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6화 〉아이의 반항 (11) (116/140)



〈 116화 〉아이의 반항 (11)

아이의 반항 (11)


세 사람은 아이가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한 한국식 아침 식사를 든든히 먹었다.

어제 점심은 한국 스타일의 파인 다이닝, 저녁은 닭 한 마리, 야식으로 보쌈에 굴까지 먹고도 아침 식사로 나온 밥과 된장국, 불고기와 한국식 계란말이까지 남김없이 뚝딱 해치우는 두 모녀...

민재는 문득 두 모녀가 먹방 같은 컨텐츠 함께 찍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두 사람... 어지간한 유튜버들보다 먹방으로 더 많이 먹을지도 몰라...’

오랜만에 딸이 차려준 밥을 맛있게 먹는 린코.

벌써부터 친정엄마가 결혼한 딸의 집에 놀러 온 느낌이다.

“(일본어) 정말 맛있게 잘 만들었구나. 이제는 한국 음식까지 이렇게 맛깔나게 잘 만들다니... 강군, 그거 알아요? 얘가 아이돌 생활한다고 그룹 멤버들이랑 같이 숙소 생활 할 때에도 멤버들 밥을 직접 만들어서 먹일 만큼 요리에 관심이 많았지요. 처음에는 카레나 규동(돈부리의 일종, 쇠고기 덮밥) 같이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 밖에는 못 만들었는데, 나중에는 나베도 만들고, 오코노미야키도 만들고, 이것저것 튀김도 만들고 점점 요리 실력이 늘더라구요. 그래서 멤버들 중에 어린 친구들은 아이를 보고 마마, 라고 부를 정도였다니까요.”

그녀의 말에 민재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숙소 생활  때부터 요리를 곧잘 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 음식들도   줄은 저도 몰랐어요. 게다가 요새는 유튜브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다른 요리들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죠. 그 덕분에 거의 매일 아이가 만들어 주는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일본어) 아이가 만들어주는 음식들 강군 입에 잘 맞나요? 원래 한국 음식들은 일본 음식들보다 간이 샌 편이라 맵고 짠 음식이 많다고 하던데... 지금 이 불고기도 내 입맛에는 맞지만 강군 입맛에는 싱거운 편 아닌가요?”

“아닙니다, 어머님. 저희 어머니도 음식에 간을 새게 하지 않으시는 편이셔서, 어려서부터 간을 약하게 한 음식들을 주로 먹어왔습니다. 또 조미료 많이 넣은 음식은 몸에 좋지 않다고 하잖아요? 아이가 만들어주는 음식이 제 입맛에  잘 맞습니다.”

남편, 아니, 남친의 자랑에 아이도 기쁜 듯, 그리고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린코가 물었다.

“(일본어) 그런데 어제 우리 야식으로 먹은 그 보쌈, 정말 강군 말대로 굴과의 조화가 너무나 완벽했어요! 삶은 돼지고기와 굴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몰랐거든요! 아마 일본에도 보삼처럼 돼지고와 굴을 함께 파는 식당이 있다면 엄청 장사가  될 것 같아요!”

“그렇지요? 한국에서는  말고도 삶은 돼지고기와 함께 다양한 음식들을 같이 먹곤 하는데요, 대표적인 음식으로 전라도의 삼합이란 게 있습니다.”

삼합, 이란 말에 린코의 눈이 놀란 토끼눈처럼 동그랗게 떠졌다.

“(일본어) 삼합? 중국의 야쿠자(조직폭력배) 이름과 똑같네요? 무언가 이름부터 무서운 기분이 드는데요?”

“네, 어찌보면 무서운 음식이라 할 수 있죠.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니까요. 마치... 동남아 과일 두리안 같은 음식이라고나 할까요?”

“(일본어) 아라? 두리안이라면... 뭔가 지독한 냄새가 나는 음식이란 뜻?”

“네, 삼합은 삶은 돼지고기와 삭힌 홍어를 오래된 신 김치인 묵은지에 싸먹는 음식입니다. 홍어를 삭히면 암모니아처럼 톡 쏘고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데다가 묵은지에서도 보통 김치에서는 맡을 없는 코를 찌르는 시큼한 냄새가 나서 먹기 꺼리는 분들이 많지요. 한국 사람들 중에서도 마니아들이 아니라면 감히먹을 엄두를 못 내는 분들이 많답니다.”

아이도 옆에서 한 마디 거들었다.

“(일본어) 진짜...화장실 냄새나요... 거짓말이 아니야...”

“(일본어) 아이, 너도 그 삼합이란  먹어본 거니?”

“(일본어) 아니오, 전에 전주 가서 식사할 때 상 위에 올라온 거 냄새만 맡아봤어요. 아직도 그 냄새가 잊혀지지가 않아... 유키나가 하나 먹어봤는데, 그거 보니까 정말 먹을 용기가  나더라구요.”

“(일본어) 유키나가 그거 먹었어? 어땠기에그러는데?”

