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화 〉아이의 반항 (6)
아이의 반항 (6)
며칠 후, 아이의 어머니 린코가 한국에 도착했다.
당연히 민재와 아이 두 사람 모두 공항으로그녀를 마중하러 나갔다.
“(일본어) 어머니! 보고 싶었어요!”
“(일본어) 아이, 건강해 보여 다행이구나!”
아이는 출국 게이트로 나오는 린코에게로 달려가 꼬옥 끌어안았다.
타향에서 가족을 만난 기쁨 때문인지, 아버지의 결혼 반대 때문에 생겼던 마음고생 때문인지, 아이는 어머니를 보자마자 눈물을 글썽거렸다.
민재도 린코에게 다가가 공손히 허리를숙이며 아이가 가르쳐 준 일본어로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일본어) 오랜만에뵙습니다, 어머님.”
린코는 민재를 보고 빙그레 웃음 지었다.
“(일본어) 반가워요, 강군. 한국에 머무는 동안 아무쪼록 잘 부탁해요.”
민재는 린코가 가지고 온 캐리어 등짐을 번쩍 들고 그의 차로 안내했다.
일본에도 벤츠 등 고급 차량이 얼마든지 많이 있기에, 린코는 민재가 끌고 온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차량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또 아이에게 그의 재력에 대해서 이미 들어 알고 있기에, 오히려 벤틀리나 롤스로이스 같은 호화로운 차가 아닌 벤츠 S클래스처럼 소박한(?) 차를 가지고 다니는 점이 더 좋게 보였다.
민재가 린코를 차량 뒷좌석에 태우고, 아이와 함께 앞자리에 타며 말했다.
“아이, 어머니께 점심 식사는 종로에 미리 예약한 식당으로 모시겠다고 전해줄래요?”
“네, 오빠. (일본어) 어머니, 오빠가 어머니모시려고 서울 종로에 미리 식당을 예약해 놓았어요. 점심은 거기서 드시고 함께 저희 집으로 가요!”
“(일본어) 저희 집...? 그럼... 이제껏 강군하고 같이 살고 있었던 거니...?”
아이가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본어) 에, 그게... 어쩌다보니... 헤헤. 어머니 한국 계시는 동안 쓰시라고 오빠가 침대하고 가구 같은 것도 다 준비했어요. 호텔 가지 마시고 저희랑 함께 지내요.”
“(일본어) ...내가 가면 너희가 불편하지 않겠니?”
“(일본어) 저희 집 엄청 넓어서 괜찮아요! 직접 보시면 깜짝 놀라실지도 몰라요!”
“(일본어)...아직 둘이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계속 저희 집, 이라고 하는구나...”
“(일본어) 아, 그게... 한국말로 그렇게 말하는 습관이 들어서 그만...”
차량은 공항을 벗어나 서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린코가 운전석에 앉은 민재의 얼굴을 흘끔 쳐다보고는 아이에게 계속 이야기했다.
“(일본어) 강군, 우리가 하는 말 다 못 알아듣지?”
“(일본어) 네, 쉬운 문장이 아니라면...”
“(일본어) 너희 같은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나 같은 옛날 사람들이나 지켰을 법한 예의범절들을 구구절절 읊어봤자 늙은이들이 하는 귀찮은 간섭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지 모르고, 한국 사람들이 일본 사람들과 생각하는 게 얼마나다른지도 모르지만, 장래 장모님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둘이 동거하고 있는 걸 아무 거리낌 없이 오픈하고 사는 집까지 보여주겠다는 건 그리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구나?”
평상시와 같은 온화한 표정은 변함없었지만, 그녀의 말투는 무척 진지했다.
“(일본어) 아,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오빠가 어머니 한국 오시면 가까이서 직접 모시고 싶다고 하셔서... 그리고 저희 집, 아, 아니, 오빠 집 엄청 넓어요. 한국 계시는 동안 저희 걱정 안하셔두 되고, 그리고 둘이 함께 사는 건, 그건...”
어머니의 질문에 정곡을 찔린 듯, 아이는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혹시 이로 인해 어머니가 자신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지 않을까 덜컥 걱정이 밀려오기도 했다.
“(일본어) 혹시 한국 사람들은 결혼하기 전에 동거하는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니?”
“(일본어) 그, 그건 아니고... 그 문제 있어서는 한국 젊은이들이랑 일본 젊은이들이랑 생각하는게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아요.”
