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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화 〉일본에서 온 그녀 (23) (40/140)



〈 40화 〉일본에서 온 그녀 (23)

일본에서 온 그녀 (23)


민재는 지금까지 누군가와 연애를 할 때 상대방의 뒷조사를 한다든지, 그녀의 과거에 대해서 알아본다든지 하는 짓을 단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인스타, 페북 등 상대방의 소셜미디어를 찾아가 과거 행적들을 파헤치는 짓도 해 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팬 카페에 있던 글들이 너무 중구난방이라 뭐가 맞는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아이가 정말 야쿠자와 사귄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만은 반드시 알아보는  좋겠어.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야쿠자나 폭력조직에 몸담은 사람과 교재할 리가 없잖아?’

이런 생각에, 민재는 그녀의 SNS를 찾아 들어가 보기도 했다.



지금 민재가 아는 아이의 SNS 계정은 친구공개로만 설정된 인스타 하나뿐이었다. 민재가 그녀의 인스타와 친구 맺기를   아이가 그의 집에 들어왔을 무렵의 일이었다.

그녀의 인스타 친구들은 불과 수십여 명뿐. 민재 외에는 대부분이 현재 어학당을 같이 다니고 있는 친구들이거나 일본에 있는 친구들, 함께 아이돌 활동을 했거나 그라비아 모델 활동을 했던 몇몇 일본 여자 연예인들뿐이었다.

친구공개로 되어 있는 그녀의 인스타에는 주로 한국에서의 일상 사진들이 올라와 있었다. 물론 지난번 그녀와 경복궁, 광화문을 갔을 때의 사진들도 올라와 있고 말이다.



사진을 모두 둘러봐도 일본에서 아이돌 활동을 하던 시절의 사진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것만으로는 그녀의 과거에 대해 도저히  수 없었다.



그래서 페이스북  그녀의 다른 SNS을 찾아보았는데, 모두 비공개로 돌려져 있거나 계정이 탈퇴된 상태였다.



주형의 정보력을 빌리려 한 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막상 주형에게 일을 의뢰한 후, 민재는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아이가 과거 야쿠자와 사귄 적이 있는 걸로 드러나면 어떻게 해야 하지? 흠...... 아무리 연예활동 하느라 세상 물정을 모르기로서니 야쿠자와 사귀었을 리가...... 게다가 아이돌을 하고 있었을 때면 아직 성인이 되기 전이었을 텐데......’




간만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야쿠자와 사귀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그녀와 헤어져야 할까? 그래도 그녀의 입장을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때 말하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럼 또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걸까?



그런데,

이렇게 상대방의 과거를 알고 헤어진다는 게 옳은 일일까?



과거에 야쿠자와 사귀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녀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것이 옳은 일이겠냔 말이다.


만약 정말로 과거에 야쿠자와 사귀었다는 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지금은 그 때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음을 솔직하게 인정한다면 굳이 책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리고 교제 상대가 야쿠자라도  사람이 만약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면......


아니, 아니~! 세상에 나쁘지 않은 착한 야쿠자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그런 사람과의 교제 과정에서 별 문제가 없었다면......

잠깐, 진짜 그랬다 해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야쿠자는 성인일 테고  때 아이는 미성년자였을텐데?

아악~! 머리가 복잡해 터져버릴 것 같다~!

민재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행했다.


그는 주전자에 물을 끓여 자스민 차 한 잔을 준비해 다시 서재로 돌아왔다.



책상 앞에 앉아 향긋한 자스민 차의 향을 맡으니, 조금은 마음이 진정되는 것이 느껴졌다.



‘일단 팬 카페에 쓰여진 글들은 모두 믿을 필요는 없어. 지금 주형이에게 일을 의뢰한 것도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확인하려는 것뿐이지, 아이가 정말 과거에 야쿠자와 사귀었다는 가정 하에 그녀의 과거사를 파헤치려고 이러는 게 아니잖아? 지금까지 함께 해본 아이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그녀가 야쿠자와 관계되었을 거란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단 말이야? 내가 지금 너무 과민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닐까?’


분명히 그런 점도 있었다.


최근 들어 아이가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모습들로 인해,


그녀에 대한 자신의 애정과 애착도 더욱 깊어지고 있었고,

그녀에 대한 기대치 역시 나날이 높아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과거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오점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도 분명 있었던 것이다.



