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일본에서 온 그녀 (18)
일본에서 온 그녀 (18)
두 사람이 거실 소파에 앉아 TV 드라마를 보고 있을 때였다.
탁
민재가 벌써 맥주를 다 마셨는지, 테이블에 빈 캔을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다 드셨어요? 캔은 보조 주방 분리수거통에 넣으면 되지요?”
아이는 그가 먹은 캔을 들고 소파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걸어갔다.
“아이, 그거 내가 치우면 되는데......!”
“아니에요, 이거 버리고 안에 들어가서 제 옷 정리 좀 하고 다시 나올게요~!”
그러고 보니 신촌 원룸에서 가지고 온 그녀의 옷들을 아직 드레싱 룸에 정리해 좋지 않은 상태,
아이는 캔을 분리수거 한 후 마스터룸으로 들어갔다가, 십여 분 만에 다시 밖으로 나왔다.
“정리 다 했어요~!”
그녀는 옷이 담겨 있던 박스들을 모두 납작하게 접어 현관 옆에 있는 창고에 넣어 놓고는,
다시 민재의 옆의 곁으로 와서 찰싹 붙어 앉고는 그의 팔을 잡아 자신의 허리를 안게 했다.
“벌써 옷 정리를 다 한 거예요?”
“네, 이미 옷걸이에 다 걸려 있어서 쏙, 쏙, 옷장 안에 걸기만 하면 됐어요.”
민재는 그녀가 참 부지런하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원피스처럼 입고 있는 마이클 조던 농구 유니폼 너머로 그녀의 살결이 손끝에 느껴졌다.
그의 손이 위치한 곳은 허리와 골반이 만나는 옆구리 지점.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것이 있었다.
원래 이쯤에 있어야 할 그녀의 팬티가 손끝에 느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아이가 그의 손을 가볍게 잡으며 말했다.
“나 뚱뚱해서...... 그렇게 거기 배 만지면 부끄러운데......”
말도 안 되는 소리, 이런 축복 받은 몸을 가지고도 뚱뚱하다니?!
“아이, 정말 하나도 안 뚱뚱해요. 그래도 배 만지는 거 불편하면 손 땔 게요.”
민재가 그녀의 허리에 얹은 손을 때려고 하자, 아이가 급히 그의 손을 낚아챘다.
“아니 그럼 배 말고...... 가슴이나 허벅지 만지면 되잖아요......”
아......!
여자들은 남친이 자기 배 만지는 건 엄청 싫어하지만,
가슴이나 허벅지 만져 주는 건 좋아하는구나......!
뭐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그렇게 해달라는데.
원하는 대로 해 주는 수밖에......!
민재는 아이의 허리를 감고 있던 왼손을 조금 위로 올려,
그녀의 몰캉몰캉한 가슴을 가볍게 만져 보았다.
한 손으로는 절대 잡히지 않을 정도로 큰 그녀의 가슴.
세상에, 80 G cup이란 사이즈가 정말 현실에 존재하고 있었다.
어쩐지, 입고 있던 브래지어도 보통 크기가 아니더라니.
아,
이 순간 민재의 가슴도 웅장해진다......
“아이는 속옷 어디서 사요?”
“다 인터넷으로 일본에서 사와요. 한국에서는 저한테 맞는 속옷 찾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럴 수밖에.
예전에 어느 속옷 업체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한국 여성들 중 C cup 이상의 사이즈를 지닌 사람은 전체 조사 대상의 30%가 채 되지 않았고, 대부분이 A cup, 혹은 B cup 이라고 했다. D cup 이상의 큰 가슴을 가진 사람도 전체의 10% 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러니, G cup 사이즈의 브래지어가 극히 희소할 수밖에,
아니, 과연 한국의 속옷 회사에서 G cup 사이즈의 브래지어를 만들어 팔고 있기는 한 지 의문이 들 뿐이다.
“그래도 용산 이태원 같은 곳 가면 몸에 맞는 속옷을 살 수 있지 않아요?”
“전에 어학당 친구가 알려줘서 거기 이태원에 속옷 가게 가본 적이 있었는데요, 큰 사이즈의 브래지어가 있기는 한데 다 미국이나 서양에 덩치 큰 여자들에게 맞는 거만 있고 저한테 맞을 만 한 건 하나도 없더라구요. 그리고 그 때 이태원 갔을 때 너무 안 좋은 경험을 해서 다시 거기 가고 싶지도 않구요.”
“왜요? 그때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나요?”
“네, 제가 속옷 가게 찾으려고 골목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르는 외국인들이 저보고 휘파람도 불고 야한 말 하면서 집적거리려고 하고...... 서울 시내 다른 곳을 돌아다녀 봐도 그런 일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이태원에 있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아직 그런 문화가 남아 있는 것 같더라구요. 그 때 정말 기분이 너무 나빠서 두 번 다시는 이태원에 가고 싶지 않게 되었어요.”
