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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6화 〉아이의 반항 (1) (106/140)



〈 106화 〉아이의 반항 (1)

아이의 반항 (1)


아산에서 새로운 온천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금세 전국으로 퍼지게 되었다.

충청남도 아산, 하면 논과 밭이 있는 시골 마을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산은 서울에서부터 지하철이 연결되어 있어 수도권과의 접근성도 좋은데다가 대기업들도 여럿 들어서있어 인구도 제법 많은 도시다. 현충사나 지중해마을, 민속촌, 아산만, 삽교천 등 지역 명물도 있고 여전히 온천 관광으로 특수를 누리는 곳이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자연히 ‘새로운 온천 관광 단지’ 조성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생기게 되었다.

민재가 땅을 부동산에 매물로 내놓기도 전에 그에게 연락해 오는 이들이 있었다.

그것도 개인이 아닌 ‘기업’.

여러 유수의 대기업들이 온천이 나오는 민재의 땅을 사겠다고 너도 나도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민재는 본인이 그 땅에서 직접 온천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이 땅을 매각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공시지가에만 팔아도 1평에 100만원 하던 땅이 1억 2천만 원까지 올랐으니, 미련 갖지 말고 팔 수 있을  팔자.’

물론 공시지가가 시세와 동일하지는 않다.

게다가 온천이 나오는 땅이니 부르는 게 값일 수밖에.

민재는 1평당 2억 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평당 2억  하는 땅을 누가 사느냐고?

서울 명동에도 1평당 6억 원을 호가하는 땅들이 즐비하지만 그런 곳도 매매는 이루어지는 법이다.

게다가 온천사업에 냄새를 맡고 관광단지를 조성하려는 기업들에게 1평당 2억 원, 1,000평에 2천억 원이란 돈은 크게 무리되는 비용도 아니다.

민재의 땅에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들은 대기업 S.

S기업은 민재의 땅은 물론  주변 땅들도 모두 매각해 4계절 동안 온천과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워터파크 스타일의 리조트를 짓겠다고 했다.

게다가 평당 가격도 민재가 책정한 가격보다 평당 ‘큰 거 한 장’을  주겠다고 했다

‘큰  한 장’이 얼마냐고?

평당 2억 원 부른 땅에,

1억 원을 더 얹어 주겠다는 말이다.

그럼,

평당 3억 원?!?!

그러면,

1,000평이니까 3천억 원?!?!?!

어어어어어억......

이건  참지......!

민재는 S기업이 평당 3억을 부른 순간 협상이고 뭐고 다 때리치고 무조건,

“콜, 계약합시다~!”

를 외쳤다.

그의 재산에 3천억 원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 * *


이번 추석은주말 포함해서 5일이나 되는 긴 연휴였다.

아이와 민재는이번 추석 연휴에 처음으로 해외로 나가보기로 했다.

 사람이 이번에 갈 곳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그곳에서 쇼핑도 하고 야구도 보고,

오가며 아이의 유튜브 채널에올릴 영상들도 찍기로 했다.

인천 공항에 도착한 두 사람은 수속을 모두 마치고 짐부터 먼저 비행기에 실었다.

아이가 이번에 가지고 온 건 주황색 루이XX 캐리어,

항상 여행 다닐 때면 민재의 여행용 가방을대신 사용했지만, 이번에 새로 민재가 사주었던 것이다.

캐리어 뿐 아니라 여행갈  입을 옷과 신발들까지 모두.

민재는 수중에 3천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왔지만 전보다 더 씀씀이가 심하게 커지지는 않았다. 아이를 위한 옷과 신발, 가방 등을 더 자주 사주고는 있었지만 정작 자신을위해  것이라고는 이번 여행 중 신을 편한 운동화 한 켤레. 물론 명품이긴 했지만 아이에게 사주는 명품들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아이템이었다.

짐들을 모두 부치고, 아이가 민재의 팔짱을 꼭 끼며 물었다.

“오빠, 항공사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가서 유튜브 영상 찍어도 뭐라고 안할까요?”

“거기 직원들에게 미리 양해 구하고 사람들 얼굴  나오게 찍으면 괜찮을 거예요.”

이번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비행기는 국내 항공사 퍼스트 클래스로 예약한 민재,

원래 혼자 여행 다닐 때에는 비지니스 클래스를 타건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건 별 상관하지 않았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첫 해외여행이니 만큼 무조건 퍼스트 클래스로 예약했던 것이다.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가면 식사도  수 있는데, 거기서 식사하고 출발할까요?”

“우웅, 배가 고프지 않아서 많이는 못 먹을 거 같아요. 오빠, 이 항공사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음식 드셔 보셨어요?”

