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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4화 〉아이의 반항 (9) (114/140)



〈 114화 〉아이의 반항 (9)

아이의 반항 (9)


린코가 방에 짐을 모두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민재와 아이는 그녀를 모시고 저녁 식사를 대접하러 나갈준비를 했다.

세 사람이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민재가 웃으며 말했다.

“어머님, 아까 닭 한 마리 드시고 싶다고 하셨죠? 검색해보니 이 근처 강남에도 닭 한 마리 파는 식당이 있더라구요. 그리로 모실게요.”

그 말에 린코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일본어) 강군,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거기 말고 여기로 가면 안 될까요?”

린코가 핸드폰 인터넷으로 식당 간판이 나온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일본어) 아까 방에서 친구한테 문자해서 물어봤더니 서울에서 닭 한 마리를 제대로 먹으려면 이리로 가야한다고 그러더라구요. 자기도 여기서 먹고 엄청 만족했다고 하면서. 그리고 여기가 미국 전 국무부 부장관인가 하는 사람이 한국  때마다  들리는 맛집이래요. 그래서 강군만 괜찮으면...이리로 가  수 있어요?”

린코가 보여준 상호명을 검색해보니 종로 광화문 근처에 있는 식당이었다.

“아까 점심 먹었던 곳과 가까운 곳에 있는 곳 같은데요... 차로 가면 그리멀지 않으니 그리로 가시죠!”

“(일본어) 아아, 고마워요, 강군!”

린코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세 사람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와 민재의 메르세데스 벤츠가 있는곳으로 걸어갔다.

린코는 주변에 고급 자동차들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는 것을 둘러보다가, 민재의 벤츠 옆에 주차된 빨간색 페라리를 보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일본어) 역시... 비싼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차들도 다들 좋은  타고다니는 모양이구나.  페라리, 상당히 비싸고 멋있어 보이네... 이건  어떤 사람이 타는 차일까나...”

아이가 함박웃음을 짓고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일본어) 이 차, 오빠껀데요?”

“(일본어) 헤에~?  페라리도 강군꺼라고?!?!”

“(일본어) 네, 맞아요. 그런데 오빠는 많이 안타고 제가 주로 어학당 갈 때 쓰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얘한테 이름도 지어주었는걸요? ‘라리’라고.”

“(일본어) 그럼 이 페라리가 네 등하교 전용차라고?!?!”

린코는 몹시 놀란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 * *


세 사람은 린코가 가고 싶어 하던 광하문에 있는 닭 한 마리 식당, 오리지널리 그랜드머더  치킨 누들, 원조 할머니 닭 한 마리 칼국수 가게에 도착했다.

주중인데도 인근 회사 사람들이 퇴근길에 많이 들려서인지, 가게 앞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웨이팅을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민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어머니, 오래 기다려야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지금이라도 다른 식당 알아볼까요?”

린코가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일본어) 아니에요, 이렇게 사람들이  지어 기다린다는  그만큼 맛집이라는  아니겠어요? 충분히 줄 서서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을  같아요!”

민재와아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린코와 함께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기로 했다.

“(일본어) 어머니, 한국에 오셨는데 한복 입고 한국 옛 왕궁에 가보고 싶지 않으세요?  근처에 경복궁이라고, 임금님이 사시던 왕궁이 있어요.”

아이의 말에 린코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일본어) 아까 오면서 본  성벽 같은 돌담들 있는 곳 말이니?”

“(일본어) 네, 맞아요. 거기가 광화문이라고, 경복궁 왕궁의 입구에요. 그 근처에 한복을 빌려주는 곳들이 있거든요? 그곳에서 한복 빌려 입고 왕궁 구경가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이는 예전에 민재와 함께 한복 입고 경복궁에 갔을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일본어) 어머나~ 한복이란 게 화사하면서도  예쁘구나! 기모노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

“(일본어) 지금은 저녁이라 경복궁이 곧 문을 닫을 거라 안 될 것 같고, 그럼 내일 함께 경복궁에 놀러올까요? 다 같이 한복 입고 말이에요.”

린코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일본어)  아버지한테 한국 부동산 보러 간다고 말하고  거니, 일단 내일은 어디 빌딩 같은 데라도 먼저 보고 와야  거 같구나. 그 양반한테 부동산 봤다고 인증샷이라도 찍어서 보내야하는데, 만약  그러면 또 너하고 거기서 무슨 작당을 하고 있는 거냐고, 당장 돌아오라고 전화 올지도 몰라.”

요시노부의 성격을  아는 아이도 이내 수긍한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어) 네, 그럼 경복궁은 다음에 시간   함께 가요.”

“(일본어) 그러자꾸나.”

20분 즈음 기다리자 마침내 세 사람의 차례가 되었다.