“(일본어) 네가 다니는 대학교 어학당 근처에 잡아준 원룸 처분해 달라고 할 때부터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은... 엄마는 옛날 사람이잖니?여자가 결혼도 하기 전에 남자 집에 들어가 함께 산다는 게 여간 되바라져 보이는 게 아닌데, 내 딸이 그랬다 하니 더욱 마뜩찮구나.”
“(일본어) 아... 면목 없습니다.”
“(일본어) 강군, 일본에서 봤을 때 사람도 참 괜찮아 보이고 예의범절도 아는 것 같아네 결혼 상대자로 부족함 없다 여기긴 했다만, 이렇게 대놓고 혼전 동거라니...”
“...”
“(일본어)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한국에 있는 동안 함께 지내며 강군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살펴봐야겠다. 그리고 나서 네 아버지에게 잘 말해 두 사람 결혼에 대해 설득할지, 아니면 아버지가 하자는 대로 할지 결정하도록 해야겠다.”
“(일본어) 네, 알겠습니다...”
아이는 고개를 푹 수그리며 힘없이 대답했다.
* * *
민재가 린코를 모시고 간 곳은 광화문 인근에 있는 '암0서울'이란 한식 스타일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었다.
이곳은 민재가 고르고 고른 식당이었다. 린코의 처음으로 서울에서 방문하는 식당인데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격조 있고 조용하고, 깔끔하면서도 한국의 맛과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으로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새문안로 C빌딩 지하 1층에 있는 암0서울 옆에는 퍼블릭 갤러리도 함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들어가는 입구부터 깨끗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일본어) 야아, 여기 어디니? 식당으로 간다며 미술관으로 데리고 온 거니?”
린코는 신기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일본어) 식당 맞아요. 한국 방송에도 자주 나오는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한국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에요!”
아이의 말에 린코는 벌써 기대 반 설렘 반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일본어) 일본에서도 한국 음식들을 몇 번 먹어본 적이 있다만 한국식 파인 다이닝이라... 이건 생소한걸? 김치나 불고기 같은 한국 음식들을 프랑스식 방법으로 조리하는 거니?”
“(일본어) 흐흐흥~♡ 이제 어떤 음식들이 나올지 곧 알게 되실 거예요.”
아이는 린코의 팔짱을 끼고 민재와 함께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일행이 안으로 들어가자 깨끗한 하얀색 셔츠를 입은 직원들이 그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안녕하십니까, 암0서울입니다.”
“강민재 이름으로11시 반에 3명 예약했습니다.”
“강민재 고객님... 네, 예약 확인되셨습니다. 준비된 룸으로 모시겠습니다.”
직원들의안내를 따라, 일행은 네 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프라이빗한 룸으로 들어갔다.
직원들이 직접 의자를 뒤로 빼어주고, 민재와 아이가 린코를 마주보고 자리에 앉았다.
“아이, 어머님께 이곳런치 기본 코스에 몇 가지 더 추가로 주문해 봤는데, 혹시 더 필요하신 거 있으면 말씀해 달라고 전해줄래요?”
“네, 오빠. (일본어) 어머니, 오빠가 우선 이곳 런치 코스로 예약해 놓았는데요, 더 드시고 싶으신거나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달라셔요.”
“(일본어) 아무래도 처음오는 곳이고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니 무엇이 더 필요할 지 아직 감이 안오는구나.”
“(일본어) 그럼 술이라도 주문해드릴까요? 와인 어떠세요?”
“(일본어) 아직 한낮인데 술은... 강군도 운전을 해야 하니 술은 다음에 하자꾸나.”
그러면서 린코는 검은색 대리석테이블 위의 식기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았다.
나무로 된 쟁반 위에 하얀색 고급 도자기 접시가 플레이팅 되어 있고, 놋으로 만든 숟가락과 젓가락이 받침에 올려져 정갈하게차려져 있었다.
아무래도 놋으로 만든 식기는 낯설어서 그런지, 린코는 수저를 들고 만지작거리며 신기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일본어) 한국은 양식기랑 비슷한 쇠로만든 식기를 주로 쓴다더니 진짜였구나... 한국에 관광 왔었던 엄마 친구가 한국은 밥그릇도 쇠로 만들어져서 들고 먹으려다가 손 댈 뻔 했다고 그랬는데, 숟가락 젓가락도 쇠로 만들었으면 음식 들다가 뜨거워서 입에도 못대는 거 아니니?”
아이가 까르르 웃으며 대답했다.
“(일본어) 그렇지 않아요. 숟가락 젓가락이 뜨거워져서 밥 못 드시는 일은 없을 거예요.”
