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3화 〉그녀의 음모 (4) (103/140)



〈 103화 〉그녀의 음모 (4)

그녀의 음모 (4)




“아이, 이제 클럽 안 간다면서요?”

민재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본 아이는 살짝 놀라는 눈치였다.



“혜인 언니가 신사역에 새로 오픈한 클럽이 그렇게 좋다고 해서요.”



“아이, 나하고 대화 좀 할래요?”



민재는 아이를 거실 소파로 데리고 갔다.


그가 이렇게 하는  처음인지라 아이는 잔뜩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민재가 그녀의 어깨를 팔로 감싸 안으며 말했다.



“아이,  아이가 강사님, 그 혜인이란 사람과 계속 어울리는 게 싫어요.”



“오빠가 혜인 언니 싫어하는  알아요, 하지만 언니 나쁜 사람 아니에요.”



“나쁜 사람은 아니더라도, 아이에게 해로운 사람이에요. 절대 믿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구요.”


“혜인 언니가 해로운 사람이고, 믿으면  되는 사람이라구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민재는 일전에 혜인이 자신에게 직접 ‘자유로운 연애’를 나누자고 했던 것을 솔직히 털어 놓았다.


믿었던 혜인이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섹파를 제안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



이를 전혀 알지 못했던 아이는 소스라치게 놀라 버렸다.

“혜인 언니가...... 오빠한테 그런 말을 했었다구요?”


“네, 손 다쳤던 이후로 골프 레슨 안 받고 혜인  사람을 피하려 했던 이유가 그거였어요.


“난 그것도 모르고...... 오빠, 그럼 왜 진작 나한테 말 안 했어요?”


“그 때는 아이가 혜인  사람과 너무 가까운 것 같아서, 떼어놓으려 했다가는 오히려 오해가 생기거나  못 될 거 같았어요.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지켜볼  없더군요.”


민재가 아이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게다가 그 사람, 레슨이 끝나고 나서도 아이에게 자주 연락하는  너무 수상해요......”



민재는 혜인의 아버지 이기봉과의 비리를 제보해 그가 조합장에서 물러나게 만든 일과, 그로인해 혜인 역시 그룹 스폰서 후원이 취소되고 대회 출전도 반려되게 된 일에 대해 천천히 아이에게 들려주었다.


“......뭔가  사람,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왠지 내게 앙심을 품고 일을 꾸미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러니 이제 그 사람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이도 무언가 알았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만났을 때도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이상한 일?”



“저 언니랑 압구정 OOOO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던 날이요. 그  외국 남자 둘이 식사 다 마치고 나가다가 혜인 언니 보고 반갑게 인사하면서 테이블에 앉는 거예요......”

알고 보니 남자들은 혜인의 친구들,




정확히 말하면 섹파들이었다.



그들은 마치 혜인과 오랜만에 우연히 만난 것처럼 롱 타임 노씨~! 이러면서 그녀들에게 다가왔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롱 타임 같이 봤으면 같이 봤지, 롱 타임 안 보던 사이는 아닌  같은 모습이었다고.

 남자들은 혜인과 함께 앉아 있던 아이를 보고 유튜브 통해 알게 되었다며, 아이의 팬이라고 말하며 합석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아이가 어학당에서 수강하고 있는 과목에 관심이 있다는 듯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자신들도 청강을 하고 싶다며 그 자리에서 바로 인터넷에 접속해 어학당에 청강 신청을 했고,

오늘 어학당에 찾아와 정말 청강을 하고 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혜인 언니가 클럽  때, 그 때 만난  사람과 같이 가자고도 했어요.”


우연을 가장한 접근,




대학 다니는 녀석들도 아닌데 청강이라는 무리수?

그러고 나서 클럽까지 같이 가자고?


이건 누가 봐도 혜인과 외국인 남자 둘이 짜고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것으로 밖에는 안보일 것이다.



민재가 핸드폰으로 인스타에 접속해 레스토랑에서 찍힌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외국인들,  흑인하고 백인 남자 맞죠?”




“아레? 네, 맞아요! 누가 이 사진을 찍은 거죠?”

아이는 신기하다는  인스타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우연히 거기서 맛있는 거 먹던 마음씨 착한 팬이겠죠. 그리고 오늘 아이 양 옆에 앉아 강의 들은 녀석들도  둘 맞죠?”



“네, 맞아요...... 그런데,   사람이 제 양 옆에 앉은 건 어떻게 아셨어요?”



민재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사진 보고 하도 걱정 되서, 오늘 어학당에 몰래  봤어요.”



“오늘 어학당에 오셨다구여? 아, 그럼 그 바바리맨이 오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짓던 아이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버버X를 입고  건 맞지만 바바리맨이라니.......”