‘주형이 무언가 알아오기 전까지 이 일에 대해 아무것도 예단하지도 말고, 섣불리 앞서 생각하려고도 하지 말자. 전과 똑같이 아이를 대하고, 전과 다름없이 행동 하자.’

자스민 차를  잔 마시고 책상 위에 찻잔을 내려놓았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가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주었던 것도 이 자스민 차였는데.......’




갑자기 찻잔에 아이의 밝게 웃는 얼굴이 보이는 듯 했다.

‘솔직히...... 인터넷에 있는 글들이 모두 헛소리이기만을 바랄 뿐이고...... 주형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든 난...... 아이랑 계속 같이 있고 싶어......’

주식과 부동산, 여러 사업에 투자 하며 늘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하기를 좋아하던 민재에게,




아이는 이미 이성이 아닌 감성에 의해서만 판단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 * *

어학당의 수업이 모두 끝나려면 아직 좀  기다려야 하는 시간,

그럼에도 민재는 다른 날 보다 훨씬 일찍 아이를 데리러 어학당 앞에 도착해 있었다.



그 뿔테 안경 스토커가 유치장에 나왔다고 했으니, 혹시라도 그 녀석이 아이가 있는 이곳 어학당에 나타날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다행히 아이가 민재의 차에 올 때까지, 그 녀석은 어학당 주변에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오빠, 제가 만들어 놓고  커리는 맛있게 드셨어요?”




아이가 조수석에 타며 그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민재는 그녀에게 다정하게 안전벨트를 매어 주었다.




“네, 너무 맛있었어요. 원래 일본식 커리에 소시지나 파, 마늘 넣는 건 알았는데 낫토도 같이 먹을 수 있다는  몰랐거든요? 그런데 커리에 낫토를 함께 먹으니 또 다른 풍미가 있더라구요.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오빠가 맛있게 드셨다니 저도 기뻐요.”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기뻐했다.



‘이런 아이가 폭력조직 야쿠자와......? 역시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녀의 웃음을 보고 있자니,  이상 안 좋은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아이의 웃음은, 그를 완전히 무장 해제 시켜버리는 묘한 힘이 있는 거 같았다.



민재가 강남을 향해 차를 출발하며 말했다.




“그런데 아이, 오늘 어학당에서 별 일 없었죠?”


“네, 그냥 수업 받은  외에는...... 왜요?”


“아까 오전에  변호사님한테 연락 왔는데, 그 스토커 녀석이 유치장에서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혹시 이 근처에 나타나지는 않았나 해서요.”



“아, 어제 그 경찰님이 그렇게 말해 주셨었죠? 진짜 나왔나 보네요?”



한국어가 제법 유창한 편이긴 하지만, 아이는 이렇게 경찰이나 형사를 ‘경찰님’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다른 사람이나 직업에 대한 호칭을 부를  다소 어색하게 말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 녀석, 아직도 제가 저지른 잘못이 죄가 되는지 아닌지도 잘 모르고 있다 하더라구요. 아무래도 나는 종강 전까지는 아이가 어학당에 있을 때만이라도 경호원들로부터 신변 보호를 받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이는 어떻게 생각해요?”



그 말에 아이는 곰곰이 생각해 보고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얏빠리 (역시)...... 안될 거 같아요. 경호원들과 함께 어학당 다니는 거 말이에요. 지금도 오빠가 차로 태워서 학교 오고가는 것 때문에 친구들이 저를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 같거든요. 뭐, 사실 오빠랑 동거하는 게 맞긴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제가 오빠랑 같이 살림 차린 거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도 하구요. 그러면서 왠지 모르게 그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전과는 달리 위화감도 느끼고 있구요...... 그런데 경호원까지 절 따라다니면...... 그건 좀 싫어요.”



민재는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다음 주면 종강이라고 했죠?”


“네, 맞아요.”


“그럼 종강 때 까지만 이라도 내가 어학당에 같이 있어줄게요. 그게 나도 마음이 편할 거 같아요.”



“정말요? 그럼 오빠도 저랑 같이 수업 들어요!”


아이가 좋아라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어...... 아이? 내가 어학당에서 한국어 수업 듣기에는 한국어 실력이 충분히 좋을 거 같은데요? 저 한국어 원어민인데......?”