“네, 전에 먹어 본  있어요.”

“어때요?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니까 많이 고급스러운가요?”

민재는 살짝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음...... 내 생각에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최상급 호텔 정도는 아니고, 일반 4성, 5성 호텔 뷔페나 레스토랑의 음식들보다 조금 못 미치는 정도? 나쁘지 않다, 하는 정도에요.”

“그렇구나~ 그럼 정말 조금만 먹고 이따가 비행기 타서 기내식 먹어야겠어요.”

“그래요. 참, 라운지에서 영상 다 찍고 면세점도 들를 거죠?”

“가보고 싶기는 한데 딱히 사고 없어요, 그런데......”

아이가 민재의 팔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오빠, 오빠는 뭐 사고 싶으신 거 없어요?”

“네, 여기 면세점에서 살만한 건 없어요.”

“그런데 오빠, 이번에 땅 팔고  엄청 벌었는데,  오빠는 오빠를 위해서 돈 하나도  써요?”

“응? 나 돈 많이 썼는데?”

“그거 다 나 옷 사주고 가방 사주는 데 다 쓰셨잖아요? 보통 남자들은 돈 생기면 차도새로 사고 비싼 시계도 사고 그러는데.”

“이번에 비싼 거 하나 샀잖아요. 지금 신고 있는 100만원 넘는 운동화!”

민재가 웃으며 발에 신고 있는 명품 운동화를 손으로 가리켰다.

“이거 하나? 오빠, 시계 좋아하시잖아요. 땅 판 기념으로 시계 하나 안 사세요?”

“이미 마음에 드는 라인들은 모두 가지고 있는 걸요? 지금은 눈에 들어오는 시계도 별로 없고. 그런데 왜요? 내가 뭘 사길 바라는 거예요?”

“아니, 난 오빠가 오빠를 위해서는 돈 거의 쓰시지도 않으면서 나한테만 좋은 거 사주시는  같아 마음이 조금 불편해서요.”

민재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이를 위해서 쓰는  나를 위해 쓰는 거예요.”

“네?”

“아이한테 좋은 거 사줄 수 있고, 그래서 아이가 기뻐하며 웃을 수만 있으면 난 그걸로 됐어요.”

“오빠......”

“난 지금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부족한 게 하나도 없어요. 딱히 바꾸고 싶은 것도 하나도 없고. 만약 필요한 게 생기면 그  사면 되요.”

민재가 아이의 이마에 살짝 입을맞추었다.

“그리고 나 지금도 돈 쓰고 있는걸요?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위해 왕복 비행기 티켓에만 수천만 원을 쓰고 있는데.”

“그래도 이건 우리를 위한 거지, 오빠만을 위한 게 아니잖아요?”

“우리를 위한 게 곧 나를 위한 거예요. 난 나 혼자 행복할 때보다 우리가 행복할 때가  좋으니까.”

아이가 그의 손을 꼬옥 잡으며 말했다.

“우리 오빠, 갈수록 욕심이 없어지는 거 같아.”

“돈이 많아지고 여유가 생길수록 물질에 대한 욕심이 줄어드는 건 사실인거 같아요.”

“어머, 그러다 나에 대한 욕심도 사라지는 거 아니에요?”

“욕심? 혹시 욕구, 욕망 이런  말이에요?”

“우웅~! 그렇게 말하면 너무 야하잖아요~!”

“하하하, 그런가? 아무튼 아이에 대한 욕심은 절대로 안 없어질 거 같은데요?”

“정말요? 그럼 나에 대한 욕심이 언제 제일 많이 나요? 밤이 되면? 아니면 아침에 내가 앞치마 두르고 주방에서 아침밥 만들 때?”

“아니요. 하루 종일이요!”

민재는 아이의 허리를 끌어안고 살짝 안아들며 웃었다.

* * *


아이는 OO항공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의 푸드 코트와 대기실, 샤워까지 가능한 화장실까지 둘러보며 폰으로 영상들을 찍은 후, 면세점에 들러 대만 누가 크래커 등 소소한 간식거리들을 사서 로스앤젤레스 행 비행기에 올랐다.

퍼스트 클래스는 이코노미, 비즈니스 클래스와는 달리 양쪽 창가에 한 자리, 가운데  자리이렇게 자리 배치가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의 좌석은 복도 가운데에 붙어 있는 자리였다.

“함께 앉을  있는 자리로 예매하다보니 창가 자리를 구하지 못했어요. 미안해요.”

“아니에요, 오빠. 함께앉을 수 있으면  밖 하늘 풍경은  봐도 괜찮아요.”