“여기 닭  마리 3개에 각각 떡사리랑 버섯사리, 칼국수 사리 추가요~!”

민재는 자리에 앉으며 1인 1 닭 한 마리로 빠르게 주문했다.

보통  한 마리가 든 양푼 하나가 2인분 정도 되는 양이지만, 린코와 아이의 먹는 양을 생각한다면... 무조건 1인 1닭  마리에 사리추가가 정답이다!

손님이 많아 미리 끓여 놓고 있었는지, 주문한 닭  마리가 든 양푼들이 금세 테이블 위 가스버너로 서빙되어졌다. 김치와 부추가 가득 든 반찬 그릇도 함께 왔다.

“(일본어) 오오, 이것이 닭 한 마리?”

초록색 파들이 가득 든 깨끗하고 맑은 육수 안에  하니 자리 잡고 있는 닭 한 마리를  린코는 자신 앞에 놓인 낯선 음식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일본어) 이거 바로 먹는 건가요? 아니면 버너 위에 올려서  더 끓여서 먹는 거?”

“미리 어느 정도 끓인 상태에서 나오긴 하지만 육수가 한번 끓을 때까지 조금 더 익혀서 먹여야 합니다.”

“(일본어) 오오, 그렇군요!”

린코는 젓가락을 두 손으로 들고 설렘 가득한 눈빛으로  한 마리가 어서 끓길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양푼에 든 육수들이 보글보글 맛있는 소리를 내며 끓기 시작하고,

“이타다키마스(잘 먹겠습니다)~!

린코는 기다렸다는 듯, 일단 젓가락으로 닭다리부터 부욱, 찢어 앞접시로 가져와 야무지게 손으로 들고 뜯기 시작했다.

“(일본어) 아아, 오이시(맛있다)~! 상당히 깨끗하고 깔끔한 닭 요리에요! 정말 여기 오길 잘 했어! 닭 한 마리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인가요?”

민재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머님. 의외로 닭  마리 요리가 한국에서 유명해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집처럼 줄 서서 기다려 먹는 맛집도 많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한 마리보다 치킨이나 닭갈비, 붉닭 같은 요리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일본어) 오오, 그래요?”

“네, 그리고 닭 한 마리와 비슷한 삼계탕이라는 전통 요리가 있는데요, 닭과 함께 인삼, 황기, 대추, 찹쌀 등을 같이 넣어 끓인 보양식이랍니다. 더운 여름이 되면 삼계탕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할정도로 한국 사람들에게는 대중적인 음식이죠.  한 마리 요리가 마음에 드셨다면 다음에는 삼계탕도 드시러 가실까요?”

린코가 웃으며 손바닥을 짝, 마주쳤다.

“(일본어) 좋아요, 삼계탕이 푹 끓인 요리라면 그것도 이 닭  마리 요리처럼 부드러운 음식이겠군요! 무척 기대가 되요!”

아이가 앞에 있는 김치와 양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본어) 어머니, 닭 한 마리는 그냥 먹어도 좋지만 김치나 양념을넣어 끓여 먹어도 맛있데요. 제 양푼에 김치 넣어서 끓여볼 테니 함께 드셔보시겠어요?”

아이는 자신의 양푼에 김치를 푸짐하게 넣어 푹 끓인 후, 국자로 국물을 떠서 린코의앞접시에 담아 주었다.

이를 먹어본 린코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일본어) 으음? 김치를 넣으니 새로운 맛이 나는구나?”

“(일본어) 그렇죠? 저하고 어학당 같이 다니는 친구들 중에 이렇게 닭 한 마리에 김치 넣어서 끓여먹으면서 닭고기로 된 김치찌개 먹는거 같다면서 좋아하는 애들도 있었어요.”

“(일본어) 김치찌개? 한국의 대표적인 국물 요리라는 그거?”

“(일본어) 네, 맞아요. 원래 김치찌개를 끓일 때는 돼지고기나 참치, 아니면 고등어 같은  주로 넣어 먹거든요? 그런데 닭  마리에 김치를 넣으면 닭고기로 만든 김치찌개 먹는 것 같다고, 한 가지 요리로 두 가지 맛을 볼 수 있다고  친구들이 무척 좋아했어요. 어머니, 이제 국물이 많이 쫄았는데, 이제 칼국수 사리를 넣어볼까요?”

이제  한 마리의 하이라이트, 칼국수가 양푼에 투입되었다.

모녀가 각자의 양푼에 칼국수를 만드는 사이, 민재가  가지 제안을 했다.

“어머니,  한 마리 요리 마지막에 칼국수 말고 다른  더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거 아세요?”

