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건물주의 하루 (12)
건물주의 하루 (12)
민재가 시은을 데리고 온 곳은 신사역 근처에 있는 D호텔이었다.
전에 두 사람이 함께 갔던 종로의 F호텔 같은 최고급 5성급 호텔은 아니고 그보다 작은 4성급 호텔이었지만, 규모에 비해 부대시설들과 고객들을 위한 여러 서비스들이 알차게 준비되어 있어 많은 이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곳이었다.
민재는 먼저 로비데스크에서 체크인 예약확인을 하고 카드키를 수령한 후, 시은을 데리고 먼저 객실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가운으로 갈아입고 밑에 마사지룸으로 이동하려는 것이다.
“마사지 받으면 뭉쳐있던 근육이 풀리고 노골노골 해지면서 금방 잠이 올지도 몰라요. 그래서 마사지 받고 다시 옷 갈아입을 일 없게 미리 가운으로 갈아입고 가는 게 좋을 거예요.”
“금방 잠이 올지도 모른다구요? 어, 그럼 안 되는데?”
시은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이것은 본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의 소리임이 틀림없다.
그냥 잠자려고 호텔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지시키는 소리.
‘이거, 마사지 받고 와서 그냥 잠들어 버리면 쌍싸대기 맞을 수도 있겠는데?’
그녀의 눈빛에 민재는 묘한 긴장감마저 느꼈다.
두 사람은 객실로 들어와 현관 옆 옷장에 있는 가운을 꺼내 갈아입기로 했다.
“갈아입고 나올게요!”
시은은 그의 허리를 껴안고 살짝 입맞춤을 한 뒤 가운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민재는 시은의 귀여운 모습에 미소 지으며,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옷장 옷걸이에 걸고 하얀색 호텔 가운으로 갈아입었다.
* * *
가운으로 갈아입은 두 사람이 객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시은은 민재와 팔짱을 꼬옥 끼고 발걸음을 맞추어 걷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민재가 마사지룸이 있는 지하 2층 버튼을 눌렀다.
시은이 그에게 물었다.
“마사지는 중국식 마사지, 태국식 마사지 이런 거 말고도 되게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우리가 받는 마사지는 무슨 마사지에요?”
“여기서 하는 건 타이 마사지의 일종이라고 하는데요, 진짜 오리지널 타이 마사지는 아니고 경락이나 스포츠 마사지하고 결합된 좀 색다른 마사지를 하고 있어요. 물론 마사지 하시는 분들도 모두 우리나라 분들이구요.”
“여기서 마사지 받아보셨어요?”
“네, 친구한테 소개 받아서 와봤는데 괜찮더라구요. 타이 마사지라고 간판만 붙여 놓은 곳들보다는 훨씬 나았어요.”
“시내 돌아다니면 타이 마사지 간판 있는 곳 많던데, 그런 데보다 훨씬 나았다구요? 거기는 진짜 태국 마사지사들 데려와서 한다고도 하던데, 아닌가요?”
“저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아닌데 아니더라구요. 마사지 하는 수준 자체가 진짜 본토 태국에 계신 마사지사들하고 너무 차이가 나요.”
“많이 못 해요?”
“네, 엄청.”
“그럼 민재씨는 태국에서도 마사지를 받아 보신 거예요?”
“네, 제가 전에 무에타이 수련하러 태국 푸켓에 갔었다고 말 했었죠? 그 때 3, 4일에 한 번씩 푸켓 현지에 있는 전문 마사지샵에 마사지를 받으러 갔었죠. 운동으로 뭉치고 피곤한 몸 푸는 데는 그만한 것도 없으니까요. 푸켓 말고도 나중 태국의 방콕이나 파타야, 코사무이 같은 데를 갔을 때에도 마사지 받으러 간 적 있구요.”
“그럼 현지 타이 마사지하고 우리나라에 있는 타이 마사지하고 어떻게 틀려요?”
“일단 현지에 있는 타이 마사지 종사자 분들은 모두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고, 나라에서도 국가기능공 같은 대우를 해주는 분들이에요. 그래서 그런 분들은 웬만하면 국외에 안 내보낸다고 하더라구요. 반면 우리나라 타이 마사지샵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그런 자격증이 없거나 아예 마사지를 배우지 않은 태국 분이나 동남아시아 분들을 취업시켜 약간의 연수만 거치고 바로 고객들 마사지 하는데 투입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구요. 심지어 태국 마사지 간판 걸어 놓고 조선족이나 중국인들 고용한 곳도 많고.”
“세상에, 중국인 조선족들이 하면 그게 중국 마사지지, 왜 간판은 타이 마시자리고 걸어 놨데요? 그럼 진짜 현지 타이 마사지 받으면 그게 몸으로 확 느껴지는 좋은 점이 있나요?”
“정말 실력 좋은 마사지사에게 마사지를 받으면 1시간 이상 걸리는 마사지 중 30분 정도 지나자마자 스르륵 잠이 와요. 마사지 받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 버리는 거죠. 그만큼 근육의 피로가 싹 풀리면서 편안해지니까. 하지만 우리나라 타이 마사지샵에서 마사지 받았을 때 그렇게 마사지 받다가 잠들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잠이 올 정도로 편안하다구요? 우와......!”