캣 콜링 (Cat calling),
남자들이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휘파람을 불거나 성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빗대어 표현하는 말로, 우리말로 바꾸자면 ‘노상 성희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일일 수 있지만, 서구권에서는 아직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2014년에 미국 뉴욕 맨하튼 거리에서 20대 여성이 10시간 가량 노상에 머무는 동안 얼마나 많은 캣 콜링 등 성희롱이 발생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 진행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실험 대상 여성은 무려 100여 차례가 넘는 성희롱을 당했다는 결과가 나온 적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시선 강간’ 이라고 해서 지나가는 여성을 약간 좋지 않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일은 있을 수 있어도, 이렇게 휘파람을 불거나 성적인 말을 하는 경우는 극히 없는 편인데,
서구권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고 술집 등 유흥업소 등도 밀집해 있는 이태원에서는 아직도 이와 같은 일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었다.
실제로 민재가 가끔 이태원에 밤늦은 시간에 방문했을 때, 술 취한 외국인들이 한국인 여성들을 향해 캣 콜링을 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경우도 몇 번 있었다. 그걸 보고 화가 나서 그 외국인들과 싸울 뻔 한 일도 몇 번 있었고 말이다.
“이태원이 참 좋은 동네고 볼 것, 먹을 것, 즐길 것들도 참 많은 동네이긴 한데, 저도 그런 문제 때문에 자주 가지 않게 되더라구요. 모임 자리를 갖게 되도 이태원은 되도록 피하려 하고 있구요.”
“그럼 오빠는 친구들 만날 때 이태원 말고 주로 어디서 만나세요? 지난번 거기 강남에 클럽 같은데?”
아이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클럽에서는 자주 안 만나지만, 그래도 역시 강남에서 주로 만나게 되는 편이죠. 모임 갖기 좋은 장소가 많이 있거든요. 참, 그러고 보니 우리 광장 시장 갔을 때, 이제부터 내가 아이한테 한국 구경 시켜주겠다고 약속 했었잖아요?”
“아, 맞아요! 그 사이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잊고 있었네요? 저 빨리 오빠랑 같이 한국 구경 다니고 시포요~!”
아이가 민재의 손에 깍지를 끼며 어깨를 살짝 흔들었다.
그녀의 몸이 흔들릴 때 그녀의 젖가슴이 그의 어깨에 와서 닿는데......
하아아아아아아......
민재의 입술에 저도 모르게 사르르 웃음이 지어졌다.
“그럼 이번 주말에 어디를 갈까요...... 명동이나 청계천 같은 곳은 이미 가봤을 것이고....... 아! 서울 사람들이 연인이 생겼을 때 꼭 한번 같이 가는 곳이 있는데, 거기로 가볼까요?”
“연인이 생기면 꼭 가는 곳이라구요? 그런 곳이 있었어요? 거기가 어딘데요?”
“남산에 있는 타워에요.”
“남산에 있는 타워요? 왜 연인이 생기면 거기 꼭 가야 해요?”
“거기 남산 타워에 ‘사랑의 자물쇠’ 라는 걸 달아놓는 벽이 있어요. 연인이 생기면 둘이 거기를 함께 가서, 서로의 사랑이 영원히 다른 사람한테 도망가지 못하게, 그리고 서로의 마음에 다른 사람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자물쇠로 잠가 버린다는 일종의 이벤트를 하는 곳이죠.”
“아아, 로멘치쿠데아루 (아아, 로멘틱하다)...... 저 거기 갈래요! 거기 오빠랑 꼭 함께 가고 싶어요! 가서 오빠 다른 데로 못 도망가게 하려고 엄청 큰 자물쇠로 잠가 버릴 거야!”
아이는 민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다.
민재는 아이의 이마에 살짝 키스를 해주었다.
“그래요, 우리. 이번 주말에 남산 가서, 올라갈 때 케이블카도 타보고, 사랑의 자물쇠도 잠그고 오고, 그 밑에 한옥 마을도 둘러보고, 호텔에서 맛있는 저녁 먹고 거기서 하룻밤 자고 와요.”
“와아, 호텔이요? 너무 좋겠다....... 빨리 주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는 표정은 벌써부터 설레임이 가득 해 보였다.
마침, TV 드라마에서 남주와 여주가 서로를 포옹하고 키스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 때, 아이가 손을 뻗어 반대쪽에 있는 민재의 오른손을 잡아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점점 자신이 입고 있는 농구 유니폼 안으로 집어넣는 것이 아닌가?
이제 민재의 손끝에 그 안에 있는 그녀의 살결이 느껴지는데,
역시,
아까 느꼈던 것이 맞았다.
그녀는 안에 팬티까지 모두 벗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가 민재의 얼굴을 아련하게 올려다보며 말했다.
“오빠, 우리....... 나...... 오늘도 해 줄 거죠......?”
해 줘?
뭘 해 줘??
아,
그거?!?!
해줘야지!!!
아이가 해달라는데 당연히 해줘야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해주고 또 해줘야지!!!!!
민재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TV 드라마 속 남주와 여주가 했던 것처럼,
그녀의 입술에 진한 키스를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