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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화 〉1차 사랑 전쟁 (4) (54/140)



〈 54화 〉1차 사랑 전쟁 (4)

1차 사랑 전쟁 (4)

야쿠자가 자리에 앉은 후, 두 사람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편의상, 똘마니에 의한 통역 과정은 대부분 생략하겠습니다.)



“아이가 DQ-girls에 있을 때, 그 연예 기획사에서 아이돌들 경호하는 일을 맡았던 분, 맞지요?”

민재의 물음에, 야쿠자는 조금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어떻게 알았나? 나에 대해 뒷조사라도 한 건가?”

“네, 조금은. 그런데 당신, 아이가 미성년자일 때부터 계속 귀찮게 쫓아다녔던데? 심지어 아이가 당신네 회사를 나온 후에도 그라비아 촬영 현장까지 계속 쫓아다니고. 다 큰 어른이 그게 무슨 짓이지? 쪽팔리지도 않아요?”




“이 녀석! 무슨 소리야?! 누가 누구를 쫓아다녀?! 나와 아이짱은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야쿠자가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쾅 내리쳤다.



민재의 뒤에  있던 전직 국군정보사 요원, 박윤수와 장주영은,

‘이 새끼 봐라......?’

하는 표정으로 야쿠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거짓말도 적당히 해야지. 그런 말을 누가 믿어줄 것 같아요? 아이가 DQ-girls 탈퇴하고 회사에서 나오기 전부터 그라비아 모델 일마저 그만둘 때까지, 당신과 당신네 회사에서 아이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이미 다 알고 있어. 나도 그 얘기 듣고 그 쪽이랑  쪽 회사에 상당한 유감을 가지게 되었고.”



민재는 야쿠자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간신히 분을 삭히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일단 몇 가지 물어봅시다. 당신, 한국까지 와서 아이를 찾는 이유가 뭡니까? 아이를 찾으면 어떻게 하려는 거지요?”




“그 전에, 네놈은 대체 뭐하는 놈이냐? 너! 너도 아이짱이 나온 유튜브 영상에서   같기는 한데, 대체 뭐하는 놈인데 나하고 이런 말을 하는 거냐고?”




“보다시피 아이하고 같이 유튜브 촬영하는 동료, 그리고  유튜브 채널 운영하는 녀석의 친구요. 그래서, 지금 내가 먼저 물었잖아? 한국에 와서 아이를 찾아 어떻게 할 거냐고?”


야쿠자가 짐승같이 으르렁 거리는 표정으로 민재를 쏘아보며 말했다.



“아이짱은  여자다! 내 여자를 다시 일본으로 데리고 가려  거야! 아이짱 어디 있나? 어디 있는지 어서 말해!”



“한번만 더 아이가 당신 여자인 것처럼 거짓말하면, 당신 여기서 무사히  나갈 수도 있어. 당신 뿐 아니라 당신이 데리고 온 꼬봉들까지 전부 다.”



뒤에 서있던 전직 국군정보사 요원들이 손가락 마디를 우두둑거리고, 어깨를 가볍게 돌리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의 말을 통역하는 똘마니들의 표정이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민재는 소파에 등을 편히 기대며, 야쿠자를 살짝 내려 보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살려는 드릴 테니, 아이에 대한 모든 집착을 버리고 지금 당장 일본으로 돌아가. 가서 두 번 다시 아이에게 온라인으로든 오프라인으로든 집적거리지 말고.”

“뭐? 뭐라고? 너  녀석!”


“그리고 가서 당신네 연예 기획사 사장한테도 전해. 어차피 아이는 지금 일본 연예계로 복귀할 생각 같은 건 전혀 안하고 있어. 그런데도 저번처럼 악성루머 퍼뜨려서 아이가 한국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것마저 방해하려 한다면, 그  내가 나서서  회사 날려버릴 거야. 당신네 연예 기획사 재정 상태 재무제표 찾아보니 훅, 불면 그냥 훅, 날아갈 정도로 상태가 형편없던데? 경고해 두겠는데, 내 말 새겨듣지 않으면 정말 당신네 연예 기획사 하룻밤 사이에 쪽박 차게 만들어 줄 수 있으니 명심하라고 해.”



