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9화 〉프로 골퍼 이혜인 (2) (69/140)



〈 69화 〉프로 골퍼 이혜인 (2)

프로 골퍼 이혜인 (2)



대치동 건물에 설치한 스크린골프장에서 혜인에게 골프 레슨을 받은 지 일주일 째,



민재와 아이 둘 다 운동 신경이 있어서 그런지 스윙이 금세 유려해져 있었다.


“두 분  실력이 일취월장하시네요. 이제 골프연습장에서 실제 스윙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마침 가까운 탄천 인근에 골프 연습장이 하나 있는 게 생각났다.



민재는 조만간 그곳에 등록해 보는 것도 좋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 레슨이 끝나고 민재가 좀 더 타석에 남아 골프 연습을 하는 동안, 아이는 혜인과 함께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고 있었다.

아이는 대치동 나만의 헬스장으로 오며 아예 골프 레슨과 퍼스널 트레이닝까지  받을 생각으로 레깅스에 브라탑 운동복 차림을 하고 있었고,


혜인은 골프 레슨을 할 때에는 단정하게 골프웨어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아이와 퍼스널 트레이닝에 들어가기에 앞서 탈의실로 들어가 아이가 입은 것과 비슷한 레깅스와 기능성 스포츠웨어로 갈아입고 나왔다.


두 사람은 오늘도 즐겁게 재잘거리며 함께 운동을 하고 있었다.

‘강사님과 아이가 벌써 둘도 없는 좋은 친구가 되었나 보군. 그러고 보니 아이가 날 만난 이후 어학당 친구들과도 잘 만나지 않았는데, 혹시 아이에게  말고도 다른 친구들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하기야, 지난번 스토커 사건도 있었고 야쿠자 타미야 일도 있었고,

그런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다 보니 민재도 아이를  밖에 혼자 내보내기 걱정되었던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야쿠자 타미야는 같은 조직원들과 함께 구치소에 들어가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하니 두 번 다시 아이에게 해코지 하지는 못할 것이고,


스토커 역시 재판에 회부되어 있는 중.

이제는 안심하고 아이가 친구를 만나러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되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스윙 연습을 하던 도중,



아이가 활짝 웃는 얼굴로 민재에게 다가왔다.




“오빠! 혜인 언니가 좋은 거 가르쳐 줬어요!”



“어떤 건데요?”



민재는 우드를 양손에 잡고 가볍게 기지개를 펴며 물었다.



“중구에 있는 B호텔 수영장이 그렇게 놀기 좋데요! 저녁부터 새벽까지 풀파티도 열리구요! 이번 주 금요일에도 풀파티 한다고 하는데, 우리도 그 때 거기 가보면 안 돼요?”



“풀파티요? 그러고 보니 나도 아직 그런데 한 번도  가봤는데, 그럼 이번  금요일에 거기 놀러가기로 해요. 가만, 거기도 테이블 같은 거 있나? 어떻게 예약해야 되지?”

그런 건 역시 주형에게 물어보면  것 같았다.


민재는 터치스크린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을 집어 들고 주형에게 톡을 보내려 했다.

이  아이가 그에게 한 발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오빠! 그 때 혜인 언니도 같이 가면 안 돼요?”

응???



둘이 가는 것도 아니고,

혜인도 같이 간다고?




그럼 거길 셋이서......?




돌아보니 혜인은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못들은 척 뒤돌아 앉아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민재는 그냥 수영장에서 함께 놀고 풀파티만 즐길거면 상관없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셋이 같이 호텔 들어가서  것도 아니니 별 문제 없을 것 같았다.



“음...... 그래요. 그럼 내가 미리 호텔하고 수영장 예약해 놓을게요.”


“네, 오빠! 오빠, 고마워요~! 언니이~! 오빠가 같이 가도 된데요~!”



아이는 혜인에게 쪼르르 달려가 그녀의 손을 잡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 * *

금요일이 되고,



민재는 아이와 함께 서울 중구에 있는 B호텔에 도착했다.

투숙하기로  날은 금토일 2박 3일.


우선 체크인을 하고 객실에 짐을 놓으러 올라갔다.



이날 민재가 예약한 객실은 프리미엄 풀 스위트.


부산에서 묵었던 P호텔 프레지덴셜 스위트만큼 넓지는 않았지만 침실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었고 거실에는 서너 사람이 충분히 들어가서 놀  있는 작은 실내풀도 있었다.

“와~! 이 호텔에는 방에 수영장이 있네요? 신기하다~!”

“일부러 풀이 있는 객실로 예약해 봤어요. 아이가 수영장에서 물놀이 하는  좋아하니까 객실에서도 마음껏 즐기라구요.”



“그럼 여기서...... 저번에 부산에서 했던 것처럼...... 오빠랑 같이 들어가 그 때  놀이하면 재미있겠다...... 그쵸.......?”

그러면서 살짝 부끄러운 눈웃음을 짓는 아이.


그녀가 말하고 있는 놀이란 게, 민재가 아이의 하루 노예가 되었을  그  일을 말하고 있는  아닌지.......?



