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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화 〉일본에서 온 그녀 (16) (33/140)



〈 33화 〉일본에서 온 그녀 (16)

일본에서 온 그녀 (16)

민재와 아이의 속궁합은 무척 잘 맞았다.


그날 밤, 두 사람은  번  관계를 가졌지만



아이는 정사를 마친 후에도  곳이 아프다고 하거나 걸음을 제대로  걷거나 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녀도 민재의 페니스가 무척 크다는 말은 하긴 했지만, 그래서 더 좋다며 얼굴을 붉힐 뿐이었다.


다음날,


민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를 신촌 원룸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녀가 어학당으로 가기 전에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에는 다행히 그 뿔테 안경 스토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민재는 옷을 갈아입고 등교준비를 마친 아이를 은색 메르세데스 벤츠에 태워 어학당 앞에까지 태워다 주었다.

“고마워요, 오빠.”



차에서 내리기 전, 아이는 민재의 입술에 키스를 해 주었다.




“잘 다녀와요. 무슨  있으면 바로 전화하고.”

“네, 오빠. 그럼 이따 봐요~!”

아이는 수줍어하는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마침 그녀의 어학당 친구들로 보이는 외국인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짱, 좋은 아침~!”



“어제 어학당 못나왔다며? 그런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얼굴이 되게 좋아진 거 같은데?”

“오늘 좋은  타고 왔네? 누가 태워다 준 거야?”

살짝 열어 놓은 차창 너머로, 그녀의 부끄러워하는 듯  목소리가 민재의 귀에 까지 들려왔다.



“내 남친......”


그러면서 살짝 민재의 차를 돌아보는 아이,



민재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 * *




아이가 어학당으로 들어간 후, 민재는 다시 그녀의 원룸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원룸에 있는 모든 짐들을 삼성동 A아파트 자신의 집으로 옮기기 위해서였다.



오전 9시, 그가 부른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도착해 원룸 안의 짐들을 모두 깔끔하게 박스로 포장해서 탑차에 싣기 시작했다.


‘침대를  가져가니까 큰 짐은 하나도 없네? 엘리베이터만으로도 다 나를 수 있겠군.’



민재는 어제 미리 A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자신의 집으로 추가적인 짐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알려주었고,


관리사무소에서는 그가 짐들을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민재가 사는  엘리베이터 내부에 아침 일찍부터 보양재 (이사나 화물을 운반할 때 엘리베이터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하는 접착식 패드)를 설치해 준 상태였다.



이삿짐센터 직원들과 집으로 돌아온 민재는 마스터룸과 서재 옆방, 이제 아이의 공부방이   방에 그녀의 짐들을 어느 정도 정리해 놓은 후,


이삿짐센터 직원들에게 일당을 주어 돌려보내고 냉장고 안에 들어있던 비프칠리를 하이라이트에 데워 팬트리에 보관하고 있던 먹다 남은 바게트에 찍어 먹는 것으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했다.




그러고 나서 커피머신으로 원두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려 할 때 쯤,




그의 핸드폰에 전화가 왔다.

경찰서에서 온 전화였다.

경찰은, 아이를 스토킹 했던 그 뿔테 안경 학생을 그가 사는 집에서 체포했다며, 언제쯤 피해자 조사를 받으러 올 수 있는지 물었다.



“피해자 조사 받을 때 저희 변호사님이랑 함께 가려고 하는데요, 제가 변호사님 일정 확인 후에 다시 전화 드릴게요. 지금 전화주신 이 전화번호로 연락드리면 되죠?”



잡았다, 요놈!




이제 인실좆의 시간이다~!

* * *




민재는 그의 개인 변호사인 김 변호사와 일정을 조율해 내일 오후 아이를 데리고 해당 지역 경찰서 형사과를 방문하기로 했다.




