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5화 〉그녀의 음모 (6) (105/140)



〈 105화 〉그녀의 음모 (6)

그녀의 음모 (6)

“네, 저 결혼할 남자친구 있고 지금 함께 살고 있는 것도 맞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웨딩 사진도 미리 찍어 놨구요.”

아이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지난 번 부산에서 찍은 사진 액자를 보여주며 스캔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었다.



“하지만 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귀는 사람에 대해 말한 적이 없어요. 누군가가 제게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보셨다면 전 당연히 그렇다고 말씀드렸을 거예요. 지금까지 그에 대해 말할 기회가 없었던 것 뿐이죠. 처음부터 구독자 분들께 제가 남자 친구 없는  연기하며 속이려고 한 적 없다는 점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상 도중, 그녀는 민재에 대한 말을 하며 살짝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제 남편이 될 사람은 너무 좋은 사람이에요. 저에게는 무한한 사랑을 주시는 분이시고, 일본에서 연예인 활동만 하느라 세상 물정도 잘 모르고, 한국에 온지도 몇 년  되서 이곳에 대한 것도  알지 못하는 저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 주시고 지켜주신 분이세요.  분이 돈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 분이 돈이 많지 않았더라도  그분을 사랑했을 거예요.  분은 제게 너무나 특별한 분이니까. 부디 이번 일 때문에 그 분께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웨딩 사진까지 공개되자 댓글창의 민심이 다시 돌아서기 시작했다.




[헐, 웨딩 사진까지 찍었으면 진짜 결혼할 준비 하고 있는 거 맞나보네]



[결혼할 거면 미리부터 같이 살아도 되지, 쩝]



[아이가 남친 없다고 거짓말 한 적 없으니 우리 기만한 건 아닌 듯]




[남친분이 전생에 나라를 구하신건가요?]

[남친분 최소 이순신 장군과 함께 명량에서 싸운 수군1 이상]


[아이짱, 결혼 너무 일찍 하는 거 아님?]



[아쉽지만, 님 행복하셈]




구독자가 수천 명이 빠져나가기는 했지만 아이의 해명 영상을 통해 댓글창 소동은 조용히 봉합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이후 아이는 새로운 영상들을 하나씩 업로드 하기 시작했다.



직접 요리하는 영상들은 물론 맛집 탐방하는 영상들, 대치동 건물 나만의 헬스장에서 K-POP 커버댄스를 추는 영상들까지.

새로운 영상이 올라갈 때마다 구독자 수는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결혼할 것을 밝혔는데도, 오히려 솔직한 모습이 좋다며 그녀를 응원해주고 좋아해주는 팬들도 많아졌다.

이제 댓글창에는



[혹시 이 영상 남친이 찍어주는 건가요?]



[아이짱! 실시간 생방송으로 소통 가즈아!]

[남편 되실 분도 영상 함께 나와 주세요]

[두 사람 달달한 연애 장면도 보여주세요]

하는 글들도 상당히 많아지고 있었다.

* * *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혜인이었다.


이기봉이 그리 유명한 인물이 아니어서 그런지, 그의 당적 제명 및 출당에 대한 이야기는 언론에 단 한 줄의 기사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충격을 크게 받긴 한 모습이었다. 강운예 관장의 직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기봉과 그의 가족들 모두 강서구에 있는 집에서 두문불출 하고 있다고 했다. 강남에서 혼자 사는 혜인 역시 강서구 집으로 들어온 상태라 하고.

아마 그들도 이번에 있었던 일, 이기봉의 비위를 당에 제보한 사람이 누구인지,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대충 짐작은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민재는 혜인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제의했다.


아이에게도 함께 가자고 했지만, 그녀는 혜인과의 만남을 거부했다.



“오빠가 가서 말씀 나누고 오세요. 전 그 언니 다시 보고 싶지 않으니까.”



이제 아이도 혜인에 대한 정을 확실히 끊은 모습이었다.



“나 혼자 가도 걱정 안 돼요?”



“뭐가 걱정 되요? 오빠가 알아서 잘 처리해주실 텐데. 그럼  다녀오세요!”



아이는 그의 등을 두드려 주며 입맞춤을 해주었다.




민재와 혜인은 강남에 있는 조용한 카페에서 만남을 가졌다.

