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아이 동생 유키나 (9)
아이 동생 유키나 (9)
“우리 이렇게 옷 입고 같이 자는 거 정말 오래간만이죠?”
아이가 민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렇죠. 그리고 우리가 여기 소피에서 같이 자는 것도 정말 오래간만이고. 아이, 그거 기억해요? 우리가 처음으로 같이 잔 게 이 소파에서였다는 거?”
아이의 얼굴이 수줍게 붉어졌다.
“네, 기억해요. 그 때가 내가 오빠 집 처음 왔을 때였죠? 방에서 혼자 자기 무서워서 거실로 나와서 오빠 옆에 누워 잠들어 버렸잖아요?”
“그게 우리가 아직 사귀기 전이어서, 나 그때 아이가 옆에 누워있는 거 보고 얼마나 놀랐었는데요?”
“흐흐흥~♡ 미안해요. 근데 그 때 오빠 옆에서 자니까 확실히 안 무섭고 좋았어요.”
아이가 민재의 손에 깍지를 끼며 말했다.
“흐응~ 근데 우리 해먹, 저거 언제 써보나 몰라요. 나 빨리 저거 써보고 싶었는데, 오늘도 집에 유키나가 와버려서, 히잉~”
민재는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이제 앞으로 계속 쓸 수 있을 텐데요, 뭐. 그런데 오늘, 아이 너무 귀여웠어요.”
“뭐가요?”
“동생한테 짜증도 내고 먹을 걸로 골탕도 먹이고. 항상 착하기만 했던 아이한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그 점이 너무 귀여웠어요.”
“유키나가 예쁜 동생이긴 한데, 가끔 너무 얄미울 때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전에 오빠가 일본에 왔을 때부터 은근 오빠랑 있는 거 방해하는 거 같아서, 제대로 한 방 먹여줘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이가 민재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말했다.
“유키나는 어려서부터 언니인 저한테 얄미운 짓을 많이 하곤 했어요. 처음에는 그게 많이 싫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다 유키나가 절 부러워해서 그런 거였다는 걸 알게 되었죠. 원래 유키나는 제가 아이돌이 되는 걸 보고 자신도 따라 아이돌이 되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춤과 노래에 소질이 없었던 데다가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힘들어한다는 걸 알고는 그 꿈을 단념하게 되었어요. 그 때부터 절 동경도 하고, 질투도 했던 거 같아요. 원래 자매 형제들끼리는 서로 알게 모르게 경쟁하려는 마음이 있잖아요? 그래서 틈만 나면 절 폿챠리, 뚱뚱하다고 놀리고 얄밉게 굴었던 거죠.”
민재는 부드럽게 그녀의 허리를 안아주며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저도 유키나가 착한 아이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경쟁심 때문이랄까, 오빠도 보셨던 것처럼 가끔 절 속상하게 할 때도 많았어요. 뉴 크로스의 코우지 유토에게 경솔하게 연락처를 줬던 것도 그래서 그랬던 거 같아요. 자기도 나 못지않게 예쁘고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나도 아이돌이 대시 할 만큼 멋진 사람이라는 걸 내게 자랑하고 싶어서 일부러 연락처를 줬던 거죠. 지금 와서는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그때 얼마나 자신이 철없는 짓을 저지를 뻔 했는지를 말이에요. 그래도 어린 나이에 그 우와키 모노 (바람둥이)에게 휘둘리지 않은 게 다행이지,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한거죠.”
“유키나가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 사귀었던 남학생이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 연예인한테 대시 받으면서도 그 친구랑 교재를 했던 거예요.”
“네, 맞아요. 도쿄에 있는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했던 모범생과 사귀었는데, 처음에는 그 우와키 모노를 피하려고 일부러 교재를 했던 거 같아요. 그러다 정말 정이 들었는지 쭈욱 잘 지내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목표로 했던 도쿄 명문대 진학에 떨어지면서 스스로 공부에 전념하겠다며 유키나에게 결별을 통보했데요. 그런데 유키나는 자기가 차였다고 생각하고 충격도 크게 받았고, 그 친구가 너무 남자답지 못하다고 여겨졌데요. 유키나는 도쿄에 있는 대학에 갔는데 자기는 못 갔으니까 열등감 때문에 헤어지자고 한 거 같다고, 일본 남자들은 모두 비겁하다고 여기게 되었던 거죠.”
