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3화 〉아이의 반항 (8) (113/140)



〈 113화 〉아이의 반항 (8)

아이의 반항 (8)



고속엘리베이터를 타고 48층에 내린 세 사람.

아이는 어머니 린코의 손을  잡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일본어) 짠~! 오서 들어오세요, 어머니!”

민재의 아파트로 들어온 린코는 88평 넓은 면적에 압도된 표정이었다.

“(일본어) 세상에... 젊은 나이에 이렇게 좋은 집을...!”

일본에도 넓은 집, 좋은 아파트는 있기 마련이지만, 삼성동 A아파트는 세계에서도 30위 안에 꼽히는 고급 아파트였다.

게다가  눈에 다 들어오지도않는 88평의 어마어마한 넓이...!!!

바닥과 벽은 모두 대리석에 세련된 인테리어로 되어있었고,

민재의 성격이 엿보이는 모던한 디자인의 소파와 테이블, 영화관 스크린만한 큼지막한 벽걸이 TV가 놓여진 넓은 거실,

대리석으로  아일랜드 식탁은 물론 유럽에서 수입한 최고급 주방 가전제품들, 카페에 있을법한 고급 커피 머신 등 주부라면 누구나 다 가지고 싶어 할 물건들이 잔뜩 구비되어 있는데다가 아이의 꼼꼼한 손길로 깨끗하고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는 넓은 주방,

영화 속 억만장자의 저택에서나 본 듯한 넓은 드레싱룸, 피팅룸, 파우더룸이 있는 마스터룸,

(그리고 침대 옆에 설치되어 있는 해먹을 보고 ‘얘들이 저런 건 왜 저기 갖다 놓았지?’ 하는 표정을 짓는 린코 ^^;;)

유리벽으로 된 넓은 서재까지,

민재의 집을 둘러본 린코의 벌어진 입은 여전히 다물어지지 않고 있었다.

“(일본어) 어머니, 여기가 어머니를 위해 준비한 방이에요!”

아이는 다정하게 린코의 손을 서재 옆방으로이끌었다.

그곳에는 널찍한  사이즈 침대와 화장대와 옷장이 준비되어 있었다. 원래 이 방에 있던 아이의 책상과 책장 등은 맞은편에 있는 아이의 유튜브 촬영장 겸 작업실로 옮겨 놓은 것.

민재는 린코가 잠자리가 바뀌어 불편할까봐 일부러 일본 집에서 린코가 쓰고있는 것과 동일한 매트리스를 주문해 침대를 구입했다. 그리고 화장대와 옷장 역시 넉넉하게  사이즈의 가져다 놓았다.

이것들 모두 민재가 사서 직접 들여놓았냐고?

아무리 힘 좋은 민재라도 침대에 옷장 같은 무거운 가구들을 혼자서 나르는  벅차다. 아이랑 둘이 해도 힘든 일이고.

당연히 가구 구입한 곳에서 사람들이 와서 설치를 해주었다. 그 전에 청소 대행업체 불러서 원래 있던 아이 책상과 책장들 밖으로 옮기고 청소까지 깨끗하게  하고 말이다.

“(일본어) 세상에, 그냥 호텔에서 자도 되는데,  오는  때문에 이렇게 다 준비해 준거니...?”

린코는 깨끗하게 준비된 방을 보고 매우 감동 받은  했다.

“(일본어) 오빠가 어머니 오시는 것 때문에 얼마나 신경 많이 썼는데요? 그러니 한국에 계시는 동안 아무쪼록 저희와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린코의 방까지 둘러본 후, 사람은 거실로 나왔다.

민재가 주방으로 들어가 차를 준비하는 동안, 아이와 린코가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그러다 문득, 린코는 자신의 발밑이 따뜻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손바닥으로 거실의 대리석 바닥을 만져보니, 바닥 전체가 따뜻한 게 아닌가?

“(일본어) 아이, 대리석 바닥이... 따뜻하다...? 이거 대리석이면 원래 차가워야 하는  아니니?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따뜻한 거지...?”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일본어) 아아~ 한국은 원래 일본하고 난방 하는 방법이 달라요. 온돌이라고 해서, 옛날부터 바닥에 열기를 돌게 해서 방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을 써 오고 있어요.”

“(일본어) 헤에~? 그럼 이 집 바닥 전체를 따뜻하게 해서 난방 하는 거니? 어쩐지 아까다른 방에 들어갔을 때에도 발바닥이 따뜻하긴 했어... 여기가 비싸고 좋은 아파트여서 이런 난방 장치가 있는 모양이구나?”

아이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일본어) 아니에요. 온돌처럼 바닥을 따뜻하게 하는 난방 방식은 한국에서 상당히 일반적인 방법이에요. 여기 말고 다른 아파트, 다른 가정집 모두 이런 온돌 방식으로 난방을 하고 있어요.”