“(일본어) 으음? 칼국수 말고도 다른 것을 넣어 먹을 수 있나요? 우동이나 메밀소바 같은 건 아닐 테고... 어떤 거지요?”

“여기에 밥과 계란을 넣어 계란죽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어요.”

“(일본어) 응? 계란죽이요? 어떻게요?”

민재는 홀 서빙 아주머니에게 계란죽을 부탁했다.

“계란죽은 2인분 이상부터 주문 가능해요.”

아주머니는 다 먹을 수 있겠냐는 듯, 걱정스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그럼 3인분 부탁드려요.”

“양이 많은 텐데, 혼자서 3인분 다 드실 있으시겠어요? 같이 오신 분들도 칼국수 사리 추가해서 이미 끓이고 계신데...?”

아주머니, 아주머니가 이 모녀분들 먹는 것 안 보셔서 그래요.

장담하겠는데 각자 양푼에 있는 칼국수 다 먹고 지금 끓이는 계란죽도  먹고도 부족하다 하실 분들이에요.

민재는 이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그저웃음으로 얼무버렸다.

아주머니는 금방 계란과 밥, 야채들을가지고와 민재의 양푼에 먹음직스런 계란죽을 만들어 주었다.

그의 예상대로 이미 자신의 양푼에 있는 칼국수를 남김없이 해치운 두 모녀는,

“(일본어) 강군, 이 계란죽 나도 좀 봐도 되죠?”

“오빠,  먹겠습니다~!”

민재의 양푼 안에 있는 계란죽을 푹푹 퍼서 가지고 갔다.

3인분이 아니라 2인분만 시켰다면, 민재는  숟가락도  먹었을 분위기였다.


* * *


닭 한 마리로 든든하게 저녁을 먹은 후,

세 사람은 소화도 시킬  명동 거리를 걸으며 구경을 했다.

지난 세계적 전염병의 영향과 중국과의 마찰로 인해 잠시 침체기를 겪기도 했던 명동 거리는 이제 몇  전과 같은 호황을 다시 누리는 중이었다.

주중에도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수많은 젊은이들과 해외 관람객들로 거리는 밤늦은 시간까지 생동감이 넘쳤고, 환하게 불을 밝힌 상점들에서는 신나고 경쾌한 음악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본어) 한국 서울의 다운타운은 일본 도쿄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거리를 둘러보던 린코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일본어) 일본에도 밤늦은 시간까지 이렇게 불야성을 이루는 거리가 많긴 하지만 다소 불건전한 느낌이랄까, 어른들만의 세계라고나 할까? 조금은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곳이 많은데, 한국의 거리를 걸으니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밝고 신나는 축제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밤늦게 돌아다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민재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도 다소 불건전하고 어른들만 다니는 거리가 있긴 하지만 명동은 확실히 가족들이 밤늦게 놀러 나와도 무방할 만큼 좋은 곳이지요. 이곳 명동 말고도 서울에는 가족들이 밤나들이 할 만한 곳이 많이 있답니다.”

“(일본어) 한국은 일본보다도 치안이 좋아서 여자들이 밤늦게 돌아다녀도 안전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게 사실인가요?”

“100% 안전하다고 말씀드리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안전한 건 사실입니다.”

“(일본어) 사실 우리 젊었을 때 한국하면 소매치기의나라, 인신매매의 나라, 라고 부정적인 뉴스들이 많이 나오곤 했지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드라마, K-pop 등 한류가 소개되면서 한국이란 나라가 더 이상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후진국, 못 사는 나라, 수준 낮은 나라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오히려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매우 높은 나라, 특히 민주주의 정치에 있어서는 일본인들이 한 수 배워야 하는 나라라는 생각도 갖게 되었지요.”

민재는 겸허히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한국인으로써 제가 느끼기에는, 우리 한국이란 나라는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나 민주주의 정치에 있어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길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이란 사회는, 그리고 한국의 민주주의 정치는 아직 개선되고 발전해야할 부분들은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말하기부끄러운 부분들도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부분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해 서로 토론하고 소통할  있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기에, 이 나라가 조금씩 발전해 나가고 있는  같긴 합니다.”

명동 거리를 걸어, 어느새 세 사람은 민재의 차가 주차된 공영주차장에 도착했다.

“오빠, 집에 가서 어머니께 한국 치킨 맛을 보여드리면 어떨까요?”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아이가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요?”

“아니에요오~! 어머니한테 맛있는 한국의 치킨을 소개해드리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잖아요오~!”

아이가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

“그런데 오늘은 야식으로 치킨 말고 다른 걸 대접해 드리면 어떨까요?”

“응? 어떤 걸루요?”

“아까 어머님께서  한 마리 드시면서 부드러운 고기가 좋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러니까...”

민재는 핸드폰을 들어 배달 어플을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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