착 달라붙는 청바지에 검은색 시스루로 멋을 내고 온 그녀,


아무리 꾸미고 나온들, 민재 눈에는 조금도 예뻐 보이지 않았다.

민재는 차도 주문하지 않고 곧장 이야기를 시작했다.

“부친께서는 댁에서  지내고 계신지요?”

이기봉의 안부를 묻는 민재의 말에 맞은편에 앉은 혜인의 동공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네? 아, 네....... 그럼 역시.......?”



“세상엔 비밀이 없는 법이죠. 강사님이 저와 아이가 동거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 말씀 하려고 오늘 절 보자고  건가요?”



“아니요, 확실히 주의를 드리기 위해서 만나자 한 겁니다.”


“주의요?”



민재가 조용히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두  다시 저와 아이의 일상에 관여하지 마십시오. 유튜브나 인터넷 게시판에 댓글 다는 것도 조심하시구요.”

“뭐라구요?”




“본인은 물론, 타인을 시켜서도 아이를 음해하는 댓글 달지 마시라구요.”


“......”



“강사님 부친께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잘 기억하세요. 다시 한 번 저와 아이를 건드리면, 다음은 강사님 차례입니다.”




혜인이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우리 아버지 뒷조사라도 한 거예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뒷조사라도  거란 말씀이신가요?”




“생각은 자유입니다. 더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민재는 할 말은 다 마쳤다는 듯 차 조차 마시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사님이 그 흑인 백인 외국인 친구들이나 다른 남자들하고 자유로운 연애를 하든 말든 난 아무 상관 안 할 테니, 강사님도 나와 아이에게 관심 끄고 아무 상관 하지 말길 바랍니다.”



민재는 냉정한 표정으로 그대로 뒤돌아 가버렸다.

그가 나간 후에도, 혜인은 벌게진 얼굴로 주먹을 부들거리며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 * *



며칠 후, 민재는 아이를 ‘라리’에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려 충남으로 내려갔다.



드라이브하며 기분전환을 할 겸, 그가 이번에 새로 매매한 아산시 남동의 땅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불과 몇 주 사이에 아이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10만 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차안에서 민재와 함께 다음 어떤 컨텐츠를 찍을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구독자님들이 다음 영상에서는 오빠도 같이 나와 달라는데요?”

“나두요? 흠...... 다음 영상은 어떤 걸 찍을 예정인데요?”

“오빠랑 가는 맛집 탐방이요! 오빠는 무슨 음식이든 맛있게  먹으니까 좋을 거 같아요.”



“맛집 탐방, 그거 좋네요. 식당은? 미리 생각해 놓은 곳 있어요?”



“너무 먼데 말고, 전에 오빠랑 같이 갔던 삼성동 간장게장집 어때요?”

“간장게장이요? 거기 좋아요. 나도 간장게장 잘 먹을 자신 있으니까!”




서울에서 아산까지의 거리는 차로 약 1시간 30분 정도,


유튜브 이야기를 신나게 나누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마침 그곳에서는 민재가 고용한 업체 인력들이 와서 장비를 가지고 지반조사를 하는 중이었다.



“와, 스고이~! 일본에 시골마을 온 기분이에요!”



추수가 끝난 드넓은 논밭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르는 아이,



그녀는 체크무늬 바지와 갈색 상의 입고 있었고,




민재는 아이가 말했던 데로 어학당에 갈 때 입었던 버버X 브랜드의 인버네스 케이프를 입고 있었다.

커플 모두 본격적인 가을 패션으로 코디하고 나온 것이다.



“오랜만에 서울 벗어나 한적한 곳에 오니 좋아요. 여기가 이번에 오빠가 산 땅이에요?”



“네, 맞아요. 어때요?”



“논이 되게 넓어요. 여기 넓이가 어떻게 되요?”



“약 3,300 제곱미터, 1,000평 정도 되요.”




“이렇게 탁 트인 곳을 보니까 마음까지 다 시원해지네요. 그럼 이제 이 땅에서 오빠가 농사 지으실려구요?”



“응? 농사요? 아...... 땅 팔기 전까지 논을 그냥 놀릴 수는 없으니, 내년 봄에는 영농회사에 부탁해 대신 농사지어달라고  거예요. 그래서 가을에 쌀 수확하면 우리가 받아서 먹어도 좋을 거 같구요.”




