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0화 〉아이의 한국 여행 - 부산 (1) (60/140)



〈 60화 〉아이의 한국 여행 - 부산 (1)

아이의 한국 여행 - 부산 (1)


“자, 이쿠조 (간다)~! 오빠 빨리 출발해요~!”

짐을 잔뜩 넣은 (원래 민재 꺼인) 루이XX 여행용 가방을 손에 든 아이가 민재의 팔짱을 끼고 집을 나서는 중이었다.


민재 역시 큼지막한 슈트케이스를 손에 들고 있었다.

이제 아이가 그토록 바라던, 민재와 함께 하는 한국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가장 먼저 찾아가기로 한 곳은 부산, 그곳에서 4박 5일 동안 머무르며 마음껏 부산을 느끼고 올 예정이었다.


“오빠 이번에 예약한 호텔은 어디에요?”


“해운대에 있는 PH호텔이에요. 거기 프레지덴셜 스위트로 예약했어요.”



“프레지덴셜 스위트면, 전에 우리 피아X VIP 파티 때 갔던 J호텔 펜트하우스보다 더 좋은 곳이에요?”

“음...... 그건 가봐야 알 것 같은데요? 근데 J호텔 펜트하우스는 너무 심했다 싶을 정도로 넓었던 거라 우리가 갈 곳도 그렇게까지 넓을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호텔에 하나밖에 없는 최고급 객실이고 부르나이 국왕이나 해외 지도자들이 왔을 때도  방에 묵었다는  보니 괜찮을  같은데요?”



지하 주차장에 내려와 짐들을 트렁크와 뒷좌석에 실은 뒤 차에 타는 두 사람,



민재는 오늘도 조수석에 탄 아이에게 직접 안전벨트를 매어 주었다.



차가 서울을 출발하고 고속도로에 접어들었을 무렵,




핸드폰으로 자신들이 묵게  PH호텔에 검색을 해 보던 아이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헤에에에~? 오빠, 거기 프레지덴셜 스위트, 하룻밤 자는데 한국 돈 900만원이라는데, 맞아요?”



민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했다.




“네, 맞아요. 그냥 투숙하려면 1박에 900이 조금 넘더라구요.”

“난테 코도 (이런 맙소사, 혹은, 어찌 이런 일이)...... 아무리 좋은데라지만 하룻밤 자는데 900만원이면 너무 비싼  아니에요? 물론 전 좋은데 가서 좋긴 하지만......”


“왜, 너무 부담 되요?”

“네, 너무 비싸니까....... 쫌 부담 되요......”



“걱정하지 마요. 1박에 900만원 다 안 주고 투숙하는 거니까.”

“에? 그러면요?”


“호텔 스위트룸처럼 비싼 방들은 수요가 많지 않은 편이죠. 그래서 호텔들은 숙박비를 파격적으로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이번에 내가 프레지덴셜 스위트를 예약한 것도, PH호텔에서 진행 중인 허니문 패키지라는 프로모션으로 예약한 거예요. 이렇게 하면 1박에 100만 원 정도로 숙박이 가능한데다가, 인룸 조식 (호텔에서 조식을 객실로 가져다주는 서비스)과 사진사가 찍어주는 기념사진 촬영 이벤트까지 해준다고 하네요? 이 정도면 괜찮은 거 같지 않아요?”


“와, 그럼 900만 원짜리 방을 100만원에 쓸 수 있게 된 거예요? 흠...... 하룻밤에 100만원도 결코 싼 돈은 아니겠지만, 갑자기 돈을 1/9 로 절약했다는 생각이 드니, 그것도 되게 좋은 거 같아 보여요! 그런데 패키지 이름이 허니문이면....... 신혼부부들을 위한 상품인 거예요? 오빠 그럼 호텔에 우리 신혼부부라고 말하고 예약하신 거예요?”



“하하하, 그런 건 굳이 호텔에 말 안 해도 되던데요? 그리고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식구가 많은 대가족들이 허니문 패키지로 예약해서 투숙하는 경우도 있고, 꼭 신혼부부들에게만 판매하는 프로모션이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아~ 그렇구나~ 그래도 오빠랑 허니문 패키지를 이용한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설레고 기분이 좋아요......! 하기야, 지금 우리가 함께 있는 것도 허니문이나 마찬가지니까...... 으흥♡ 이렇게 반지도 같은  끼고 있고......”



아이의 얼굴이 괜스레 발그레해진 얼굴로 네 번째 약지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보았다.




역시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고속도로 통행은 막히는데 없이 양호했다.




그래도 부산까지 운전해 가려면 4시간 넘게 걸려야 하긴 하지만.