“(일본어) 먹으니까 얼굴 빨개지고 코에서 막 화장실 냄새 나오고... 진짜 그 때 유키나 그거 먹고 울려고 했다니까요? 자신 없으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음식이에요, 삼합이란 녀석은. 절대 함부로 도전해서는  되는 존재야, 진짜...”

세상 모든 음식을 정복할  있을 것만 같은 모녀였지만, 한국의삼합, 특히 삭힌 홍어 만큼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닌 모양이었다.

* *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아이가 거실로 디저트를 내왔다.

카누레(Cannele de Borrdeaux) 라 불리는 작고 달콤한 케이크로 일본에서 꽤 인기 있는 디저트였는데, 민재와 아이가 린코를 위해 백화점 식품관에서 미리 사온 것이다.

아이가카누레를 준비하는 사이, 민재는 커피 머신으로 따뜻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식후 커피가 한국 사람들에게 국룰이기는 했지만 일본인에게는 이런 공식은 없다. 다만 달콤한 디저트를 내가니 그에 맞춰 쌉싸롬한 커피를 곁들여 준비하는 것이다.

바삭하고 달콤한 디저트에 깊은 풍미의 커피를 즐기며, 린코는 아이와 함께 한국 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일본어) 어학당 생활은 어떠니? 여기서 어학당까지 얼마나 걸려?”

“(일본어) 차로 운전해서 가면 4, 50분 정도 걸려요.”

“(일본어) 강군이 준 차로 말이지? 그런데 너 면허는 어떻게 해결했니? 한국에서 면허를 다시  거야?”

“(일본어) 아니에요. 오빠가 일본에서 딴 면허를 한국에서 쓸 수 있도록 바꿔줬어요. 일본에서 딴 면허가 있으면 행정기관 가서 절차를 밟아서 한국에서 운전이 가능하더라구요.”

“(일본어) 서울은 도쿄보다 차가 많아서 다니기 힘들다던데, 운전하는 건 어렵지 않니?”

“(일본어) 출퇴근 시간 때랑 겹치면 차가 많이 막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답답할 정도로 막히는 경우는 드물어요. 단속도 많고 CCTV 도 많아서 그런가 과속하거나 난폭하게 운전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고. 운전하기 어렵지 않아요.”

여기서 아이가 하나 간과한 것이 있는데,

한국 사람들이 단속이나 CCTV 때문에 과속도 안하고 운전도 난폭하게 안하는  아니라,

아이 네가 타고 다니는 차가 페라리 F8 트리뷰토라서 사람들이  주변에서 난폭하게 운전을 수 없는 거야...

운전하는 사람들 모두 네 차와 살짝 접촉사고라도 난다면   월급이 날아가는 게 아니라 1년 연봉, 아니, 그 이상의 피해가 올  있다는  잘 알기에 가까이 오지 않으려는 건데, 지금 그걸 너만 모르고 있는 거라구~!

아이와 린코가 도란도란 일본어로 대화를 하는 동안, 민재는 거실에 있는 커다란 TV와 자신의 테블릿 PC를 블루투스로 연결시켰다.

그리고 테블릿에 있는, 민재와 아이가 며칠 동안 공들여서 만든 일본어로 만든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TV 화면에 띄웠다.

“어머님, 디저트 드시면서 잠시 여길 봐 주시겠어요?”

TV 화면에는 한국 서울의 빌딩,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등의 지역별 시세, 실매매가, 최근 10년간 거래동향 등에 대한 자료가 여러 장의 사진과 데이터로 알아보기 쉽게 정리 되어 있었다.

그리고 뒤에는 린코에게 추천할 만한 부동산목록들이 일목요연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민재는 마치 대학 조별 과제 발표 하듯 TV 앞에 서서 린코를 위한 부동산 투자 자문 브리핑을 시작했다.

아이가 린코의 옆에 앉아 그의 말을 일본어로 바로바로 통역해 주면서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집에서 가까운 강남과 잠실에 있는 매물부터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어머님?”

민재의 설명에 흥미롭게 귀를 기울이고 있던 린코가추천 목록의 윗부분에 있는 매물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일본어) 강군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그럼 오늘은 여기 이곳부터 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린코가 지목한 매물은 잠실 L타워에 있는 S 레지던스였다.

“(일본어) 이곳은 일본에도 많이 알려진 최고급 아파트지요. 그래서 나도 이번에 한국에 들어온 김에 이  매물이 있다면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네, 물론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제가 부동산 중개인에게 미리 연락을 해 놓겠습니다.”

민재는 곧장 잠실의 부동산으로 전화를 걸었다.


* * *

세 사람은 외출 준비를 마치고 잠실 L타워 S 레지던스로 향했다.

S 레지던스는 42층부터 71층까지 약 200여 세대가 모여 있는 주거시설로,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로 분류되는 곳이었다.

가장 작은 집이 209 제곱미터, 63평일 정도로 모든 세대가 상당히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고, 대리석 등 해외에서 가지고  각종 고급 자재들로 내부를 꾸몄을 뿐 아니라,

호텔과 같은 조식 서비스, 집안 청소를 대신해주는 클리닝 서비스는 물론 헬스장, 세미나룸, 레슨 스튜디오까지, 입주민을 위한 편의시설도 다양하면서도 완벽하게 제공되는 곳이었다.

