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3화 〉프로 골퍼 이혜인 (6) (73/140)



〈 73화 〉프로 골퍼 이혜인 (6)

프로 골퍼 이혜인 (6)



그렇게 포레스트 구석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길 몇 시간,



오후 8시가 넘었을 때  아이와 혜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는 오늘 귀엽고 발랄한 느낌의 원피스를, 혜인은 몸에 달라붙는 청바지에 배꼽을 드러낸 탱크탑 차림을 하고 있었다.

모자, 선그라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민재는 구석의 테이블에 앉아 그녀들을 조용히 감시하기 시작했다.



‘강사님 섹파 중에 외국인도 있었다고 했지? 설마 그런 사람들은 만나려고 여기 온 거 아니야?’


민재는 만일 혜인이 아이에게 이상한 사람을 소개시켜 주려고 하거나, 그놈의 ‘자유로운 연애’ 비슷한 상황이 나오기만 하면 바로 그녀를 해고해버리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다행히 따로 만나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사람은 테이블을 잡고 앉아 술과 음식을 즐기며 재미있게 수다를 떨고 있는 중이었다.



그가 계속 그녀들을 감시하고 있을 때, 포레스트의 매니저 세영이 그의 테이블에 수제버거와 콜라를 가져다주며 말했다.

“.......건물주님! 이거 사장님이 가져다 드리래요!”



“헉! 사장님께 감사하다고 대신 말 좀 전해주시겠어요? 내가 지금 사정이 있어서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도 같이 전해주시구요.”




“네, 그렇지 않아도 제가 지금 건물주님 누구 하나 잡으려고 몰래 기다리시는 것 같다고, 방해하면 안 될 거 같다고 말씀드렸거든요? 그래서 사장님도 이해하실 거예요.”




“아, 고마워요. 참, 그리고 여기 포레스트의 가드들도 저에 대해 알고 있죠?”


“네, 제가 가드 분들께 구석 자리에 모자랑 선그라스에 마스크까지 하고 있는 분 여기 건물주님이니까 절대 터치하지 말라고 잘 말해뒀어요.”




“고마워요, 세영 씨.  먹을게요.”




민재는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그녀가 가져다 준 수제 버거를 오물오물 먹으며 대각선 먼 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 아이와 혜인을 계속 관찰했다.




9시가 넘으니 사람들이 조금씩 들어나기 시작했다. 금요일이나 주말처럼 붐비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테이블도 절반가량 찼고, 스탠딩으로 들어온 손님들도 3, 40명 정도 되었다.


그러던 중, 말쑥하게 생긴 서양인 남자  명이 아이와 혜인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음악소리에 뭐라고 말하는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손동작으로 보아하니 합석하자거나 같이 놀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아이와 혜인은 동시에 손을 저으며 거부 의사를 표했다. 서양인 남자들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섰다.




그 후로도 몇   한국인과 외국인들이 아이와 혜인이 있는 테이블로 접근해 왔지만 그녀들은 번번이 그들을 퇴짜 놓고 있었다.



‘흠? 진짜 둘이 라운지 와서 그냥 술 마시면서 수다만 떨려고 했던 건가? 내가 괜한 의심을  거 같은데?’



민재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마스크 밑으로 빨대를 밀어 넣어 콜라를 쪽쪽 빨아 마시고 있었다.

 때, 한국인은 아닌 것 같이 생긴 동양인 하나가 그녀들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아까   그녀들에게 퇴짜를 당한 사람이었다.




그는 험악하게 인상을 쓰고 조금 격한 동작으로 팔을 휘휘 저으며 그녀들에게 뭐라 뭐라 말을 하고 있었다.



남자가 뭐라 하는지 민재가 있는 곳까지 들리지 않아 정확한 말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남자를 보는 아이의 표정은 계속 굳어지고 있었고, 혜인은 계속 저리 가라는 듯 손을 내젓고 있었다.

그러자 남자가 성난 표정으로 테이블을 쾅, 하고 내리쳤다.



“Fxxking Korean sluts! How much do you need a money? How much are fxxk with you tonight? Huh?”

남자는 매장의 음악소리보다 더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 갑자기 옆에 있는 아이의 손목을  낚아채는데,




민재는 이걸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그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나갔다.




남자는 싫다는 아이의 손목을 잡아 일으켜 세우고 스탠딩석 쪽으로 끌고 가려하고 있었고,



혜인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의 팔을 붙들고 아이를 끌고 가지 못하게 막으려 하고 있었다.

“Come on, bitch! come on!”

남자는 아이의 손목을 붙들고 있던 손을 놓고, 반대쪽 팔을 붙들고 있던 혜인을 밀어 쓰러뜨렸다.