“오노레(네 이놈)~! 내가 누구인지 알고 그런 말을......!”


야쿠자가 소리를 버럭, 지르며 한 손을 자켓 안으로 집어넣으려 했다.



순간,




퍽!




파바박!



눈 깜짝할 사이, 야쿠자의 몸이 공중에 붕, 뜨더니 의자 뒤로 저만치 날아가고 있었다.




민재의 뒤에 서 있던 전직 국군정보사 요원 장주영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솜씨로 그를 날려버린 것이다!


그 사이, 또 한명의 전직 국군정보사 요원 박윤수가 삼단봉을 뽑아 들고 야쿠자 똘마니들을 향해 겨누며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 대가리 깨지기 싫으면.”

똘마니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쿵!

한참을 날아간 야쿠자의 몸뚱아리가 바닥에 처박히고,


장주영이 그에게 다가가 자켓 속에 들어 있던 사시미칼을 뺏어들었다.



야쿠자가 소리를 지르며 자켓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을 때, 그가 품안에 숨겨두고 있던 이 사시미칼을 뽑으려 하는 것을 눈치 채고 본능적으로 전투력을 발휘한 것이다.

장주영은 무릎으로 그의 등을 눌러 제압한 후, 빼앗은 사시미칼로 그의 목을 겨눈 채로 민재에게 말했다.


“사장님, 이런 야쿠자 새끼는 말로 해서 안 될 것 같은데, 그냥 여기서 모가지 따버릴까요?”



그의 표정을 보니 진심으로 야쿠자를 죽일 것 같았다.

민재가 놀란 표정으로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



“안돼요! 밑에 바닥 대리석 타일이라  흘리면 안 지워져요!”



“아, 그럼 건물 값 떨어질  있으니 안 되겠네요? 야, 이 빙신 야쿠자 새끼야, 너 오늘 운 좋은 줄이나 알아라.”



장주영은 사시미칼 옆면으로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


와,  사람들......

진짜 모가지 몇 번씩 다  본 건가, 모가지 딴다고 말 하는 거나 행동하는 게 모두 다 너무나 리얼하게 살벌했다.

그러고 보니 강운예 관장도 ‘모가지 딴다’라는 표현을 쓰는 적이 있었는데......



‘원래 국군정보사 사람들한테는 모가지 딴다, 라는 말이 유행어 같은 건가? 다들 똑같이 이런 표현을 하고 있네......? 어쨌든 이 분들이 있으니 든든하구만. 하마터면 큰일 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말이야.’


장주영의 움직임은 민재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빠른 것이었다. 실제 격투기 선수들이 이보다 더 빠를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민재가 통역을 하고 있는 재일 교포로 보이는 똘마니를 향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당신네 오야붕한테 전해요. 지금 일본으로 조용히 돌아가고 앞으로 아이에게 아무런 해코지도 안하겠다고 하면 여기서 살려서 보내줄 것이고, 그래도 아이를 포기하지 못하겠다면...... 내가 어떻게 할지 알죠?   그대로 통역해요.”




똘마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야쿠자에게 그의 뜻을 전달했다.



장주영에게 깔린 채로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던 야쿠자,



그가 들릴 듯 말든 작은 목소리로 무어라 이야기했다.




“그러겠답니다, 오야붕이 그렇게 하겠답니다!”



똘마니는 본인이 더 애가 탔는지 땀을 뻘뻘 흘리며 민재에게 그의 말을 전했다.

“......놓아주세요.”

민재의 말에, 야쿠자의 등을 짓누르고 있던 장주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쿠자는 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검은 정장에 묻은 먼지를 손으로 탁탁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쿠자 일당들은 이내 수치심으로 얼굴을 붉히며 스튜디오 밖으로 빠져 나갔다.



