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4화 〉프로 골퍼 이혜인 (7) (74/140)



〈 74화 〉프로 골퍼 이혜인 (7)

프로 골퍼 이혜인 (7)



다음날, 민재는 바로 대치동 자신의 건물에 있는 정형외과를 찾았다.

“다행히 골절은 아니고 가벼운 염좌입니다. 2주 정도 통원하시면서 물리치료 받으시면 금방 치료될 거 같으시네요.”


의사는 X-ray  확인하고는 그에게 안심하라는 듯 말했다.




역시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맨주먹 싸움은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복싱 선수들이나 격투기 선수들이 밴디지와 글러브를 꼭 착용하고 운동에 임하는 것은 상대에게 큰 부상을 입히지 않으려 하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손과 주먹을 보호하는 의미가 더 컸다. 많은 격투기 선수들이 손과 주먹에 잔부상을 달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진짜 격투기 선수도 아닌 민재도 예외일 순 없었다.




결국 치료가  될 때까지 골프 레슨은 물론 무에타이 훈련, 도구를 이용한 웨이트 트레이닝도 모두 잠시 쉴 수밖에 없는 상황.




‘당분간 나만의 헬스장에서 트레드밀이나 달리던가, 한강변에서 달리기 하던가 해야겠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아직 아이랑 한강 공원에 가본 적이 없잖아? 이번 기회에 운동 삼아 함께 가는 것도 괜찮겠는데?’

민재는 오른손에 물리치료를 받는 동안 왼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아이와 함께 어떤 코스로 달리기를 할지 검색을  보았다.

* * *



그 날 저녁 해가  이후, 민재와 아이는 탄천 주차장에서부터 한강 수상스키장까지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한강변에는 여름밤을 즐기려는 서울 시민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민재와 아이처럼 달리기를 하는 사람,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친구들과 함께 잔디밭이나 계단에 앉아 한강의 야경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는 사람, 심지어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달리기를 한지 30여분, 민재는 달리기를 꾸준히 해서 그런지 탄천 주차장부터 한강 수상스키장에 이르는 5km 내외의 거리를 쉬지 않고 뛰어도 멀쩡했지만, 아이는 결국 반환점인 한강 수상스키장에 이르러 그 자리에 퍼지고 말았다.




“헉..... 헉...... 오빠, 나, 츠카레타 (힘들다, 또는 지쳤다).......! 헉...... 헉...... 오빠, 여기서 쫌만 쉬었다 가요......! 헉...... 헉.......”

아이는 돌핀팬츠를 입은 채로 보도 위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민재는 밑에 수상스키장 자판기에서 스포츠 음료를 사와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자, 이거 마셔요.”



“아~! 오빠 감사합니다~!”



아이는 목이 많이 말랐는지, 스포츠 음료를 벌컥벌컥 마시고 있었다.

“난 아이가 춤  때나 수영할  하나도 안 지치고 계속 하는  보고 체력이 되게 좋은  알았는데, 달리기는 많이 힘들어요?”




“헉...... 치가으데스 (다릅니다.)~! 오빠, 달리기는 춤추는 거랑 물에서 노는 거랑 완전 달라요~! 진짜 어렸을 때 학교에서 달리기 한 이후로 처음 달려보는 거라...... 오늘 영혼까지 살이 빠졌을 거 같아요....... 헉...... 헉.......”


영혼이 살이 빠지면, 걔는 몇 kg이나 빠질 수 있는 거니.......?




민재는 아이가 숨을 고를 수 있도록 충분히 쉬게  뒤, 다시 천천히 한강을 따라 걸으며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는 서로 꼭 손을 맞잡고 걷는 두 사람.




보도 옆으로는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 한강변을 질주하고 있었기에, 민재는 아이를 안쪽에서 걷게 하고 자신이 바깥쪽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 오늘 강사님하고 어떤 운동 했어요?”



“오늘 혜인 언니한테 골프 레슨 받고, 오빠가 하는 그 모션 케이지 운동 기구 있잖아요? 거기서  (무게가 있는 메디신볼) 던져 받는 거랑 스텝박스 올라갔다 내려오는 하체 운동 배웠어요. 너무 재미있었고 몸에 근육도 생기는 거 같아 너무 좋았어요!”



아이가 운동을 시작한 이후, 밤에 그녀를 안을 때면 이전보다 몸의 전체적인 탄력이 확실히 좋아졌다는 느낌이 들고 있는  사실이었다. 살짝 포동포동하다는 느낌을 주던 그녀의 허벅지도 조금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고, 약간 흐물흐물 거리던 삼두, 팔뚝 바깥쪽도 흔들리는 살들이 많이 줄어 있었다.



