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0화 〉프로 골퍼 이혜인 (3) (70/140)



〈 70화 〉프로 골퍼 이혜인 (3)

프로 골퍼 이혜인 (3)



자정이 되고 오늘 섭외된 인기 DJ가 나와 음악을 틀기 시작하면서, 많은 청춘 남녀들이 대형 풀 안으로 들어가 함께 음악에 맞춰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대형 튜브 위에 여자들을 올려주는 사람들도 있고, 오히려 튜브를 뒤집어 여자들을 물에 빠트리는 사람들도 있고,

물총을 쏘며 장난을 치거나 서로 물장구를 치는 사람들도 있고,


어느새 눈이 맞아 같이 나가는 사람들도 있고......

풀파티의 밤은 그렇게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한동안 아이, 혜인과 함께 몸을 흔들던 민재는 다시 카바나 테이블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은 여전히 신나게 DJ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중이었다.




‘아이가 수영복을 입고 있어서 그런가, 확실히 전에 클럽 갔을 때보다 더 자극적이네.......’

지난번 클럽에서 타이트한 원피스를 입고 춤을 추던 모습보다, 비키니를 입고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더 섹시할 수밖에.




워낙 몸매가 예쁜데다가 춤에 대한 필마저 충만해서 그런지,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아랫도리가 불끈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이와 함께 춤을 추고 있는 혜인 역시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붉은  모노키니를 입은 긴 기럭지에 훤히 드러난 탄탄한 몸매, 게다가 역시 클럽에 다녀본 적 있는  음악을 타는 그루브도 익숙해 보였다.


아이와 혜인은 손에 샴페인 잔을 들고 서로 몸을 흔들다가 서로의 허리를 다정하게 껴안기도 하고, 어깨에 손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서로의 가슴이 살짝 닿을 정도로 붙어 몸을 흔들기도 하는데......



어, 어우.......!

민재는 미리 챙겨온 타올을 몸에 두르는 척 하며 아랫도리를 가려 버렸다.

혜인은 아이와 함께 아래 대형 풀장에 모인 사람들과 DJ를 내려다보면서도, 틈틈이 고개를 돌려 뒤에 앉아 있는 민재를 힐끔 거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민재의 딱 벌어진 어깨 근육과 앉은 상태에서도 보이는 선명한 식스팩 복근을 슬쩍 슬쩍 훔쳐보는데,



그러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아무것도 아닌 척, 고개를 돌리며 샴페인을 홀짝거린다.



그리고 계속 그를 향해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드는데,


민재도 그녀가 자신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저 강사님은  자꾸 돌아보는 거지? 괜히 신경 쓰이네?’



그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술을 얼마 안 마실지 알고 돔페리뇽 로제 3병 밖에 주문 안 했는데, 아이와 혜인은 서로 수다를 떨며 계속 춤을 추다 보니 목이 말랐는지 샴페인들을 술술 잘도 마시고 있었다.


그녀들은 샴페인으로는 부족했는지, 가드의 에스코트를 받아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각자 데낄라와 보드카를  잔씩 더 가져와 마시기도 했다.




결국 민재는 그녀들을 위해 술을  시켜주었고,




두 사람은 제법 얼큰하게 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풀파티를 즐긴 지  시간 째.



새벽 2시가 되고 파티가 끝날 때가 되었다.

사람들도 하나둘씩 수영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중 파티의 여운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은 더 즐기기 위해 곧바로 클럽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이제 돌아가야 할 거 같네요. 오늘 재미있게 놀았어요.”



혜인도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기려 하자 아이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혜인 언니, 오늘 너무 늦었으니까 집에 가지 말고 우리 호텔방에서 같이 올라가요. 우리 방에 풀도 있으니까 저랑 더 놀아요, 네?”


그러면서 민재를 돌아보며 동의를 구하는 아이,



“오빠, 우리 방에 있는 풀에서 혜인 언니랑 더 놀다 같이 자면  돼요?”

“네? 같이 잔다구요?”

“아니, 우리 셋이 같이 자자는 말이 아니구요~! 어차피 우리 방 침실이랑  있는 거실이랑 분리될 수 있으니까 오빠는 침실에서 주무시고 우리는  있는 거실에서 놀다가 거기서 잘게요. 그러면  돼요?”


그의 손을 잡고 있는 아이의 간절한 눈빛,




민재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 * *

객실로 돌아온 두 사람, 아니, 세 사람.

아이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곧장 혜인의 손을 잡고 함께 풀로 들어갔다.