“(일본어) 그러고 보니 숟가락도 그다지 오목하지 않구나? 이러면 국물 떠먹을 때 잘 퍼지지도 않고 흘릴지도 모르고, 먹기 불편하지 않니?”
“(일본어) 수전증 있는 사람이라면 국물 떠먹기 좀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써보시면 금방 적응되실 거예요.”
테이블 위에 미리 세팅되어 있는 따뜻한 수건으로 손을 닦고 작은 잔에 놓은웰컴 티를 마시자 직원 한사람이 적갈색 비단 보자기에 싸인 자개함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드실 요리의 재료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가운데 보이는 소고기는 미경산 한우 중에 엄선된 암소만을 골라...”
검은색 바탕에 화려한 꽃무늬 자개가입혀진 팔각형의 함 안에는 이번 런치 코스에 쓰이는 미경산 한우 암소와 도미, 다랑어, 버섯, 캐비어, 머스캣 등 고급스러운 식재료들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한국어를 모르는 린코도 지금 직원이 오늘 식사에 쓰이는 재료를 보여주며 설명해준다는 것을 눈치챈 듯, 핸드폰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일본어) 저기 가운데에 놓인 고기가 오늘 메인요리에 쓰일 한국 와규인 모양이구나?”
“(일본어) 네, 맞아요. 한국에서는 한우라고 불러요.”
“(일본어) 한국에서 한우 먹어 봤지?”
“(일본어) 당연하죠! 오빠랑 자주 먹어요.”
“(일본어) 한국에서는 소고기를 주로 어떻게 요리해서 먹니? 우리처럼 스키야키나 샤브샤브처럼 해먹기도 하니? 아니면 스테이크처럼 구워서 먹니?”
“(일본어) 한국에도 스키야키나 샤브샤브 식당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주로 양념에 재워 불에 구워 먹는 곳이더 많은 것 같아요. 불고기나 갈비가 이런 음식들이죠. 스테이크처럼 뭉텅이를 한 번에 굽기 보다는, 불 위에서 구워가며 가위로 한 입 크기로 잘라 먹는 경우가 많아요. 아니면탕이나 국같이 국물 요리를 하는 경우도 많구요. 아, 한국의 일반 가정에서는 소고기를 가지고 주로 국을 끓이는데 많이 쓴데요. 미역국이나 소고기 무국 같이 미소시루(일본 된장국)처럼 밥이랑 같이 먹는 국 만들 때 말이에요.”
직원의 식재료 소개가 끝나고, 에피타이저로 밤타락죽이 나왔다.
작고 예쁜 하얀 도자기 그릇에 담겨 나온 밤타락죽을 보고, 린코는 연신 핸드폰으로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숟가락을 들어 한 입 떠 먹어보고는 놀라워하는 표정으로 아이에게 물었다.
“(일본어) 이건 어떤 스프니? 크림 스프? 정말 부드럽고 달콤한데 처음 먹어보는 맛이구나?”
이건 민재가 설명을 해주고, 아이가 그의 말을 일본어로 옮겨 주었다.
“어머님,이건 밤으로 만든 타락죽이라는 한국식 스프입니다. 한국 전통 음식들 중에는 드물게 우유로 만들어진 음식이지요. 타락죽은 아주 오래전 궁중에서 임금님만 드시던 귀한 음식이었다고 해요.”
“(일본어) 오오, 크리미하면서도 달콤한게 아주 마음에 들어요. 한국 음식 중에 이런 맛과 식감을 가진 음식이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게다가 위에 올려진 건 튀긴 밤을 잘게 썰은 거 거 같은데... 이 연두색 거품은 뭐지요?”
“새싹보리와 잦을 갈아 만든 소스라고 합니다.”
“(일본어) 아아, 이 소스가 스프의 단 맛이 입 안에 오래 남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 할 수 있게 도와주는군요. 에피타이저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네요. 그럼 옛날 한국의 임금님들은 식사를 할 때마다서양요리 먹는 것처럼 전채 요리, 메인 요리, 디저트, 이렇게 코스별로 드셨던 건가요? 이 밤타락죽은 임금님 식사의 전채 요리고?”
“한국의 임금님 식사를 ‘수라’라고 하는데, 일반 백성들의 식사보다 좋은 음식들이 푸짐하게 나왔다고는 하지만 서양의 코스 요리처럼 구분되어 나오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아, 그래도 식후 디저트로 과일이나 수정과, 식혜 등을 드시기는 했을 거예요.”