“게다가 마사지가 몸에 잘 받았을 때 몸에 오는 반응이 또 한 가지 있는데, 마사지 끝나면 바로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로 달려가게 되요. 그만큼 마사지의 효과가 좋아서 인체 대사가 활발해지고 몸 안에 쌓여 있던 노폐물들도 밖으로 빠져나가게 된다는 증거죠. 제가 태국 가서 마사지 받았을 때 매번 그렇게 마사지 끝나고 화장실 가서 시원하게 소변보고 기분 좋게 샵을 나왔던 기억들이 많은데, 우리나라 타이 마사지샵에서 마사지 받았을 때는 역시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지요.”
“저번에 여기서 마사지 받으셨을 때는 어떠셨어요?”
“아, 여기도 좋았어요! 중간에 마사지 받다가 스르륵 잠도 들었고, 마사지 끝나고 화장실도 다녀왔고, 그래서 제가 여기 마사지가 다른 곳보다 더 낫다고 말했던 거예요.”
“와, 그 정도라면 저도 기대되는데요? 그런데 마사지 받다가 갑자기 화장실 가고 싶어지면 어떡해요?”
“어...... 저는 아직까지 그래본 적은 없는데, 그래도 화장실은 중간에라도 다녀오는 게 낫겠죠? 굳이 참으면서 마사지 받을 필요는 없으니까. 참다가 마사지 하시는 분이 어디 잘못 눌러서 그거 속옷에 묻으면 안 되니까.”
“아, 민재씨!”
“농담이에요, 헤헤.”
어느새 엘리베이터가 지하 2층 마사지샵에 도착했다.
카운터에서 예쁘게 생긴 여 직원이 두 사람을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환영합니다.”
“커플 마사지 예약하고 왔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강민재입니다.”
“네, 두 분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따라오세요.”
두 사람은 직원을 따라 커플 마시지룸으로 들어갔다.
* * *
민재가 예약한 코스는 1시간 30분짜리 커플 전신 풀코스였다.
민재의 말대로 두 사람 다 마사지가 몸에 잘 받았는지, 30분이 지나고 나서부터 둘 다 눈이 스르륵 감기면서 마사지 하시는 분들이 자신의 몸을 어떻게 꺾고 비트는지도 모르고 편안한 잠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마사지를 다 받은 후에는 두 사라 다 화장실부터 먼저 찾아 들어갔다.
민재는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며 직원에게 말했다.
“지금 현금을 안 가지고 와서 그런데, 카드로 4만원 더 결제할 테니 지금 저희 마사지 해주신 분들께 절반씩 팁으로 전해주시겠어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사지샵을 나오며 시은이 궁금한 듯 물었다.
“원래 마사지 하시는 분들에게 팁을 드리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팁 주는 문화가 거의 없는데, 태국에서는 어디 가나 팁을 주는 게 기본으로 여겨지더군요. 타이 마사지를 받을 때는 미리 현금을 준비했다가 마사지 해주신 분들께 직접 팁을 드리는 게 매너로 되어 있는데, 많이는 아니고 1달러에서 10달러 내외에서 드리곤 했어요.”
“아, 그래서 팁 드린 거예요?”
“뭐 그런 것도 있고, 오늘 마사지 해주신 분들이 정말 잘 해주셨잖아요? 피곤이 싹 풀리고 잠이 스르륵 들 정도로 잘 주물러 주셨고, 덕분에 마사지 끝나고 바로 화장실 가게 만들어 주시기도 했고.”
“맞아요! 저도 처음에 민재씨 이야기 들을 때 정말 마사지 받는다고 잠이 올까? 소변이 마려워질까? 이런 생각했는데 정말 저도 모르게 잠이 들고 화장실도 가고 싶어지더라구요!”
“그런데 시은씨, 마사지 받아보시니까 어떠세요? 그동안 쌓인 피로가 많이 풀리는 느낌인가요?”
“네, 완전! 힐은 아니지만 그래도 굽 있는 구두 신어야 하고 매번 허리 꼿꼿이 세우고 오래 서있어야 하다보니까 발목이랑 종아리 근육도 항상 뭉쳐있는 것처럼 아프고 허리도 늘 땡기고 그랬는데 지금 마사지 받고 나니까 정말 시원해진 느낌이에요! 고마워요, 민재씨!”
시은은 그의 뺨에 쪽, 하고 뽀뽀를 해주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후, 민재가 객실 층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우리 이렇게 객실 들어가서 바로 잠들면 좀 아쉬울 거 같죠?”
“네, 많이 아쉽죠, 아, 아니! 제 말은! 잠들기 전에 민재씨랑 다른 것도 더 해보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뜻이에요! 다른 뜻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하하하, 네, 저도 그렇게 이해했어요. 그래도 마사지 받아서 몸도 노골노골 해 진터라 다시 옷 갈아입고 밖에 나가는 건 좀 그렇고. 그죠?”
“네, 맞아요......”
“그럼 우리 객실 가서 룸서비스 주문해보도록 하죠. 와인 좋은 거 하나하고 같이.”
“룸서비스요? 와인까지? 너무 좋아요~!”
시은은 함박웃음은 지으며 그의 품에 가슴을 밀착시키며 꼬옥 끌어안았다.
민재도 그런 그녀의 어깨를 사랑스럽게 어루만져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