그들이 나갈 때, 마침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 관장님?”


민재가 바라보니 강운예 관장이 전직 국군정보사 요원들과 똑같은 검은색 사제 테러복을 입고 안으로 들어오고는 중이었다.

그러다 마침 밖으로 나가는 야쿠자들의 얼굴을 스윽, 훑어보고는 ‘아, 이놈들이었어?’ 하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강운예 관장을 본 박윤수와 장주영이 차려 자세를 취하고 그에게 경례를 했다.

“단결! 어서 오십시오!”

“됐다, 전역하고 나서는 경례 안 해도 된 다니까? 이제 민간인 됐으니 더는 밖에서 군인티 내고 돌아다니지 마라. 우리가 무슨 해병대도 아니고.”



민재가 그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관장님, 그런데 여기까지 어쩐 일이세요?”



“어쩐 일이긴, 첫날인데 우리 애들 잘하고 있나 확인도 하고, 또, 그 야쿠자 놈들이 너 있는 데로 온다는 소식 듣고 나도 어떤 놈들인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찾아와 봤지. 어차피 일요일이라 체육관도 안하고 말이야.”



그러면서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오는 강운예 관장,


그런데 그의 손에 웬 타이어 두 개가 들려 있었다.




“관장님, 그 타이어는 뭔가요?”




“아, 이거? 너네 건물 앞에 어떤 새끼가 주차를 아주 좆같이 해 놔가지고, 그냥 앞바퀴 두 개 뽑아가지고 와버렸다. 제대로 엿 좀 먹어보라고. 이거 이따가 체육관 챙겨가서 하나는 애들 스탠스 연습 시킬  쓰고, 하나는 해머 내려치기 할  쓰면 딱 좋을  같은데?”



“네에~? 그래도 타이어를 뽑아 오시면......?!”




민재가 깜짝 놀라 급히 엘리베이터 복도로 뛰어나가 창밖을 내려다보니,

야쿠자들이 자신들의 차 주위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뭐라 뭐라 욕설을 지껄이고 빽빽,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강운예 관장이 뽑아온 타이어는 바로 야쿠자들 차에서 뽑아온 것이었다.




“와, 관장님...... 저 차가 야쿠자들 차인 거 아시고 타이어 뽑아 오신 거세요?”

“아,  차가 그 놈들 거였니?  몰랐는데? 내가 원래 길막 하는 놈들하고 주차 좆같이 하는 놈들을 싫어해서 말이야, 어쩌다  놈들이 나한테 걸린 거지 뭐.”


강운예 관장은 타이어를 스튜디오 구석이 내려놓으며 씨익 웃었다.




* * *

민재는 아이에게 조금 늦을 것 같다는 전화를  후, 강운예 관장과 박윤수, 장주영 등과 함께 자신의 건물 옆에 있는 제주도 흑돼지 삼겹살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했다.


“관장님, 그런데 이런 능력 있는 분들을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모으셨던 거예요?”



“아, 내가 어제 얘기 하지 않았나? 지금 내가 몸 담았던 부대 출신 전역자들이나, 나한테 운동 배운 선수 출신 애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취업 문제로 고민 하는 애들을 많이 보게 되었거든? 그래서  녀석들도 돕고 나도 부업도 할 겸 얼마 전에 경호보안 사업을 작게나마 시작했지. 여기 있는 윤수, 주영이나 먼저 보낸 승범, 용준 모두 우리나라에서 정말 내로라하는 요원들이었으니, 이런 일에서도 실력 발휘 톡톡히 할 수 있을  같아서 말이야.”

“네, 여기 계신 분들 실력은 아까  눈으로 직접 보았습니다. 정말 상상 이상으로 대단하시던데요?”


민재는 진심으로 감탄하는 표정으로 박윤수, 장주영을 바라보며 그들의 잔에 소주를 따라 주었다.