마침 포레스트의 가드는 밖에 계단 쪽에 있어서 내부 상황을 아직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



민재는 다시 아이의 손목을 잡으려 하고 있던 이 동양인 남자의  뒤로 달려와 발차기를 날려 버렸다.


뻥~!


남자는 민재가 날린 딥, 무에타이 스타일의 앞차기를 얻어맞고 4~5m를 데굴데굴 굴러갔다.

“What the fxxk~!”

동양인 남자의 일행으로 보이는 외국인 둘이 민재에게 달려들었다.

둘이 덤비든 셋이 덤비든,  먹은 일반인이 민재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




민재는 자신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놈의 얼굴에 크로스 펀치를 먹였다.


퍼억~!


오른손 스트레이트가 그대로 놈의 코에 작렬하고, 그의 주먹마디에 상대방 코뼈가 빠지직, 주저앉아 안쪽으로 밀려들어가는 느낌에 제대로 전해졌다.



민재는 곧바로 뒤에 있는 놈의 배에 딥, 무에타이 앞차기를 꽂아놓은 후, 배를 움켜잡고 쓰러지려는 녀석의 머리를 붙잡아 옆에 있던 철제 의자에 쾅! 하고 박아 버렸다.


“Who is fxxk this guy? Why shit......”

아이를 끌고 가려는 남자가 욕설을 지껄이며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민재는 그에게 성큼 성큼 다가가 그의 허벅지에 쇠파이프 같은 로우킥을 날렸다.

뻐억~!


“Oh~ shit~!!!”




남자의 다리가 그대로 옆으로 팍, 꺾여졌다.




민재는 그의 머리를 붙들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셧업, 하라고, 이 쓰레기 같은 자식아! 감히 누구보고 슬럿이니 비치니,  딴 소리를 하고 있어?”


민재는 그의 머리를 꽉 잡더니,

그의 면상에 마무리 니킥을 꽂아버렸다!

퍼억~!


남자는 코피를 뿜으며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민재가 순식간에 남자 셋을 날려버린 광경을 본 매니저 세영이 놀라 달려왔다.




“어머, 건물주님! 괜찮으세요?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누가 봐도 다친 건 쟤들인데  민재를 걱정하는지......?



민재는 옷을 툭툭 털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괜찮아요. 미안한데 지금 바로 CCTV에서 내가 싸우는 장면만 삭제해 줄래요? 이 녀석들이 경찰에 신고하면 귀찮아질 거 같으니까.”



“네, 사장님께 말씀드려서 바로 CCTV 영상 삭제해달라고 할게요. 그리고 이놈들, 이 주변에 말썽 자주 일으키기로 소문난 놈들이에요. 한국 여자들한테 막 들이대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저렇게 억지로 끌고 가려고 하는 저질 녀석들인데, 혹시 오늘 건물주님이 잡으러 온 사람이 바로 이 놈들이었던 거예요?”


“아, 그런 건 아니구요...... 아무튼, 그럼 뒷일 잘 부탁해요, 세영씨.”

민재는 곧바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이와 혜인에게 다가갔다.




“괜찮아요? 일단 여기서 나갑시다.”

민재는 살짝 선그라스와 마스크를 내리고 얼굴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의 얼굴을 본 아이가 화들짝 놀라며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아, 오빠~! 오빠 어떻게 여기 계신 거예요? 오빠, 오빠......!”


아이는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그의 품에 와락 안겨왔다.

민재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그건 이따 설명해 줄게요. 우선 여기서 나갑시다. 경찰 오면 일이 복잡해질 테니까. 강사님도 같이 가요. 우선 다른 데로 이동합시다.”


민재는 아이와 혜인을 데리고 자신의 차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 사이 밖에 있던 가드들이 들어와 민재에게 얻어맞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외국인들을 밖으로 끌어내고 있었다.

* * *




세 사람은 먼저 강남 민재의 대치동 건물 나만의 헬스장으로 들어갔다.



민재는 그곳에서 아이와 혜인에게 따뜻한 차를 타 주었다.


“오빠, 그런데 어떻게 그 때 거기 계셨던 거예요? 설마 저 따라오신 거예요?”


민재는 손가락으로 뒷목을 긁적이며 재빨리 해명거리를 생각해냈다.


“흠, 따라온 건 아니고...... 아무래도 두 사람  마시면 아이가 택시타고 집에 돌아올 수밖에 없을  같아서, 걱정 되서 와봤던 거예요. 주중에도 이태원 밤거리에 여자 혼자 돌아다니거나 택시 잡으려고 기다리는 건 좀 위험할  같더라구요. 그래서 차라리 내가 태우러 가는 게 낫겠다, 싶어서 와봤던 거죠.”




