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프로 골퍼 이혜인 (5)
프로 골퍼 이혜인 (5)
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돌아온 두 사람.
이제 샤워를 하고 함께 잘 시간,
아니, 자기 전에 그거부터 할 시간이 돌아왔다고 해야겠지.
거실에 있는 샤워실부터 아이를 번쩍 안아 들고 침실로 데려가는 민재.
침대 위에 그녀를 눕히고 혀와 입술로 그녀의 몸을 천천히 애무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목덜미와 쇄골을 지나 풍만한 가슴에 이르러 천천히 그곳의 향기를 음미하는데,
“으음...... 오빠......”
탐스럽고 부드러운 가슴살과 볼록한 젓꼭지에 그의 혀와 입술을 닿을 때마다, 아이는 몸을 움찔거리며 작은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제 그녀의 밑으로 내려온 민재는 부드럽게 그녀의 다리를 좌우로 벌렸다.
아직도 이럴 때면 손으로 음부를 가리며 수줍은 표정을 짓는 아이,
민재는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 키스를 해주며 그녀의 손이 가리고 있는 음부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얼굴이 음부 가까이 다가오자, 아이는 발그레 해진 얼굴로 손을 가볍게 치워주었다.
그녀의 음문을 혀로 부드럽게 핥아주다가 살며시 키스를 해주는 민재.
“아앙...... 하즈카시 (부끄러워)......!”
아이는 손에 입을 대고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가기 위해 콘돔을 준비하려할 때,
아이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오늘은...... 내가 오빠한테 해 줄 게 있어요.......”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민재의 몸을 손을 올렸다.
“오빠 뒤로 돌아봐요.”
“이렇게요?”
민재가 침대 위에 엎드리자 아이가 그의 엉덩이를 쪼물락거리며 말했다.
“그 자세에서 엉덩이만 뒤로 들어봐요. 나랑 뒤로 할 때처럼 말이에요.”
“응?”
민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일단 그녀가 시키는 대로 자세를 취해 보았다.
아이는 먼저 가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그의 페니스를 가볍게 잡아 흔들며,
단단한 엉덩이에 키스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점점 그녀의 입술이 그의 항문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엉덩이 사이에 그녀의 얼굴이 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코에서 나오는 가쁜 숨결도,
입에서 나오는 뜨거운 입김도.
그리고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혀가,
천천히 그의 항문을 핥기 시작하는데......
리밍, 혹은 애닐링구스라고도 불리는 애무였다.
그 오묘한 기분을 참지 못한 민재가 몸을 돌려 그녀를 안아 주며 말했다.
“으음...... 아이,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요?”
“이거 혜인 언니가 가르쳐 줬어요. 이렇게 하면 남자들이 많이 좋아한다는데, 오빠는 안 좋았어요? 내가 못 하는 건가?”
민재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강사님이 이런 것도 가르쳐줬어요? 흠...... 운동만 가르쳐 주면 될 것을, 너무 이상한 것까지 다 가르쳐 주는 거 같은데......?”
이런 리밍은 민재도 처음 받아 봤다. 처음이라 그런 건지 항문 자극에 관심이 없어 그런 건지 별로 기분 좋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런 애무 방법을 알고 가르쳐 준다는 건 본인도 많이 해봤다는 말?
아이 말로는 섹프도 상당히 많다고 했으니 여러 남자들한테 이런 짓을 해줬다는 말이 아닌가?
자신과의 개인적인 만남을 요구한 스폰서들을 거절했다고 해서 상당히 바르고 올곧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건만, 이거 혹시 너무 자유분방, 아니, 이를 넘어 너무 문란한 사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게다가 청조하고 순수하기만 한 아이에게 왜 이런 짓까지 가르쳐주나, 하는 생각에 살짝 화도 나려 했다.
민재의 표정이 안 좋아지는 걸 본 아이는 불안했던지 미안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빠, 내가 해준 것 때문에 화나신 거예요? 죄송해요, 제가 쓸데없는 짓을 해서요.”
“아니에요. 아이 때문에 화난 거 아니에요. 그리고 나한테는 이런 거 안 해줘도 되요.”
민재는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해주었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자신의 항문을 애무하던 그녀의 입술과 혀인데,
이를 생각하니 조금 거북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록 방금 샤워도 다 하고 했지만 역시 항문은 좀.......
아이는 여전히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그의 다리 사이에 무릎 꿇고 앉았다.
“그럼, 뒤에 대신 앞에를 입으로 해 드릴게요.”