“흐흐흐흐흥~♡ 어쩐지 오빠 같았어요. 옷도 딱 오빠 꺼고 사이즈도 딱 오빠 꺼고.”


“나 그 옷 한 번도 입은 적 없는데 어떻게 내 옷인지 알았어요?”


“드레싱 룸 1주일에  번씩 꼭 청소하고 있는데 그걸 못 봤겠어요? 당연히  옷도 봤죠! 하도 특이하게 생겨서 오빠가 이거 입으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한 적도 있는데, 내가 상상하던 것보다 핏이 너무 예뻤어요! 나중에 우리 데이트 할 때도 그거 꼭 입어줘요!”




아이는 웃는 얼굴로 민재의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역시 그 남자들, 확실히 이상했어요. 내가 듣는 강의 관심 있어서 청강까지 해놓고는 실제로 강의 듣는 모습은 아니었거든요. 게다가 끝나고 매점 갔을 때 강의에 대해 물으니까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그냥 클럽 얘기나 계속 하는 게 애초부터 강의 청강하러 온 사람들은 아니라고 느껴졌어요.”



“그런데도 혜인 그 사람이 그 남자들하고 클럽 가자는데도 이상한 생각 안 들었던 거예요?”


“조금 이상하긴 했는데, 그래도 혜인 언니는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오빠가 오늘 말 안 해줬으면 깜빡 속아 넘어갈 뻔 했어요. 미안해요, 오빠......”



아이의 미안하다는 말에, 민재도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나도 미안해요. 몰래 뒤를 캐고 다녀서. 아이를 믿지 못해 감시하려고 한 건 아니고, 아이가 걱정 되서 그런 거니 이해해줘요.”



“당연히 이해해요, 오빠. 전에 이태원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오빠가 나 계속 지켜봐 주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 했잖아요? 오히려 고마워요, 바보 같은 날 계속 지켜봐줘서.”



그녀는 민재의 무릎 위로 올라와 앉고는 그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오빠, 이제  몰래 따라다니고 지켜보는 거 마음대로 하셔도 되요. 내가 하도 사회 경험도 없고 사람 보는 눈도 없으니까 언제 또 바보 같이 굴지도 몰라. 앞으로 그렇게 되지 않게 나도 열심히 노력할 테니, 오빠도 나 잘못 나가지 않게  이끌어 주세요.”



“그럴게요,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오빠도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바보 같은 나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아이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 둘이 서로를 안고 키스를 나누고 있을 때,

깨톡~!


아이의 핸드폰에 톡이 날아왔다.

그녀가 핸드폰을 들어보았다.

“......혜인 언니 톡이에요.”



아이는 혜인이 보낸 톡을 민재에게 보여주었다.



[이번  불금 나올  있어요? 마크와 데릭도 무척 보고 싶어 하는데]


마크와 데릭이 그 외국인 남자들의 이름인가 보다.



아이는 단호한 표정으로 핸드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언니  그날 오빠랑 데이트하기로 해서 안 돼요]

[그리고 언니]



[몇 달 전에 우리 민재 오빠 강서구에서 만나셨다면서요?



[그때 우리 오빠한테 무슨 말 하셨어요?]

혜인은 곧바로 답장을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다음 톡은 10여분이 지나고 나서야 도착했다.


[무슨 말이라니?]

[언니, 오빠한테  들었어요. 어떻게 언니가 우리 오빠를 넘볼 수 있죠?]



[오해에요. 난 민재님을 뺐을 생각 없었어요]

[뺐을 생각은 없고 저랑 공유할 생각이었던 거예요? 그 자유로운 연애라는 걸로?]


[......]




[오빠는 물건이 아니에요. 저도 오빠를 공유할 생각 없구요. 다시는 저나 오빠에게 접근하지 않으셨음 좋겠어요]

아이는 이 톡까지 보낸 후, 혜인의 톡과 전화번호를 차단시켜버렸다.

민재는 속으로,


‘나이스!’

를 외쳤다.



“어휴, 오빠한테 꼬리치는지도 모르고, 이런 여자를 좋은 친구라고 생각한 내가 빠가 (바보의 일본말입니다. 사투리나 욕 아닙니다)지.”



아이는 핸드폰을 소파 끝으로 툭 던지며 귀엽게 짜증을 냈다.

민재는 그녀를 달래듯 안아주었다.


“아이, 궁금한 게 있어요.”

“뭔데요, 오빠?”



“도대체 혜인 그 사람의 어떤 면 때문에 그렇게 친하게 지냈던 거예요?”



