

“뭐, 어……?”

“당신의 진짜 재능을 가르쳐준 사람은 나잖아요. 혜주 씨가 아니라.”

그걸 이용해요.

“저를 왕으로 만드는 거예요. 당신은 영부군이 되는 거고.”

달콤하지 않나요?

그녀가 생각하는 미래가 순간적으로 흘러들어 왔다. 약에 취했기 때문일까. 내 머리 옆에 손을 짚은 하윤은 아름답고 또한 음란한, 한성진만의 것처럼 느껴져……. 나는 약에 취해 아무런 가감 없이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미래를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왕으로 만든다는 거다.

진정한 내 본성을, 여성을 정복한다는 쾌감이 ‘나’라고 일깨워준 여자를 왕으로.

그리고 난 그녀를 지배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

누구나 다 그렇게 한 번쯤은 생각했을…….

‘섹스만 잘하는 남자’라는 이름을 보았을 때 누구나 떠올렸을 한성진이 되는 미래.

“그럼 저 먼저 씻을게요.”

아이돌.

섹스광. 섹스에 미친 여자.

나는 처음에 조금 무시를 당하겠지. 주변에 있는 다른 남자 아이돌 동료들과는 달리 나는 평범하고 볼품없게 생겼으니까. 만약 그런 한성진이 된다면 다시금 그런 볼품없는 사내로 돌아가도 괜찮을 테니까.

왜냐면 섹스를 잘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평범하네요?”

평범한 나를 보며 실망한 그녀를 정복한다.

그 섹스에 이르는 과정은……. 그래, 그녀들을 이용하면 되겠지.

연예계로 가겠다는 서연, 영화가 만들고 싶다는 견희, 그리고 어떤 일에든 써먹을 수 있는 진아와 왕으로서 위치해 모든 여성들의 선망이 된 하윤을 이용한다면. 그리고 수민과 유진도 내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지 들어주겠지. 그녀들은 내 것이니까. 설령 다른 남자와 자라는 명령을 내려도 그걸 따르겠지. 날 사랑하니까.

‘그 말대로 나는 평범하게 생겼다.

키도 작고 제대로 몸도 만들지 않았다. 가난한 환경 탓에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못해 성인이 되기 전까지 여자와는 손도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한 여자를 만나면서 나의 삶은 변화했다.

그녀로 인해 나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 동경하는 여성들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과분할 정도의 사랑과 헌신을 받아 나의 삶은 전과는 달리 크게 변화했다. 이 재능의 발견으로, 나는 지금까지 삶에 대한 걱정이 다 무엇이었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

돈, 여자, 과시, 명예, 그 밖의 모든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모르는 여자를 품에 안는다.

이것은 다 나에게 이 재능을 가르쳐준 여자를 왕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누구라도 섹스만 잘하는 남자라는 말에는 그것을 상상할 것이다.

“하하…….”

왜 그렇잖아?

그게 남자들이 하고 싶은 거잖아?

아니, 이거 참 웃기네.

누구든 그럴 테니까.

나도 그랬었으니까.

섹스만 잘하는 남자.

아무것도 못하고, 오직 섹스만 잘하는 남자.

하지만 역시 지금은 아니잖아?

그치?

―성진 씨.

만나 버렸으니까.

―성진 씨.

그녀를.

―성진 씨.

사랑하는, 나의 모든 것인 우정현을 만나 버렸으니까.

“너는 애초에 그럴 마음이 없었군…….”

“어머, 알아차리셨나요.”

내가 가볍게 웃는 소리를 내자 하윤이 들켰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농후하게 허리를 흔들어 나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고는 그것을 부드럽게 받아들였다. 하윤의 뒤틀린 애정이 전해져 와 머릿속이 이상해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말과는 달리 섹스를 통해 내게 죽음을 강요하고 있다.

“성진 씨를 사랑하는 건 진심이에요. 하지만 역시, 나는 정현이의 짐승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해서. 미안하게 됐어요, My lover.”

그걸 과연 짐승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내 좌우로 점차 허리를 흔드는 속도를 높여가는 하윤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위아래로 오르내리고 무척이나 흥분이 되는 순간일 테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점차 침착함을 되찾아갔다.

이게 사랑일까?

하윤이 달콤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약간 어이가 없어져 피식 웃었다. 사랑일까, 라고 묻는 그녀의 모습에서 비웃는 기색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녀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비틀린 인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건 변명거리가 되진 않는다.

“하아! 앗! 섹스란… 정말 신기하네요.”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나게 하지.”

하지만 지금 하윤은 평소와 마찬가지였다. 그 말인즉슨 그녀는 그 두 개가 같다는 거다.

“당신은 보여주고 싶었나요, 저에게? 그 본성을?”

“…….”

“저희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기에 태어나 자라온 환경에 따라 정해지죠. 흐윽!”

그녀는 그렇게 이야기한 후 내 뺨을 양손으로 쥐며 웃었다.