“그래도 비행기로만 11시간은 가야하는데, 지루하지 않겠어요?”

“다이조부(괜찮아요), 어차피 구름만 11시간 보는 것도 지루할 텐데요.그동안 오빠 얼굴 보면서 가면 되지.”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민재의 볼에 쪽, 입을 맞추었다.

* * *


예쁜 접시에 서빙 되는 기내식으로  차례 식사를 마치고 나서야 두 사람은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벌리힐스에 있는 F호텔에 여장을 풀고 하룻밤을  쉰  사람은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팀의 야구 경기도 보고 쇼핑도 하며 여행을 즐겼다.

민재와 아이 모두 유창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영어 회화가 가능했기 때문에 물건을 살 때나 식당에 들어갔을 때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조금 당황스러웠던  야구 경기를 볼 때였다.

두 사람이 보러간 경기는 LA 다저스의 오랜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였고, 그들이 예매한 티켓 역시 홈팀 덕아웃과 가까운 쪽 내야석이었다.

그런데 그들 바로 옆자리, 앞자리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저지를 입은 원정팀 팬들이 앉아 자신들의 팀을 응원하고 있는  아닌가?

그래서 민재는,

“......내가 또 중학교 때처럼 잘못된 티켓을 사서 들어온 건가......?”

하고 멘붕에 빠지기도 했다.

이내 알게 된 사실이지만, 1루 쪽에 홈팀 팬들, 3루 쪽에 원정팀 팬들이 앉아 응원을 펼치는 한국 프로야구와는 달리 미국 메이저리그는 팬들이 자리에 관계없이 모두 한데 뒤섞여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미국에서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 직관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을 때즈음,

시간은 벌써 밤 10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 오늘 다저스가 져서 너무 아쉬웠어요~!”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산 하얀색 다저스 저지를 입은 아이가 커다랗고 푹신한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아이는 나랑 야구  게 이번이 두 번째죠? 그런데도 다저스를 너무 열심히 응원해서 많이 놀랐어요.”

“원래 야구에 대해서는 많이 모르지만 다저스는 많이 들어서 알고 있죠. 일본인 선수들이 많이 뛰었으니까요. 다르빗슈 (유), 마에다 (겐타), 구로다 (히로키), 거기에 옛날에 뛰었다는 노모 히데오까지!”

“와, 아이도 야구 선수 이름 많이 알고 있네요?”

“일본에서 워낙 유명한 선수들이라 저도 잘 알고 있죠. 참, 다저스에는 한국 선수들도 많이뛰었었죠?”

“네, 류현진도 뛰었었고, 예전에는 서재응, 최희섭, 박찬호 선수가 뛰었었죠.”

“박찬호라면TV에 나오는 투머치토커...... 그 말 많이 하시는 분이요?”

민재가 깔깔거리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아이. 투머치토커도 알아요?”

“알죠~! 그 분 나오는 광고도 본  있어요. 그분 일본 프로 야구에서 뛴 건 알고 있었는데, 다저스에서도 뛰었어요?”

“그럼요. 최초의 한국인 메이저리거였던 분인걸요. 이분이 메이저리그에서 거둔 통산 승리만 124승이에요. 한일 양국 선수들 중에 그 분보다 통산 승리가 많은 선수는 아직 안 나왔을 정도죠.”

“아아, 소데스까....... 그냥 투머치토커, 말만 많으신 분이 아니라 실제로 대단한 선수였나 보군요?”

“정말 대단하신 분이죠. 그분이 아니었으면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많이 진출하지 못했을 거예요.”

두 사람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위이이이잉~

로밍해 온 아이의 핸드폰에 전화가 걸려 왔다.

“아레? 유키나짱?”

발신인은 아이의 동생 유키나였다.

“여기가 지금 밤 10시니까 일본은 오후 3시즈음 되었겠네요.”

“아, 맞다. 시차가 그렇게 되죠? 3시면 유키나짱이 학교에 있을 시간인데 무슨 일이지?”

“참, 유키나가 우리 미국 여행 중이라는 건 알고 있죠?”

“네, 얼마 전에 말해줬어요? 그럼 받아볼게요.”

아이가 전화를 받았다.

“모시모시? 유키나짱......?”

유키나와 한참을 유창한 일본어로 이야기를 나누던 아이.

그녀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전화를 끊었을 때, 옆에서 지켜보던 민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이, 무슨  있어요?”

아이가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

“아버지가...... 제가 오빠랑 결혼할 거라고, 구독자들에게 웨딩 사진 보여준 유튜브 영상...... 보셨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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