“그런데 그 녀석들, 다시는 네 여자 친구에게 집적거리지 않겠다고 말하고 간 거라고?”


“네, 그러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더니 겁을 먹었는지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런 놈들의 말을 믿는  아니지?”

“네, 사실 저도 이렇게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 걱정입니다.”



민재가 스승의 잔에 소주를 따라 주며 말했다.


“조직폭력배들의 말은 믿어서는  되겠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어떤 비열한 짓도 마다하지 않을 놈들이니까. 아마 지금은 살기 위해 그냥 물러난 것이겠지만, 조만간  무슨 꿍꿍이를 벌일지 몰라. 그러니 놈들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부터 알아내면 좋겠지. 마침 차도 그냥 두고 갔으니  안에 있는 물건들이나 차적을 추적해보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게다.”



밖을 쳐다보니 바퀴가 뽑힌 야쿠자들의 차가 길가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야쿠자들은 차를 버리고 그냥 가버린 모양이었다.

“관장님, 설마...... 그래서 일부러 타이어 뽑으신 거였어요?”


“아니, 아까도 말했잖니? 내가 원래 길막 하는 놈들이랑 주차 좆같이 하는 놈들 엄청 싫어해서 그런 거라고.”



강운예 관장은 눈을 찡긋 하고 웃고는 다 함께 잔을 부딪치고 시원하게 한잔 들이켰다.

“아무튼 관장님, 이렇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고맙기는. 이게 다 네가 평상시 나와 다른 이들에게 베풀었던 선행들이 쌓여 복으로 돌아온 것이니 이것 또한  덕이라  수 있지. 진짜 부자는 돈만 많은 자가 아니라, 언제든 나를 도와줄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널려 있을 정도로 좋은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이라는 말도 있지 않니? 그런 의미에서 네가 참된 부자가 되어가는 거 같아 내 마음도 흐뭇하구나.”



강운예 관장은 손수 민재의 술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민재는 스승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두 손으로 공손히 그의 잔을 받았다.

* * *



강운예 관장과 식사를 마친 민재는 저녁 8시가 되어서야 대리기사가 운전해  자신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원래 오늘 함께 영화를 보러 나가기로 했는데, 약속했던 것보다 훨씬 늦게 귀가한 민재 때문에 아이는 몹시 화가  있었다.



“이제 어학당 종강해서 나 좋은  많이 데려가 주겠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다른 사람하고 술 마시고 들어오는 거예요? 게다가 오늘 나랑 영화 보러 가기로 약속까지  해놓고는!”


벌써부터 결혼한 와이프의 잔소리를 듣는 느낌,

하지만 민재는 싫은 생각보다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그녀는 이미 외출복까지 예쁘게 차려 입고  시간 째 그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민재는 ‘너 쫓아서 한국까지 온 야쿠자 문제 처리하다가 늦었어.’ 이렇게 사실대로 말하고 싶은 걸  참고는,




그녀의 어깨를 꼬옥 안아주며 말했다.

“미안해요, 어제 오늘 갑자기 술자리가 생겨 버려서...... 우리 그럼 지금이라도 코엑스 지하에 있는 영화관 갈래요? 나  마셔서 운전은 못해도 걸어갈 수는 있으니까.”

“지금...... 요?”




“네, 지금, 어차피 8시라 아직 영화 많이 하고 있을 거예요.”

“......나 오빠 기다리느라 저녁도 안 먹고 있었는데......?”

“그럼 밖에 나가서 저녁도 같이 먹으면 되죠! 거기 코엑스에 맛있는 식당이 얼마나 많은데!   복장 이대로 나가면 되니까, 우리 바로 나가요. 자, 어서!”




민재는 웃으며 아이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저희 지금 걸어서 코엑스  거거든요? 함께 가주시겠어요?”

민재의 말에 사승범, 최용준 두 전직 국군정보사 요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당연하죠,  가시지요!”




민재와 아이는 우리나라 최고 특수부대 출신 전직 군인들의 경호를 받으며 코엑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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