린코가 뭔지 알겠다는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일본어) 아, 식혜! 그 밥알 들어 있는 음료수! 한국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목욕탕, 사우나 들어갔다 나와서 식혜 먹는 거 본 적 있어요!”
린코와민재는 아이를 통해 신나게 한국 음식들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직원들은 그들이 밤타락죽을 모두 비운 것을 확인하고는 두 번째 요리, 다랑어를 서빙했다.
붉은빛이 감도는 싱싱한 다랑어 뱃살을 다시마 소금과 고소한 들기름에 버무리고 명이나물과 시소잎 장아찌, 바삭바삭한 테프칩 위에 검은 진주같은 캐비어를올린 아뮤즈부슈(Amuse-bouche, 한 입 크기의 전채요리라는 뜻의 프랑스어)였다.
“(일본어) 이건 전체적으로 보면 프랑스 요리 같아 보이는데 다랑어와 시소가 들어간 거 보면 일본 요리 같기도 하고, 이 고소한 소스(들기름)의 맛과향은 확실히 한국 요리 같기도 하고... 전통 한식이라기보다는 퓨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민재는 아이를 통해 린코의 말을 전해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어머님. 한국 요리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하고 여러 다른 나라의 요리법도 가미한 퓨전이라고 할 수 있죠.”
“(일본어) 이 소스(들기름)는 처음 먹어보는 건데 올리브유나 서양 요리에 쓰이는 오일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에요. 게다가 짭조름하고 시큼한 캐비어와 궁합까지 완벽하고... 이 소스 이름이 뭐지요?”
“들기름입니다. 어머님.”
“(일본어) 들기름? 아, 이게 바로 한국의 들기름이로군요! 나도 들어본 적이 있어요!”
물론 일본에도 들기름이 있다.
그런데 2018년 경 한국산 들기름이 다이어트 식품으로 방송에서 다뤄지기 시작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한 때 일본에서는 돈 주고도 못살 만큼 품귀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어) 이 들기름 나도 구입할 수 있나요? 아니면 이 식당에서만 만들어 쓰는 레어한 소스인가요?”
“들기름은 한국의 마트 어디서나 다 팔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파는 들기름도 이 식당에서 사용하는 들기름과 크게 다르지 않지요. 그럼 이따가저희랑 마트 가셔서 함께 구매하시도록 하죠!”
린코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 번째 요리로 파스닢 된장소스가 곁들여진 부드러운 도미요리가 나왔다. 도미 위에 크리스피한 빵가루 튀김이 올려져 있어 고소한 식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다음 나온 요리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고도 할 수 있는 감태와 육회 초밥.
원래 런치 코스 기본 메뉴에는 없는 메뉴였는데, 민재가 예약할 때 린코에게 꼭 선보이고 싶어 추가하게 된 것이다.
검정색 돌로 된 그릇 위에 청록색의 돌김, 혹은 해초류처럼 생긴 감태가 놓여 있었다.
감태 위에는 잘 지은 쌀밥과 싱싱한 육회가 듬뿍 올려져 있었는데, 이를마치 김밥처럼, 혹은 마끼처럼 감태에 돌돌 말아 먹는 요리였다.
린코는 처음 보는 색다른 요리를 직접 손으로젓가락으로 돌돌 싸서 먹는 것에 무척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또 짭조롬한 감태에 쌓인 따뜻한 쌀밥과 씹을수록 진한 육향과 맛이 우러나오는 육회의 조합 역시 매우마음에 드는 모습이었다.
참고로 이 감태와 육회초밥 한 접시의 가격은 9천원.
단품으로도 판매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가성비가 안 좋다고도 할 수 있지만, 회전초밥집에서도 비싼 메뉴는 한 접시에 2, 3만원 넘는 것도 있으니 마냥 비싸다고만 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그래도 민재가 암0서울을 방문하시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꼭 드셔보시길 권하는 메뉴이기도 했다.
이렇게 감태와 육회초밥까지 나오니 ‘첨밀설’이라 이름 붙여진 레몬 샤베트가 나왔다.
이를 본 린코의 얼굴에 살짝 아쉬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일본어) 이건 디저트...? 설마... 우리 식사 벌써 다 끝난 건가요?”
민재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어머님. 이건 메인 요리와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입가심으로 먹는 거랍니다. 이제 이후로 진짜 메인 요리가 나온답니다.”
그의 말에 린코는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먹는 모습에 있어서는 아이가 어머니를 쏙 빼닮은 게 확실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