“(일본어) 그럼... 한국 가정의 몇 퍼센트 정도가 이런 방식으로 난방을 하고 있는 거니...?”

“(일본어)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무조건 90%이상의 가정에서 온돌 방식으로 난방을 하고 있을 거예요.온돌 방식이 아닌 곳이 상당히 드문 편이지요.”

린코는 그 말에 상당히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기야,일본의 경우 덥고 습한 기후와 지진이 잦은 자연 환경 때문에 목조 건축, 다다미 양식으로 집을 짓고 살다보니 온돌과 같은 방식의 난방 방식이 발전할 수 없었고, 그로인해 추운 겨울이 되면 집 안에 난로를 가져다 놓거나 코타츠(こたつ)라고, 온열장비와 이불이 설치된 테이블을 거실에 들여 놓는 게 난방의 전부일 수밖에 없는 실정.

그런 일본인들에게, 집안 방바닥 전체가 뜨끈뜨끈해지는 온돌의 난방방식이 신기하고 부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일본어) 아파트에서 매일 이렇게 따뜻하게 난방을 넣어주는 거니?”

“(일본어) 아니오. 이 아파트는 개별난방이라서 저희가 난방을 하고 싶을 때 마음대로 온도 조절해서 난방   있어요.”

“(일본어) 그럼, 우리 들어오자마자 난방 시작해서 벌써 이렇게 바닥이 따뜻해진거니?”

“(일본어) 흐흐흥, 아니에요. 아까 우리가 점심 먹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빠가 핸드폰으로 미리 난방 켜놓았던 거예요. 어머니 집에 들어오셨을 때 춥지 않게 말이에요.”

“(일본어) 핸드폰으로 밖에서 집안 난방을 켰다고...? 그런 시스템이 있다는말을 듣긴 했는데... 그런  비싸지 않니?”

“(일본어) 아니요? 오빠가 그러는데 아파트 입주민 되면 아파트에서 무료로 주는 테블릿을 사용하거나 핸드폰에 어플만 다운 받으면 집 밖에서도 집안 전기, 가스, 난방 같은 거 모두 조작할  있다는데요?”

“(일본어) 일본에도 그런 아파트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흔하지는 않을 텐데... 이 아파트가 비싸고 좋은 아파트여서 그런건가 보구나.”

“(일본어) 아닐걸요? 오빠 말로는 한국에서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들 중에 그런 시스템 갖춘 곳이 제법 많데요. 한국은 인터넷 보급이나 핸드폰 어플들이 많이 발전한 나라잖아요? 그래서 일본에서는 보기 힘든 일들도 이곳에는 가능한 것들이 많은 거 같아요.”

린코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이리 저리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러다가,

소파 뒤에 걸린 두 사람의 웨딩 포토,

부산에 놀러갔을  찍었던 사진,

아이가 유튜브 영상에서 자신이  결혼할 거라고 증거사진으로 보여주었던 그 사진,

요시노부가 뒤늦게 보고 뒷목 잡고 분노했던바로  사진에 눈길이 갔다.

“(일본어) 흠... 네 아버지가 말한 게 바로 이 사진이었나 보구나...”

린코는 요트 선착장에 정박한 요트들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두 사람이 찍은 웨딩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일본어) 아, 그게요, 어머니... 지난 여름에 오빠랑 같이 한국 부산에 놀러 갔는데요... 그  우리가 묵었던 호텔을 예약할  호텔 패키지 안에 웨딩 포토 찍어주는 프로모션이 있어서 그 참에 찍었던 건데요...”

“(일본어) 호텔? 웨딩 사진 프로모션?”

“(일본어) 네... 그게요, 어머니... 그 때 호텔 간 곳에 꽤 비싼 곳이었는데요... 그냥 호텔 숙박 예약하면 1박에 한국돈으로 900만원 정도 하는데, 그 프로모션으로 예약하면 1박에 100만원 정도 밖에 안한다고 해서... 그래서 저도 좋고 오빠도 좋아서... 그러다가 웨딩 포토도 이렇게 찍게 되고...”

아이는 붉어진 얼굴로 말을 얼무버렸다.

마침민재가 직접 내린 따뜻한 커피를 가지고 거실로 돌아왔다.

“어머님, 커피 드세요.”

그가 공손히 린코 앞에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일본어) 두 사람 웨딩 포토, 예쁘게 잘 나왔네요?”

아이를 통해 이 말을 전해들은 민재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일본어) 사랑하는 연인끼리 서로 사진 찍는 일을 가지고 뭐라 할 생각은 없지만, 결혼식이나 웨딩 포토 같은 건 양가 부모님의 허락이 있은 후에 해도 늦지 않았을 텐데요?”

