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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권
회의실 바로 옆의 화장실.
“으읏, 응…….”
소리를 막아주는 스타킹이 없기 때문일까.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소년이 그리하라고 하여 넣어둔 딜도가 음부를 헤집었다. 보라색의 레이스 속옷은 이미 진하게 물들어 끄트머리가 튀어나온 모양새를 충분히 알게 만들었다. 그리고 왜 눈앞에 그게 보이는가를 고민해 보던 혜주는 자신이 치마를 걷어 올린 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셔츠를 풀어젖히고, 브라의 후크를 열어 유방을 드러낸 상황. 팔을 들어 머리 위로 넘긴 상황에서 혜주는 수치심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던 정현이 야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는 화장실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나, 남자 화장실이잖아! 으흑!”
수치심을 느낀 그녀는 버럭 소리를 지르다 이내 들려오는 촬영 음에 몸을 떨었다. 그 소리가 마치 화살처럼 몸에 꽂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그녀는 엉덩이가 파르르 떨리는 걸 느꼈다. 흥분했다는 자각도 없이 정현이 사진을 찍는 것을 수치로 느껴 견뎌내려고 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근데 여기 사장님, 오늘 좀 이상하시지 않아? 지난번에는 안 그러셨는데.”
아까 전에 들었던 발표자의 목소리.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투에서 미루어 보자면 함께 온 다른 사원이 함께인 걸까.
“묘하게 섹시하던데.”
“누, 누가 들을라…….”
“뭐, 어때. 칭찬인데.”
칭찬이 아니라고……!
너희 같은 놈들이 그렇게 해줘봤자 기분만 나쁠 뿐이야!
“아, 잠깐 화장실 좀.”
“……?!”
반쯤 무의식에 휩싸여 생각하던 혜주는 믿을 수 없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자신은 그 목소리가 들려온 곳과 아주 가까운 ‘남자 화장실’에서 변태적인 차림새를 한 채였다. 반대편에서 사진을 찍던 정현 역시 당황한 얼굴이라 혜주는 심장이 터질 것처럼……!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아, 죄송합니다. 지금 안에 락스칠 해놔서…….”
“어?”
그 남자의 목소리가.
“음? 다른 화장실은 어디에 있어요?”
“흡연 구역 바로 앞에 있습니다!”
“아~ 수고하세요!”
하더니 이내 발소리가 멀어져갔다. 혜주는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너무 겁을 먹어 약간 눈물까지 고인 상황에서 고개를 든 그녀는 정현이 의외로 미소를 짓고 있는 걸 발견했다. 설마?!
“이, 이것도 다……?”
“성진 씨가 저희를 위험에 처하도록 두겠습니까?”
“우으……!”
“가시죠. 사진은 전송해 두겠습니다.”
“아, 안 돼……!”
“어쩔 수 없습니다. 명령이니까.”
“조, 좋아서 하는 거면서!”
혜주는 반쯤 어린애처럼 소리치며 정현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능한 비서…는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역할이었던 소녀가 옷을 정돈해 주는 걸 받던 중, 혜주는 아예 재킷을 벗기려는 듯한 동작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렸다.
“뭐, 무슨?!”
“브라도 벗으셔야 합니다.”
“서, 성진이 또?”
“아뇨? 이건 제가.”
“정현, 너 정말……! 아흑!”
당황했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 단호하게 화를 내려던 찰나, 혜주는 목덜미에 닿는 정현의 입술에 몸을 파르르 떨었다. 짧게 자른 머리에서 여성적인 향취가 풍겨와 그녀는 거기에서 아이러닉하게도 성진의 영향을 느꼈다.
“언니, 오늘 무척 아름다우십니다…….”
그러면서도 또 손은 능숙하게 재킷을 벗겨내 약간 멍해져 있는 사이 정현이 보라색의 브래지어를 벗겨냈다. 혜주는 당황해 빼앗듯 흰색의 셔츠를 걸치자 금세 땀에 젖어 달라붙는 것을 느꼈다. 젖꼭지가 드러나는 것은 재킷을 입으면 된다고 쳐도 역시 가슴골의 형태가 그대로 드러나…….