......분위기 봐서는 그게 맞는 모양이었다.

“하하, 그럼 이번에 또 내기해서 노예 되기, 이런 거 하는 거예요?”



“네, 오빠! 이번에도 우리 하루 노예권 두고 내기해요! 무슨 내기 하면 좋을까요?”



“흠, 이번엔 어떤 내기를 해야 하지......? 누가 음식 많이 먹나 이런 내기 하면 내가 질  같고.......”



“뭐라구요오~?! 아잉, 오빠아아아앙~!!”




아이는 민재의 등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앙탈을 부렸다.



* * *

민재와 아이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호텔 수영장으로 향했다.



민재는 수영장에 갈 때마다 가져가는 파란색 수영복을, 아이는 노란색 비키니를 입고 있었다.


B호텔 수영장은 실외에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대형풀과 유아들을 위한 키즈풀은 물론,



소수의 인원이 들어가 놀 수 있는 크기의 개인 풀이 있는 카바나 (원두막, 천막이란 뜻. B호텔에 있는 카바나는 차양막이 있는 천막이다.)도 대여해 주고 있었다.




민재는 당연히 이곳 카바나를 예약했다. 금토일 3일 모두는 물론 풀파티 때에도 같은 자리에서 계속 놀 수 있도록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그가 대여한 곳은 수영장 중앙 가장 좋은 자리에 있는, 이곳에서 가장 넓은 8인용 인피니티 풀이 있는 카바나였다. 카바나에는 커튼과 차양막이 쳐져 있어 이를 풀었다 접었다 할 수도 있었고,  안에는 타올과 베개까지 놓인 베드도 준비되어 있어 놀다가 힘들면 누워 쉴 수도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는 말할 것도 없고, 샴페인과 여러 음료들도 차가운 얼음에 담겨 준비되어 있었다.

이렇게 대여하는 비용은 프로모션 끼지 않고 1일 120만 원 정도였다.

“아아, 스고이데스네(최고네요 혹은 환상적이네요)......!”

카바나에 들어선 아이의 입에서 일본어가 터져 나왔다. 바로 한국어로 말하지 못하고 일본어부터 나왔다는 건 그만큼 그녀가 감탄했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개인 풀에 조심스레 발을 담가 보았다.



“물 온도가 너무 차갑지도 않고 딱 적당해요. 놀기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아이는 신이 난 표정으로 물속에 몸을 담갔다.



민재는 물속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를 흐뭇한 표정을 바라보며 잔에 샴페인을 따라 건네주었다.

“마음에 들어요, 아이?”




“네, 너무 마음에 들어요! 여기 혜인 언니가 정말  가르쳐 준거 같아요!”




“참, 강사님은 오늘 언제 온데요?”



“혜인언니는 이따 풀파티 때 맞춰서 8시나 9시쯤 온데요.”



“그럼 그동안 우리끼리 놀고 있을까요?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여기 치킨이랑 피자, 떡볶이, 수제 맥주가 진짜 맛있다고 하던데, 그거 주문해 볼까요?”


“네, 좋아요! 지난번에 간 캐리비안베이도 그렇고, 여기도 뭔가 먹으면서 물놀이   있어서 너무 좋은 거 같아요!”




아이는 호텔에서 빌려온 오리튜브에 앉아 물장구를 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 * *

원래 체력이 좋은 아이,

역시 지치지도 않고 빨빨대고 열심히 잘 놀러 다니고 있었다.



카바나의 개인 풀에서 놀다가 민재가 주문해준 치킨이랑 피자, 떡볶이랑 수제 맥주로 저녁을 먹은 후,



좁은 개인 풀이 재미없어졌는지 이번엔 밑으로 내려와 대형풀에서 신나게 수영을 즐겼다.

그러다가 다시 또 배가 고파졌는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냠냠하는 아이.



‘정말 저렇게 먹고도 살이 안찌는 게 신기해...... 전에 생각했던 데로 살이 전부다 가슴하고 엉덩이로만 가는 체질인 게 틀림없어.’

민재는 아까 먹은 음식들이 아직 소화가 안 되서 물에도 안 들어가고 있는데, 저렇게 열심히 잘 먹고 열심히 잘 노는 아이가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그의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을 먹던 아이가 물었다.


“근데 오빠, 오빠 같은 사람이 수영 못한다는 게 믿겨지지 않아요. 오빠는 진짜 무슨 운동이든 다 잘 하는 줄 알았는데. 오빠, 그럼 혹시 수영 말고 못하는 운동 또 있어요?”



“음...... 스케이트 타는 거? 스케이트화 신고 균형 잡고 움직일 수는 있는데 잘 타지는 못 해요. 그리고 스케이트에 대한 아픈 추억도 있고.”


“아픈 추억? 어떤 건데요?”


“지금도 겨울이 되면 광화문 광장에 스케이트장이 생기는데요, 어렸을 때 거기 가서 발에 안 맞는 스케이트화 신고 열심히 스케이트 타다가 그만 봉와직염에 걸려서 엄청 오래 고생했었거든요.”