새벽 2시가 넘었으니 음악은 핸드폰으로 볼륨을 작게 해서 틀어놓고,



민재가 룸서비스로 주문해준 안주 플래터와 샴페인을 즐기며 밤새 물놀이를 즐길 생각인 듯 했다.


여자 둘이 풀에 들어가 있는데다가 그 중  명은 가족이나 연인, 친한 친구도 아닌 상황,

민재는 같이 풀에 들어가기 껄끄러워 새벽 3시 정도까지만 거실에 함께 있어주다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침실로 들어가 자리에 누웠다.



‘여자들끼리 모이면 무슨 할 말이 저리 많은지...... 국적은 달라도 여자들끼리는 통하는  많은가보네?’

거실에서는 여전히 아이와 혜인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점점 그녀들의 목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결국 스르륵 두 눈이 감기고 말았다.


* * *



수영복에 편한 티셔츠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 잠을 자던 민재,




문득 잠결에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그런데,



잠자는 숨소리가 한쪽에서만 느껴지는 게 아니라 양쪽에서 스테레오로 들려오는 게 아닌가?



‘흐음...... 뭐냐,  건......?’


민재는 눈을 비비며 오른쪽을 돌아보았다.


그의 오른쪽에서 호텔 가운으로 갈아입은 아이가 그의 가슴에 손을 올린 채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가운 옷섶 사이로 그녀의 새하얀 속살이 보이고 있었다.

‘그래도 자기 전에 샤워하고 잤나보네......? 그런데 옆에는 또 뭐야.......?’


오른쪽에 누운  아이인데,



왼쪽에서도 무언가 계속 느껴지는 중,



민재가 고개를 돌려 보았다.


“헉!!! 아, 아니,  무슨.......?!?!”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왼쪽에는 혜인이 함께 누워있었던 것이다!

그녀도 아이처럼 샤워를 하고 가운을 갈아입고 있었는데,



슬쩍 보니 안에 아무것도 안 입고 있는 듯, 구릿빛 피부가 여기저기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민재는 후다닥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그리고 그녀들이 깨지 않게 침실과 거실 사이의 문을 살짝 닫아준 후 거실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아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뭐야? 술 취해서 그대로 침대에 올라온 건가? 암만 그래도 이러는 건 좀 아니잖아?’



거실 바닥에는 그녀들이 벗어놓은 수영복들이 여기 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객실 풀에서 놀다가 옆에 스팀 샤워 부스에서 샤워하고 그대로 침실로 들어와 곯아떨어진 모양이었다.



창밖을 보니 날은 이미 밝은 상황,

시계를 보니 아침 8시다.



‘원래대로라면 아이 깨워서 조식 먹으러 가자고 해야겠지만....... 강사님이 있으니 다시 들어가서 깨우기도 그렇고, 나 혼자 밥 먹으러 가기도 그렇고...... 이따 일어나면 룸서비스 시켜서 먹는 걸로 대신해야겠다. 그런데 아무리 취했기로서니...... 남자 옆에서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자는 건  그렇잖아?’

민재는 살짝 언짢아하는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 * *



아이와 혜인은 오전 11시가 다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으응~ 오빠~? 언제 거실로 나오셨어요오~?”

부스스한 머리의 아이가 가슴이 살짝 보일 정도로 벌어져 있던 가운은 주섬주섬 여미며 거실로 나왔다.



“아까 아침에요. 아이 잠깐 이리와 보세요.”


민재가 소파에 앉아 손짓했다.



아직 숙취가 남아있는지, 아이는 몸을 비틀비틀 거리며 그에게로 다가왔다.


아이가 옆자리에 와 앉자, 민재는 그녀의 귀에 대고 소근 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강사님이 침대에서 자는 거예요......?”



“아라......? 어제 우리 둘 다 너무 많이 취했나 봐요. 자기 전에 같이 샤워부스에서 샤워한  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다음은 잘 기억이 안 나요...... 헤헤.”




“나 아까 일어났다가 강사님에 내 옆에서 자고 있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어젯밤 별 일 없었죠?”




“별일이요? 둘 다 취해서 그냥 쓰러져 자서 아무 일도 없었을  같아요.”

마침 혜인이 기지개를 펴며 거실로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밖에 민재가 있는 것을 보고는 살짝 목례를 하고는 벌어진 가운 앞섶을 여몄다.



“아, 언니~! 우리 이제 같이 조식 먹으러 가요~!”

아이가 그녀를 보고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재는 짐짓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 흠! 지금 12시가 거의 가까워져서 조식 뷔페는 끝났을  같은데요?”