아이는 몸을 숙이고 그의 커다란 페니스를 잡아 귀두부터 천천히 혀로 핥기 시작했다.
민재는 그녀의 부드러운 등을 쓰다듬으며 아까의 불쾌한 기분들을 어서 빨리 잊으려 노력했다.
* * *
화요일,
오늘 혜인과의 골프 레슨은 아이 혼자 받게 하고,
민재는 홀로 강서구 등촌동 자신의 건물로 향했다.
재개발 구역은 이미 주민들의 이주가 거의 다 끝나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철거 전 외부 출입을 막기 위한 높다란 펜스가 설치되어 있기도 했고, 창문과 문이 활짝 열려 있는 빈집들도 많이 보이는 것이 전체적으로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들고 있었다.
민재도 얼마 후면 재개발 조합 측에 자신의 건물을 매각하기로 한 상황.
오늘 가서 1층 토스트 가게 사장님과 가게 이전에 대해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서로 이야기해 보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은 것이다.
일단 이곳으로 오며 보증금은 그 분들 통장으로 송금해드린 후였다.
민재의 얼굴을 본 토스트 가게 사장님 내외분은 어두운 표정부터 짓고 있었다.
“잘 지내셨어요, 사장님?”
“어이구, 이 누추한 곳까지 찾아오시고...... 그런데 어쩌죠? 여기 앉으실만한 자리도 없는데. 어디 가까운 편의점이라도 같이 가시겠어요?”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그냥 서 있어도 돼요. 사장님 저 베이컨 계란 토스트하고 커피 하나 주시겠어요?”
민재는 일부러 준비해간 현금 (이미 민재는 재개발 구역 일부 지역에 전화선이 끊어져서 카드 결제도 안 되는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을 내밀며 말했다.
토스트 가게 사장님 내외분은 준비된 재료들을 듬뿍 넣어 맛있게 토스트를 만들어 커피와 함께 내어주었다.
“잘 먹겠습니다.”
민재는 토스트를 한 입 베어 물었다.
프랜차이즈 토스트도 아닌데 맛이 제법 괜찮았다.
“아직 손님들이 많이 오나요?”
“그래도 여기 사는 사람들이 조금은 남아 있어서 토스트랑 커피 사먹는 사람들은 있긴 있더라구요. 조합 사람들이나 철거 준비하는 사람들도 가끔 찾아오구요. 그런데 건물은...... 언제 매각하실 건가요?”
“아무래도 곧 철거가 시작한다고 하니 저도 곧 매각할 생각입니다. 아직 가게 이전할만한 곳은 찾지 못하셨나요?”
“아직...... 이 정도 보증금에 세 낼만한 곳이 서울에 거의 없더라구요......”
힘없이 고개를 떨구는 사장님 내외분. 민재도 안타까운 마음에 공연히 울적해졌다.
“사장님, 저 그래서 말인데요, 서초동하고 이촌동에 있는 제 건물에 사장님이 들어오셔서 장사하실 만한 공간이 있거든요......?”
민재는 현재 그곳의 실거래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보증금과 월세를 책정해 줄 테니 그곳으로 들어오시면 어떻겠는지 의향을 물었다.
하지만 토스트 사장님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여기 등촌동보다는 세가 높긴 하네요. 하루에 토스트랑 커피 팔아서 내 주머니에 떨어지는 게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이런 저런 재료비랑 유지비까지 생각하면 그 곳에 들어가는 건 저희에게 무리일 것 같습니다. 생각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저희로서는 감당하기 힘들 것 같네요......”
“그럼 이제 곧 저도 건물을 매각해야 하는데, 사장님은 어쩌시려 하시는지요? 이 곳 전화는 이미 모두 끊겼고, 가스랑 전기도 모두 조만간 끊길 텐데요? 게다가 철거가 시작되면, 용역들이 여기서 장사하시는 두 분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겁니다.”
“어떻게든 그 전에 다시 장사를 시작할만한 곳을 찾아보긴 해야겠지요. 안되면 여기 있는 것들을 일단 집으로라도 옮겨 놔야 할 거구요.”
“......제가 큰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오, 별 말씀을요. 여기 있는 동안 세도 다른 데보다 싸게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데요? 그동안 신세진 거 생각하면 저희가 더 죄송하지요.”
“건물 매각하게 되면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길을 발견하면 다시 연락드릴게요.”