“아이가 보기에는 강사님 실력이 좋은  같아요?”


“네! 혜인 언니, 엄청 잘 가르쳐 주세요! 골프도 잘 가르쳐 주시고, 운동들도  가르쳐 주시고. 그리고 서로 같이 있을  많이 재미있기도 하구요.”



“지금 월화목, 주 3회씩 레슨을 하고 있잖아요? 그럼 강사님께 계속 배우고 싶은 거예요?”



“네, 쭉 그러면 좋을  같아요! 참, 그리고 다음 주에 혜인 언니 국내 대회 출전하셔서 화, 목 레슨은 안  것 같다고 하셨어요. 서울에서 가까운 골프장에서 대회를 한다는데, 우리 같이 가서 응원하면  돼요?”

“골프대회가 보통 4일에 거쳐서 하는 걸로 아는데, 대회 일정 봐서 마지막 날 쯤에 응원가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나도 아직 골프장은 가보질 않았는데, 이번에 가서 한 번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함께 걷던 두 사람은 한강과 탄천이 만나는 지점 쯤에 있는 쉼터의 푸드 트럭에서 음료를 하나씩 더 사서 먹으며 다시 삼성동 A아파트 집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아이?”



“네, 오빠?”

“아이가 보기에, 강사님이 좋은 사람 같아 보여요?”



“네, 혜인 언니 좋은 사람 맞아요. 혹시, 지난번에 제가 혀로 오빠 거기...... 그런  하는 거 가르쳐 준 것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그런 것도 있고, 지난번에 아무렇지도 않게 침대에 올라오는 것도 그렇고...... 아이가 강사님하고 어울리는 게 조금 걱정이 돼서 그래요.”

지금 굳이 혜인이 자신을 보는 눈빛이 이상하다는 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 아직까지는 민재 자기만의 느낌이었지, 실제로 그녀가 추파를 던지거나 한 건 아니니까.

“오빠 말씀은 그러니까 한국말로, 음...... 아! 언니가 문란하다, 문란한 사람인 거 같아서 그러시는 거죠?”




“솔직히 그런 거 같아 보여요. 자유로운 연애라는 것도 그렇고, 섹파가 많다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공연히 그런 사람을 아이 곁에 두었다가 나쁜 영향이라도 미치는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하구요. 지난번처럼 그렇게 둘이 이태원 갔다가 위험한 일이 또 일어나면 어쩌나 많이 불안하기도 하고, 아무튼 강사님을 계속 고용하는 게 괜찮은 걸까 고민 하고 있는 중이에요.”



“저도 이번에 이태원 갔을 때 일 때문에 많은 걸 생각하게 되었어요. 혜인 언니랑 노는  재미있지만 앞으로 그런 술집 같은 데는 가면 안 되겠구나, 그럼 정말 오빠가 많이 걱정하실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 때 정말 오빠 없었으면 진짜 큰 일 났었을 수도 있고...... 다음부터는 멀리 안가고 여기 코엑스나 대치동, 청담동 주변에서만 놀게요. 그리고 너무 늦은 시간에는 술집 같은데도 안 가구요. 그리고 언니랑 그런 얘기 하는 거 때문에 제가 나쁘게 될까봐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 어린애가 아니잖아요?”


아이,  전에 펠라치오를 AV 야동으로 배웠었잖아?! 게다가 똥까...... 아니, 리밍도 혜인한테 들어서 배우고.

이러니 민재가 걱정할 수밖에.

“그리고 어학당에 있는 친구들 중에서도 혜인 언니 같은 애들 되게 많아요. 진짜 외국에서 살다 와서 그런가, 언니보다 더 자유로운 연애 하려고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원나잇 하고 다니는 애들도 엄청 많구요. 그런 애들이랑 비교하면 혜인 언니는 크게 문란한 것도 아닌 거 같아요.”

아니 그래도 이게, 한국에서 그러는 짓 하면 아직 욕먹을 수밖에 없는 건데.......?



민재는 이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기로 했다.


괜히 벌써부터 꼰대처럼 굴기도 싫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래라 저래라 자기 생각을 강요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민재는 일단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곁에서 계속 바라봐주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 * *



운동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안 하면 몸이 근질거려 참기 힘들어 질 때가 있다.



민재가 딱 그런 상황이었다.

마침 혜인의 레슨이 없는 수요일 오후,

아이와 함께 집에서 점심을 먹은 이후, 민재는 좀이 쑤셔 견딜 수 없었다.




“아이, 나 1시간만 대치동 건물에서 운동하고 올게요!”