이렇게 이삿짐 한 번 옮기고, 경찰서 갈 스케줄 확인하고, 잠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건물 관리인들하고 톡하고 전화 몇  했더니,


시간은 벌써 오후 3시,




4시면 아이가 어학당이 끝날 시간이라고 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서울 시내  막힐 시간이 시작  거야. 아이를 데리러 가는 첫 날이니까 조금 일찍 나가자.’




민재는 청바지 등 간편한 옷으로 차려입고 신촌을 향해 차를 몰고 출발 했다.

* * *



어학당 앞에서 아이를 픽업한 민재는 다시 강남으로 차를 돌렸다.



그는 차 안에서 아이에게 뿔테 안경 스토커가 붙잡혀서 내일 피해자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에 가게 될 거라고 말해주었다.

 말에 벌써부터 겁을 먹기 시작하는 아이,

민재는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안심시켰다.




“괜찮아요. 피해자 조사 받을 때 그 오따꾸 녀석과 마주칠 일은 없을 거예요. 게다가 나하고  변호사님도 함께  거니까 걱정할 거 하나 없구요.”




“아, 그럼 그 사람  번 다시 안 봐도 되는 거예요?”


“김 변호사님 한테 들은 얘기인데요, 일단 경찰 조사 과정에서 그 오따꾸 녀석과 아이가 만날 일은 대질조사 하나 밖에 없는데, 우리가 고소한 사안이 사안인지라 경찰에서 절대 두 사람을 함께 앉혀 놓고 대질조사 하지는 않을 거라 하네요. 그 다음으로  녀석이 개인적으로 합의를 요청해 오거나 검찰청의 형사조정위원회라는 곳에서 두 사람 합의하라고 중재를 해서 자리가 마련될 수도 있는데, 우리가 합의를 받아들여도 아이는 거기 안 나가고 나나  변호사님이 대신 가도 된다고 하구요, 검찰청 형사조정위원회에 가게 되더라도 서로 마주치지 않고 거기 있는 조정위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조정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럼 나중에 그 사람이 재판 받게 되었을 때에는요? 그 때도 제가  사람과 얼굴 보게 될 일 없어요?”

“그 녀석이 법정에 서게 되면 아이가 피해자이자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나서서 증언을 해야 할 일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 때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그 오따꾸 녀석이 아이를 보지 못하게 법원에서 가리막도 설치해주고, 그 녀석이 아이에게 직접적인 질문을 하거나 말도 걸지 못하게 조치를 취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된다고 하네요.”

아이는 그의 말을 듣고 조금 안심이 되는 표정이었다.

“아직도  날 밤, 그 사람이 집 밖에  있는 장면을 떠올리면 온 몸에 소름이 돋아요.”




“이제 아무 염려 마요. 그 녀석이  번 다시 아이의 주변에 얼씬도 못하게 만들 테니까.”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해요.”




“그건 왜요? 그래도 아이를 좋아해주는 팬이어서?”


“아니요, 그 사람 때문에 오빠 집에 오게 된 거고, 제가...... 이제 오빠 꺼가 되었으니까요.”

아이의 얼굴이 수줍은 붉은 색으로 달아올랐다.




“그래서 그 사람, 만약 죄를 반성하고 다시는 안 그렇겠다고 약속한다면, 그냥 용서해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듣고 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아이와 가까워질 수 있게 된 것도, 그녀와 동거를 하게 된 것도 모두 그 녀석 덕분이 아니었나?



민재도 그녀의 말대로  오따꾸 녀석이 진심으로 죄를 뉘우친다면 차량 수리비를 보상 받는 선에서 일을 끝내도 괜찮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오따꾸 녀석이 페라리 수리비를 감당할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민재의 차가 강변북로에서 영동대교로 접어 들 때 쯤, 아이가 그에게 말했다.




“오빠, 점심에  드셨어요?”



“난 바게트랑 비프칠리 먹었어요. 아이는요?

“전 학생식당에서 학식 먹었어요. 그런데 비프칠리면, 소고기하고 콩에 칠리 양념한 소스 아니에요? 그럼 겨우 빵에 소스 찍어 드신 거예요?”