민재는 토스트 가게 사장 내외분께 목례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 * *
이제 강남으로 돌아가는 길,
민재는 차 안에서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오빠~!]
언제나 기분 좋은 아이의 목소리,
지금도 나만의 헬스장에서 운동 중인지 전화기 너머로 음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직 대치동 건물에서 운동하고 있는 중이에요?”
[네, 맞아요. 오빠는 강서구 가셨던 볼 일 전부 끝나셨어요?]
“네, 이제 돌아가는 길이에요.”
[오빠, 그럼 나 오늘 혜인 언니랑 놀다가 와도 되요?]
놀다가 온다고?
민재는 문득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강사님하구요? 어디 다녀올 건데요?”
[이태원이요. 거기 되게 예쁜 있는 라운지가 있다고 해서 언니랑 한 번 다녀오려구요.]
“이태원이요......? 아이 이태원 가는 거 싫어하지 않아요?”
[그래도 언니랑 같이 가면 괜찮을 거 같아요. 오늘은 주말도 아니라서 이상한 외국인들도 많이 않을 거 같구요.]
“흠...... 그럼 오늘 간다는 라운지가 어디인데요?”
[오빠, 잠깐만요....... 언니, 오늘 우리 갈 데가 어디에요? ...... 오빠, H호텔 뒤에 있는 포레스트래요.]
포레스트?
거긴 이태원 민재네 건물에 있는 곳인데?
아이가 이태원을 싫어한다고 해서 거긴 한 번도 안 데려갔으니, 거기가 민재네 건물이라는 걸 아이가 알리는 없을 터였다.
“응, 알았어요. 그럼 잘 다녀와요. 난 오늘 덕환이랑 저녁 먹고 들어갈게요.”
[네, 고마워요. 너무 늦지 않게 들어 갈 게요. 사랑해여~♡]
민재는 전화를 끊은 후에도 미심쩍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 강사 완전히 믿기는 힘들 것 같고, 괜히 착한 아이한테 이상한 사람들 소개시켜주는 거 아냐?’
아이는 믿지만 혜인을 믿을 수는 없었다.
민재는 강남으로 가다말고 이태원을 향해 차를 돌렸다.
* * *
이태원 자신의 건물 포레스트로 찾아온 민재,
오후 4시, 가게는 이제 막 영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침 포레스트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스무 살 후반의 여성 세영이 그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앗, 건물주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이 시간에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혹시 저희 사장님 뵈러 오신 거예요?”
“안녕하세요, 세영 씨. 다른 게 아니라 오늘 여기 테이블 좀 빌려 앉아 있으려고 찾아왔어요. 주중에는 1보틀 주문부터 테이블이 가능하던가요?”
“네, 맞아요. 그럼 지금부터 계시려구요? 피크 타임은 아직 한 참이나 남았는데?”
“그럴 일이 있어서요. 일단 1보틀 계산부터 먼저 할 게요. 대신 제가 운전을 해야 해서 술은 그냥 Keep 해 주시고 음료하고 식사거리 추가 주문할 테니 그거만 가져다주시겠어요?”
“네, 그렇게 해드릴 수 있어요. 그런데 다른 일행은 없으시고 혼자 계속 계시려구요?”
“설명하기는 좀 그런데...... 아무튼 그럴 일이 있으니 이해해 주세요.”
민재는 포레스트 영업장이 한눈에 보이는 구석 자리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모자와 마스크,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다.
세영은 그에게 시푸드 샐러드와 마늘빵, 미트볼 스파게티와 콜라를 가져다주었다. 그녀는 민재가 금세 얼굴을 꽁꽁 가리고 있는 걸 보고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건물주님? 오늘 진짜 무슨 일 있으세요? 혹시 건물주님한테 빚진 사람 잡으러 오시거나 그런 거 아니에요?”
“하하하, 아뇨~ 그런 거 아니에요. 근데 누구 몰래 기다려야 하는 건 맞으니까, 다른 직원들한테도 저 의식하지 말고 편하게 일하시라고 미리 말 좀 전해주시겠어요?”
“네, 그럴게요. 혹시 더 필요한 건 없으세요.”
“음...... 여기 문이 저 앞에 있는 정문 하나 밖에 없는 거죠?”
“네, 맞아요. 뒷문은 직원들 밖에 드나들지 못 하구요.”
“네, 알았어요. 고마워요.”
민재는 마스크만 살짝 내리고 마늘빵을 미트볼 스파게티 소스에 살짝 찍어 오물오물 먹으며 그녀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