당신의 어머니가 지닌 이성. 아버지로부터 받은 본성.

아버지의 폭력성을 따라하고 싶다는 생각.

하지만 그게 잘못되었기에 한성진은 어머니가 떠난 뒤에 어머니의 역할을 자청했죠. 하지만 거기에는 승리란 없어요. 오직 패배뿐이죠. 당신의 어머니는 그런 인간이었으니까. 반면에 아버지는? 승리했어요. 이겨서 그렇게 된 거잖아요. 그리고 당신은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인간이 된 거예요.

“…알 것 같군.”

그래서 ‘나’는 형성된 거다.

재능은 그런 승리의 과정에서 꽃피워낸 거다.

더없이 야만스러운 나의 재능.

스스로가 혐오하는 아버지의 모습.

“그러니까 얌전히.”

저를 위해 죽어주세요.

하윤은 비릿하게 웃으면 내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 둘은 함께 절정으로 치달았다. 허리를 흔들고 키스를 하며 나는 그녀의 유방을 움켜쥐고 니플 패드를 떼어내 그 아래에 위치한 선홍빛의 젖꼭지를 드러나게 했다.

“……!!”

사정, 그리고 절정.

하윤은 곧이어 내 위로 털썩 무너져 내렸다.

“하아, 이거……. 다, 앙신의 아이가 생기면 어쩌지? 편모가 되는 건가.”

역시 미친 여자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조심스럽게 하윤을 끌어안았다.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저를 동정하시는 건가요?”

하윤은 가볍게 웃으며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엿이나 먹어, 공하윤.”

“당신은요?”

“…….”

종잡을 수 없는 여자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천천히 연결된 부위를 빼냈다. 하윤이 짧게 신음 소리를 내고, 그러는 사이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더럽군.

술수대로, 또다시 휘말리고 말았다.

“죽어줄게.”

나는 순순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렇게 선언하는 순간, 그녀가 상상했던 미래는 뒤바뀌었다. 나는 비참한 개처럼 죽었고 하윤은 이성을 잃은 정현의 모습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 물론 나는 그래줄 마음이 없었지만, 역시나… 그 정도로 녹록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하여 나는 제대로 된 결심을 마쳤다.

차례차례, 모두의 모습이.

서연이.

‘성진 오빠.’

밝고 상냥하며, 약간 장난기가 많은 구석이 있지만 무척이나 솔직한 아이. 동아리의 사람들 사이에서 방황을 거쳤지만 이제는 극복해 관계의 중심에 능숙하게 서게 되어…….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성진아.’

견희.

언뜻 차가워 보이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배려심이 깊고 상냥한 여자. 고아원에서 자라, 스스로를 희생해 다른 사람들을 지키려고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순수함을 지녀서…….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성진 군.’

진아.

언제나 자신감에 차 있지만 내면에 지닌 열등감으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여자.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어떤 일도 불사하지 않는 그 누구보다도 강한 열정을 간직하여…….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아저씨.’

수민.

괄괄하여 소년 같은 구석이 있지만 사실은 어리광이 심해 잘 기대오는 아이. 친구를 지키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이야기를 통해 동등한 관계가 됨으로 솔직해져…….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선생님.’

유진.

과거의 일로 남자를 두려워하게 되었지만 그만큼 호기심도 많아 놀라게 하는 아이. 친구에게 보호를 받는 상황에 갇혀 있었지만 스스로 빠져나와 앞으로 나아가게 되어…….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성진.’

혜주.

그리고 그런 나를 이곳까지 이끌어준, 스승과도 같은 그녀. 자신의 상태에 따라 나를 부르는 이름을 바꿈에도 그 목소리는 여전히 또렷이 남아, 그녀를 알게 되어…….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어떻게 보면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들과 함께하는 삶도 괜찮을 것이다. 이대로 공하윤이나 마음을 굳히기 전의 혜주, 아니면 정현이 말했듯이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도 괜찮을 것이다. 분명 나는 그녀들 중 하나와 결혼을 할 테고, 관계가 끊어지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행복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겠지.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겠지.

문득 그것을 생각했다.

몇 달 전 여행을 가기 전에 했던 상황극처럼 한성진은 나이를 먹고, 군대를 다녀와 결혼을 한 것이다. 일찍 퇴근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요리를 준비하고, 다섯 살쯤 먹은 아이를 보육원에서 데리고 돌아온 여인을 맞이해 함께 저녁을 먹는다.

그런 상황을.

거기에 들어 있는 것은 누구일까.

하지만 그 얼굴이 명확해지기 전, 소용돌이를 치며 사라졌다. 그리고 텅 비어버린 내 뇌리에 떠오른 것은 머리가 길어졌을 그녀였다.

아아, 그래.

행복하겠지. 하지만 그런 미래를 포기하게 되더라도 나는… 정현 씨가 보고 싶었다.

―성진 씨.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나는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시간을 소중히 보낼 결심을 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추천댓글 한번씩만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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