“가시죠.”
“저, 정현!”
혜주는 당황해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재킷을 받아 걸쳤다. 그리하여 앞의 단추를 단단히 여몄지만 흰색의 셔츠는 피부에 달라붙어 숨을 쉴 때마다 그 음란한 모양을 여실히 드러냈다. 혜주는 땀으로 범벅이 된 채 화장실을 나섰다.
아, 청소 중이라는 푯말…….
안도감을 느낀 혜주는 어디선지 모를 남자애의 시선을 느끼며 다시금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정현이 들고 가 자리에 놔둔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느끼면서도 그 안을 확인해 보았다.
“윽……!”
그런 자신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상기된 얼굴, 땀, 다리 사이는 더욱이 엉망진창.
마치 자신이 그런 여자인 것처럼 허벅지를 벌린 채 양팔을 머리 뒤로 넘겨 커다란 가슴을 드러내 젖꼭지는 빳빳하게 선 상태였다. 혜주는 갑작스러운 현실을 깨닫듯 살짝 입을 벌려 혀를 내밀고 있는 사진 속의 여자가 지니고 있는 음란함에 치를 떨었다.
자기 자신이다.
그것이.
“…….”
놀라 몸을 파르르 떤 혜주는 이내 마지막 발표자가 들어서는 모습에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제대로 발표를 들어야만… 하는데.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피곤한 것과 지금의 일로 너무도 지쳐 뇌가 동작을 하지 않았다. 그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이 겹쳐지듯 어째선지 혜주는 이성이 점점 잦아드는 걸 느꼈다.
그리고 이내 편안해졌다.
피워둔 향초에서 나는 알 수 없는 냄새에 혜주의 정신은 꽃밭을 뛰노는 중이었다.
“읏, 으응…….”
여기는 어디인 걸까.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기억은 드문드문 이가 빠진 상태였다. 마지막 발표가 끝난 후, 자신은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정현과 함께 먼저 퇴근. 마지막으로 진아가 업체 측에게 이야기를 전한다는 걸 들은 기억은 나는데…….
―다음 목적지로 안내하겠습니다.
차 뒤편에서 그런 목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나더니 자신은 어느새 마사지 베드의 위였다.
미끌거리는 아로마 오일이 기분 좋게 몸에 흡수되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새 알몸이 되어 엎드린 혜주는 정현이 해주는 안마를 기분 좋게 받았다. 다리 사이의 그 물건이 사라지자 기분 좋은 해방감이 신체를 물들였다. 녹아드는 것 같았다.
각종 피로가 그렇게 사라져간다.
하지만 농축된 무언가가 아직 태내에 남아 있는 기분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응……. 고마워어…….”
혀가 제멋대로 꼬여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혜주는 금방이라도 잠이 들 수 있을 것 같은, 하지만 그러지 못한 채 계속해서 안마를 받았다. 뭉친 어깨, 어긋난 것처럼 욱신거리던 척추와 팔과 다리에 적당히 아픈 감각이 계속해서 오갔다.
이조차 성진의 계획대로인 걸까.
어째서…….
안, 거지?
그런 생각에 머릿속이 다시금 그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 의도는 무엇일까. 어째서 이런 것에 자신은 기분이 좋아지는 걸까. 거기에 정현까지.
“정현, 왜 이런 걸……?”
약간 의아함이 들어 묻자 정현은 이마에 땀이 맺힌 채 자신을 보며 웃었다.
“무리하고 계시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하지만 자기 몸은…….”
“아직 초기라서 그다지 걱정은 안 해주셔도……. 마음만은 감사합니다만.”
그런가.
나도 모르게… 다시금 무리를 하고 있었단 말인가.
“성진, 은?”
“기다리고 계십니다.”
수증기와 향초의 냄새로 가득 찬 방 안. 정현 역시 속옷만 입은 채여서 혜주는 저도 모르게 어떤 기대감을 가졌다. 하지만 과연 이게 제대로 되는 걸까 싶어서 머리가 아파왔다.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마지막 인사는 자신이 하고 왔어야 하는 건데. 거기에 업체 측의 발표도 제대로 듣지 못해서 어딘가 계속 응어리가 진 것 같았다.