“봉와직염? 그게 뭐예요?”



“그 때 스케이트화를 신었던 발 안쪽에 허물이 벗겨졌는데, 거기에 세균이 감염되었던 거죠. 아무래도 그런 곳에서 대여해주는 스케이트 화는 모두 돌려쓰는 것들일 거잖아요? 그래서 환부가 살짝 썩어 들어가고 곪고 잘 낫지도 않고...... 겨울에 한동안 신발도 못 신고 다녀야  만큼 고생해야 했었죠.”

“헤에, 혼토데스까(정말이에요)? 살이 썩는다구요? 아아, 코와이(무섭다).....!”




“네, 그래서 지금도 겨울에 스키나 보드는 타도 스케이트 타는  싫어하고 있어요.”



“그렇구나, 잘 알았어요...... 오빠, 나중에 겨울 되면 우리 스케이트 누가 잘 타나로 노예권 내기해요! 헤헤헤~!”

“응? 뭐라구요?!”



아이는 혀를 내밀고 귀여운 표정으로 약을 올리고 있었다.



* *

풀파티가 시작되기 전, 둘은 객실로 올라가 잠시 쉬었다 내려가기로 했다.

그 사이 아이는 비키니를 검은색으로 갈아입었다.



저녁 8시가 되고 풀파티가 시작되었다.



B호텔 풀파티는 객실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입장권을 구매해 들어올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뜨거운 여름밤을 즐기기 위해 몰려들고 있었다.

이제 낮부터 상주하던 호텔 직원들은 거의 다 빠지고 풀파티를 주관하는 대행사 직원들과 여러 주류 업체 홍보 직원들, 검은색 테러복을 입은 파티 보안 가드들이 수영장에 들어와 있었다.


민재는 이번에도 MD를 통해 개인 가드 1명을 카바나 아래 세워두고  취한 사람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그리고 아이가 화장실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에스코트  수 있도록 미리 조치를 해 놓았다.

이번에 그가 주문한 술은 돔페리뇽 로제 3병. 카바나를 예약하며 패키지로 함께 나왔던 샴페인들이 아직 남아 있었던 데다가, 이번에도 술은 별로 많이 마실 것 같지 않아 간단하게만 준비했던 것이다.



DJ들이 신나는 클럽 뮤직을 시작하고, 풀파티에 참가한 수영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풀로 들어가 물속에서 흥겹게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아이도 카바나에서 아래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모두들 하나 같이 날씬하고 멋진 몸매의 남자 여자들만 가득한 이곳,



시간이 지날수록 풀파티의 열기는 점점 고조되고 있었다.




혜인은 9시쯤 B호텔에 도착했다.


그녀는 허리와 옆 라인이 시원하게 트여있는 붉은색 모니키니를 입고 있었다.

혜인이 아이에게 전해 받은 위치의 카바나로 올라가려고 할 때, 민재가 고용한 가드가 그녀를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제지했다.


“언니~! 혜인 언니~! 괜찮아요, 저희가 부른 사람이에요! 언니, 같이 올라가요!”


아이는 혜인을 보고 밑으로 달려가 가드에게 막혀 있던 그녀의 손을 잡고 카바나로 올라갔다.



의자에 앉아 있던 민재도 일어나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강사님, 어서 오세요.”


“늦어서 죄송해요. 역시 불금이라 그런지 차가 많이 막히더라구요.”



“오늘 차 가지고 오셨어요?”



“아뇨, 아무래도 술을 마시게 될 거라 편하게 버스 타고 왔어요.”




“가실 때는 어떻게 하시구요?”



“파티가 새벽에 끝나니까 택시타고 가아겠죠? 그래도 이 주변은 택시 부르면 잘 오니까 괜찮을 거예요.”

붉은색 모노키니를 입은 혜인은 오늘은 포니테일 머리를 풀고 긴 머리를 찰랑이고 있었다.


슬쩍 보니 가슴 사이즈는 대략 D cup 정도, 아이보다는 크지 않았지만 한국 사람치고는 분명 대단히 풍만한 가슴이었다.



키도 170cm로 커서 볼수록 시원시원한 몸매,

게다가 운동으로 단련된 단단해 보이는 허벅지와 엉덩이는 뭇 남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혜인은 아이와 함께 샴페인을 마시며 DJ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지고 파티 분위기도 점점 무르익고 있었다.

“오빠, 오빠도 그냥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같이 춤 춰요. 어서요!”


아이가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민재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왼쪽에는 검은 비키니를 입은 아이가,




오른쪽에는 붉은 모니키니를 입은 혜인이 거의 살이 맞닿을 정도로 달라붙어 함께 몸을 흔드는 것이 아닌가?

‘아이와 살을 맞대는  괜찮은데, 강사님은 쫌.......?’


민재는 살짝 살짝 옆걸음으로 혜인에게서 물러났다.

혜인도 이를 눈치 챘는지, 살짝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고 있었다.




이렇게 B호텔 풀파티의 분위기는 점점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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