“아, 일단 샀다가 나중에 다시 파시려구요? 그럼 여기 있는 장비들은 뭐에요?”


아이가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커다란 굴착장비를 가리키며 물었다.

“여기 지반조사를 하고 있는 거예요. 나중에 다시 땅을 팔 때를 대비해서 여기 건물을 짓기 적합한 곳인지, 지반이 약하지는 않은지, 혹시 이 아래 매장된 자원은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에요.”

“매장된 자원? 설마 석유 같은 거 나오는 거 아니겠죠? 그럼 우리 오빠 완전 부자 될 텐데. 헤헤헤~!”



아이의 말에 민재도 기분 좋게 웃었다.


“석유 나오면 정말 땡큐죠!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되는 꿈도 이루고. 하하하~!”



 사람은 기분 좋게 웃으며 논 주변에 있는 시골 길을 천천히 걸어보고 있었다.


그때, 지반조사를 하러 온 업체 관계자가 헐레벌떡 그에게로 달려왔다.


“이  주인 강 사장님 맞으시죠? 저는 여기 작업 소장입니다.”




“네, 소장님. 무슨 일이시죠?”



“그게요....... 이 땅 아래에서 온천수가 나오는데요?”

민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그냥 지하수도 아니라 온천수요?!?!”

“네, 물이 뜨거워요. 가서 만져 보시죠.”


민재와 아이가 소장을 따라 굴착장비가 있는 논 한가운데 가보았다.



그의 말대로, 굴착한 장비 사이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장비에 묻어있는 물기를 손으로 만져본 후, 민재가 크게 놀란 표정으로 소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니, 이 밑에 온천이 있었으면 그동안 벼농사는 어떻게 지은 거예요? 지반 밑에 온천이 흐르면 원래 농사짓기 힘들어야 정상 아닌가요?”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그런데 여기가 바로 아산이지 않습니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온양온천으로 유명했던 곳. 그래서 이 부근에 지하 수맥이 바뀌면서 온천수가 이 아래로 흘러들어왔을 수도 있고, 새롭게 생성되었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의 말대로 아산은 온천으로 유명한 고장이었다.



70, 80년대, 아산은 국내 유명 신혼 여행지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했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다른 지방에서 수많은 이들이 온천을 즐기러 이곳을 찾고 있었고, 서울 등 수도권에 사는 연세 많은 노인 분들 중에서도 주말이면 지하철을 타고 아산으로 내려와 온천에서 목욕하고 주변 식당에서 식사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일단 온천이 나오는 곳의 땅값은 천정부지로 솟아오르기 마련이다. 1990년대만 해도 아산에 온천이 나오는 지역의 1평당 땅값이 서울 명동보다 비쌌던 적이 있었을 정도니 말이다.


민재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아산 온천 명소 신O탕 공시지가]

[1제곱미터 당 4,000만원]

이걸 평으로 바꿔 생각하면 1평당 최소 1억 2,000만원 이란 얘기.



지금 민재가 1,000평의 땅을 10억 원에 샀으니 1평당 100만원에  꼴인데,




만약 지금 민재가 산 땅이 아산 신O탕과 비슷한 평가를 받게 될 경우 총면적이 1,000평이니 공시지가로만 판단해도 그 가격은......



‘120,000,000,000 (일천 이백  원)......!!!’


이것은 로또 일등 당첨 100번은 되어야 나올까 말까한 돈!


10억 원이 최소 1,200억 원으로 불어나버린 것이다!

민재는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버린 것처럼 서 있는 민재를 보고, 아이가 그의 팔을 흔들며 물었다.



“오빠, 왜 그래요? 원래 땅에서 온천 나오면  되는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에, 민재가 간신히 제정신을 수습하며 말했다.

“아이......”


“네?”




“지금 여기서 온천 터진 거, 석유 나오는 거랑 똑같아요......!”

“헤에~! 혼토 (정말)~?! 그럼 이제 오빠 이 온천물 퍼서 파는 거예요?”

“내가 온천 사업을 해도 되고, 온천 사업할 사람한테 팔아도 되고...... 이제 이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거 같은데요?”

민재가 아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자, 갑시다, 서울로.”


“오빠 바로 집으로 가시게요?”



“아뇨, 온천 터진 기념으로 내가 아이 가방 사줄게요. 갑시다, 청담으로!”



민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사이 시골길을 폴짝폴짝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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