민재는 운동복을 챙겨 입으며 말했다.

아이는 주방에서 오늘 저녁에 먹을 갈비를 양념에 재우는 중이었다.


“오빠, 손도 아직 안 나았는데 운동하러 가시는 거예요?”



“오른손은 안 쓰고, 그냥 가볍게 쉐도우 하고 왼손하고 발로만 샌드백 때리고 올게요!”


“오빠 오늘 나 갈비 만들 거니까 빨리 들어오셔야 해요~!”

“네, 알았어요~! 진짜 1시간만 운동하고 올게요!”

민재는 싱크대 앞에서 분홍색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아이에게 키스를 해준 후, 즐거운 표정으로 집을 나섰다.

* * *



대치동 건물 10층 나만의 헬스장에 도착한 민재.



그는 안으로 들어와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신발장 안에 원래 있던 신발들 외에 한 켤레의 구두가  있었다.


‘아이 구두는 아닌데? 설마 지금 강사님이  있는 건가?’


하기야, 전에 자유롭게 와서 운동하라고 이곳 비밀번호도 가르쳐 줬으니 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헬스장 안을 둘러보니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탈의실이나 화장실에 있는 건가?’

민재는 일단 자신의 짐들을 휴게실 의자 위에 올려놓고 거울 앞으로 가서 슬슬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 때, 탈의실 문이 열리고, 예상대로 혜인이 밖으로 나왔다.

“앗, 회원님. 안녕하세요?”




그녀도 민재가 들어와 있는지 몰랐던 듯, 그를 보고 놀라 꾸벅 인사를 했다.

혜인은 검은색 레깅스에 위에도 몸에 쫙 달라붙는 반팔 기능성 스포츠 웨어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볼륨감 넘치는 뇌쇄적인 몸매를  드러내는 의상이었다.


“안녕하세요, 강사님. 오늘도 운동하러 오신 거예요?”

“네, 골프연습장 갈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서, 그동안 여기서 스윙 연습 좀 하다가 가려구요. 저 근데 회원님. 나루사와 씨에게 회원님이 손 다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제  괜찮아지신 거예요?”




“병원에서 다음 주까지 물리치료 받으러 오라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아무것도 안하면 너무 몸이 찌부둥  거 같아서, 간단하게 몸만 풀고 샌드백 좀 때리다가 가려구요.”



“아, 그러셨군요. 그럼 방해  되게 조용히 연습하다 갈게요”


“아뇨,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시고 편하게 연습하세요.”




혜인은 그에게 목례를 하고는 드라이버를 챙겨 스크린 골프장 타석 안으로 들어갔다.




민재는 헬스장 안에 에어컨을 켰다. 원래 혼자 있을 때는 에어컨도 잘 안 키고 아래에 무에타이 트렁크 하나만 입고 땀 뻘뻘 흘리면서 운동을 하곤 했지만, 오늘은 안에 혜인이 있기에 위에 긴팔 바막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3분 3라운드 쉐도우 파이팅으로 몸을 푼 민재는 왼손에만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가끔 거울 통해 자신의 자세를 확인해 보는데,

거울을 통해, 스크린 골프장 타석에 있던 혜인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훔쳐보고 있는 모습이 비치는 게 아닌가?



‘흠, 저 강사님 참...... 스윙 연습하러 왔다더니  계속 날 훔쳐보시나? 신경 쓰여서 안 되겠네. 얼른 운동 마치고 아이가 만들어준 갈비나 먹으러 가야지.’

민재는 아예 거울조차 보지 않고 오로지 샌드백만 노려보며 열심히 킥을 날리며 운동을 했다.




땡~!


3분 5라운드 샌드백 타격이 끝난 후, 민재는 옆에 내려놓았던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물 한잔 마시기 위해 휴게실로 들어갔다.



정수기의 물을 따라 한 잔 마신 뒤 잠시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확인하는 민재,

그 때, 혜인이 그를 따라 휴게실로 들어왔다.



“나루사와 씨에게 회원님께서 격투기 오래 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잘하시네요. 샌드백 때리는  진짜 선수 같았어요!”

그녀는 컵에 물을 따라 그의 맞은  자리로 와 앉았다.



그러면서 레깅스를 입고 있는 다리를 살짝 꼬는데,




마치 옛날 영화 원초적 본능에 나오는 샤론스톤 마냥

다리를 꼬면서 자신의 가랑이 사이라도 보여주려는 것처럼 과장되게 다리를 들어 올리는데......

‘아, 뭐야?  앞에서 왜 저래?!’

 모습을 본 민재는 양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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