“한국에서도 그런 경우는 많을 거예요. 남자든 여자든 서로 사귀는 중에도 어느 한쪽이 스스로 열등감을 느끼고 관계를 지속할 수 없게 되는 경우 말이죠. 대학 진학 같은 일 때문에도 그렇고, 직업적인 부분에서도 그렇고, 재력이나 주변 환경적인 부분에서도 그렇고...... 한국 남자들 중에서도 자신이 여자보다 부족하다고 여길 경우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유키나가 한국 남자들에 대해 너무 쪽으로만 바라보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네요.”
“그쵸, 오빠 같이 좋은 사람은 절대 많지 않을 테니까요. 저도 어서 빨리 유키나가 좋은 사람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지만...... 아무리 동생이라도 오빠한테 가까이 붙어 있는 모습은 보기 싫어요. 유키나가 남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여자가 내 남자 옆에 같이 있는 건 보기 싫다구요.”
민재는 아이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나도 아이 말고 다른 여자가 내 곁에 있는 거 싫어요. 앞으로도 계속 아이가 걱정하지 않도록 늘 조심할게요.”
“아아, 고마워요, 오빠......”
아이는 민재의 목을 끌어안고 그와 키스를 나누었다.
그녀의 손이 민재의 단단한 팔뚝을 지나 천천히 밑으로 내려왔다.
그의 바지 속으로 쏙 들어가는 그녀의 작은 손,
아이는 그의 페니스를 몰캉몰캉 만지작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민재의 페니스는 그녀의 손길에 금세 딱딱하게 솟아오르고,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던 그의 손길도 아이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매만지고 있었다.
“만약 내가 유키나에게 한국 남자를 소개시켜줘도, 유키나가 일본으로 돌아가면 장거리 연애를 할 수 밖에 없잖아요?”
“그렇죠, 연애 초기부터 장거리 연애라니, 그건 너무 힘들 거예요. 근데 오빠 아는 사람 중에 유키나한테 소개시켜 줄 만한 사람이 있는 거예요?”
“사실 아직 마땅히 생각나는 사람은 없어요. 그래도 유키나 한테 제대로 된 남친이 생기면 아무래도 아이가 유키나 때문에 신경 쓸 일도 많이 줄어들 거 같아 저도 한 번 찾아 보려구요.”
“오빠가 일부러 찾아줄 필요는 없어요. 자기 연인은 역시 자신이 직접 찾는 게 제일 좋을 거니까요. 그리고 우리처럼, 진짜 만나야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만나게 되잖아요? 유키나에게 인연이 되는 사람은 분명 때가 되면 자연히 만날 수 있게 될 거예요.”
아이는 이렇게 말하며, 민재의 페니스를 자위해주듯 천천히 흔들어 주고 있었다.
“아...... 오빠랑 하고 싶은데 못해서 너무 아쉽네.......?”
“나두요, 그래도 이렇게 아이랑 함께 누워 잘 수 있어서, 난 지금도 너무 행복해요.”
“정말요? 나랑 같이 누워 잘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오빠 많이 행복해요?”
“네, 그리고 아이가 내 곁에 있는 모든 순간이....... 내게는 행복이에요.”
민재는 아이의 몸을 꼬옥 끌어안으며 입을 맞추었다.
“사랑해요, 아이......”
“오빠, 나도 많이 사랑해요.......”
싱글 침대보다 조금 좁은 소파 카우치에 누운 두 사람,
그렇게 키스를 하고 서로의 얼굴을 부비며 행복하게 단잠을 청하고 있었다.
* * *
다음날 아침, 소파 카우치 위에 한 이불을 덮고 함께 누워 있는 두 사람.
여전히 아이는 민재의 바지 속에, 민재는 아이의 잠옷 안에 손을 넣고 있는 중이다.
“으응......”
거실 창가로 비치는 아침 햇살에 아이가 먼저 눈을 떴다.
집에 돌아오니 원래 하던 습관대로 아침 식사 준비 하는 시간에 저절로 눈이 떠진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민재의 왼손은 자신의 머리에, 오른손은 자신의 잠옷 안에 들어가 있는데,
또 하나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 올려져 있는 게 느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레, 코레, 나니 (이거 뭐야)?”
아이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머리 옆, 카우치와 연결된 소파를 보니 그곳에 유키나가 한 팔을 아이의 어깨에 올린 채로 이불도 없이 쌔근쌔근 잠이 들어 있었다.
“아라, 유키나짱?”
아마도 침대에서 자다가 옆에 아이가 없는 걸 알고 거실로 따라 나온 모양이다.
이런 모습까지 언니와 똑같을 줄은......
“거실에 에어컨 켜놓고 자서 이불 없이는 추웠을 텐데.......”
아이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유키나가 누워 있는 소파로 건너갔다.
그리고 동생의 옆에 누워 그녀를 꼬옥 안아주었다.