“어머님 아버님 허락도 없이... 무례를 범해서 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성급했던 것 같습니다.”

“(일본어) 구지 저렇게 서둘러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람 너무 조급한 감이 있어서 걱정이긴 합니다.”

“이렇게 될  모르고... 저희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님.”

민재는 린코에게 고개를 숙였다.

“(일본어)  사람만난 지 몇  안 되었지요? 둘아 사귄지 아직 1년도 안된 것으로 아는데?”

“네. 맞습니다, 어머님.”

“(일본어) 반드시 오래 사귀어봐야 상대방에 대해 잘 알게 되는 건 아니지만, 사귄지  달 만에 웨딩 포토도 찍고 결혼까지 생각했다면... 그만큼 아이에게 헌신할 각오가 되어있다는 것인가요, 강군?”

린코의 말에 민재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합니다, 어머님! 아이에게 평생 헌신할 각오도 되어 있고, 영원히  마음 변하지 않을 자신도 있습니다! 또, 어머님과 아버님, 아이의 부모님을 제 부모님이라 생각하며 모실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

남자답고 박력 있는 민재의 대답에, 진지하던 린코의 표정에도 미소가 머금어졌다.

“(일본어) 나이 많은 내가 봤을 때 혹시나  사람이 잠깐의 기분과 설레임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왜 요새 젊은 사람들이 많이들 그러잖아요? 좋아할 때는 서로 죽고  살 것처럼 붙어 있다가 금세 사랑이 식어버리면 또 남남처럼 헤어지기를 너무 쉽게 하는 사람들 말이에요. 그래서 만난  얼마 되지 않아 결혼 이야기 나오고 우리 몰래 웨딩 포토까지 찍었다는 말에 혹시 강군과 아이 모두 성급하게 이러는 건 아닌가 조금 걱정이 되더라구요.”

린코는 민재가 가져다 준 커피를  모금 마시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일본어) 그런데 지난번 강군이 일본으로 직접 찾아온 것도 그렇고, 아이 아버지가 반대하는 와중에도 날 이렇게 한국으로 초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걸 보니... 강군을 한  믿어 봐도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아이를 평생 맡겨도 된다는 생각 말이에요.”

그녀의 말에, 민재는 린코 앞에 큰 절을 올리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따님을 제게 맡겨만 주신다면 평생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

린코는 웃으며 어서 일어나라는 듯 손짓을 했다.

“(일본어) 그 약속 변치 않길 바랍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쉽게 변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사랑하는 마음마저도 하찮아 보일 정도로 오락가락하게 되지요. 그런 때면 내가 왜 이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나 생각해 봐야 한다고 하지요? 그럼 강군은 우리 딸의 어떤 면 때문에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생각하게 된 건가요?”

(G cup 가슴) 아이의 엄청난 몸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동안 미모?

야마토 나데시코 스타일의 요리도 잘하고 가정일도 잘하는 모습?

민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어머님.”

“(일본어) 헤에~? 뭐라구요???”

“나니? 오빠, 뭐라구요???”

린코도 아이도 똑같이 놀란 토끼눈으로 소리를 질렀다.

민재는 웃는 얼굴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 아이를 왜 사랑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아니라... 어떤 가지 면 때문에 아이를 사랑한  아니라서 그렇게 말씀드린 겁니다, 어머님.”

“아아......”

아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의 말을 린코에게 전했다.

민재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냥, 처음 아이를 봤을 때부터 좋았습니다.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고,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같이 있을 때가 생겼는데... 다른 사람에게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이 사람과 평생 함께 하며  편안함을 계속 느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렇게 아이와 함께 하며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들을 하루하루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혼해서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어떤 특정한 한가지 면 때문에 아이를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어 한 게 아니라, 그냥 아이라는 사람,  사람의 존재 자체가 너무 좋았던  같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민재는 수줍게 웃었다.

아이가 그의 말을 통역한 후, 린코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일본어) 저도 그래요, 어머니. 저도 그냥 오빠가 너무 좋았어요. 오빠가 잘생기고 부자라서 좋아했던 게 절대 아니에요. 마치 오빠를 위해 내가 한국으로 온  아닌가,  사람이  운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둘이 있으면 너무 좋고... 저도 오빠를 사랑하게 되고 결혼까지 결심한 데에 특별한 이유 같은  없어요. 그냥... 오빠라서, 내 오빠라서 좋아하고 결혼하는 거예요...”

두 사람의 말에 린코는 알겠다는 듯 미소 짓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어) 그렇군요... 두 사람, 이런 순수한 마음, 끝까지 변치 않기를 바랍니다.”

그녀는  사람의 어깨를 따스하게 보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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