“아아, 어쩐지...... 고마워요, 오빠.  거기 구석에 모자 쓰고 선그라스 낀 사람이 계속 우리 쪽 힐끔 거리길래 오빠인지도 모르고 그냥 이상한 사람인 줄만 알았어요......”




헉, 그럼 아이도 자신이 그녀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는 얘기?



흠, 흠! 그래도 민재인지 몰라봤다니 변장은 일단 성공한 셈이로군.


민재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혜인에게 물었다.

“이태원에 자주 놀러오시나요?”

“자주는 아니고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만 가요. 그래도 전에는 이번 같은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오늘은 뭔가 일진이  좋았나 봐요.”

“이태원이 아니더라도 술 취한 사람들 가득한 곳에 예쁜 여자들이 있으면  들이대는 남자들이 따라붙기 마련이겠죠. 혹시 다음에 아이와 함께 놀러 가실 때에는 라운지나 펍처럼 헌팅이 자주 일어나는 곳은 피해주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네, 앞으로 그렇게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회원님.”


혜인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그에게 사과를 했다.


‘아까 아이가 위험할 뻔할 때 적극적으로 나서려 하기도 하고, 이렇게 보면 또 괜찮은 사람 같아 보이기도 한데...... 강사님을 계속 아이 옆에 두어도 되는 걸까......?’



민재는 혜인의 모습을 보며 쉽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 * *



혜인이 집으로 돌아간 후, 민재와 아이도 함께 A아파트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 이제 괜찮아요? 놀란 건 진정되었어요?”


민재가 아이의 허리를 다정하게 안고 집안으로 들어가며 물었다.



“네, 괜찮아요. 근데 오빠 진짜 슈퍼맨 같아요. 지난번에 클럽 때도 그렇고 이번에 이태원에서도 그렇고, 어떻게 제가 위험할 때마다 그렇게 나타날  있는 건지 너무 신기해요!”



저번 클럽은 진짜 100% 우연, 이번 이태원은 100% 필연이라고 할 수 있겠지.

물론 이번에도 이런 사건이 벌어질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아무튼 아이에게 아무 일도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오늘은 강사님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거기 이태원 포레스트까지 갔던 거예요? 또 강사님 연애 얘기 들으러  거예요?”



“뭐, 그 얘기도 했고, 사실 언니가 이태원 포레스트 너무 분위기도 좋고 멋진 곳이라고 해서 다음에 오빠랑 같이 오면 좋은 곳일까 궁금해서 가본 거예요. 오빠도 거기 오늘 처음  보신 거죠?”



“처음......  아니라 한 달에 한 두 번씩 가는 곳이에요.”



“헤에? 그럼 거기 오빠 단골집이었던 거예요?”

“단골은 단골인데...... 거기 건물에 내 건물이거든요. 내가 전에 이태원에도 내 건물이 있다고 했었죠? 거기가 바로 거기예요. 그래서 술 마시러도 가지만 건물 상태도 확인하고 거기 관리인 만나러도 가고 있어요.”




아이가 깜짝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야, 타이시타 몬데스네 (대단하네요)......! 이태원에 있는  많은 건물 중에 우리가 놀러간 건물이 바로 오빠 건물이었다니! 아, 그래서 아까 오빠가  외국인들 혼내줘도 거기 직원들이 아무 말도 안했던 거예요?”

“네, 그 분들께 부탁  하고 나왔죠. 부디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민재와 아이는 드레싱 룸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그때, 아이가 민재를 보다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오빠! 손 왜 그래요?!”



그녀가 다가와 그의 오른손을 덥석 붙잡았다.


민재가 손을 내려다보니 오른손 주먹마디가 살짝 부어 있었다.

아까 그 외국인 녀석들을 때려눕힐 때 다친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본인은 다친 지도 모르고 아무렇지도 않은  가만히 있었는데, 아이의 말을 듣고 나서야 조금씩 손끝에서 통증이 올라오고 있었다.

민재는 침대에 앉아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여 보았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을 할 때 확실히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흠, 살짝 삔 것 같은데? 내일 정형외과 한 번 가봐야겠네요.”

“정형외과 어디로 가시려구요?”



“대치동 내 건물에 있는 병원으로 가려구요.”



“아, 네...... 오빠 가면 건물주라고 거기 병원에서 할인 해줘요?”



“아직  번도 거기 병원 안 가봐서 잘 모르겠는데요? 모르긴 몰라도 병원에서 할인은 안 해줄 거예요. 아, 물리치료 몇 회 서비스, 이런 건 해줄 수 있겠다.”


민재는 아무래도 당분간 운동은 물론 골프레슨도 쉬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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