민재는 이번 부산으로 차를 몰고 내려가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다. 지금까지 여행을 다닐 때면 늘 대중교통을 이용하곤 해서, 이렇게 직접 장거리 운전을 하는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산처럼 먼 곳을 찾아가는 것도 처음인데...... 이럴 때는 무조건 내비게이션만 믿고 가는 수밖에.’



민재는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앞만 보고 계속 차를 몰고 있었다.



이러는 중에도 아이는 계속 부산과 여러 호텔들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었다.



“아, 오빠! 부산에 잠실에 있는 거랑 같은 6성급 L호텔도 있다는데요? 6성급이면 다른 호텔들보다 훨씬 좋은 호텔이에요?”



“아, 거기요? 그런데 그 6성급 호텔이란 말이 공식적으로 진짜 존재하는 등급이 아니라 그냥 자기들이 붙인 말이에요. 실제로는 다른 5성급 호텔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거죠. 게다가 잠실에 있는 L호텔은 객실이 전부 90층 이상에 위치해 있어서 전망이 아주 기가 막힌  반해, 부산 L호텔은 객실이 모두 20층 미만에 있다고 들었어요. 또 조망도 해운대 쪽이 아니라 항구 쪽을 바라보고 있어서 오션뷰도 PH호텔에 비해 조금 아쉽다는 평도 많았구요. 나도 이번에 호텔 고르면서 PH호텔하고 L호텔 중에 어디를 예약할까 고민해 봤는데, 4박 5일 동안 즐길 오션뷰를 생각해서라도 PH호텔이 훨씬 나을 것 같더라구요.”

“아, 그렇구나~! 오빠 진짜 잘 하셨어요. 어학당 친구들도 부산 내려가면 역시 해운대 오션뷰를 봐야한다고 다들 그러더라구요.”


“나도 그것 때문에 많이 기대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부산에 가는 건 어렸을 때 부모님이랑 와본 이후 처음이에요. 그 때는 해운대하고 태종대를 다녀왔었는데, 그게 벌써 십 몇  전이니 거기도 많이 바뀌었을 거 같네요.”



부모님과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는지, 민재의 눈가가 잠시 아련해지고 있었다.



* * *




출발한지 두 시간여,




이제 부산까지 절반쯤   같았다.

잠시 쉬어가기 위해 휴게소로 들어온 두 사람.


고속도로 휴게소란 곳에 처음 온 아이는 주변을 신기한 듯 둘러보았다.



“우와~!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도 일본에 있는 거랑 되게 비슷하게 되어있구나......! 푸드코트 모양도 비슷하고, 타코야끼나 꼬치 같은 길거리 음식 파는 것까지 똑같아......!”


“아이는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 처음 와  거예요?”


“네! 한국에 있어도 서울 외에는 거의 다녀보질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오빠 차타고 오다보면서 느낀 건데, 여기 이 휴게소도 그렇고 한국의 전체적인 모습이 일본에서 보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같아요. 서울만 빠져 나오면 논밭도 많이 보이고, 도로 주변에 공장 같은 것들도 있고. 제가 일본에 있을  자주 보았던 일본 지방 모습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들이 정말 많았어요. 좀 다른 점이 있다면, 휴게소가 일본보다는 되게 많이 있는 거 같다는 정도?”



휴게소로 들어간 두 사람은 우선 점심부터 먼저 먹기로 했다.



그런데 아이는 푸드코트의 식사보다 주전부리에 더 관심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타코야키와 맥반석 오징어, 델리만쥬, 통감자, 핫바와 떡볶이를 점심 식사 대신 먹겠다며  아름 골라 왔다.

민재도 아이와 함께 스낵으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는 매운 떡꼬치와 에너지 드링크를 사가지고 왔다. 원래 에너지 드링크는 잘 안 마시는 편이지만 운전 중 졸음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사온 것이다.

“타코야키는 일본에서 파는 거랑 맛이 달라서 조금 실망인데, 델리만주랑 떡볶이는 정말 맛있는데요? 오빠랑 사귀기 시작하면서부터 한국 음식들이  맛있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전에 민재랑 사귀기 전에도 광장시장 가서 거기 육회랑 길거리 음식들 다 뿌시고 오고, 클럽 갔다가 해장국 집에서 뼈다귀 해장국도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뚝배기 다 뚝딱 하고 그러지 않았나?

민재랑 사귀고 나서 한국 음식이 맛있어진 게 아니라 그 전부터 한국 음식 되게 맛있게 잘 먹었던  같은데......?



흠, 흠!

민재는 아이가 복스럽게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른 듯, 그저 환한 미소만 짓고 있었다.



