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화 〉건물주의 하루 (14) (15/140)



〈 15화 〉건물주의 하루 (14)

건물주의 하루 (14)



시은은 와인을 한잔 마시더니 금세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역시  사람, 술이 약한 게 틀림없어. 앞으로  먹일 때는 조심해야지 안 되겠는걸?’


민재도 와인 한 잔을 가볍게 마신 뒤,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길고 작은 뼈가 그대로 붙어있는 양갈비 구이 스테이크를 한입크기로 썰었다.

그리고는 포크로 고기와 버섯, 마늘을 함께 찍어서 소스를 살짝 묻혀서 시은의 입으로 가져갔다.

“시은씨, 아~”




“아~”

시은은 웃는 얼굴로 그가 주는 것을 받아먹었다.


“양갈비가 이런 맛이었구나~? 저는 양고기는 양꼬치 밖에 안 먹어봐서, 양갈비가 이렇게 맛있는 것일 줄은 몰랐어요.”



“원래 양갈비 스테이크는 민트젤리이랑 같이 먹으면 정말 좋거든요? 그런데 여기 호텔에서는 양갈비 스테이크랑 민트젤리를 같이 내놓지 않나 보네요.”


“고기랑 젤리을 같이 먹는다구요? 그것도 민트로 만든 젤리요?”

시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 처음엔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양갈비 위에 민트젤리를 살짝 올려서 같이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요? 원래 민트는 후추 같은 동방의 향신료들이 전래되기 전부터 유럽에서 고기의 누린내나 잡내 잡아주는 용도로 많이 쓰여왔었는데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양고기와 민트젤리는 서로 좋은 궁합을 이루고 있죠.”



“대형 마트 가서도 민트젤리를 본 적이 없는  같은데......”

“유럽 식료품점 가면 찾아볼  있어요. 아, 아마 코스OO 에 가서도  찾아보면 있을지도 모르구요.”

“아무튼 고기에 젤리라니, 믿을 수 없는 조합이네요. 게다가 민트 그 호불호가 갈리는 걸...... 민재씨는 민트 좋아하세요? 민트초코 맛 같은 거?”

“민트초코는 많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아요. 민트맛 자체는 좋아하는 편이구요. 예전에 베스킨라OO에 있던  최애 아이스크림이 애플민트였어요. 지금은 단종 되었는지 파는   봐서 많이 아쉬워하고 있죠.”




“민재씨도 민트맛을 좋아하셨군요?”

시은은 양갈비 구이 스테이크와 함께 나온 식전 빵을 반으로 잘라 버터를 발라  입 베어 물었다.


“이  갓 구웠는지 아직 따끈따끈해요! 버터향도 진하게 나는 게 정말 맛있구요.”


“여기도 베이커리가 있었나 보군요. 조금 작은 4성급 호텔인데 정말 갖출 건 다 잘 갖추고 있는 곳인 거 같네요.”



이번에 민재는 수저 위에 포크로 토마토소스 해산물 스파게티를 돌돌 말아 그녀의 입안에 넣어주었다.



이번에도 시은은 아~ 하고 참새처럼 입을 벌리고 귀엽게 그가 주는 걸 입으로 받아먹는다.




“민재씨가 착하고 좋은 사람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스윗한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녀가 활짝 웃으며 그를 향해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정말요? 난 지금까지 시은씨한테 그냥 기본적인 것만 해주었다고 생각했는데요?”


“지금까지 한 게 모두 기본적인 것들이었다구요? 그럼 도대체 얼마나  스윗 할  있다는 거죠?”




“아니 그걸......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쑥스럽고......”



그러면서 민재는, 자신을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는 시은의 입술에 쪽, 하고 가볍게 입맞춤을 해주었다.


“앞으로 더 얼마나 스윗하게 해 드릴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고 행동으로 보여드릴게요.”




그의 키스를 받은 시은은 입가에서 웃음이 떠날 줄을 몰랐다.



“혼자서도 여행 자주 다니셔서 호텔 이용 많이 하셨다고 했잖아요?”

“네.”




“그럼 그렇게 혼자 여행하실 때에도 룸서비스 같은 거 시켜보셨어요?”



“네, 가끔은요. 물론 그냥 외부에서 음식 사오거나 배달시킨 적도 많구요.”



“그 때 가장 맛있었던 거나 기억에 남는 룸서비스 음식, 이런 거 있으세요.”



“음...... 룸서비스는 아니구요, 잠실에 있는 L호텔 95층에서 피자 시켜서 화와이 맥주랑 같이 먹었던 게 제일 기억에 남네요.”



“잠실에 있는 L호텔이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건물 거기요? 거기는 어떤 일로 묵으셨던 거예요?”




“순전히 궁금증 때문에 며칠 묵어봤어요. 우리나라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 그곳에서 서울의 경치를 내려다보면 어떨까, 그래서 투숙하게 되었던 거죠.”



시은이 부러움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직접 묶어보시니까 어떠셨어요? 전 아직 거기  가봐서 너무 궁금해요.”

“일단 동서남북 중 어느 방향의 객실을 예약하느냐가 제일 중요해요. 객실의 위치에 따라 전망이 달라지게 되니까. 저는 서쪽의 객실을 예약했는데요, 서쪽으로는 바로 밑에 놀이공원 L월드도 보이고 강남의 고층빌딩들과 서울의 전체적인 전경도 한눈에 모두 보이기 때문이죠.”



“우와~ 95층이면 정말 그 모든 게 한눈에  보이겠어요~!”