“네, 그래도 그거 맛도 있고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한데요?”


“나이, 나이(아니야, 아니야). 아, 안되겠다. 오빠, 아파트 주변에 마트 있어요? 작은 거 말고 큰 거, 대형 마트요.”


“대형마트요? 제일 가까운 대형마트는 역삼에 있는데, 뭐 필요한 거 있어요?”


“아뇨, 내가 이제 오빠 밥 만들어주려고,  좀 봐서 들어가려구요.”




“장을 본다구요?”




그녀의 말에 민재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밥을 만들어 주겠다고 장을 봐서 들어가겠다는 말,



태어나서 처음 들어봤던 것이다.



“아파트 가까이에 H백화점 식품관이 있는데, 그리로 갈까요?”




“아니오, 백화점이면 왠지 비쌀 거 같아요. 마트가 더 쌀 거 같으니까 우리 거기 가요. 나도 아파트에서 제일 가까운 대형마트가 어디 인지 알아두는 것도 좋을 것 같구요.”



생각하는 게 왜 이리도 기특한지......




“네, 그래요. 그럼 역삼에 있는 마트로 갈게요.”

민재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 *




민재와 아이는 역삼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1시간 가까이 장을 보았다.

아이는 민재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혹시 싫어하는 음식이나 식재료는 없는지 계속 물으며 카트가 가득 넘칠 정도로 식재료들을 담아 넣었다.

물론 카트는 민재가 밀고,


결제도 민재 카드로 하고 말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양  가득 쇼핑 가방에 식재료들을 잔뜩 담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와, 내 짐~! 이제 진짜 오빠랑 같이 사는  실감 되는 거 같아요~!”



집에 들어온 아이는 민재가 원룸에서 그녀의 짐들을 모두 가지고 온 것을 보고 기뻐 손뼉을 쳤다.


“일단 아이 구두랑 신발류는 모두 현관에 있는 신발장 하고 창고 안에 다 넣어 놨구요, 아이 옷들은 드레싱 룸에 옷장  곳을 비워두었으니 거기 마음에 드는 것에 걸어두면 되요. 화장품들은 피팅룸 안에 거울 있는 곳 테이블 위에 정리해두면 될 거 같은데, 그럼 이제 피팅룸이 아니라 파우더 룸이라고 해야 할 거 같네요? 책하고 다른 짐들은 서재 옆에, ‘아이의 공부방’에 넣어 놨어요. 내일 경찰서 갔다가 아이가 쓸 책상하고 의자, 책장 같은 가구 사러 갑시다. 혹시 더 살 거 생각나면 언제든지 말해주구요.”



아이가 민재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



“고마워요, 오빠...... 너무 고마워요...... 나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다정하게 날 대해 준 사람은 오빠가 처음이에요...... 오빠 정말 사랑해요......”


민재는 그녀를 꼬옥 안아주며, 그녀의 이마에 살짝 키스를 해주었다.



“나도 고마워요. 나한테 밥해주겠다고 장까지 봐온 사람, 태어나서 아이가 처음이거든요. 나 정말, 엄청 감동 받았어요.”

“아, 맞다!  이제 오빠 밥 해줘야지? 조금만 기다려요. 내가 금방  갈아입고 나와서 오빠 저녁 만들어줄게요.”



“드레싱 룸 옷 정리하고 천천히 해도 되는데.”

“아니에요, 오빠 저녁부터 먼저 만들어줄게요. 밥솥은 주방에 있고 쌀은 팬트리 안에 있다고 했죠?”

아이는 드레싱룸으로 들어가 티셔츠와 돌핀 팬츠로 옷을 갈아입은 후에, 곧장 주방으로 가 저녁을 짓기 시작했다.



‘신혼부부들 기분이 이런 걸까? 이런 행복, 난생 처음 느껴보는 것 같아.’



민재도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척 하면서,

아이가 주방에서 식사를 만드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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