아이는 살짝 부끄러운 듯 얼굴이 붉어졌다.



“그게요, 사실 오빠가 제  남자잖아요. 그래서 밤에 잘 때 그거...... 그거 할 때 어떻게 하는지 아는 게 너무 없어서....... 할 줄 아는 거라곤 AV 봤을 때 기억나는  밖에 없어서...... 그래서 그거 하는 방법 정말 많이 아는 언니가 부럽고 신기했어요.”

전에도 이런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지.


민재가 그녀의 매끄러운 허리를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혜인 그 사람이 가르쳐준 이상한  안 해도, 별다른 특별한 방법을 쓰지 않아도, 우리, 그거 할 때마다 늘 기쁘고 행복하잖아요?”




“맞아요, 오빠랑  때면 항상 좋아요. 혜인 언니가 가르쳐준 똥꾸...... 아니, 혀로 뒤에 핥는 이상한   해도, 오빠랑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아요.”

아이는 붉어진 얼굴로 민재의 근육질 몸을 어루만졌다.




“사실, 그냥 이렇게 오빠 품에 안겨만 있어도, 오빠하고 키스만 하고 있어도 너무 좋아요! 생각해 보면 혜인 언니가 말해준 별의 별 체위나 섹스 방법들, 그거 다 필요 없는 거였어! 그냥 오빠랑 하면 좋은데, 오빠랑 있기만 해도 너무 좋고!”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그의 탄탄한 엉덩이를 조물락거렸다.

“그럼 나 이제 혜인 언니 그 여자한테 밤일에 대한 거 안 물어볼 테니까, 오빠가 대신  많이 가르쳐 줘야 해요. 밤일에 대한 거 말이에요!”



밤일에 대한 것을 가르쳐 달라?!

이런 교육은 못 참지!


언제든지 가르쳐주고픈 교육자로서의 의무감이 마구마구 샘솟지!

민재는 말없이 야성적인 표정으로 웃통을 벗어던지고는,




식스팩 복근, 바다 같은 대흉근 위에 그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 * *

다음 날,




민재는 아이가 듣는 강의를 청강 신청을 하고 그녀와 함께 어학당으로 향했다.



원래 강의실 중간쯤에 자리를 잡곤 하던 아이였지만, 오늘은 강의실 오른쪽 끝자리 제일 구석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 옆에 민재가 앉았다. 아무도 그녀 옆에 가까이  앉게 하려는 것이다.


강의가 시작할 때쯤, 혜인의 흑인 백인 섹파, 마크와 데릭이 강의실로 들어왔다.

그들이 강의실을 두리번거렸다. 아이가 어디 있는지 찾고 있는 것이다.



“Oh, over there.”

그들은 오른쪽 맨 끝자리에 앉아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그녀의 옆에 민재가 떡, 하니 버티고 앉아 있는 걸 보고는, 조심스레 그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서툰 한국말로 말했다.



“저기요? 여기, 자리 좀 바꿔줘요.”


민재가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며 물었다.

“왜요?”

“우리 이 여자, 아이 친구에요. 아이 옆에 앉고 싶어요. 자리 바꿔줘요.”



“안 돼요.”




“왜 안 돼? 우리 이 여자 친구라니까?”

“그쪽이 아이 친구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내가  여자 남자친구라서  돼.”


민재는  둘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그의 말에 마크와 데릭은 놀란 표정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남자..... 친구? Boyfriend?”


“Yes, Of course. I am her boyfriend. Is it done? (그래, 물론. 내가 이 여자 남자친구다. 이제 됐냐?)”




“Fxxk...... but, I......”

“안 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민재의 목소리에 강의실에 있던 학생들이 모두 그들을 쳐다보고,

마크와 데릭 두 외국인은 시뻘게진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러자 아이도 그들을 향해 돌아보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오늘부터  남자친구하고 같이 강의 들을 거예요. 이 강의 관심 있어서 청강했다면서요? 그럼 저기 빈자리 가서 강의 잘 들으세요.”

아이는 그들에게 보란 듯이 민재의 팔짱을 꼭 끼고는,

모든 이들 앞에서 그와 키스를 나누었다.


마크와 데릭은 Fxxk, Sxxt 어쩌구 저쩌구 영어 욕을 늘어놓다가,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강의실을 나가 버렸다.



“갔네?”

“네, 그러게요. 그냥 갔네요? 흐흐흥~♡”



“그럼 이제 나도 편안하게 강의 들어봐야지~! 아이, 이거 무슨 강의라고 했죠?”




“오빠, 무슨 강의인지도 모르고 청강 신청 하셨던 거예요?”



두 사람은 그들이 나가거나 말거나,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강의를 들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