“네, 그런데 체크인한  날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창밖의 서울 모습이 약간 흐릿하니 부옇게 보여서 조금 실망했는데, 다음날 미세먼지가 줄어들은 날에 보니 서울의 모든 전경이 너무나 깨끗하게 다 내려다보이고, 정말 장관이 따로 없더라구요. 그냥 앉아서 보고만 있으면 속이 뻥, 후련하게 뚫리는 것 같고.  경치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일부러 시간 내서 호텔에 투숙할 가치가 충분히 있었어요.”


“우와~ 그 광경 나도 꼭 한번 보고 싶어요~! 그럼 거기서 그 경치 보시면서 피자에 하와이안 맥주 드신 거예요?”



“네, 호텔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이 너무 좋아서 그랬나, 딱, 그 조합이 먹고 싶어지더라구요. 맥주는 직접 내려가서 사오고, 피자는 앱으로 주문해서 1층까지 내려가 받아와야 했죠. 95층 호텔 객실에 앉아 서울의 전경 내려다 보면서 피자 한 입 먹고, 달콤한 하와이안 맥주 한잔 먹고...... 아...... 정말  때 그 맛이 그리워지네요.”



“그럼, 다음에 저 데리고 L호텔 가서 같이 피자랑 화와이안 맥주 먹어요! 저도 지금 민재씨  들으니 막 피자랑 맥주 땡겨서 미칠 거 같아요!”




“어? 그래도 지금 우리 앞에 스테이크에 스파게티, 와인까지 있는데요?”




“아...... 역시 우리 앞에 있는 거부터 먼저 먹어 주는 게 예의겠죠?”




“그렇겠죠? 자, 그럼 다시 한 번 건배 할까요?”



“네, 건배~!”


두 사람은 웃으며 서로의 잔을 부딪쳤다.

“그런데 민재씨, 민재씨 집에서 L호텔까지 되게 가깝지 않아요?”

“그쵸, 차로 한 30분 정도?”




“그럼  때 호텔에 묵으시면서 혼자서 뭐하셨어요? 혹시 집에 다녀오시고 그런 거 아니죠?”

“하하하, 그럴리가요. 밑에 백화점 내려가서 쇼핑도 하고, 공연도 보고, 야구도 보러갔었죠.”

“야구요? 민재씨 야구 좋아하세요? 어느  팬이세요?”

“이글스요. 원래 전 서울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아버지가 고향 팀인 이글스 팬이어서 저도 덩달아 이글스를 응원하게 되었지요.”

“전 트윈스 팬이에요. 나중에 함께 야구 보러 가도 재미있을  같네요.”




“그럼 우리 다음 데이트는 점심 같이 먹고 저녁에 야구 보고 밤에 L호텔 가기? 그렇게 할까요?”


“네! 너무 좋아요! 그 때 트윈스 유니폼 준비해서 와야지!”


“그럼 미리 야구장 좌석도 예매해 놓아야겠네요. 자리는 공평하게 경기장 가운데 타석 뒷자리로.”



“요새는 한  응원하는 데에 다른 팀 팬이 저지 입고 앉아 있어도 뭐라고 안 해요. 옛날에는 그런  때문에 다툼이 있기도 했다고도 하지만.”



“그래도 야구는  홈플레이트 뒤에 가운데에서 보는 게 제일 잘 보이고 좋지 않아요?”



“저는 응원단 가까이 있는 자리에서 응원단이랑 같이 춤추고 구호 외치고 응원하는 걸 좋아해요! 뭔가 더 신나고 경기에 몰입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아, 저는 어렸을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응원단 쪽은 잘 안가요.”

“왜요? 무슨  있으셨던 거예요?”


“원래 야구장은 보통 홈팀이 1루쪽 더그아웃 쓰고 원정팀이 3루쪽 더그아웃 쓰잖아요?”



“네, 맞아요.”

“제가 중학생  이글스 팬인 친구들이랑 같이 이글스 경기 보려고 OO 경기장 찾아갔는데, 당연히 원정팀인 이글스 덕아웃이 3루쪽인 줄 알고 매표소에서 3루 좌석 티켓을 사서  같이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OO 경기장은 3루쪽이 홈팀, 1루쪽이 원정팀 더그아웃으로 반대로 쓰고 있더라구요! 게다가 제가  티켓은 바로 홈팀 응원단 바로 앞자리였구요!”



“어머나 세상에! 응원단 앞자리에 이글스 유니폼 입고 앉아 있었던 거에요?”




“네, 그랬죠..... 그러다가 응원단장 형하고 치어리더 누나들이 이글스 유니폼 입고 있어도 여기에 들어온 이상 우리랑 같이 응원할 수밖에 없다며 하도 보채서....... 결국 친구들하고 다 같이 이글스 유니폼 입고 응원단 따라 홈팀을 응원하는 굴욕을 맛봐야만 했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진짜 평생 지워지지 않을 굴욕으로 남았겠어요?”




“네, 그래서 내가 야구장에 가도 응원단석은 꼭 피하고 있어요. 이 점은 시은씨가 이해해 주세요.”




“네, 이해해 드릴게요. 완벽할 거 같은 민재씨도 이런 흑역사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시은은 박장대소하며 기분 좋게 웃었다.



* * *



어느새 두 사람은 음식들과 와인, 케이크까지 모두 깨끗하게 먹어 치우고,

민재가 음식 그릇들을 트롤리에 담아 객실  문 옆에 내다 놓았다.



그 사이 시은은 양치를 하고 오겠다며 화장실로 들어가 있었다.

민재는 여전히 호텔 가운을 입은 채로 침대 위에 누워있는 중이었다.

“민재씨~”

그 때, 화장실 문이 열리고,



시은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나오고 있었다.

민재가 돌아보니, 화장실 문 앞에 검은색 팬티와 브래지어만을 입은 시은이 그를 향해 유혹하는 듯 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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