“으응...... 오네짱......”
유키나도 언니가 손길을 느낀 듯,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아이의 커다란 가슴에 얼굴을 부비며 다시 잠이 드는 유키나,
아이는 동생이 조금 더 잠을 잘 수 있도록 오늘 아침 식사는 조금 늦게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 *
민재가 오늘은 유키나도 왔으니 편하게 아파트 조식 서비스를 시켜 먹자고 했지만, 그래도 아이는 손수 아침밥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오빠도 일본 음식만 드셨으니까, 그리고 유키나도 아직 제대로 된 한국 가정식은 못 먹어 봤으니까, 오늘은 순수 한식으로만 음식을 준비해 볼게요. 국도 미소시루 말고 진짜 한국 된장국도 끓여보구요.”
“우와~! 오네짱, 한국 된장국도 끓일 수 있어?”
“인터넷 레시피 보고 따라하려구. 미소시루랑 별로 다르지도 않은 거 같은데?”
일본에서 돌아온 이후 아직 마트에 가서 장을 봐오지 못한 관계로 일단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들만 가지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아이.
일단 밥은 흰쌀밥이 아닌 조와 현미, 보리 등 잡곡을 넣어 잡곡밥을 짓고,
된장국은 두부 없이 호박과 감자, 시금치를 듬뿍 넣어 조금 맑게 끓여 냈다.
파와 당근을 썰어 넣은 한국식 계란말이도 만들어 보고,
밑반찬으로 김치와 구운 김, 어리굴젓을 예쁘게 개인 그릇에 담아 상을 차렸다.
원래 아이는 민재와 함께 밥을 먹을 때에는 한국식으로 밥과 국 외에 반찬들은 같은 그릇에 담아 함께 먹곤 했지만, 오늘은 동생이 있으므로 반찬도 모두 개인 그릇에 따로 담아 아침 상을 준비했다.
“오빠, 식사 하세요. 유키나짱, 아침 먹어.”
유키나는 아이가 차려 낸 한국식 아침상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며 식탁에 앉았다.
“우와~ 이게 한국 가정식 아침 식사? 형부, 오네짱이 만든 게 진짜 한국 사람들의 일반적인 아침 식사에요?”
“네, 밥이랑 국, 김치랑 반찬 몇 가지. 가장 기본적인 아침 식사 모습이에요.”
“아아, 소오데스네.......! 일본에서 먹던 식사랑 비슷한 거 같으면서도 뭔가 모르게 다른 느낌이에요. 아무튼 오네짱, 이타다키마스~!”
세 사람은 함께 식탁에 앉아 아이가 만든 음식을 먹어보았다.
“유키나짱이 와서 된장국하고 계란말이는 일부러 간을 살짝 했어요. 혹시 너무 싱겁지는 않으세요?”
아이의 걱정스러워 하는 물음에 민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맛있어요. 오히려 염분이 적어서 건강한 맛인 거 같아요.”
“아아, 요캇타 (다행이다). 사실 레시피에 나온 것보다 소금을 적게 넣은 거라 혹시 오빠 입맛에 안 맞을까봐 걱정했어요.”
“반찬으로 김치도 있고 구운 김도 있고 어리굴젓도 함께 있는 걸요? 조금 싱겁다 싶으면 이거랑 같이 먹으면 되니까 오히려 계란말이하고 된장국이 조금 싱거운 게 나은 거 같아요.”
민재의 말에 아이는 환하게 웃었다.
“유키나짱, 너도 내가 만든 아침밥, 괜찮아?”
“응, 맛있어! 그럼 오네짱이 매일 같이 이렇게 형부 식사 만들어 주는 거야?”
“응, 내가 밥 안 만들어 드리면 오빠 매일 빵 같은 거 밖에 안 드시거든. 오빠 은근히 빵돌이야, 빵돌이. 빵 엄청 좋아해.”
“흐흐흥~ 나도 그 말 알아. 빵돌이, 빵순이. 빵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한국말! 형부 나도 빵순이에요. 형부는 어떤 빵을 제일 좋아해요?”
“베이글에 크림치즈 발라 먹는 것도 좋아하고, 마늘 바게트도 좋아하고, 크라상도 좋아하고, 크게 부풀린 발효효모빵도 좋아해요.”
“아라? 그거 다 식사용 빵 아니에요? 진짜 밥 안 드시고 빵을 밥으로 드셨던 모양이구나?”
“이래서 내가 밥을 해드려야 한다니까? 안 그러면 계속 빵만 드셔.”
즐겁게 대화가 오고 가는 아침 식사 자리,
민재는 가족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이 따뜻함을 다시 찾은 것에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