“그래도 공부 더 하면 좋죠~! 공부는 끝이 없는 거라던데!”



참, 한국말이 아직 서투른  같으면서도 말 한마디로 도저히 반박 못하게 만드는 재주는 탁월한  같다.


민재는 내가졌다, 하는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참, 그러고 보니 오늘이 벌써 불금이네요?”


“맞아요, 오빠랑 같이 클럽 다녀온 지 딱 1주일 되는 날이에요!”



“아이, 또 클럽 가고 싶어요?”



“아니오. 전에 가서 밤새 원 없이 춤춰서 당분간 안가도 되요.”



다행이다......


민재는 진심어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우리 내일 남산으로 데이트 가기로 했잖아요? 내일 가서 사랑의 자물쇠 꼭 잠그고 와야 하니까, 오늘 클럽 가면 내일 데이트 못할 수도 있으니까 더 가고 싶지 않아요.”



아이는 이번 주말 데이트를 손꼽아 기다린 모양이었다.




민재도 이번 데이트를 위해 주변 호텔도 예약하고 데이트 코스도 미리 파악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럼 오늘은 우리 저녁 먹고 대치동에 있는 건물 가서 간단하게 운동이나 하고 올까요? 거기 있는 ‘나만의 헬스장’에서 말이에요.”

“맞다! 오빠 저 거기  가보고 싶었는데! 그럼 우리, 저녁 먹고 가지 말고, 집 가서 바로 운동복 갈아입고 운동하러 가요!”




“왜요? 운동 먼저 하고 밥 먹으려구요?”




“네! 밥 먹은 다음에 운동 하면 배고파서 잠 안 오거든요!”

아, 그럴 수도 있겠다......!

민재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사람은 집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걸어서 대치동에 있는 민재의 건물까지 운동 삼아 걸어가기로 했다.

대치동에 있는 그의 건물은 삼성동 A아파트에서 걸어서 10 ~ 15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이제 날에 제법 더워진지라 민재는 반바지와 기능성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아이는 검은색 레깅스와 하얀색 스포츠 브라탑을 입고, 머리에는 하얀색 야구 모자를 쓰고 집을 나섰다.



아무래도 몸에 착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은지라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가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A아파트에서 대치동 건물로 걸어가려면 코엑스와 삼성역, H백화점 앞을 지나가야 한다.

마침,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테헤란로 주변을 거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었는데,


레깅스와 브라탑 차림으로 글래머러스한 매력을 뽐내며 길을 걷는 아이를  사람들은 입을 떡 벌리고 그녀를 쳐다보기 바빴다.


“우와...... 연예인 아냐?”




“여기 원래 코엑스 있어서 연예인 자주 다니는데...... 모자를 써서 누군지 모르겠는데 분명 연예인 맞는 거 같아.”




역시 얼굴을 가려도 아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연예인 포스는 가려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행인들의 주목을  몸에 받으며 대치동 건물에 도착했다.



“여기가 오빠 건물이에요?”




대치동 건물은 압구정 건물에 이어 아이가  두 번째 민재의 건물이었다.



“네, 맞아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물이기도 하죠.”



“그런데 여긴 1층에 있는 카페 말고는 전부 다...... 병원들만 있네요? 마치 작은 종합 병원인 거 같아요!”


“원래 이 건물은 병원들에게만 세를 주기로 계획했던 건물이거든요.”

“왜요?”

“여기가 테헤란로 옆이라 목이 굉장히 좋은데, 병원은 이런데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고 한 자리에서 계속 운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게다가 병원은 늘 기본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이기도 하구요.  마디로 건물주 입장에서 보면 월세 받기 가장 좋은 게 병원에 세 주는 건물이라는 거지요.”

“저희 오또상(아빠)도 오빠랑 비슷한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어요. 가장 믿을만한 임차인은 병원과 약국 하는 사람들이라구요. 한번 세를 주면 별 문제도 없이 한 곳에 계속 머물러 준다고 좋아하셨거든요.”



“건물주 입장에서는 병원 의사 선생님들하고 약국 약사 선생님들을 그래서 엄청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자, 여기 이 건물 10층이 내가 말한 ‘나만의 헬스장’ 이 있는 곳이에요. 그럼 함께 올라가 볼까요?”

“네, 오빠!”


아이는 민재의 팔짱을 끼고 그의 건물로 함께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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