아, 그래. 그거구나.
계속해서 체내에 남아 있던 응어리는 바로 걱정이었어.
하지만 역시 안마로는 뭔가 모자라서…….
제대로 숙면을 취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다 되셨습니다.”
“응…….”
혜주는 약간 몽롱한 상태에서 정현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아로마 오일로 몸이 끈적거리는 상황에서 안내를 받아 차갑다 싶을 정도인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휘청거리며 그녀가 건네주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
이 뒤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는 걸까.
혜주는 그렇게 생각하며 기대감에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 * *
“성진…….”
역시 나는 변태다.
특별히 준비된 방으로 빠져나온 혜주 씨의 모습에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생각했다. 얼굴이 빨개져 그녀와 처음 했을 때처럼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일부러 차갑게 식혀둔 방 안에 그녀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불안하게 걸어 내 앞으로 다가왔다.
“예쁘네요.”
그녀가 입고 있는 것은 교복이었다.
몸에 딱 달라붙는 형태의 교복은 어른스러운 혜주 씨의 체형에 맞지 않도록 일부러 한 사이즈 작아 꽉 꼈다. 거기에 미끌거리는 오일이 체내에 남아 옷을 입은 직후의 불쾌감이 몸에 남았을 터였다. 하지만 그 커다란 눈은 반쯤 의식을 잃은 것처럼 보였고 살짝 내민 혀에는 갈구하는 듯한 기색이 느껴졌다.
“이런, 걸 입히고…….”
“왜? 예쁘잖아.”
나는 그녀를 자유롭게 하고 싶었다.
덧붙이듯 내 변태적인 상상력으로.
가까이 다가가 손을 잡자 혜주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고는 돌려 세워 어깨와 허리를 잡아 땀으로 얼룩이 진 냄새를 맡은 나는 이내 저항하지 못하는 혜주를 데리고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커다란 골반이 애처로울 정도로 떨리는 기색이 느껴졌다.
“조금은 맡겨둬도 되잖아?”
“하, 하지만……. 읏…….”
“정현 씨도, 진아 누나도 오히려 ‘우리 혜주’보다 나을 텐데.”
그런…….
“싫어……!”
“알아. ‘우리 혜주’가 가장 대단하다는 것쯤은.”
“우읏……!”
어린아이를 대하는 듯한 태도에 혜주는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 말대로 그녀는 언제나 당당하고 위에 올라서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항상 그래서야 언젠가 쓰러질 듯 위태로워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조금은,
“아흑!”
“이렇게 음란한 몸을 하고서는…….”
“그, 그거언…….”
정상인의 범주를 벗어날 필요가 있겠지.
“고등학교 때도 이랬어?”
“왜, 왜애 그런 걸…….”
“말해 봐. 어땠는데.”
“다들 야한 여자를 보듯이…….”
“매일 널 생각하면서 자위했을 거라고?”
“으극!”
옷은 벗기지 않는다.
나는 치마의 밑으로 손을 넣어 혜주의 엉덩이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애를 태우듯, 가장 간지러운 부분은 제외하고 매만지자 애처로울 정도로 다리가 떨렸다. 하지만 그런 자신에게 눈을 떼지 못한 채 혜주는 천천히 머리 뒤로 팔을 넘겼다.
“정현이도 보고 있을 거야.”
“잠, 깐?!”
그제야 눈치를 챈 걸까.
내가 속삭이자 옆을 돌아본 혜주는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우리를 구경하고 있던 정현과 눈이 마주쳤다. 다시금 바지 정장을 갖춰 입은 그녀는 상사의 가장 음란한 모습을 무뚝뚝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내가 그러는 편이 좋을 거라 해서 한 행동이었지만, 역시나 붉어진 얼굴은 감추기 힘든 것처럼 보였다.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겠지.
1년 전만 하더라도 정반대의 포지션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