오늘 린코가 보게된 매물은 민재가 사는 삼성동 A아파트와 크기가 거의 비슷한 90평형대의 두 가지 모델이었다.

민재의 경우 일부러 면적은 넓되 방수는 적은 집을 골랐기 때문에 88평이란 큰 면적임에도 방이 세  밖에 안 되는 거지만(그 면적의 1/3 이상을 마스터룸이 차지하고 있는 다소 독특한 구조인 거지만),역시 S 레지던스의 90평대 집들은 모두 방이 4, 5개, 화장실도 3, 4개씩 갖추고 있었다.

S 레지던스의 구조와 인테리어 등을 면밀히 살피던 린코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보고 있는 집은 L타워의 65층,

창밖으로 서울의 전경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일본어) 후우~ 강군 집도 무척 높은 곳이라 생각했는데, 여기는 훨씬  높군요. 도쿄 타워나 전망대에 온 기분이에요.”

민재가 미소지으며 물었다.

“어머님, 직접 보시니 어떠세요?”

“(일본어) 상당히 고급지고 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확실해요, 하지만...”

린코가 함께 왔었던 부동산 중개인이 돌아갔는지 확인하고는, 민재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본어) ...내 생각에 이곳을 투자를 위해 매입하는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어머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어머님도, S 레지던스가 L타워 빌딩 안에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리시는 거지요?”

린코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어) 맞아요. L타워란 멋진 빌딩 안에 있는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주거시설이긴 하지만, 이 안에 있는 한 세월이 흘러 건물이 노후 되더라도 재건축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겠지요. 잠깐 살다가 이사 가려는  상관없겠지만, 이곳 집을 매입해서 후에 되팔아 이득을 남기려 하거나 세를 주겠다는 건 크게남을 장사는 절대 못될 것 같군요.”

민재도 동의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습니다, 어머님. 사실 한국 사람들 중 S레지던스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비싼 집에 산다는 프리미엄과 상징성을 얻으려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요. 이 집을 사서 재테크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사람들은 아주 극소수일 겁니다. 그리고 제가 사는 A아파트가 지어진 후 이곳 S 레지던스의 실매매가가 떨어진 것만 봐도 향후를 생각하면 좋은 투자가 아니라는 반증이 되겠지요.”

“(일본어) 한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볼 수 있어서 기뻤어요. 아주 마음에 드는 곳이긴 하지만 가지고 싶은 것과 투자하고자 하는 것은 구분해서 생각해야겠지요. 이곳은 이제 그만 보고 다른 곳으로 갈까요?”

세 사람은 천천히 S 레지던스를 나섰다.

민재와 린코 사이에서 열심히 통역을 하던 아이가 입술을 삐죽이며 물었다.

“그런데 오빠, 전에 오빠가 비싼 집을 사서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팔면 무조건 남는 장사라고 하셨었잖아요? 그런데 이곳은 왜 그런 곳이 아니라는 거예요?”

민재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까 어머니께서 이곳은 재건축이 될 가능성이 없다는 말씀하셨었죠?”

“네, 맞아요. 재건축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게 안 되면 집값이 안 오르는 건가요?”

“재건축이 안 되어도 물가 변동에 따라 집값은 오르락내리락하죠. 하지만 대부분 세월이 흐를수록 집값은 오르게 되는  보통이에요. 물론  폭이 크게 오르느냐 작게 오르느냐는 그 집을 둘러싼 여러 환경과 요소들을 고려해야겠죠. 그런데 어머니처럼 보다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를 하는 분이라면, 보다 폭으로 집값이 오를 수 있는 이슈가 있는 집을 구입해 놨다가 실제로 집값이 크게 뛰었을  파는 것이 큰 이익이겠지요?”

“아아~ 그럼 재건축이란  바로 집값이 크게 뛰는 이슈라는 거군요?”

“네, 맞아요. 우리가 본 S 레지던스는 L타워 안에 있기 때문에, L타워가 다시 지어지지 않는 이상 재건축은 절대 불가능하겠죠. 즉, 어머님 입장에서는 이  집을 샀다가 다시 판다해도 큰 이득은 보기힘드실거고 또 일본에서 한국에 있는 집을 관리하는 것도골치 아프고 세금 관련한 문제도 생각하셔야 하니까 투자하기 좋다고 여기시지 않는 게 당연하죠.”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민재와 린코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오빠 설명을 들으니까 이해가 될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어요, 헤헤~ 자 그럼 다 봤으니까 우리 점심 먹으로 가요! (일본어) 어머니, 이제 식사 시간 되었으니까 우리 밥 먹으러 가요! 멀리 가지 말고, 여기 L타워에 있는 곳에 좋은 식당으로 가면 좋을 거 같아요!”

 사람은 호텔과 고급 식당가가 있는 고층부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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