“헤에? 벌써요?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구나...... 모타이나이(아깝다)......!”



아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아쉬워했다.




“그럼 우리 대신 룸서비스 주문하죠.  드실래요?”

민재가 테이블에 있는 룸서비스 메뉴를 가지고 오며 물었다.


역시 술을 많이 마신 두 사람은 해장메뉴부터 찾았다.



“저희는 매콤한 해물 짬뽕이요!”

“어디보자, 그럼 난 우거지 갈비탕 주문해야겠다. 바로 프론트에 전화할게요.”


민재가 룸서비스를 주문하는 동안, 아이와 혜인은 거실에 돌아다니던 수영복을 치우고 침실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왔다.


아이는 미리 챙겨온 돌핀 팬츠에 티셔츠를, 혜인은 호텔  때 입고 온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룸서비스는 상당히 일찍 도착했다.

세 사람은 거실에서 룸서비스로 나온 음식들로 아점을 들었다.



“아아, 카라이(맵다)~! 이거 상당히 매운데요?”



빨간색 해물 짬뽕 국물을 수저로 떠먹은 아이가 얼굴을 찡그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옆에 앉은 혜인이 다정하게 물을 따라 건네주었다.



“나루사와 씨, 많이 매워요?”



이제 혜인은 그녀를 나루사와 씨, 라고 부르고 있었다.




“네, 그냥 뼈다귀 해장국 정도로 매울 줄 알았는데 정말 매워요, 하아~ 쓰읍~!”



“이게 한국 사람들한테는 별로 안 매운 맛인데, 나루사와 씨한테는 힘들 수도 있겠다. 그럼 한국 와서 매운 음식은 많이 도전해보지 않으셨나봐요?”



“떡볶이는 좋아해서 잘 먹는데요, 매운   못 먹어요. 그래서 매운 떡볶이도 많이는 못 먹구요. 근데 이건 생각보다 진짜 맵네요! 어학당 근처에 있는 매운 라면 체인점에서 먹은 그 매운 라면 하고 거의 비슷한 수준인거 같아요!”

민재가 자신이 먹으려던 우거지 갈비탕을 아이에게 건네며 말했다.


“그럼 아이, 내꺼랑 바꿔 먹을래요?”


“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거 같아요. 고마워요 오빠!”



민재는 아이의 매운 라면을 받아 국물을 쭉 마셔보았다.


‘음? 별로 안 매운데? 역시 한국인과 일본인이 느끼는 매운맛은 차이가 있는가 보군. 하기야, 지난번 나한테 고추장찌개 끓여준 것도 나한테는 별로 맵지 않고 맛있었는데, 아이는 그거 먹고 힘들어 하는 표정이었지?’




원래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 민재였지만 그래도 새우나 오징어 홍합 등 해산물이 풍성하게 들어간 라면은 제법 먹을 만 했다. 게다가 면도 다른 호텔 룸서비스와는 다르게 우동면을 써서 탱탱한  아주 좋았다.


그가 라면을 맛있게 먹는 사이, 아이도 갈비탕을 들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으음~♡ 이거 갈비탕도 되게 맛있는데요? 처음부터 이거 시킬 걸~!”




“나루사와 씨, 갈비탕 처음 먹어보는 거예요?”



“네, 언니. 국밥 종류는 많이 먹어봤는데 갈비탕은 처음이에요.”


“내가 갈비탕 더 맛있게 먹는 법 알려줄까요? 갈비탕 파는  중에 냉면도 같이 파는 집들이 있거든요? 갈비탕에 냉면 같이 시켜서, 갈비탕에 고기랑 냉면이랑 같이 해서 먹어 보세요. 진짜 맛있을 거예요.”

“정말요? 와, 그렇게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 오빠, 여기 룸서비스에는 냉면 없어요?”


둘은 음식 이야기를 나누며 또 한동안 재잘 거리고 있었다.

‘참, 서로 저렇게 죽이  맞으니 금방 친해질 수밖에. 아무튼 아이도 계속 한국에서 생활하려면 친한 친구가 많이 필요할 테니, 나쁘지는 않겠지.’




그러면서 계속 라면을 먹는데,



은근히 맞은편의 혜인이 계속 의식되고 있었다.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슬쩍슬쩍 자신을 바라보는 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녀의 눈길이 신경 쓰였던 민재,



라면을 그릇  들고 매운 국물을 꿀꺽꿀꺽 마셔버리고는,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하고, 자리를 일어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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