* * *

부산에 PH 호텔에 도착하니 오후 3시,



서울에서 출발한지 5시간만의 도착이었다.

“와, 부산까지 운전해 오는 게 이렇게 힘든 건지 미처 몰랐네......! 어서 빨리 자동차가 알아서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자동차가 나와야 하는데...... 진짜 그런 차 나오면 제일 먼저 사야겠어요.”



장거리 운전을 처음 해 본 민재는 다카르 랠리를 완주한 드라이버처럼 몹시 지친 기색이었다.



민재와 이이는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컨시어지의 안내를 받아 29층에 있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으로 올라갔다.



“우와......! 여기가 우리가 4박 5일 동안 지낼 객실이에요......? 스고이......! 진짜 최고다.......!”


아이는 객실로 들어오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PH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은 서울 서초의 J호텔처럼 2층으로 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상상 이상으로 넓고 화려한 모습이었다.




객실로 들어가자마자 광안대교와 부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넓은 거실 공간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거실은 붉은 톤의 포근한 소파들이 놓여있는 응접실과 8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이 있는 다이닝룸, 간단한 조리가 가능한 주방과 업무를 볼 수 있는 서재 공간까지 갖추고 있었다.

침실에는 민재의 아파트에 있는 것과 거의 같은 사이즈의 넓은 침대가 놓여 있었고, 침실 옆의 널찍한 욕실에도 거실과 침실처럼 밖을 내다 볼 수 있는 창이 있어, 부산 바다를 바라보며 목욕을 즐길  있게 되어 있었다.




게다가 민재가 사는 A아파트 드레싱  보다는 작았지만, 옷과 짐들을 보관하는 드레싱 룸에 파우더 룸 기능으로도 쓸 수 있는 공간까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민재가 자신들을 안내해  컨시어지에게 팁을 주며 말했다.

“조식은 내일 아침만 인룸 조식으로 준비해주시고, 다음날부터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먹도록 할 게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허니문 패키지에 포함된 어메니티로 스파클링 와인 1병과 카나페 플레터, 부케와 부토니에 (보통 결혼식에서 신랑의 예복 왼쪽 가슴에 다는 생화를 의미한다.)가 준비되어 있는데요, 이건 언제쯤 준비해드리면 좋을까요?”

“음...... 스파클링 와인하고 카나페는 오늘 저녁 10시에 준비해주시고, 부케와 부토니에는 지금 가져다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부케와 부토니에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컨시어지는 공손히 인사하고 객실 밖으로 나갔다.


“오빠 여기 진짜...... 대박이에요~!”


아이는 광안대교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오션뷰에 한국의 전통적인 멋이 담긴 디자인의 객실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지, 핸드폰을 들고 객실 여기저기를 다니며 사진 찍기 바빴다.


“오빠 집보다 크지는 않지만, 진짜 호텔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넓고 너무 멋진 곳이에요!”

“아이, 마음에 들어요!”


“네! 너무 마음에 들어요! 진짜 스고이, 최고에요!”

아이가 신나게 객실 내부를 돌아다니며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다니는 사이, 민재는 주방으로 들어가 커피머신에 캡슐커피 한잔을 내려 거실로 나와 소파에 편히 앉았다.

거실에서도 광안대교와 시원하게 펼쳐진 부산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있었다.

‘와...... 풍경 하나 기가 막히구나.......! 1박에 100만원이 아니라 900만원 돈 그대로 주고서라도 다시 와서 보고 싶은 모습이다.......!’

사실 어렸을 때  번 오고 정말 오랜만에 와본 부산,



그동안 민재는 부산이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단지 푸른 바다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뻥 뚫리는 느낌,



그리고 서울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묘한 생동감에 가슴이 뛰는 기분.



부산은 그에게 전에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에너지를 전해주고 있는  했다.

민재는 그렇게 오션뷰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으로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잊고 있었다.


똑똑~


잠시 후, 누군가 객실 문을 두드렸다.




민재가 나가보니 컨시어지가 부케와 부토니에를 가져다주었다.




민재는 곧장 이를 받아들고 객실 내 침실을 구경하고 있던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

열심히 밖에 전경을 사진에 담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어머, 꽃다발까지 준비하신 거예요?”

아이는 그의 손에 들린 부케를 보고 조금 놀랐는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우리 아직 진짜로 결혼식을 올린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계속 나와 함께 있어 줄래요?”



민재는 로맨틱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 손에 든 부케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아이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오빠랑 같이 있을 거예요.  이미 오빠껀데...... 앞으로도 계속 오빠랑 같이 있을게요!”

아이는 부케를 손에 쥐고 민재의 품에 와락 안겨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